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21-5

$15.00
Type: 현대시
SKU: 9791194366911
Description
풀벌레의 합창과 고요가 버무려지는 순간
별밤과 나는 보물창고에 갇힌다
밝은 눈과 맑은 마음의 대위법
─ 윤석광 디카시집 『21-5』


수학교사 출신 윤석광의 디카시집 『21-5』이 도서출판 작가의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32번으로 출간되었다.
저자 윤석광은 35년간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재직하고 명예 퇴직하였다. 이후 생활도예과에 입학하여 공부한 후 도자기 공방 〈소소(小少)〉를 운영하고 있으며, 배낭여행으로 세계 50여 개국을 다닌 배낭여행 마니아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는 시니어연기모델학과에 재학 중인 열혈 학도이다. 이러한 다양한 체험과 경력들이 윤석광의 디카시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그는 현재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남 양산지회의 임원을 맡고 있다. 그동안 윤석광은 〈명성문화예술센터〉 디카시백일장, 〈이병주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달성 시로 물들이다〉 다카시공모전 등을 거쳐, 〈봉황대 마타리꽃 문학상〉 디카시 최우수상, 그리고 〈경북문경연가〉 디카시공모전 금상을 수상하였다.

일찍이 『논어』 〈양화편〉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시를 공부하지 않느냐. 시는 감흥을 돋우고 세태를 관찰하게 하며 대중과 어울려 즐거워하게 하는 동시에, 가까이로는 부모를 잘 섬기게 하고 멀리로는 군주를 잘 섬기게 한다. 뿐만 아니라 조수초목(鳥獸草木)의 이름을 많이 배우게 한다.” 이 가르침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조수초목’의 이름을 많이 아는 것이 곧 시를 잘 쓸 수 있는 필요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윤석광의 디카시에 등장하는 만상(萬象)의 다층적인 모습이 그가 종내 디카시인일 수밖에 없는 전제조건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장황한 언사가 동원된 까닭은, 그와 같이 보다 확장된 시선으로 이 시집에 수록된 디카시들을 살펴보자는 뜻에서다.
저자

윤석광

저자:윤석광
고등학교수학교사35년재직후명퇴
생활도예과2년졸업후도자기공방‘小少’운영
세계50여개국배낭여행
시니어연기모델학과1학년재학중
양산디카시인협회부회장
제2,3회명성문화예술센터디카시백일장전국공모동상
2024이병주문학관전국디카시공모장려상
제6회‘달성,시로물들이다’전국디카시공모우수상
제2회봉황대마타리꽃문학상디카시부문최우수상
제1회경북문경연가디카시공모전금상수상
그외다수공모전입상

목차

시인의말

제1부봄바람났다
4월,짧은연극·14
가족이라는풍경·16
고민되네·18
독야홍홍(獨也紅紅)·20
내일은·22
무아지경·24
바람의초상(肖像)·26
애섧은사랑·28
연가(戀歌)·30
우리사이·32
울매·34
은하수·36
이웬수같은·38
일두화·40
초혼(招魂)·42

제2부더위는보물창고다
21-5·46
Comedy·48
둔갑·50
그리움이머무는집·52
단장(斷腸)·54
마음에비가내린다·56
반목·58
순례자·60
숨죽인기다림·62
오늘저녁은따뜻하다·64
이산(離散)·66
작은기도·68
전당포·70
찜통더위·72
첫출근·74
침묵의바다에서·76

제3부그해가을맛은달았다
EndlessLove·80
노을맛·82
늦깎이·84
경청·86
미녀와야수·88
범칙금·90
살아간다는것·92
술래잡기·94
시간의주름·96
열애·98
이주노동자·100
인생은타이밍·102
일탈·104
자연애·106
포행(布行)·108
혼돈의시간·110

제4부꿈은언제나지금부터시작이다
03122024절규·114
감옥·116
견불생심(見佛生心)·118
귀천(歸天)·120
당랑거철·122
묵은온기·124
봄의길목에·126
부엉이방구·128
손톱달과사랑·130
승무(僧舞)·132
신(神)의선물·134
애기섬·136
저항·138
친구·140
파수꾼·142

해설/밝은눈과맑은마음의대위법_김종회·144

출판사 서평

가족또는친인의관계성고찰
세상모든일은관계로부터시작된다.사람과사람의관계곧인간관계(Humanrelations)가행복의지표를좌우한다는논의는오래된정설이다.1부에실린윤석광의디카시들은주로이와같은관계의문법,특히가족이나친인(親姻)의그것에관심이많다.「고민되네」에서는고양이의눈을빌려친족간의확인문제를,「애섧은사랑」에서는도로변남녀의조형물을통해애달프고서러운연모의정을나타낸다.

