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를 읽는 밤

일리아스를 읽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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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액체 근대의 사랑과 상처의 가족시학
- 손수남 시집 『일리아스를 읽는 밤』
손수남 시인이 새 시집 『일리아스를 읽는 밤』을 작가 시인선으로 출간하였다.
저자 손수남 시인은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창신대 문예창작과와 방송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2년 거제선상문학제 백일장에서 장원을 수상하였고 같은 해 《호서문학》 우수작품상으로 등단했다. 고성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 경남문인협회 이사 및 고성재능시낭송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2016년 『니는 엄마가 죽어도 모르제』가 있다.

4부로 나뉘어져 총 65편의 신작시를 수록한 이번 시집 『일리아스를 읽는 밤』에서 손수남 시인은 여성성을 바탕으로 하는 가족시학의 리얼리티를 개인사적 체험으로 기술하되 그것을 보편성으로 끌어올리는 의미심장한 한 시적 성취를 이뤘다.
이상옥 시인(창신대 명예교수)은 “가족 테마의 이 시집은 한 여성의 생애를 관통하는 내밀한 기록이자, 동시에 동시대 여성들이 공명할 수 있는 집단적 서사를 생산해 낸다. 그는 어머니·할머니로서의 여성성을 액체 근대에서 어떻게 부딪치며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는지를 아프게 보여주고 있다. 이 시집 속에서 여성성은 두 가지 방향으로 드러난다. 하나는 자녀와 손자를 향한 끝없는 돌봄과 사랑의 힘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와 시댁에 대한 또 다른 정서의 양가성이다. 이 가족시학은 전통적으로 효, 가부장, 제도적 혈연으로 이해되어온 가족의 의미를 되물으면서 액체 근대에서의 여성의 몸과 감정을 통해 겪는 생생한 사랑과 상처의 리얼리티를 드러낸다”고 평한다.

따스한 봄볕 업고 도랑물 흐르겠다
도랑가 미나리꽝 화들짝 깨나겠다
어머니 봇도랑에 앉아 미나리꽝 여미겠다

도랑가 미나리꽝 나날이 푸르겠다
향 짙은 봄미나리 한소끔 데치겠다
식구들 두레상에 앉아 봄비보다 푸근겠다
- 「봄비」 전문

이 시는 봄비 내리는 봄날의 풍경과 어머니와 식구들의 정다운 모습이 투영돼 있다. 이 시가 단순히 계절의 풍경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사회 가족의 생활세계와 그 이상을 원형성으로 드러내는 데 주목해야 한다. 시 속의 봄비와 도랑, 미나리, 두레상은 단순한 자연이나 사물의 묘사가 아니라, 공동체와 가족이 함께 누리는 고체 근대 삶의 상징적 기호들이다.
어머니로 표상되는 전통사회의 원형성은 봄비에 젖은 미나리가 도랑가에 싱싱하게 돋아나는 모습으로 생명의 회복과 풍요의 약속을 담고 있으며, 그것은 곧 가족 공동체가 유지되는 삶의 바탕을 의미한다. 또한 "어머니 봇도랑에 앉아 미나리꽝 여미겠다"는 전통사회의 가족 질서를 집약한다. 봇도랑에 앉아 미나리를 다듬는 어머니의 모습은 단순한 노동 장면이 아니라, 가정을 지탱하는 근원적 존재로서 어머니가 가족의 밥상을 준비하는 상징적 행위이다. 여기에는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가족 공동체의 조화와 돌봄의 가치가 원형적으로 투영된다. 이 시는 봄이라는 계절적 배경 속에서 전통사회 가족의 원형적 이상을 되살린다. 봄비는 생명의 기원이자 공동체의 근원적 활력을, 어머니의 손길은 가족을 지탱하는 모성의 상징을, 두레상은 공동체적 삶의 합일을 드러낸다. 시인이 그려낸 봄날의 풍경은 전통적 가족의 원형성과 그 이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서정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전통사회의 원형성이 액체 근대의 등장과 함께 파괴됐고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손수남 시인은 여전히 이 시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자의식을 지니고 있다. 전통사회의 원형성을 세계관으로 지닌 시인은 오늘의 공동체적 가정의 균열을 드러내는 해체적 현대사회 속에서 그것을 복원하고자 하나 이미 시대 조류가 바뀐 새로운 패러다임의 현실 속에서 사랑하며 아파하고 고통하는 모성으로서의 여성성을 드러낸다.

