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한시 (흔들리는 삶에 건네는 서른여덟 편의 한시 이야기)

시절한시 (흔들리는 삶에 건네는 서른여덟 편의 한시 이야기)

$18.00
Description
“봄은 짧고 기다림은 길지만 어쩌겠는가”
두보에서 소동파까지, ‘호우시절’에서 ‘춘소’까지
메마른 일상을 단비처럼 적셔 줄 한시의 향연
한시(漢詩)는 1천여 년 전부터 백여 년 전까지, 중국과 한국 사람들이 한자로 쓴 시를 말한다. ‘시의 성인’이라 불리는 두보, 이백(이태백), 소식(소동파) 같은 사람들이 쓴 시가 한국에도 알려져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널리 읽혔다. 예컨대 조선의 선비들은 누구나 소식의 〈적벽부〉를 외웠다.

왜 1천 년 전 옛 사람들이 쓴 시를 읽어야 할까? 한시는 현대시와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한시는 쉽고 자연스러운 말로 자연을 묘사하고 감정을 표현한다. 고된 삶에서 응원과 격려를 얻고 싶다면, 더 나은 나를 꿈꾸고 싶다면, 영감을 얻고 싶다면, 품격 있고 우아하게 쓰고 싶다면, 한시가 큰 도움이 된다. 아래 시처럼.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자 내리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찾아 들어와
만물을 적시네, 가만가만 소리도 없이.”
(두보, 〈봄밤에 내린 기쁜 비〉 중에서)

특히 인생의 후반을 맞은 사람들은 한시가 다르게 읽힐 것이다. 중년에 사람들은 미뤄 두었던 자신의 희망과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좌절과 난관을 하나하나 해결하거나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하지만 살아온 세월이 어디 헛되기만 하던가, 이들은 경륜과 이해를 바탕으로 삶에 대한 겸손과 생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어서 한시를 읽기에 더없이 좋은 자질을 갖춘다.

《당시삼백수》를 번역한 중문학자이자 고전 시 연구자인 저자는, 이십여 년 동안 한시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1천 년 전 옛 시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 한시가 막상 읽어 보면 지금과 다르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 시들이 오늘날 우리 삶과 감정에 여전히 연결되고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꼭 말하고 싶었다.
저자

이지운

저자:이지운
중문학자,고전시연구자.서울대학교중어중문학과에서중국고전시가를전공해박사학위를받았다.이화여자대학교,서울대학교,서울시립대학교,서울여자대학교에서강의했고지금은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강의를하고있다.일반인을대상으로《도덕경》,《채근담》,한시를가르쳤으며현재는《논어》와한시강독을가르치는중이다.
저서로《글쓰는여자는잊히지않는다》(공저)등이있고,역서로《이청조사선(李淸照詞選)》,《온정균사선(溫庭筠詞選)》,《이상은(李商隱)》,《당시삼백수(唐詩三百首)》(공역),《송시화고(宋詩話考)》(공역),《이의산시집(李義山詩集)》(공역)등이있다.
이십여년동안한시를가르치면서학생들이한시에공감하고,눈물흘리고,감동하는모습을보았다.그러면서한시가막상읽어보면지금과다르지않은‘사람’의이야기라고생각하게되었다.이시들이오늘날우리삶과감정에여전히연결되고영향을미친다는사실을이책에서꼭말하고싶었다.

목차


프롤로그|한시가당신의삶에들어온다면

1장한시의초대에응하며
우리가한시에서얻는것

한시는나를멈추게한다|〈봄산의달밤〉,우량사
한시는고난의동반자이다|〈산서쪽마을에서노닐며〉,육유
한시는더나은나를꿈꾸게한다|〈술을앞에두고〉,백거이
한시는영감을준다|〈봄밤에내린기쁜비〉,두보
한시는소통의도구다|〈겨울경치〉,소식
한시는자연을가깝게느끼게한다|〈남쪽호수의이른봄〉,백거이

2장강변에꽃이흐드러지니이를어쩌나
은은한그리움에관한시들

잊지못할봄|〈강변에서홀로거닐며꽃구경을하며〉,두보
이밤의값을헤아릴수없다|〈봄밤〉,소식
가라앉은배|〈백거이를양주에서처음만나술자리에서받은시에답하여〉,유우석
걷는기쁨|〈매화찾아눈길을나서다〉,맹호연
내면을들여다보다|〈도를깨닫다〉,비구니
꺾이지않는마음|〈매화를찾아〉,석원조
한가로움을훔치다|〈학림사승방에쓰다〉,이섭
내삶의양지|〈어린아들을생각하며〉,두보

3장해가긴날잠에서깨어멍한채로
고요한깨달음에관한시들

한낮의상념|〈초여름잠에서깨어〉,양만리
장맛비를견디며무지개를만들다|〈장맛비내리는망천장에서짓다〉,왕유
특별히유난한사랑|〈빗속에큰딸아이가는걸만류하며〉,김시보
참된사치|〈관사의작은정자에서한가로이바라보며〉,백거이
삶의고단함을잠시잊고|〈취했다깨어〉,황경인
만리에부는바람|〈괴로운더위〉,왕유
비움에서오는서늘함|〈복날〉,유극장
돌아갈집,함께할사람|〈밤에배를타고아내와술을마시며〉,매요신

