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 꽃이 필 때

가시나무 꽃이 필 때

$16.00
Description
가족사의 질곡과 화해의 도정을 파헤친 소설
- 전정희 장편소설 「가시나무 꽃이 필 때」
2016년 중편소설 「묵호댁」으로 무원문학예술상을 받으며 소설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전정희 작가가 새 장편소설 『가시나무 꽃이 필 때』를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하였다.
저자 전정희 작가는 그동안 창작집 『묵호댁』과 장편소설 『두메꽃』 『하얀 민들레』 등을 펴냈으며 이 작품들로 여러 차례의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다. 소설 창작에 분주한 가운데서도 강원도 지자체들의 홍보대사를 비롯하여 문단ㆍ언론ㆍ방송 등에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해왔다. 그의 소설은 대체로 현실적인 삶의 난관을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하고, 온갖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거쳐 마침내 마지막 희망을 찾아내는 서술 방식에 의거해 있다. 기실 이러한 글쓰기 문법은 작가와 작품을 건강한 창작 주체요 그 성과가 되도록 추동하는 힘을 보여준다. 어쩌면 이러한 성향이 전정희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소설을 쓰게 하는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이번에 펴낸 전정희의 장편 『가시나무 꽃이 필 때』는 우리 문학의 거대담론을 다룬 소설들에서 볼 수 있었던, 시대와 역사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그것은 당초에 이 작가의 관심사와 거리가 멀었다. 대신에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삶의 실상, 그리고 그로 인한 소박하면서도 소중한 깨우침을 추수하는데 방점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어쩌면 수용자인 독자의 공감과 호응을 도출하는 데 보다 효율적인지도 모른다. 그 명료한 사례를 우리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서 보았다. 그동안 후보로 오르내린 선배 작가들이 대체로 국가적 비극과 민족사의 수난에 중점을 두었을 때, 한강은 이를 개인의 내면적 상흔으로 이끌고 들어갔다. 이를테면 제재(題材)의 선택에 있어 세대별 차별성과 함께, 그 외형에 있어서도 한 페이지를 넘긴 것이다.

저자

전정희

저자:전정희
소설가.인하교육대학원아동교육학석사과정.2016년중편소설「묵호댁」을발표하며소설가등단.주요저서로『하얀민들레』『묵호댁』『두메꽃』등이있음.
《농민신문》문학상(수필),《시와창작》문학대상(소설),무원문학예술상,세계문학상대상,세계문화예술상대상,매월김시습문학상등수상.

목차


상속청구권통지서-15
호랑이아버지와천막교실-31
민박집손님-44
추억속의청수골-70
불행의서막-91
큰올케의계교-117
고된삶의현장-131
은미언니-158
미숙이-179
원수는외나무다리에서-203
인과응보(因果應報)-225
자두연기(煮豆燃箕)-242
다시일상으로-267
해설·가족사의질곡과화해의도정-291

출판사 서평

전지적작가시점으로서술하는소설이야기

전정희의소설적이야기는정확한사실주의의발걸음으로일관하고있다.그는이이야기의전개를전지적작가시점으로서술하고있으며,강은하라는중심인물을상정하고있으나강은하를통해발화하지는않는다.강은하는서울에서비교적편안한삶을살고있는중년여성이다.결혼전에는잡지사기자로일했으며,현재는여행잡지프리랜서로일하고있다.신실한남편과세딸이있는,굴곡없는일상의주인공이다.그강은하가어느날한장의통지서를받는다.가족들이살던강원도동해시옛집의집터에골프장이들어서게되어,그땅의처분에관한가족동의서건이었다.이통지서수령을계기로강은하는가족사에얽힌과거를소환하고,또현장을보기위해고향을방문한다.

강은하의가족은2남3녀로한학자인아버지밑에서유복하게자랐다.아버지강석주는말년에교육에뜻을두고학교를설립했으나,큰아들강석훈과황복자부부의농간으로땅과재산을다빼앗기고억울한죽음을맞는다.강석훈이그와같은패륜의길을걷게된것은그아내황복자로인해서다.이들부부는가족의재산을다가로채고또가족을무시하고핍박하는악덕을마다하지않는다.그러나결과는자신들의패망이다.여기서작가가굳이단정적으로제시하지는않으나,천망회회소이불루(天網恢恢疎而不漏)라는옛말을떠올리게한다.하늘의그물은넓어서성기기는하나새지않는다는뜻이다.동시에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더욱적합한말도있다.