시 「배경을 살다」에서는 고향동네 친구들 단톡에 올려진 초등학교 입학기념, 흑백사진 한 장을 에피소드로 과거를 회상하며 시인은 현재의 나를 본다. 반백 년이 더 지난 초등학교 입학기념 사진은 고체 근대의 한 상징이라고 해도 좋다. 가슴에 손수건 단 아이들이 교문계단에 횡렬로 서 있고 그들의 언니 오빠가 제 동생들을 감싸고 뒷줄, 보호자로 서 있는 모습은 바로 고체 근대의 질서를 잘 보여준다. 유동성과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오늘날과 달리, 고체 근대에서 가족은 인간 실존의 최초이자 최후의 방패였다.
손수남의 서정적 자아는 아직도 고체 근대의 포즈를 견지하고 있다. 그것은 초등학교 입학사진에서 그 원형성을 본다.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나는 저 조막만할 때부터 큰언니 큰누나라서 일찍부터 저 뒤에 있다”라고 고백한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의 배경이 돼주고자 했듯이,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의 시인 목소리로 “사는 것이 늘 누군가의 배경이다 그래,”라고 인정하고 있다.

바람이 불어 꽃이 피지만 바람이 불어 꽃이 진다
모든 생의 통증은 밤을 더욱 요란하게 흔드는 고요
밭은 숨소리 속 다시 영웅의 전쟁사가 시작된다
- 「일리아스를 읽는 밤」 부분

이번 시집에서는 고체 근대적 세계관을 지닌 손수남 시인이 액체 근대를 살아내며 빚어내는 사랑과 상처의 가족서사가 개인적 체험을 넘어 보편성을 확보하며 하나의 표상을 만들어내는 의의를 지닌다. 「일리아스를 읽는 밤」에서 손수남은 바람이 불어 꽃이 피지만 바람이 불어 꽃이 진다는 생의 역설을 환기하며 모든 생의 통증은 밤을 더욱 요란하게 흔드는 고요라며, 밭은 숨소리 속 다시 영웅의 전쟁사가 시작된다고 노래한다. 손수남은 「일리아스」를 읽으며 인간 존재의 유한성과 존재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성찰한다. 그것을 그의 이번 시집 속에서 여성성으로 가족시학을 그려낸 것이다. 가족서사에서 중점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일리아스」의 영웅들이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듯 생의 전장에서 인간 존재는 본질적으로 덧없음이 사라지는 존재라는 점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고체 근대로서의 세계관은 그 유한성 속에서 명예와 가치 있는 행위를 추구해야 하는 존재로서 분투를 보이는 동인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이번 시집에는 전반적으로 고체 근대의 세계관이 실존적 공간에서 성취되지 못하는 고뇌와 좌절과 탄식의 정서가 파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민과 화해의 포즈를 보이는 것은 「일리아스」의 영웅 서사와 같은 맥락이다.
「불면」과 「질겨진다는 것에 대해」에서 드러나는 손수남의 절망과 아픔은 「어머님 영전에」에서 사랑의 복원으로 극복되고 있다는 데에 주목해야 한다. 「아, 아버지-사망진단서」에서도 그렇다.

이처럼 손수남은 새 시집 『일리아스를 읽는 밤』에서 고체 근대적 세계관을 지니고 액체 근대를 살며 자신의 가치를 명예로 여기고 액체 근대에 저항하며 사랑과 상처의 가족서사를 그려내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인간은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로서 명예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액체 근대의 새로운 질서 속에 편입되어 전전긍긍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해서도 공감하며 이해하고 연민을 가져야 함을 잘 보여준다.
액체 근대의 사랑과 상처의 가족시학을 연민의 메타포로 승화한 손수남 시인의 서늘한 시의 행간을 거닐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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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손수남

저자:손수남
경남밀양에서태어나창신대문예창작과와방송대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다.2012년거제선상문학제백일장에서장원을수상하였고같은해《호서문학》우수작품상으로등단했다.고성문인협회회장을역임하고현경남문인협회이사및고성재능시낭송회장으로활동하고있다.시집으로2016년『니는엄마가죽어도모르제』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개오지의열정15
장구애비가돌아오는저녁16
가로등아래18
배경을살다20
참·새22
겨울가로수23
일리아스를읽는밤24
불면26
눈부시게환한봄날28
이사30
촉32
질겨진다는것에대하여34
꽃자리36
아버지의슬리퍼38
오래된가을40
뒤태환하다42
내가읽어야할세상44

