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싸움에서영원한강자는없다
일본반도체산업의몰락에서한국이봐야할것들
이격변의국면에서일본은묘한위치에서있다.여전히‘기술강국’으로불리지만,반도체패권을둘러싼주요장면에서는좀처럼중심에등장하지않는다.최첨단공정경쟁,설계와플랫폼을둘러싼논의,국가간반도체전략을다루는테이블에서일본의이름은눈에띄지않는다.과거세계반도체산업을주도했던나라라는사실을떠올리면이장면은낯설다.일본은분명사라지지않았다.그러나결정적인국면마다주도권을쥐고있다고말하기도어렵다.
일본내부의인식은이어정쩡한현실을그대로반영한다.소재와장비,기초기술에서는여전히경쟁력이있다는평가가반복된다.실제로일본기업들이차지하는비중도적지않다.세계반도체질서가빠르게재편되는동안,일본은늘"아직끝나지않았다"는말로자신을설명해왔다.일본은왜전환의순간마다위기를방어하는데급급한입장이되었을까?이질문에서부터『일본의몰락』은이야기를시작한다.
책의흐름은세갈래로이어진다.일본반도체산업이어떻게세계정상에올랐는지,그성공의조건을살펴본뒤,변화하는글로벌환경속에서왜그전략이균열을일으켰는지를추적한다.그리고마지막으로,이과정을통해오늘의한국과세계가무엇을배워야하는지를질문한다.『일본의몰락』은과거의실패를정리하는데만그치지않는다.이책은기술패권경쟁의시대에국가와기업이어떤판단을내리면어떤결과에도달하는지를보여주는사례연구이자,지금이순간의선택이미래를어떻게규정하는지를생각하게만든다.
일본의이야기를통해독자는한국의현재를,그리고앞으로마주할갈림길을보다선명하게바라볼수있을것이다.
책속에서
일본반도체의성장은정책과기업노력,공업화의기반위에국제환경과시대적조건이더해져이루어진성과였다.일본사회가보여준에너지와집중력은분명뛰어났지만,그자체만으로는세계최강국미국을추월하는결과를설명하기어렵다.일본반도체산업의황금기를이해하기위해서는이러한'운과환경'의요소를함께살펴보아야한다._28쪽
다시돌아보면,미국에서시작된반도체기술혁신을뒤쫓으면서,산업규모에서도비교적일찍미국을따라잡을잠재력을갖춘나라는소련과일본정도였다는점을알수있다.그러나소련은미국의동맹국이아니었기때문에,냉전이시작되자미국의반도체기술을도입하는것이사실상불가능해졌다.결국미국의동맹국이었던일본만이반도체기술에접근할수있었고,산업규모까지함께키워낼수있었다._32쪽
일본반도체산업이몰락한이유를미일반도체협정로만보는것은너무단순하다.보다근본적으로는산업구조의변화를따라가지못한데있었다.1980년대까지세계를석권했던일본기업들이왜1990년대이후빠르게무너졌는지를이해하려면,메모리반도체와시스템반도체라는두갈래의길에서일본이어떤선택을했고무엇을놓쳤는지를살펴볼필요가있다._51쪽
그러나1990년대이후PC시장이요구한것은값싸고짧은수명을전제로한D램이었고,고품질ㆍ고사양기술은더이상경쟁력이되지못했다.다시말해,기술적우위를유지했음에도시장에서통하지못한순간,그것은이미기술경쟁에서도패한것이나다름없었다._85쪽
반도체산업이기울기시작한1995년경,일본통산성은다시움직이기시작했다.20년전의D램및국산장치개발의성공을되돌아보며같은기획으로재도약을노린것이다._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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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반도체산업육성을명목으로민간기업의영리활동에막대한보조금을쏟아부었다.그러나그와동시에기초연구와인재양성을위한예산은오히려줄어들었다.이불균형은단기간의성과를만들어냈지만,장기경쟁력을약화시키는방향으로작용했다._226쪽
창구업무가줄어들면고용이사라지고낙하산인사의자리가줄어든다.이때문에경찰청과총무성은온라인화를앞장서서막아왔다.인터넷이보급된지20년이넘었는데도면허하나온라인으로갱신하지못하는현실은일본이처한디지털후진국이라는오명은기득권구조의완강한저항이문제임을보여준다._241쪽
총재가곧총리가되는정치구조에서자민당총재선거는말그대로그들만의리그였다.법정선거도아니다보니금품이오가도문제될게없고,경쟁다운경쟁도없었다.여론조사지지율40%에달했던고노다로河野太?는끝내밀려났고,지지율2%남짓했던기시다岸田文雄가파벌의계산법에의해총재자리를차지했다.이장면만봐도일본정치가얼마나국민과동떨어져있는지단박에드러난다._247쪽
결국많은일본기업이2025년전후,넓게보면2020년대부터2030년대사이에이문제로심각한위기에빠지거나이미빠져들고있다.이는단순히특정시스템의지원종료문제를넘어서,기업운영의기반자체가무너질수있음을보여주는신호라할수있다._3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