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선다형에게 (배인숙 시조집)

오지선다형에게 (배인숙 시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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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구체와 실존으로 그린 사람살이의 진경
─ 배인숙 시조집 『오지선다형에게』
등단 20년을 맞는 배인숙 시인이 새 시조집 『오지선다형에게』를 작가 기획시선으로 출간하였다.
저자 배인숙 시인은 2005년 《월간문학》에 시조로 등단하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진흥기금을 받아 시집 『별이 뜨는 방』 출간하였으며, 2010년 《시조시학》 젊은시인상을 수상하였다.
5부로 나뉘어져 총 79편의 신작시를 수록한 이번 시집 『오지선다형에게』는 일상화된 풍경 속에서 삶의 서사를 포착하여 사물에 대한 의미 부여와 기억의 현재화를 시도한다.
배인숙 시인이 지향하는 시조 세계도 시지프의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걷다 보면 엇길이고 가다 보면 샛길이었으나” “묵정밭을 일구는 심정으로 앞으로도 기꺼이 헤매면서 바람만바람만 가겠”(「시인의 말」)다는 창작 의지만 봐도 그렇다. 이러한 삶의 진정성은 서정시가 가지는 성찰과 모색의 양면성을 실현하는 단단한 디딤돌이 된다. 삶의 구체를 응시하는 그의 시선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므로 배인숙 시조의 특징은 일상의 질감 위에서 발화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그의 시편들은 소재를 멀리서 구하지 않고, 삶의 근거지인 자기 주변의 자연과 사람들,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반추해 사람살이의 구체를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는 자연이 가진 무한한 생명력은 인간 삶에 대한 은유이며,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삶의 풍경들에도 나름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러한 경향은 서정시의 바탕이 시인 자신의 단단한 세계관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임채성 시인은 “배인숙 시인의 시조는 화려하게 치장하거나 과장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투명한 시선으로 사물과 세계를 응시하며, 자신을 한껏 낮춘 목소리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일상을 결속해 이어 나간다. 시인이 17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시조집 『오지선다형에게』은 삶의 구체와 실존을 기반으로 일상의 표정을 담은 언어의 크로키를 통해,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풍경에도 시가 숨어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다시 말해, 사람살이의 외관과 자연물의 생태적 속성을 버무려 인생론적 깊이를 온축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한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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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인숙

저자:배인숙
2005년《월간문학》시조등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화예술진흥기금을받아시집『별이뜨는방』출간
2010년《시조시학》젊은시인상수상

목차


시인의말

1부지친등을쓸어주네
아지랑이13
초상화14
묵15
물의율격16
도숨17
비밀번호18
젖줄19
커서20
마스크를읽다21
연중무휴22
스펀지를닮다23
필터갈기24
홍옥을따며25
달팽이26
측백향기27
케이블카28

2부익히고뜸들이지
번개치고,31
목백일홍아래32
옥수수단심(丹心)33
주방풍속도34
스마트떡집35
파도꽃36
극세사이부자리37
붐38
저녁식탁39
재래시장숲40
늦여름41
매화42
돈크라이,우크라이나43
내이름은컴맹44
양배추밭45
성토대회46

3부잔설뚫고나온봄
오지선다형에게49
폭죽50
줄탁동시(?啄同時)51
소(沼)52
생방송53
완두콩형제54
저배롱나무보소55
무싯날56
물티슈의말57
꽃사태지다58
캘리그라피59
커피한잔이60
양파를읽다61
폭포앞에서62
외사랑63
다이어트64

4부흥정으로웃는가격
가로등67
목련안부68
하지(夏至)69
동촌유원지70
안마의자,당신71
공기청정기,엄마72
춘천바람73
천사의집74
관문시장75
더껑이76
펌프우물77
민들레처럼78
명자꽃79
미숫가루처럼80
옷81
발치는날82

5부불잉걸오롯하다
바위85
글로벌,글로벌86
유학산그늘아래87
콩아리랑88
출전선수납신다89
분수90
비빔밥91
유가사저녁92
품절이임박합니다93
피고지고94
청라(??)언덕95
토시를보며96
다시돌아오라,빛이여97
봄은쑥쑥98
불완전연소99

