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자  | 작가기획시선 34

덕자 | 작가기획시선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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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경옥

저자:김경옥
부산에서태어나2012년계간《시조미학》창간호전국백일장장원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월간《유심》신인상,한국가사문학상열린시학상나혜석문학상을수상했다.
2020년시조집『코스모스와달』출간.수원시중등교장역임.현재수원문인협회수석부회장,경기시조시인협회부회장,한국시조시인협회이사,한국여성시조문학회한국문인협회,오늘의시조시인회의,경남시조시인협회회원.백봉·홍재문학상운영위원장.

목차

시인의말

제1부
자스민의봄13
행궁동사월,목련이피었어요14
개나리15
폭우-서초동현자16
맨드라미17
함박눈과소나무18
아흔살의종이학20
달리아,지상에서다22
골절24
지심도동백25
줄탁동시詩26
비온뒤27

제2부
여름,병산서원31
적벽32
어린알로에33
금낭화34
시집을받아들고35
상강무렵36
쑥37
바람나무집38
조광조,만나다39
가을날40
정방폭포41
풀꽃42

제3부
눈사람45
백원택시46
나의시조47
진해(鎭海),벚꽃48
잃어버린숲49
임대아파트,입을열다50
유리벽51
연꽃이보낸편지52
수목원가는길53
탄생을찾습니다54
출항55
실습일지56

제4부
봄,경청59
지심도동백260
엄마의발61
향산여울62
와불어머니63
무궁화64
백일사진65
좌판을펼쳐놓고66
수목원안부67
어떤기도68
만해마을,별69
작별의눈이내게말했다70

제5부
물불선생73
마로니에하우스74
명함75
세상의모든자식76
불갑사,꽃무릇77
파도택배78
고수79
서호(西湖),낙조아래서80
춘분81
덕자82
당신의등뒤에줄을서다83
둥근손84

해설/식물성언어로교직한현실진단과각성의노래_이우걸86

출판사 서평

읽던책밀쳐놓고마당으로내려온

배롱꽃
분홍입술을
주인없는강바람이

만대루기둥사이로그만훔쳐달아나네
-「여름병산서원」전문

퇴계의제자류성룡을모신병산서원은특히배롱꽃이유명해서많은관광객이찾는곳이다.이작품은군더더기가없다.그냥이시조에표현된풍경그대로의모습을읽으면된다.엄격한격식을갖춘서원이지만여기서는배롱꽃이주연이다.강바람은조연이다.그러나무르익은봄풍경에서강바람이없었다면이작품은싱거웠을것이다.배롱꽃은배롱꽃그대로의배롱꽃이다.시적기교가아름다운작품이다.단정하고가식없는시인을가장많이닮은배롱꽃의향기를느낄수있기때문이다.

보라색흰색어우러진분내음따라
유럽황실어디쯤온듯데자뷔즐거워라
신산한
봄바람에맞선
보드라운
비폭력
-「자스민의봄」전문

현실의식이스미어있는시다.'신산한,봄바람에맞선,보드라운비폭력'때문이다.그러나그강도로보면가벼운편이다.그림이모던하면서도비교적세련된느낌을준다.

덕진공원연지가참좋다던무소유스님
말씀따라그연꽃만나러가는머리위로
불현듯예고도없이
장대비쏟아진다

우리는비를피해백련사이내달리고
젖어있는풍경속에번개치듯스치는
진흙이꽃피우는일
얼마만한내공일까

눈에선한그날이살며시곁에오면
좋은일이있기보다지금에감사하라는
소인도없는편지를
두손으로받아든다
-「연꽃이보낸편지」전문

‘무소유스님’이나‘연꽃’,특히‘진흙이꽃피우는일얼마만한내공일까’와셋째수의자기성찰적시구를보면이작품은불교적사유에충일한작품이다.이시인의경우어떤대상을보아도불교적사유로부터자유로울수없을것이다.그의삶자체가녹아있는작품을쓴다면불교는언제나그의생을지탱하는정신적기둥이기때문이다.꽃은아니지만식물을두드러진오브제로삼은작품이있다.

읽던경을물리는절집의깊은밤자시
보름달은중천이고마당가득눈이내려
감아도눈이부시는무언극이절정이다

허공에서지상까지먼길돌아온손님
집떠난홀로움에청솔가지감싸안았고
정한을못이긴가지팔한짝을버린다

법맥을이어받은혜가의단비처럼
감당할그만큼만받겠다는의지인듯
단호한작별인사로절명시를읽는다
-「함박눈과소나무」전문

여기서는소나무한그루를대상으로달마대사의법통을이어받은혜가의일화를그려놓고있다.아름다운종교시다.그러나그냥그풍경대로바라보아도격조있는시어와보름달과소나무의구도는유연한동양의미를탄주해내기에어울리는한폭의한국화다.