2부
말·벌47
2019년49
봄전어50
이뿐인가인생이여52
장어탕한그릇의생각54
꽃다지겠다56
목어58
유혹60
당신을듣다61
사월62
더울때번진다64
가이아의가설66
속죄67
가을태풍콩레이68
격리된미륵산70
불치병72
오동나무에들다74

3부
가을장마79
짝80
물의길82
할머니라는이름84
서울로간나비86
역사88
핸들이서쪽으로꺾이다90
참낯설다92
역귀성94
삼대96
부탁한다98
생략된이야기100
어머님영전에102
거미가족이야기104
사량圖106
봄비108

4부
욱여넣은말111
이명에들다112
내그림자의배후를아십니까114
통제영의봄116
머위쌈118
미운다섯살120
이바지음식121
발가락이닮았다122
고모124
섭리126
11월의서정128
속눈썹이긴현이130
고비를넘다132
아,아버지134
어느장군의무덤136

해설/액체근대의사랑과상처의가족시학_이상옥138

출판사 서평

따스한봄볕업고도랑물흐르겠다
도랑가미나리꽝화들짝깨나겠다
어머니봇도랑에앉아미나리꽝여미겠다

도랑가미나리꽝나날이푸르겠다
향짙은봄미나리한소끔데치겠다
식구들두레상에앉아봄비보다푸근겠다
―「봄비」전문

이시는봄비내리는봄날의풍경과어머니와식구들의정다운모습이투영돼있다.이시가단순히계절의풍경을묘사하는데그치지않고,전통사회가족의생활세계와그이상을원형성으로드러내는데주목해야한다.시속의봄비와도랑,미나리,두레상은단순한자연이나사물의묘사가아니라,공동체와가족이함께누리는고체근대삶의상징적기호들이다.
어머니로표상되는전통사회의원형성은봄비에젖은미나리가도랑가에싱싱하게돋아나는모습으로생명의회복과풍요의약속을담고있으며,그것은곧가족공동체가유지되는삶의바탕을의미한다.또한"어머니봇도랑에앉아미나리꽝여미겠다"는전통사회의가족질서를집약한다.봇도랑에앉아미나리를다듬는어머니의모습은단순한노동장면이아니라,가정을지탱하는근원적존재로서어머니가가족의밥상을준비하는상징적행위이다.여기에는어머니를중심으로한가족공동체의조화와돌봄의가치가원형적으로투영된다.이시는봄이라는계절적배경속에서전통사회가족의원형적이상을되살린다.봄비는생명의기원이자공동체의근원적활력을,어머니의손길은가족을지탱하는모성의상징을,두레상은공동체적삶의합일을드러낸다.시인이그려낸봄날의풍경은전통적가족의원형성과그이상성을상징적으로보여주는서정적기록이라할수있다.
문제는이런전통사회의원형성이액체근대의등장과함께파괴됐고파괴되고있다는사실이다.그럼에도손수남시인은여전히이시속에등장하는어머니의자의식을지니고있다.전통사회의원형성을세계관으로지닌시인은오늘의공동체적가정의균열을드러내는해체적현대사회속에서그것을복원하고자하나이미시대조류가바뀐새로운패러다임의현실속에서사랑하며아파하고고통하는모성으로서의여성성을드러낸다.

시「배경을살다」에서는고향동네친구들단톡에올려진초등학교입학기념,흑백사진한장을에피소드로과거를회상하며시인은현재의나를본다.반백년이더지난초등학교입학기념사진은고체근대의한상징이라고해도좋다.가슴에손수건단아이들이교문계단에횡렬로서있고그들의언니오빠가제동생들을감싸고뒷줄,보호자로서있는모습은바로고체근대의질서를잘보여준다.유동성과불확실성이일상화된오늘날과달리,고체근대에서가족은인간실존의최초이자최후의방패였다.
손수남의서정적자아는아직도고체근대의포즈를견지하고있다.그것은초등학교입학사진에서그원형성을본다.시인은어린시절부터“나는저조막만할때부터큰언니큰누나라서일찍부터저뒤에있다”라고고백한다.어린시절부터친구들의배경이돼주고자했듯이,지금도그생각에는변함이없다.현재의시인목소리로“사는것이늘누군가의배경이다그래,”라고인정하고있다.

