깊숙이가라앉아버린시간의맨밑바닥엔무엇이남아있을까
침잠했던과거를길어올리는복기의여정
디자이너로서세계적인성공을거두었지만온가족에게외면받고아들의결혼식에조차초대받지못하는신세가된오선임.그는한평생혼자서끌어안았던이야기를털어놓기위해고스트라이터로일하는조카윤지를찾는다.윤지는선임의자서전출간을준비하며인터뷰를이어가는동시에그의아들을만나모자간의화해를도모한다.세상에드러낼수없었던선임의정체성,오랜시간가족에게아로새겨진상처가점차드러나는가운데윤지에게한남자가찾아온다.30여년전죽은고등학교동창생의유품정리사라고스스로를소개한남자는이내윤지가잊었던,혹은애써지워버렸던과거를이야기하는데…….
“《그물을거두는시간》은사랑의양면성에관한이야기다.사랑이욕망과집착의다른이름이라면
희생과용서라는일면도분명존재한다고믿는다.
그믿음이이소설을쓰게된동력이다.”
<작가의말>에서
망각의장막너머에서명멸하는다른색의감정들
선연한희망없이도구하는당위의길
디자이너오선임은언제나타인에게삶을강탈당했다.일찍이자신의성적정체성을깨달았으나경직된한국사회의한계로인해결혼을강요받고아이까지낳아야했으며,오롯이혼자서이룩한성취마저편견에가로막혀인정받지못했다.별거하여따로애인까지두고서도성공한아내에게생활비를받기위한목적으로이혼을거부하는남편,어머니의삶을이해하려는아주작은시도조차없이자신의안위만을걱정하는아들…….가족마저등을돌린고독한삶에유일한기둥이되어준사랑을지키기위하여,선임은최후의수단으로고스트라이터인윤지에게자서전집필을의뢰한다.한편선임의삶을기록해가는윤지역시완전히잊고있던자신의과거를들여다본다.지난세월잊을수없었던한사람의목소리와향기.모든게희미해진시간속에서언제나애틋한온기를불러온첫사랑을좇던윤지는이내미숙한청춘을물들였던스스로의순수한악의와대면한다.평생을그리워하고사랑했던사람이자신에의해지울수없는상처를받았다는사실을깨달은윤지는어긋난기억의조각을되찾고조금이나마사죄할수있는방도를찾는다.선임의자서전은빛을볼수있을까.윤지는용서받을수있을까.깊게가라앉아버린인간성을회복하려는두인물을통해《그물을거두는시간》은선연한희망없이도당위를구하는길의고난과의의를조심스럽고엄숙하게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