4장인생의즐거움이어찌많음에있으랴
향긋한쓸쓸함에관한시들

세상의모든두보에게|〈초가을몹시더운데다문서는끊임없이쌓여가고〉,두보
고요히숨은아름다움|〈막비가갠후산위에달이떠〉,문동
문득시간이낯설다|〈여관에묵으며〉,두목
단한사람의시인|〈술을마시며〉,도연명
인간적인것은모두내마음을움직인다|〈도연명을모방하여〉,위응물
경성제일의전|〈국화전〉,최영년
고향음식|〈장안의늦가을〉,조하
일흔아홉에휘파람을불며|〈칠월십칠일밤새벽에일어나아침까지이르다〉,육유

5장세월이나는새처럼지나간다는것을알기에
따뜻함을기다리는시들

옅은햇빛|〈모진추위〉,양만리
물의꽃|〈눈을읊다〉,오징
쿵하고떨어지는꽃|〈동백꽃〉,관휴
태양이침묵하는숲|〈동짓날밤에〉,백거이
봄빛을그리다|〈세밑밤에회포를읊어〉,유우석
슬픔을받아들이는예민함|〈계유년제야에애도하여〉,심의수
괜찮다,괜찮다|〈세밑에고향에이르러〉,장사전
기쁜일이넘치기를|〈새해〉,유창

6장한시가일상이되다
한시를즐기는요령

자구해설
작가소개

출판사 서평

“봄은짧고기다림은길지만어쩌겠는가”
《당시삼백수》번역자가고른끝없이아름다운노래

“꿈속에치자꽃향기은은하게코끝을스쳤는데
눈을뜨니베갯머리머리칼에서늘함이느껴지네.
밤새문을닫아거는것도잊고잠들었는데
두봉우리사이로지는달빛이슬며시침상위로올라온것이었네.”
-황경인,〈취했다깨어〉전문

시를읽고삶에서새로운길을찾을수있을까?저자는말한다.‘그렇다’고.저자는큰병에걸려병상에있을때,그동안일로만읽었던한시가돌연생생하게바뀌어이제껏경험하지못한세상을보여주었다고고백한다.1천년전옛시인들이낡은글자에서걸어나와때론따스한시선을,때론고요한평안함을,때론삶에대한진지한태도를,때론다정한충고를전해주었다.병상에서꼼짝하지못할때도시속으로들어가면나무그늘이시원한숲길을거닐수있었고광활한들판을달릴수있었으며창가에서영롱한달빛을보거나차가운냇물에손을담글수있었다.
특히인생후반을맞은사람들에게한시는더할나위없이좋다.격정이걷히고자연과세상이명징하게보일때,한시가묘사하는자연이생생하게느껴진다.젊은날부터품었던꿈과희망을이젠실현하게어렵다는것을실감할때,한시속섬세한감성과삶에대한애정이남다르게다가온다.

바쁜걸음을잠깐멈추고싶다면,
더나은나를꿈꾸고싶다면,
삶에서영감을얻고싶다면,
품격있고우아하게쓰고싶다면

“봄밤의한순간은천금만큼소중한데
꽃은맑은향기뿜어내고달빛엔구름이어른대네.
누각에서들려오는노래와피리소리아련한데
뜰에는그네가내려진채밤은깊어만가네.”
-소식,〈봄밤〉전문

한시는자연을섬세하고감각적으로묘사한다.소식이지은시를가만히읽고있으면봄철꽃향기가코끝을간지럽히고,봄밤공기가포근하게살에닿는다.시의장면이눈앞에떠오르면서장면속에머물고있는듯한느낌이든다.그런가하면이런시도있다.

“종일토록봄찾아도봄은보이지않아
짚신닳도록산봉우리에구름까지뒤졌네.
돌아와미소지으며매화가지집어코에대니
봄은이미가지끝에잔뜩담겨있더라.”
-비구니,〈도를깨닫다〉전문

이른봄에매화꽃을찾는탐매활동은중국과한국문인들에게일종의유행같은것이었다고한다.이시의화자역시이런유행을의식하였는지,‘봄’을찾겠다고온산을헤맨다.하지만‘봄’이란무엇일까?화자는문득깨달음을얻고빈손으로돌아와집앞매화가지를집어든다.우리는화자가무엇을깨달았는지모르지만,‘봄이이미가지끝에담겨있다’는대목에서잠시생각에잠긴다.나도눈앞에있는무언가를놓친채헛되이삶을보내지않았나하고.

“시디신매실즙은이사이에서터지고
파초잎은푸른가닥으로나뉘어비단창에어른거리네.
해가긴날잠에서깨어멍한채로
버들꽃잡으려는아이들한가로이바라보네.”
-양만리,〈초여름잠에서깨어〉전문

여름은왕성한생명력의계절이지만,한시시인들은여름을조금다르게보았다.여름에너무더워서정작무엇을할기력이없었던경험은누구나있지않은가.한시속여름은어딘가정적이고고요한계절이다.자연은그안에서약동하지만,인간은상념에잠긴다.

“성긴꽃짙은향기풍기는섣달그믐날
낡은사립문에폭죽터져푸른연기흩어지네.
마을아이들은신나는설날을함께즐거워하지만
베휘장에는늘묵은한이서려있네.
눈이오려다말고구름도물러가개었는데
꽃은놀라며한해를전송하고버들도세월재촉하네.
지나간일들을생각하니그저슬프기만하여
봄바람대하고는홀로마음아파하네.”
-심의수,〈계유년제야에애도하여〉전문

한시는때로감정을우아하게표현한다.이시는두딸을잃은저자가명절에즐거워하는마을아이들을보며쓴것이다.말로표현하기힘든슬픔을“성긴꽃짙은향기풍기는”봄풍경속에담는다.가슴찢어지는고통을정연하게글로쓴다.
이런문장들이있는데,그저옛시라고치부하고읽지않는다면얼마나아까운가.이것이이책《시절한시》를읽어야하는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