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제26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작품집

2025년 제26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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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25년 제26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작은 백지은 평론가의 「마음대로 사는 사람아」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2000년에 ‘젊은평론가상’을 제정한 이후 우리 비평의 현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개성적인 목소리를 유지하고 있는 평론들에 주목해 왔다. 더불어 2011년부터는 기왕에 출판된 평론집을 대상으로 선정하던 방식을 직전 년도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평론들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젊은평론가상 자체의 현장성과 동시대성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이 상은 그간 우리 문단의 대표적인 젊은 평론가들의 활동에 작지만 강렬한 응원을 보냄으로써 문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중요한 통로이다.
2024년 한 해 동안 각 문예지에 발표된 평론들 중에서 젊음의 열정과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 평단에 새로운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 우수한 작품들을 선정해 이렇게 『2025년 젊은평론가상 수상 작품집』을 내놓게 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평론들에는 동시대 우리 문학의 다양한 모습들과, 그에 반응하면서 우리 문학을 조명해가는 평론가들의 치열한 고민과 문제의식이 뚜렷이 담겨 있다. 2024년도 한국문학의 새롭고 다기한 특성들을 음미해보고 역동적인 현장성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실린 평론들은 섬세한 시선과 다양한 목소리로 우리 문학이 발표되고 소통되는 현장을 점검해 보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그렇듯 젊은평론가상의 수상작품 선정 과정은 비평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문제의식과 또 그에 걸맞는 비평적 성과들로 인해 치열한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역시 오랜 논의 끝에 백지은 평론가를 제26회 젊은평론가상 수상자로 결정하였다.
백지은 평론가는 2007년 《세계의 문학》 평론 부문에서 신인상을 받으면서 문학평론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목하면서 그 모순에 침묵하지 않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누구보다도 예민한 시선을 공유하고자 하는 그는 『독자시점』, 『건너는 걸음』 등의 평론집을 통해 우리 시대 문학의 의미를 탐색하는 비평적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는 평론가이다. 평론에세이로 이름 붙인 『그때 그 말들』은 이같은 그의 비평적 감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번 수상작으로 결정된 평문 「마음대로 사는 사람아」는 김화진의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를 ‘마음’에 주목하면서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는 글이다. 여기에서 백지은은 ‘마음’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실체적인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일종의 ‘매체’로 보고 있다. 이같은 수많은 마음들이 상호 연결되고 조절되면서 펼쳐지는 세계의 모습으로서 김화진 소설 작품의 특이성을 분석하면서, 결국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관계망에 사회적 구성물인 동시에 개인적 자율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마음’을 겹쳐두고 있다. 이는 사회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의 비평적 감수성을 다시 한 번 명확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그의 비평적 관점은 소설 구성적 원리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함께 사회적 억압이 내면화되는 현실 속에서 소설읽기를 통한 자율성이라는 의미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의 비평적 행보와 평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비평적 성과는 우리 문학의 가치를 보다 확산시키는 한편, 평단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2025년에도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좋은 작품을 선정하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백지은 평론가에게 축하를 드린다. 그가 보여준 비평 작업이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욱 의미있는 세계를 구축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1971년도에 창립된 이후 지금까지 한국문학의 현장에서 문학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본 협회는 앞으로도 깊이 있고 활달한 논의를 통해 한국문학비평과 문학 전반의 생산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
저자

백지은,김보경,박다솜,박동억,이은지,이희우,장은영,전청림,최선교,하혁진

저자:백지은

저자:김보경

저자:박다솜

저자:박동억

저자:이은지

저자:이희우

저자:장은영

저자:전청림

저자:최선교

저자:하혁진

목차

042025년제26회젊은평론가상취지서

수상작
10백지은_마음대로사는사람아

후보작
24김보경_경이의세계,시라는경이
54박다솜_너를먹이는것이나의존재방식―돌봄의숭고함과모성정체성의결탁
72박동억_SF시란무엇인가
102이은지_문학의(이중의)정치―문학의민주주의에서문학의공화주의로
124이희우_매력의두문제―매력의경제와감성적배움
156장은영_부서진신체들이우리앞에떠오를때―최세라,김사이의노동시에대하여
186전청림_막과틈의야생―젠더화된채굴주의와사물의시간
218최선교_갱신하는말,다시쓰는미래―세월호참사10주년과새로운시적시도들
238하혁진_멸망이후의에피파니―영매가된주체들