해설/구체와실존으로그린사람살이의진경_임채성100

출판사 서평

현실직시를통한자아진단
시조는시인의체험이시적상상력을통해형상화되는개인체험의산물이다.그체험이작품안에서어떤형태와색깔로만들어지느냐는것은전적으로시인에게달려있다.사물을대하는시각과관점,세계관에따라주관적진술의차원을넘어객관적형상화로매조지기때문이다.보고,듣고,맛보고,느끼는감각을통해지각되는개인적체험은대개우리주변의자연사물이나사건혹은사람들과의관계에서파생되는사유를통해형상화된다.배인숙시인또한일상적체험위에서몰입하는사유와감각적언어로진단해가는자기모색의언어가돋보인다.특히대상물의외양묘사에서벗어나자신의삶이구현할가치체계를되돌아봄으로써사유의영역을확장해나간다.이러한깊이의사색은은유적성취로나타나고있다.

이것저것안가리고마음대로보았다고

들은말못삭이고그냥흘려버렸다고

반뼘의그늘이내린내얼굴을보아라

어느새서너갈래잔주름을들여놓은

거울속한여자가자꾸만낯이설다

날짜가지난계약서,잉크몇점번져있는
―「초상화」전문

초상화와자화상은비슷하면서도다르다.사람의얼굴이나모습을그렸다는점에서는같지만,누구를그렸느냐에따라의미가달라진다.초상화는타인의얼굴을그린것이지만,자화상은자기자신을그린그림이다.그렇다면,시인은왜자신의얼굴을응시하고그리면서도자화상이아니라‘초상화’라는제목을붙여놓았을까.대체로시적자아의자화상은시인의정체성을의미한다.그것은삶의연속적이고순차적인흐름에따라꿈틀거리는인간의본능적욕구와함께사회적책임과역할까지함의한다.복잡다단한세계에발을딛고선현대인의초상은물질주의에함몰된욕망의그림자를품고있으며,젊은날의꿈을잃고방황하는추레한모습일수있다.따라서시인은자신의주관적인시선이아닌객관화된시선으로자신을온전하게들여다보려는노력으로써‘초상화’라는제목을붙인것으로이해할수있다.
배인숙시인의「초상화」에서볼수있는자아의외피는“반뼘의그늘이내린”얼굴을하고있다.그이유는“이것저것안가리고마음대로보았”기때문이며,“들은말못삭이고그냥흘려버렸”기때문이다.거기에는‘물불안가리고살아온생활자’로서의모습과‘세상과타협하지못하는고집쟁이’의삶이투영되어나타난다.그결과,“어느새서너갈래잔주름을들여놓”기에이르렀다.“날짜가지난계약서”처럼젊은날의이상이사라진현실,신산한삶의이력이‘잔주름’으로나타난“거울속한여자”가“낯이설”수밖에없는까닭이다.
시인의이러한자기응시는그외다수의시편을통해서도발현된다.“집이무어길래/평생지고”살면서“오늘도메마른땅을/목을늘여가는나”(「달팽이」)이거나“공중을가로질러/하늘길을끌고가”지만“줄에매달려/벗어날수없는새”(「케이블카」)와같은존재로서,“디지털홍수속에빠져서허우적대다//쉽고도가까운길눈앞에서다놓”친(「내이름은컴맹」)이름이기도하다.이처럼시인이진단하는자아의모습은부조리한현실안에갇혀있거나빠르게흘러가는시대에뒤처진불완전한존재이다.따라서「초상화」가그리는세계는세속적현실너머의이상세계를꿈꾸고있다할것이다.
상처없는영혼이어디있으며,흔들리지않고피는꽃이세상어디에있으랴.「홍옥을따며」는“사과한알이/제이름을얻”기까지,“익어서/그리운열매가/내손안에안”길때까지의삶의여정이고스란히녹아있다.사과한알이열매를맺어탐스럽게익어가는것은우리삶의과정과도같다.누구나살아가는동안온갖풍상과희로애락을겪는다.하나의결과를얻기위해서는수많은역경과고난을이겨내야하는데,그러기위해서는희생과헌신,피나는노력이필요하다.각고의과정을겪어낸‘홍옥’은화자의‘오늘’이자시인의자화상이라할수있다.이러한인식은“달가운단비만먹고나무들이컸겠는가”라고자문하는「재래시장숲」에서도엿보인다.이는“제몫의햇살한뼘,그만큼의비바람에//더러는생가지가꺾이기도하는”것이우리의삶이라고,그런역경을이겨낸삶이야말로결실의기쁨을맛볼수있다는에피그램을독자들에게전해주려는의도로읽힌다.이처럼시인은자신의현재와자아를응시하며유토피아적이상에가닿기위한성찰과관조의단계로나아가려한다.