비온뒤여린쑥이솜털달고솟아났다

가위로숭덩숭덩한움큼잘라와
콩가루듬뿍묻혀서
진쑥국을끓인다

맑고도향기롭게봄이절로넘어간다
주인없는영토마다일가를이룬저힘
키운이누군지몰라도
밥상가득오셨다
-「쑥」전문

쑥은세를뻗어나가기로는어느식물못지않다.더구나보릿고개를넘을때구황식물로일조한식물이다.이작품에서어색하지않게의인화해서시인은쑥을예찬한다.“주인없는영토마다일가를이룬저힘/키운이누군지몰라도/밥상가득오셨다”는쑥의특성을예리하게노래한가구佳句다.
이처럼김경옥시인의시조들은섬세하고따스할뿐만아니라일정한수준의격조를지니고있다.대상에대한사랑이극진하고감정을잘조절할줄안다.그리고가독성이있는시조를쓴다.가락에민감하게반응하는시조를쓴다.시조적형식면에서그의작품들은완결성이높다.그만큼그는시조형식에가까운리듬을가진시인이었다.많은시인이선택해서자신의문학세계를열고살아가는시조시단에서그는묵묵히자기만의올곧은시조창작법을다지며이길을걸어오고있다.
그래서일까.그의시조집을펼치면오늘의비윤리적이고비이성적인무질서한현실에반항하는어떤의식이깔려있다.그래서그의시조세계는다분히오늘날의혼란에대한대안적세계나그가열망하는유토피아적분위기를다분히재현하는것이아닌가한다.

천사횟집의자에앉아갈치찜을먹는
네온사인밝혀진목포의늦은저녁
노포집벽을차지한여인이눈을끈다

꽃시절불러본듯다정한저이름
메뉴판에딱두글자내력이수상하고
그옆에십사만원은궁금증만더한다

낯선마을에선겸손하게묻는다
병어보다큰놈인디찜이참맛나요이
한냄비은갈치앞에서보고싶은그여자
-「덕자」전문

고향어디에살고있으나오래만나지못한어릴적친구이름처럼정다운'덕자'라는메뉴를시인은목포생선찜집에서발견한다.덕자가왜메뉴판에있냐고물으니주인은대답한다."병어보다큰놈인디참맛나요이"덕자라는생선이생경하면서도이색적이다.그메뉴덕문에친구덕자의소식이궁금해지는목포의늦은저녁...사투리도어울리고저녁풍경도아름답다.

이우걸시조시인은해설에서“구수한서민들의일상사에서채취한인정과세태의가락을가식없이노래하는길,언제나겸손한언어로시적대상에게사랑을전하고그응답을옮기는길,항상스스로를먼저반성하고성찰하며세계를관찰하는길,그길이김경옥시인이걸어온길이고앞으로도걸어가야할길일것”이라고언급한다.

정용국(한국시조시인협회이사장)시조시인은“하찮고보잘것없는미물도공경의대상으로모셔다가풀어낸시인의정감은벅차고대견하다.‘자스민’에내재하고있는거대한혁명의기약까지‘비폭력’의실체로도출해낸궁리의힘은김경옥시조의정점에서힘차게꿈틀거리고있다.특히시집표제작「덕자」는‘노포집벽을차지한여인’과그리운고향친구를병치시키며시인의복선과독자의상상력이질기게길항되는능숙하고여유로운명장면을연출하고있다”고평한다.

글이그사람이고사람이그글을쓴다고했을때문학의향기는사람의향기라하지않을수없다.그런면에서모범을보여온김경옥시인은이미하나의성을가진문학의성주라고생각된다.그런영역은문학적향기의영역이라고도할수있다.그사명감으로그가선택한시의길을걸어가는김경옥시인이펴낸시집『덕자』가독자들에게영원히기억될수있길바란다.

시인의말

봄에는꽃향기맡고,
가을엔보름달을바라봅니다.
여름햇살과바람에땀을닦으며,
겨울눈으로눈사람을만듭니다.
우리의호시절은눈앞에이미펼쳐져있습니다.

나에게도호시절이왔습니다.
시조를읽고쓸자유를선택하여누렸기에그렇습니다.
무심한가을바람이참시원합니다.
세상의모든
우리들의친구,덕자에게
이투명한가을물서사를한아름드립니다.
-광교산자락물가에서
2024년9월어느좋은날,김경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