268제26회‘젊은평론가상’심사경위및심사평

272작품출전

출판사 서평

심사경위

백지은평론가는2007년《세계의문학》평론부문에서신인상을받으면서문학평론가로서활동을시작했다.한국사회의변화를주목하면서그모순에침묵하지않고동시대를살아가는독자들에게누구보다도예민한시선을공유하고자하는그는『독자시점』,『건너는걸음』등의평론집을통해우리시대문학의의미를탐색하는비평적글쓰기에매진하고있는평론가이다.평론에세이로이름붙인『그때그말들』은이같은그의비평적감수성을잘보여주고있다.

이번수상작으로결정된평문「마음대로사는사람아」는김화진의소설집『나주에대하여』를‘마음’에주목하면서상세하게분석하고있는글이다.여기에서백지은은‘마음’이보이지않으면서도사람들사이에서는실체적인무엇인가를주고받는것이가능하게만드는일종의‘매체’로보고있다.이같은수많은마음들이상호연결되고조절되면서펼쳐지는세계의모습으로서김화진소설작품의특이성을분석하면서,결국작품속등장인물들의관계망에사회적구성물인동시에개인적자율성의성격을가지고있는‘마음’을겹쳐두고있다.이는사회적변화에민감하게반응하는그의비평적감수성을다시한번명확하게보여준다.나아가그의비평적관점은소설구성적원리에대한새로운관점과함께사회적억압이내면화되는현실속에서소설읽기를통한자율성이라는의미로나아간다는점에서평가할만하다.

그의비평적행보와평문에서확인할수있는비평적성과는우리문학의가치를보다확산시키는한편,평단을더욱풍요롭게만들수있을것이라고믿으며이작품을수상작으로선정했다.2025년에도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좋은작품을선정하게되어기쁜마음으로백지은평론가에게축하를드린다.그가보여준비평작업이이번수상을계기로더욱의미있는세계를구축해나갈수있기를바란다.

책속에서

그런데이‘마음대로’사는것이야말로좀보편적인일인것같다.누구나마음대로살수있다.인생이내마음대로흘러간다는뜻이아니라내가스스로내마음을움직이고지키고달래고키우면서내인생으로끌고간다는뜻이다.인간을능가하는어떤생물에도기계에도시스템에도이마음만큼은깃들수없음을근거로여전히인간종의자부심을느끼고싶다면우리는다만‘마음대로’살아야만하는지도모른다.마음이인간이라는종의진화를위해특별히창조주가내려주신은총이라서가아니다.제마음대로자기경험을설계해온인간은마음을제속에가둔게아니라제바깥의개체,환경,사물등에의탁하고확장하여더멀리,더복잡하게연결되어왔기때문이다.그리고앞으로는인간의머리가할수있는모든일을또다른지능과함께처리하며살아보려는쪽으로진화의방향이잡힌듯도하다.다만아직그지능에는,피가돌고숨이차는몸을먼저계산하는생존본능이없으니,오늘도우리는마음대로살면될일이다.
-「마음대로사는사람아」(백지은)중에서,본문20쪽

시가되는순간들은무엇이며,우리는시를읽고무엇을느끼며시로부터무엇을배우는가?나는이질문에대한하나의대답으로서‘시적경이’라는개념을제안해본다.시적경이는아메드가제시한‘경이’라는개념에서착안한것으로,그에따르면‘경이’란주체가어떤대상을마치처음조우하는것과같은감정을의미한다.8나는‘경이’가시를통한미적체험을설명해줄수있는개념이자인식론적,윤리적,미적차원에두루걸친의미와역량을지닌감정이라고본다.구체적으로이하에서살펴볼신이인,한연희,임유영의시는그러한체험적역량을발휘할뿐더러경이라는개념을정교화하는데도움을준다.시적경이는인간중심주의에대한공회전하는논의를새로운방향으로틀가능성을보여주는개념이자,지구상의거주가능성이위협당하는동시대현실에서세계와세계내인간·비인간타자들과의관계를재건하는데필요한감정적자원이될수있을것이다.
-「경이의세계,시라는경이」(김보경)중에서,본문28쪽