사유로빚어내는성찰과관조
사람과사회속에서적립된체험적사실들은,한시인의시세계속에다양한형태로변용되어나타난다.온갖희로애락을경험한후얻게되는새로운깨달음은성찰과관조의경지로이끄는촉매제다.성찰과관조는창조적인미래로가기위한일종의‘쉼’이라할수있다.‘시지프신화’처럼삶이라는행위는주어진목적과목표에따라똑같은것을반복재생할뿐이고,새로운것을만들어내지못한다.따라서우리에게는쉼의시간이필요한데,쉼은‘무위(無爲)’의차원으로승화된다.‘무위’는게으름이나무기력,공백이아니라고유논리와시간성,언어구조를지닌인간실존의찬란한형태다.그러므로무위에서빚어지는성찰과관조는목적과효용이지배하는세상에서우리삶을편안케하는해독제이자에너자이저가된다.

엇모리,자진모리장단을따라가다

굽이쳐아스라이가풀막재오를때

점찍듯
들이키는숨
그런향기같은것

오르막길내리막길인생고개몇구비를

숨차게넘어가다쉰목이메어올때

약속에
없는숨결을
뉘몰래뱉는것
―「도숨」전문

배인숙시인에게있어시조를쓴다는것은상처받은자아가그상처를치유하기위해쏟아내는일종의화학물질과도같아보인다.삶의난장을쉼없이달려온시인은삶의고빗사위에이르러잠시숨고르기를시도한다.그래서‘도숨’이필요하다.‘도숨’이란,판소리나민요의긴대목을노래할때가사중간에관객들이모르게들이마시는숨을말한다.즉,소리사이에서호흡을고르거나소리를길게뽑아내기위한기술적호흡법이다.노래하는중간에호흡이딸리거나부족해질때장단이나가락의쉬는부분에도숨을넣으면소리가끊어지지않고자연스럽게연결되는것이다.질풍처럼몰아치는“엇모리,자진모리장단”의삶은얼마나숨이가쁠것인가.몹시도가파르고비탈진고갯길을오를때,“점찍듯/들이키는숨”이필요하고,“인생고개몇구비를//숨차게넘어”갈때도“뉘몰래뱉는”숨결이필요하다.이러한숨고르기를통해시인은사유와통찰에이르게되고,이를바탕으로성찰과관조라는미학적경지에도올라서게되는것이다.

배인숙시인은“산다는건/군살을버리는일”(「다이어트」)이라며삶의여정에서불필요한것들을덜어내기위하여사유하며,이를통해자각한것을시로형상화하는데공을들인다.시공간을아우르는깊이있는통찰의본바탕이되는깊은사색과사유는작품에완숙미를더한다.시인은“세상의모서리를둥글게풀어내”는‘물소리’를단순한소리가아니라‘물의율격’으로표현한다.그것은연속적이면서반복적인소리의리듬이자“누군가를향하여세운날”을씻어주는‘언어의경전’이기때문이다.
물의지혜를배우고물의덕을본받으려는화자의태도는,“쏟아진물만먹고도배고픔전혀없이//기꺼이온몸을열어그무게를받아안는”(「스펀지를닮다」)스펀지에마음을기대기도하고,‘불순물’이가득해“물줄기길목을막고붉은등을켜드”는“우리사는웅덩이”에서「필터갈기」를시도하며,“웅덩이깊은저속내읽어볼”(「소(沼)」)마음을먹기도한다.이러한시작태도의중심에는의도하였든,의도치않았든‘물흐르는대로살자’는‘무위자연’의철학적인식이내재되어있는것이다.

