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모양

슬픔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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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내게 가족이란 늘 행복한 지옥이거나
지옥 같은 천국 둘 중 하나였다.
내가 아는 한 한 번도 중간은 없었다.”
《보통의 존재》《언제 들어도 좋은 말》의 작가 이석원이 전하는,
나와 꼭 닮은 한 가족의 기쁨과 슬픔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시던 날, 가족의 시간은 각자 다르게 흐르기 시작한다. 완전히 바뀐 하루를 살고 매일 밤 부모님이 사시던 아파트를 찾아가 불 꺼진 빈방을 올려다보는 아들 석원. 《슬픔의 모양》은 언제 끝날지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는 긴 병간호와 조금씩 예민해지는 가족들 그리고 언젠가 홀로 남겨질 자신의 시간을 이석원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 산문집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화가 나기도 하고 때로는 슬퍼지기도 해서 거리를 두고 싶지만, 그럼에도 가족은 형언할 수 없는 거대하고 복잡한 운명을 주고받는 존재들. 이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이 글을 통해 저자는 미워할 수만은 없는, 꼭 내 가족 같은 기시감이 드는 한 가족의 다양한 얼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슬픔의 모양》은 이별이라는 우리 앞에 언젠가 당도할 슬픔을, 그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마음을,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희극인 일상의 순간순간을, 그 순간순간의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석원만의 흡입력 강한 글이다.

저자

이석원

저자:이석원
1971년서울출생.《보통의존재》《언제들어도좋은말》등을출간했다.

목차


1부덫
2부악역
3부아버지에게가는길
4부내마음이왜이럴까
5부중요한건일상이었다
6부우리를불쌍히여기소서
7부귀환歸還
8부PT(프레젠테이션)
9부출구없는미로
10부어느봄의캠프파이어
11부종이인형
12부기억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가끔은알고도못떠날먼길처럼긴하루가있다.
그날이그랬다.”

당연한것들을당연하게받아들이는마음에대해서

시간은누구에게나공평하다.윤슬처럼눈부시게빛나던청춘의순간도가을낙엽처럼시들면이별의때가온다.우리는마치이별하기위해태어나기라도한것처럼,뜨겁게사랑하고미워하지만결국모두헤어진다.이유는달리없다.언제까지나내곁에있어주리라믿는존재,부모의부재가현실로다가왔을때,우리는그느닷없음에슬픔보다당혹스러움을먼저느끼고,당혹감이턱까지차올랐을때슬픔은눈물이되어터져나온다.

솔직하고개성있는문체로많은사랑을받는작가이석원.그는급작스럽게닥친아버지의병고앞에서이별을준비하는일련의과정을때로는시니컬하게그러면서도감정을애써감추지않고애틋함을담은시선으로바라본다.오랜시간먼산과같았던,그래서트라우마를잔뜩안겨주던아버지.그리고한때작가에게좋은쪽이든나쁜쪽이든가장큰영향을미친사람이었지만지금은무엇과도바꿀수없이소중한사람인엄마,위기상황앞에서는각자의역할분담또한확실한두누나까지,어느한사람쉬운사람이없는가족이지만아버지의일을거치며그들이곁에있다는것,그하루하루가귀하다는것을알아가는작가의이야기는좌충우돌하지만따듯한한편의가족영화처럼읽힌다.

“왜그런지우리부모님은두분다주무실때도불을끄지않기때문에,아버지가계시는안방이며엄마가기거하는거실까지늘환하게켜져있는불을보면서,나는뭔가모를안도감에가슴이따뜻해지곤했었다.그럼그렇게충전된온기를가지고또얼마간생활을할수있었는데.그덕에난지금껏살아왔다고해도과언은아닌데.”-27~28쪽

“나는아버지를어떻게든좋게기억하고싶었다.
그누구도아닌나를위해서.”

소중한것을소중하게알아가는마음

가족을위해서라면자신의마지막동전까지꺼내줄것만같은사람,부모를위해왜이렇게까지하는걸까,의문이들게하는사람.그의글을읽다보면대체그에게가족은어떤의미인지진지하게묻고싶어진다.때때로상황이답답해서짜증을내기도하고,자식의말을들어주지않는나이든부모에게화를내기도하지만그러면서이또한자신을위해서라고말하지만,그순간에도저자의눈동자는가족을바라보고있다.
긴병에효자가없기에병간호는쉬운일이아니라지만,그는왜해야하는지이유를묻지않는다.가족이기때문이다.가족은그단어만으로도형언할수없는복잡한감정을나누는존재.그래서작가이석원은《슬픔의모양》에물질로는가늠할수없는그마음을,심지어절박함마저느껴지는그마음을,가족의곁에서얼마남지않은여리고작은빛일지라도지키고싶은그의마음을고스란히녹여냈다.

“나는평생특히당신의늘그막엔더더욱자주아버지를내마음속법정에올려서는매일같이점수매기는짓을해왔지만,짐작컨대아버지는결코일생단한번도나를,아니우리들을자식으로서몇점이라고평가하진않으셨을것이기때문이다.”-290쪽

인간적인,너무나인간적인
우리가족과똑닮은한가족의이야기

그때는대개그랬다.경제활동을하는아버지는자식들에게무관심하고가정에서대접받기를원하고,집에서살림하는엄마는자녀들교육에관심이무척많았다.그리고시간은흘러나이가든아버지는여전히예전모습그대로가족들을부리려고한다.성격이그래서라기보단시절이그랬다.아버지에서장남,아들로이어지는가부장의시대를사셨으니까.그런아버지에게자식들은때론환멸을느끼기도하지만잔잔하게밀려오는애잔함이미움혹은원망조차덮어버린다.

《슬픔의모양》에도그런가족이등장한다.아무렇지도않게다른집자식들과당신자식들을비교하는아버지.그리고그비교가왜잘못인지도모르는아버지.저자는이렇듯지독하게인간적인아버지의모습조차도특유의위트와비유를통해서미워할수만은없는,애정이느껴지는대상으로표현한다.마치아이처럼행동하는아버지의모습을보면서자신이마치부모가된것같다고말하는저자.하지만그의말에깊은공감의한숨이나오는것은어쩔도리가없다.

“그때우리들은어쩌면정말로아버지의아버지였는지도모른다.자식에대한걱정이한시도머릿속을떠나지않고입에서는잔소리가쉴틈이없이나왔으니까.”-179쪽

나이가들어가는자식과부모사이에이보다더적절한말이있을까.자식으로태어나부모가되는인연을무엇이라고해야할지저자는여전히알수없다고하지만,그보다중요한것은지금이순간의기억과사랑이라고글을맺는다.

“무슨인연으로우리는부모와자식이라는연으로맺어져이런한평생을보내게되었을까.이제처음해보는고백을하면서책을마칠까한다.아버지를사랑했고또미워했지만앞으로도그럴거고영원히잊지않을거라고.”-2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