바다가잠시물러난자리
옹기종기행복을캔다

칠게의놀이터에앉아
시간이라는조개껍질을열면
반짝이는건함께하는소중함
-「가족이라는풍경」

넓은갯벌의풍경을보면인용된사진은서해안어디가아닐까싶다.그썰물의시간‘바다가잠시물러난자리’에일가족일듯한일군의사람들이무엇인가를캐고있다.시인은이광경을두고‘옹기종기행복을캔다’라고적시(摘示)했다.그리고그자리를일컬어‘칠게의놀이터’라명명(命名)했다.칠게는갑각류바닷게의한종류다.이들에게칠게나같은자리의조개등이무엇에소용될지는잘모르겠으되,시인은거기에식용이나판매용같은계산된수식어를가져다두지않았다.그와함께‘시간이라는조개껍질’을열면‘함께하는소중함’이반짝인다는것이다.함께하는시간을이보다더절실하게표현하기는어려울터이다.

눈물일까꽃물일까젖어드는마음자락
말이없는고모산성꽃바람길열어주니
기다리는님의마중걸음걸음사뿐사뿐
견우직녀해후하듯버선발로맞이하네
-「연가(戀歌)」

이디카시는경북문경디카시공모전에서금상을받은작품이다.고색창연한빛깔로남아있는오래된축성築城의담벽길을따라,한여인의편안한걸음이눈에들어온다.연초록잎새와들풀,연분홍꽃잎이살아있는정경을보면아직어느봄날의시간이다.사진은전체적으로부드러운조화를이루어‘연가(戀歌)’라는시의제목과무리없이어울린다.이시는시적언술을읽기이전에사진만으로도좋은평점을얻었다.시의첫머리는‘눈물일까꽃물일까젖어드는마음자락’이라고시작된다.문경의고모산성이면삼국시대경상북도북부의관문이었던신라의성곽이다.시인은이시의이미지그리고여인의걸음을두고‘님마중’이라고보았다.물론그러기에연가이기도하다.

풍경과심경사이,길의원근법과시선
풍경을반사하는마음의저변에는자연에반응하는각자자기방식의패턴이있다.윤석광의디카시에는이러한풍경과심경의상호조응과그현현(顯現)의방식이잘수렴되어있다.2부의시들중「21-5」는이시집의표제가된작품이며,‘행복쉼터’와‘멀티언어예술’을성립시키는방정식을풀어보인다.그가오랜기간수학교사였다는사실을소환할만큼정교해보이지만,답안은결국자연친화의사상이다.그런가하면「침묵의바다에서」는아마도버들마편초인듯한꽃이사막앞에넓게펼쳐진풍경을바라보며그무언(無言)의말을심경에담아낸다.

막걸리한잔에너털웃음
잔소리한번없으시던
아버지의생전한마디

자고로남자는
듣는귀가있어야해
-「경청」

석재담에연이은목재대문이다.그대문의얼굴이꼭사람의얼굴을닮았다.이러한형상자체가쉽지않은형국이겠으나,시인은거기서세상떠난아버지를환기했다.사정이이렇게되면눈앞의풍경이가슴속의심경에육박하는것은그다지어려운국면이아니다.그아버지는‘막걸리한잔에너털웃음’의소박한품성으로짐작되고,생전에‘잔소리한번없으시던’자애로운인품으로여겨진다.그런데그어간(於間)에촌철살인의한마디가살아있다.‘자고로남자는듣는귀가있어야’한다지않는가.이‘경청(敬聽)’이라는성품을익히고있다면,그는안에서나밖에서나볼품있는인격자다.대문의얼굴에서아버지의훈도(薰陶)를도출할수있다면,이시인은좋은눈과귀를동시에가진셈이된다.