라캉의주체가‘충족된욕구와불충족된욕망’의상태라면,백은선의시에서는반대로‘불충족된욕구와충족된욕망’의상황에주체가놓여있다.라캉의아이는원하던귤을받았으나이것이사랑의표현인지확신할수없었다면,「숨은귤찾기」의이선은원하던귤은받지못했으나확고한사랑을받았다.내가원하는것을주지는않지만혹은내가원한적없는것을주지만,분명한사랑으로써그렇게하는모성은이과잉된사랑-희생을통해스스로의정체성을수립하고있는것은아닐까?가령독립한자녀에게1인가구로서는도저히감당불가능한분량의반찬을떠안기는낯익은엄마의모습은분명자녀에대한엄마의사랑을압축하는한장면이지만,엄마자신에대한엄마의사랑이포착되는순간이기도하다.엄마의음식은가족을먹임으로써스스로의쓸모를재확인하는주체화작용의일환인까닭이다.그러므로「숨은귤찾기」에서아침이되어눈을뜬이선이심장(즉,엄마의사랑)을의연히거부하고다시귤을찾을때‘희생적모성애의주체’로의승인을거부당한시의화자는기어이상처받을것이다.
-「너를먹이는것이나의존재방식 ̄돌봄의숭고함과모성정체성의결탁」(박다솜)중에서,본문62-63쪽

캐서린헤일스는현실에기초하는전통적소설과달리가상의시공간에기초하는SF문학의서사를‘정보내러티브’라고부른바있다.이때정보내러티브는물질적시공간이아니라신체와사이버스페이스사이에서정보를교환하는‘패턴’이곧서사를이룬다.헤일스의독창적주장은정보와접촉하고수용하며이해하는패턴자체가곧우리의신체를인식하는방식을재구성한다는것이다.기술문명이발전한시대에“패턴은현존을압도하”는것이다.느슨하게,이원의시는SF적이라고말할수있다.SF시는SF소설처럼정보내러티브를서사화하는장르는아니다.그러나SF시는정보내러티브의본질적인‘패턴’을형상화한다.이원의시는신성성이파괴된신체,정보를받아들이는‘주유구’로전락한신체를표현한다는점에서절망적정동으로주조된신체적패턴을그려낸다고할수있다.
-「SF시란무엇인가」(박동억)중에서,본문83쪽

그러므로광장에대한논의에서보다구체화되어야하는지점은아무도배제하지않는광장이란존재할수없을뿐아니라엄밀히말해광장이라고할수없다는것이다.광장이모두에게열려있는것은맞지만이는모두의뜻을하나로모으기위함이아니라오히려각자의배타적이익을공적으로드러내경합하고갈등하게하기위함인것이다.광장은단하나의광장이아니라매번다른맥락을통해영원히유동하며갈라지는무수한광장‘들’을향해열려있다.정치공학상건전한광장이란각자의이익에‘눈먼자’들의광장이며그들의사적인이익이의식화되고사회화될수있는,즉그들의이익의경중이나상하관계를따지는세간의가치판단으로부터완전히자유로운열린공간인것이다.
-「문학의(이중의)정치―문학의민주주의에서문학의공화주의로」(이은지)중에서,본문113쪽

매력은대상의영향력에종속되는것이고,아름다움은주체의자유로운능력들사이의조화이다.즉매력과아름다움의분리는대상과주체의근대적분리와맞물려있다.마찬가지로계몽은대상에의의존이나종속에서벗어날수있는자유로운주체를전제한다.또주체의자유로운능력들사이의‘일치’,즉미적공통감각은지적공통감각과도덕적공통감각의근거이다.“능력들간의규정되지않은자유로운일치는다른모든일치의근거이자조건이다.달리말해서미적공통감각은다른모든공통감각의근거이자조건인것이다.”
-「매력의두문제―매력의경제와감성적배움」(이희우)중에서,본문129쪽