바람이불어꽃이피지만바람이불어꽃이진다
모든생의통증은밤을더욱요란하게흔드는고요
밭은숨소리속다시영웅의전쟁사가시작된다
―「일리아스를읽는밤」부분

이번시집에서는고체근대적세계관을지닌손수남시인이액체근대를살아내며빚어내는사랑과상처의가족서사가개인적체험을넘어보편성을확보하며하나의표상을만들어내는의의를지닌다.「일리아스를읽는밤」에서손수남은바람이불어꽃이피지만바람이불어꽃이진다는생의역설을환기하며모든생의통증은밤을더욱요란하게흔드는고요라며,밭은숨소리속다시영웅의전쟁사가시작된다고노래한다.손수남은「일리아스」를읽으며인간존재의유한성과존재의의미를근본적으로성찰한다.그것을그의이번시집속에서여성성으로가족시학을그려낸것이다.가족서사에서중점적으로드러나는것은「일리아스」의영웅들이전장에서피를흘리며쓰러지듯생의전장에서인간존재는본질적으로덧없음이사라지는존재라는점이다.그런가운데서도고체근대로서의세계관은그유한성속에서명예와가치있는행위를추구해야하는존재로서분투를보이는동인으로작동한다.그러나이번시집에는전반적으로고체근대의세계관이실존적공간에서성취되지못하는고뇌와좌절과탄식의정서가파다하다.그럼에도불구하고연민과화해의포즈를보이는것은「일리아스」의영웅서사와같은맥락이다.
「불면」과「질겨진다는것에대해」에서드러나는손수남의절망과아픔은「어머님영전에」에서사랑의복원으로극복되고있다는데에주목해야한다.「아,아버지-사망진단서」에서도그렇다.

이처럼손수남은새시집『일리아스를읽는밤』에서고체근대적세계관을지니고액체근대를살며자신의가치를명예로여기고액체근대에저항하며사랑과상처의가족서사를그려내었다.그런가운데서도인간은누구도죽음을피할수없는존재로서명예롭고의미있는삶을살아야하지만,액체근대의새로운질서속에편입되어전전긍긍하는타인의고통에대해서도공감하며이해하고연민을가져야함을잘보여준다.
액체근대의사랑과상처의가족시학을연민의메타포로승화한손수남시인의서늘한시의행간을거닐어보자.

시인의말

놀다가멀어지는바람이듯

모였다흩어지는구름이듯

맺혔다스러지는이슬이듯

소용돌이돌아나는물이듯
-2025년가을,손수남

책속에서

고향동네친구들단톡에
초등학교입학기념,흑백사진한장이까톡올라왔다
가슴에손수건단친구들,교문계단에횡렬로서있고
그들의언니오빠가제동생들을감싸고뒷줄,보호자다
열살도더차이나는큰언니큰오빠들이다
조막만한친구들얼굴은알아볼수없고
뒷줄의언니오빠랑맞춰봐야제대로알아볼만큼
반백년이훨씬지난사진이다
영미,갑수,원,순조,호태,
야,나는와없노묻기가무섭게
뒤에서있네,와르르답이온다
언니오빠들도뒤,두계단더
배경처럼뚝떨어져포청천같은
저아이,내아니다
니랑똑같다,뭐또와르르질책이쏟아진다
그럼,나는왜저뒤에다혼자세웠는데,따져물었다
넌맏이잖아홀로서기잘하잖아ㅋㅋ,하고답이왔다
저들,언니오빠를대신해위로를핑계로변명을해온거다
사진으로유전자검사를할수도없어그땐그렇게내가졌다

위로는스스로하는것이다
나는저조막만할때부터큰언니큰누나라서일찍부터저뒤에있다
꽃피는봄이가고녹엽도가고
어느새낙엽지고으스스바람이분다문득,
나도내가그립다
내가인정하지않으려했던그사진을꺼내찬찬히들여다본다
사는것이늘누군가의배경이다그래,
―「배경을살다」전문」,본문34쪽

실비같이가는분홍발가락을오므리고참새한마리
벽·벽·벽교실유리벽을깨다
할딱할딱숨을고른다,어쩌다여길들어와

나는참,,,,,,새

아이들은내가참새라는걸몰라,보여줘야해

눈한번질끈감고유리벽째잭깨봐
훤하게보이는바깥세상째재잭나가봐,창밖
그건아니야자주달개비꽃우야꼬우야꼬목을빼고,창안
여긴아니야참새한마리파닥파닥목을꺾는후회

비는그치고,아이들걱정만하다우르르몰려나간점심시간

자꾸만도돌이표를찍는생각,암만해도나는참새
―「참·새」전문,본문3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