이처럼윤석광은이디카시창작의문맥을익히알고있고,그러한연유로이시집3부의시들이대체로그와같은경로를따라산출되었다.「EndlessLove」는역사의갈피가운데서윤심덕의〈사의찬미〉를불러내고,그처연한환경을바탕으로집중하여사랑고백의언어를내놓았다.「포행(布行)」에서는그제목의뜻대로승려들이참선을하다가잠시방선(放禪)하여한가로이거니는장면을대상으로하여‘마음따라걷는길’이란주제어를도출했다.

바람은파도를등에업고
어둠은빛을밀어낸다

자연이만들어낸태초의무늬
난수표같은다대포의흥얼거림

선홍색낙조가황혼을노래하다
-「시간의주름」

인용의사진은좀처럼보기드문광경을연출했다.겉보기로는어느바닷가모래사장에들어오고나가는바닷물이잔류하여기묘한지형을이룬곳이다.시간대로는노을이지고있는때이며,그래서가까운곳과먼곳의배색(配色)이환상적인그림으로드러난다.시인은여기에‘시간의주름’이라는자못고상하고과감한제목을붙였다.그가관찰하기에이는‘자연이만들어낸태초의무늬’같으며,‘난수표같은다대포의흥얼거림’이다.아,그러고보니여기는부산사하구의다대포해안이다.시인은이‘선홍색낙조’가‘황혼을노래’한다는활유법을적용했다.이처럼초점이강한사진을선택하고이처럼강렬한시적언술을부가하였기에,이시는참으로주목할만하다.

길과기다림과만남의방정식
로버트프로스트의시「가지않은길」은,길에대한모든시의선두에서있다.두갈래길가운데하나를선택하는것이,우리인생의선택그리고그에따른곡절과뒤이은여운을함께상징하기때문이다.디카시인은언제나이와같은선택의기로에서있다.어떤영상을렌즈에담을지,그영상기호에부합하는문자기호가어떤형용이어야할지끊임없이고민하기때문이다.이시집4부에서볼수있는시들은,이러한상황을노래한것이많다.시인에게있어풍경으로서의길은곧인생길의상징이요,그길에연동하여곡진(曲盡)한기다림과운명적만남의장면들이연출되기도한다.「03122024절규」는하늘에길을낸구름의모형에서‘속전속결’의길찾기를,「귀천」에서는하늘에걸린양피(羊皮)모양의구름에서아버지에대한그리움의존재양식을보여준다.
「봄의길목에」는늦겨울에서초봄으로가는길목이다.그가보기에‘기다림은새로운시작’이어서,이새의작은부리하나에도봄이매달린다는것이다.이처럼그의디카시는범상한일상속에서비범한사유(思惟)를일깨웠다.

가슴을훔치는아미
발그레한볼
너는내마음의보석상자

한그루가로등되어
그사람을마냥기다립니다
-「손톱달과사랑」

황혼에서밤으로가는시간대의해안길인것같다.서녘하늘에아직짙은모색(暮色)이남았는데,도로변의가로등에는불빛이들어왔다.칠흑으로검은바닥에서올려다보면,저멀리중천에‘손톱달’이걸려있다.이시간과공간을포착하기가결코쉬운일은아니었을것이다.문제는이독특한환경적장치위에서손톱달이의미하는‘사랑’이라는개념의정체다.굳이손톱달인것은,초승달이나그믐달같이손톱의끝부분처럼가느다란모양으로이지러진달이라는그원의(原義)에시적의미를잇대어보이기에그렇다.시인은여기에‘가슴을훔치는아미’이자‘발그레한볼’의관념을불러온다.더나아가아주과감하게‘너는내마음의보석상자’라고언표(言表)했다.그리고그가선자리는‘한그루가로등’이있는곳,마냥기다림의자리다.
〈시인의말〉에서말을빌리면,그에게시쓰기는〈쉬울수록어려워지는시의공간〉에서의활동이었다.그는‘아픈만큼의성숙’으로,‘하얀눈밭에첫발을내딛는심정’으로시를쓴다고했다.시인의이고단하고행복한디카시창작은앞으로도연면히이어질것이다.우리가함께이름을붙인가족또는친인의관계성고찰,풍경과심경사이,길의원근법,시선을집중하면보이는것들,그리고길과기다림과만남의방정식등의주제들도여러모형의시를통해다시만나게될것이다.앞으로묵묵히걸어갈그의디카시의세계가그자신에게는물론,많은독자에게좋은디카시의진수(眞髓)를공여해줄수있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