불안정성을강요받는노동자의삶이분열,고립된채죽음에노출되어있고,노동하는신체와정신의변형과기형화가광범위하게확산되는이상징후를문학이포착하고있다면그구체적양상을살피는일은비평에주어진최소한의역할일것이다.이글에서살펴볼최세라의『콜센터유감』(도서출판b,2022),김사이의『가난은유지되어야한다』(아시아,2023)는불안정노동이초래하는분절된삶의감각과신체의변화에대한기록이자신자유주의적차별과불평등이파괴하는삶에대한증언이다.특히여성노동자의발화가두드러진두시집은가이스탠딩이말한바처럼불안정임금노동에진입하는여성의증가가프레카리아트시대의특징적경향으로나타나는현실을반영하고있다.
-「부서진신체들이우리앞에떠오를때―최세라,김사이의노동시에대하여」(장은영)중에서,본문159쪽

채굴주의란자본주의적환경이전지구적수요에부응해자연과자원을가속화된방식으로추출하는것을의미한다.경제성장과산업혁명에따라추출해야할자원이다양해지면서채굴은여러의미에적용되고,그에얽매인권력과자본의문제또한더욱복잡해진다.또한채굴은실제자원의고갈뿐만아니라가상의자원을태워자연이다른방식으로존재할가능성마저파괴하는잠재적인위협또한포함한다.간략하게정리해본다면①석유,광물,토양,금속,동·식물등자연의제한없는추출,②제국주의의식민화와인간노동의노예화,③AI학습을위한데이터추출및비트코인채굴,④플랫폼노동,비물질노동의팽창과초국가적돌봄채굴주의,⑤테라포밍과우주자원개발욕망을채굴주의의예로들수있다.
-「막과틈의야생―젠더화된채굴주의와사물의시간」(전청림)중에서,본문189-190쪽

세월호참사당일선내에방송되었던‘가만히있으라’는말은국민을보호할의무가있는주체들의직무유기와무능해서악하기까지한행정편의주의로부터태어났으며,국민의생명과안전을보장해야하는국가와시스템이붕괴하였음을증명한문장이다.이시는바로그문장에서시작한다.그러나울분이나좌절혹은작위적인풍자의뉘앙스조차좀처럼드러내지않고‘가만히’라는말을지독하게반복한다.심지어유머가가미된문체로‘가만히’라는말을되풀이하고변주함으로써‘가만히’의의미를자동반사적으로연결되는부정성의맥락으로부터자유롭게만들고자한다.이러한말하기는‘가만히있으라’라는말을단순히탈정치화하려는시도일까?그것만은아니다.이시의반복적말하기는권력주체에의해발화되고,의미가부여되고,맥락이고정된말을다성적으로전유하면서결론적으로발화주체의권력에서벗어나고자하는첨예하고영리한투쟁이다.
-「갱신하는말,다시쓰는미래―세월호참사10주년과새로운시적시도들」(최선교)중에서,본문229쪽

최근시의주체들은영혼과인간을매개하는영매처럼,인간의인식과언어로환원되지않는기이하고낯선타자를향해자신의존재를열어두고있다.그들은멸망한세계의가장자리에서예측할수없는타자와만난다.폐허속에현현하는번역할수없는목소리는멸망이후의에피파니다.잊지말아야할것은그러한만남의한쪽끝은언제나인간이었고,앞으로도인간이라는점이다.서두에서언급했듯2020년대의시적주체는타자없이존재할수없고존재한적없는자신의근원적조건을절실히깨닫는중이지만,그것이곧주체의지위를포기하는것을의미하지는않는다.인간에비해훨씬광범위한시공간에분포하는객체들은‘인간=세계’가아님을깨닫게하지만,그렇다고해서인간이인간의자리를손쉽게포기할수없는것과마찬가지다.요컨대“무한한힘의인식과무한한사물들의존재사이에서발생하는비대칭의감각”은인간을“생물권이라불리는거대한개체내부”에새롭게“발붙이고서있게”하지만,그순간에도인간은인간의두발로서있을뿐이다.물론우리에게는이러한한계를슬퍼할겨를조차없다.
-「멸망이후의에피파니―영매가된주체들」(하혁진)중에서,본문264-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