사람은저마다페르소나를쓰고정해진시간동안무대위에서각자의역할을수행한다.배인숙시인의인생관도셰익스피어나채플린과다르지않은것같다.가설무대막이오르면“우리는연습도없이드라마를연기한다”고한「생방송」은이를잘말해준다.인생은연극이되,리허설이나리바이벌이없기때문에언제나라이브‘생방송’이다.그리고시인이그리는밝은미래는“잔설뚫고나온봄”(「줄탁동시(?啄同時)」)의이미지로형상화된다.봄은추운겨울을견뎌낸사람만이누릴수있는축복이자선물이다.그러한봄이시인에게도다가오고있다.이번시집의맨첫장을장식하고있는「아지랑이」는시인의삶과문학적지향점을잘드러낸다.아지랑이너머의풍경은흐릿하면서도흔들리는것처럼보인다.그만큼시인의봄은선명하지는않은실체로오고있다.이는“열심히살아가라고/제대로찾아보라고//‘마’까지슬쩍얹고/매섭게지켜보”(「오지선다형에게」)는시선과도맞닿아있다.가짜들속에숨어있는단하나의‘진짜’를찾는것은어려운일이지만포기하지않고정신을집중하면불가능하지않다는당찬마음을엿볼수있기때문이다.겨울이아무리길어도봄은확실하고분명히온다는사실,시인은그런미래를확신하고있는것이다.
이처럼봄을갈망하는시인의마음은시집속다른시편에서도발견된다.“연초록물결위에진달래포말들이/산자락덮치”(「파도꽃」)며오기도하고,“자연의빛물감풀어”‘사방천지에천연옷감을펼쳐놓’(「꽃사태지다」)기도하며,급기야‘이땅의끈질긴목숨’으로승화되는‘쑥’의모습(「봄은쑥쑥」)으로도표출된다.이를통해배인숙시인은“저린몸담금질하며눈발속에홀로”(「매화」)피어있기를갈구하며,봄이상징하는신생과재생의생동감넘치는생명력을자신의삶과작품세계에덧입히고있다.
또한안온한조화와화합을꿈꾸는시인의바람은‘비빔밥’을통해구체화된다.이번시집속에몇편안되는사설시조중의하나인「비빔밥」은대구와반복이라는리드미컬한수사의옷을입고더욱맛깔나게그려지고있다.“밥과나물찰떡궁합”처럼다양한음식물의조합인비빔밥은조화와융합의상징이다.각각으로떨어져서는한가지맛밖에낼수없지만“고소한맛달큰한맛향도짙어깊은맛대표선수모두모여무치고볶아내고지지고졸여내어고루고루비벼”지면서로뭉치고어우러져서누구도흉내내지못할기막힌맛의향연을선사하는것이다.“남과북이환히웃”으며,“동서남북안따지”는그날까지‘비빔밥’같은융화의미래를위해시인은“붓을들고열심히구애”(「캘리그라피」)의행위를멈추지않을것이다.
이처럼배인숙은기억과현재를엮어존재를형상화하고,그것의의미를성찰하며실존적질문을던지는시인이다.그가살려낸가장활력있는실존은결국우리의생활무대인현실에뿌리를두고있다.그런관점에서,그녀는세상의온갖존재들이한데어울려부조리가사라지기를바라는불완전한완전주의자로서우리앞에서있다.그말은곧,자신의삶을경영하는생활인으로서현실에발을붙인현실주의자이며,그러한현실에서안온한미래를꿈꾸는이상주의자의풍모를작품으로구현하는시인이라는뜻이다.

“잡힐듯,놓아줄듯애간장다녹이고//냉가슴쓸어가며기슭에기댄”채“무작정,무조건의한결같이좋기만한”(「외사랑」)‘시조’에“지순한마음”을바친그의문학적행보가앞으로보다더섬세하고깊어지리라믿는다.

시인의말

시조단에이름을올린지올해로스무해입니다.
철모르고첫시집을내고…오랜시간이흘러갔지만
한번도이길을놓친적은없습니다.
걷다보면엇길이고가다보면샛길이었으나,
시조와의동행은언제나기쁨이었음을고백합니다.

묵정밭을일구는심정으로
앞으로도기꺼이헤매면서바람만바람만가겠습니다.
-2025년가을,배인숙

책속에서

말씀도적으시고친구도별반없이

한걸음나앉은채로외롭던울아버지

여기서무슨소원을오래도록빌었을까

열흘붉은꽃없어도백날피는마음있어

다타도불씨는남아당신그늘뜨거운데

접질린무릎세우던근육들이꿈틀댄다
―「목백일홍아래」전문,본문38-39쪽

수없이골을패던물결이잦아들어
애타던무자맥질도한동안뜸했습니다
겨울은길었습니다말수를줄였습니다

짚고갈것,덮어둘일안으로삭이며
묵직한산그림자그대로품어안으니
말귀를알아듣는봄이제야오셨습니다
―「아지랑이」전문,본문38-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