이소설에서그나마쾌청하게맑은지점,강은하가그남편과만나는대목이다.그이외의장면들은거의무겁고어둡다.왜이작가는이렇게파란만장한가족사의전말을소설적담화로구성한것일까.그리고이소설을형성하고있는이야기들은작가의직접또는간접적체험과얼마나긴밀하게연계되어있는것일까.다시말하면이소설의서사에작가자신의체험이나가족사가얼마나개재(介在)되어있는가가독자의궁금증일수있다.하지만그러한사실을소설의얼개나사건의흐름과직접적으로연동하지않는것이이문학장르의본질이다.작가는현실을있는그대로발설하지않고,일정한문학적여과나카타르시스를거친다.전정희의소설을읽는우리가그현실의저변을짐작할뿐,직접적인소설세계의해명과연계하지않는이유다.보다분명한논점은그러한추론적환경을어떻게소설가운데설득력있게설정하느냐에있고,그것이또한작가의기량을말하는방편이기도한터이다.

소설속등장인물의캐릭터

『가시나무꽃이필때』에등장하는인물들은거의모두처음의캐릭터가끝까지그대로유지되는평면적인물(FlatCharacter)이다.이는이소설이매우극적인사건구조나구성기법을도입하지않았음을말한다.우리주변에서흔히볼수있는일반적인인물들이,객관적상식의수준을지키며작중에서움직이고있기때문이다.굳이처음과나중의성격이변화하는입체적인물(RoundCharacter)이있다면,큰아들강석훈정도다.그는원래괜찮은아들이었다가아내황복자를만나면서행악자로변하고,나중에모든것을잃고난다음에선량한마음을회복하는인물이다.그의변화에부응하여이소설은이해와화합의청신호를내걸게된다.

이소설에서일종의파격적인흥미를유발하는인물은큰아들강석훈의아내황복자다.욕심과심술이많은캐릭터이며,온갖악명을무릅쓰고빼앗은재산을두아들에게휘둘려다날리고병으로세상을떠나는팜므파탈(FemmeFatale)유형이다.작가의주변에실존하는인물인지,아니면상상력에의해축조된인물인지알수없으나,이소설에서가장독창적인개성을발양(發揚)하는인물이다.다음예문은그악녀황복자가나락으로떨어지는형편을보여준다.

제목의‘가시나무꽃’이가진유래는사뭇의미가깊다.다산정약용의저술『흠흠신서』에가시나무꽃에중독된죽음의일화가나오는데,그기록이형화중독(荊花中毒)곧가시나무꽃에중독되어사망한실화라는것이다.이가시나무꽃은독성이있지만꽃이피면그자체로서아름답다고한다.작가는이상징의의미를차용하여,형제들이서로독과가시를품고있었다해도꽃이피면그와상관없이아름다움만기억된다는,새로운의미화를시도했다.결국작가의창작의도는형제들이겪은그험난한기억을뒤로하고,다시마음을연화해와용서의미래를전제한것으로이해할수있다.거기에그많은곡절을넘어선가족애의힘이있고,그것이야말로이소설이우리에게전하는시사점이자교훈이라할수있겠다.

이처럼전정희의『가시나무꽃이필때』는,선이굵은줄거리에의지하기보다는세세한장면과구체적인심리묘사에중점을두는편이었다.따라서이야기의재미를따라가기보다,각기인물의내포적생각과감정적동향을잘보여주는문장이줄지어있다.이러한글쓰기의경향은전정희소설의성격적특성을이루면서,앞으로도이작가가이와같은창작경향의연장선상에서소설을생산해갈것으로짐작하게한다.

김종회문학평론가는해설에서“『묵호댁』에수록된단편소설들을통해보여준서사구성의능력,이야기의확산과재미의담보를가능하게한소설적가능성등을염두에두고보면,그는이미작가로서의기반을이룬원론적단련을거쳤으며더큰성장발전의내일을점치게한다.더욱이『하얀민들레』같은작품을통해증명한바,여성작가로서의감수성을십분활용한공감의세계는,향후그의소설이더많은독자와만나는유암(柳暗)하고화명(花明)한경계를열게할것”이라고평한다.

전정희작가가앞으로써내려갈작품들도더치열하고깊이있게소설적지평을확장해나감으로써,독자로하여금지속적으로좋은소설을만나는,화창한봄날같은기쁨을누리게해주길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