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

심쿵

$15.00
Type: 현대시
SKU: 9791194366966
Description
관계의 미학, 심장의 리듬으로 찍다
─ 이화찬 디카시집 『심쿵』
충북 청주 출생의 신인 이화찬의 디카시집 『심쿵』이 도서출판 작가의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31번으로 출간되었다. 사진작가 출신인 저자 이화찬은 2023년에 디카시 세상에 입문한 울산디카시인협회 회원이며, 울산디카시인협회 최우수작품상과 황순원디카시공모전 가작을 수상한 바 있다. 2018년 법무부 장관 표창(보호관찰위원)을 받았고, 2023년 한마음미술대전 사진부문에 초대작가로 참여하였다.
이번에 펴낸 이화찬의 첫 디카시집 『심쿵』은 모두 4부로 나누어져 각 12편씩, 총 48편의 디카시편을 수록하고 있다. 김종회 평론가(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는 “이화찬의 시가 상황이나 사태의 ‘본질’과 함께 그것의 외양이 된 ‘현상’을 조화롭게 축조”하고 있으며, “절절한 가족사의 담화와 고백, 관계성의 미학과 사랑의 깊이, 세상을 관찰하는 맑고 깊은 눈, 자아 성찰의 거울과 삶의 정처 등 주제에 따라 단단하고 성과 있는 디카시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었다”고 평한다.
저자

이화찬

충북청주출생
울산디카시인협회회원
울산디카시인협회최우수작품상
2018법무부장관표창(보호관찰위원)
2023한마음미술대전초대작가(사진부문)
2025황순원디카시공모전가작

목차

시인의말

제1부꼭가야할길이라면
엄마의오월·14
기펴는날·16
능소화·18
우리집재산·20
밥줄·22
빈집·24
노을이질때면·26
건강검진·28
아빠고마워요·30
노인의길·32
윤달·34
엄마첫기일·36

제2부인생은제로섬
약속·40
인생은제로섬·42
충치·44
삼각관계·46
상사병·48
심쿵·50
밑천·52
3기·54
태몽·56
인생은타이밍이다·58
고령산타·60
늦은바람·62

제3부생애첫번째내집
밥심·66
아줌마부대·68
부부·70
낮술·72
금연선포·74
완벽주의·76
콩나물교실·78
팝콘나무·80
돈세탁·82
선발대·84
청년아파트·86
까치발·88

제4부글독에빠지다
한권의책·92
푸념·94
겨울연가·96
입주·98
동창회·100
혼자가는길·102
그림의떡·104
합평·106
글독에빠지다·108
먹구름·110
해녀·112
데칼코마니·114

해설
일상의정수(精髓)와육성(肉聲)을담은시_김종회·116

출판사 서평

절절한가족사의담화와고백
어느누구에게나가족또는가족사는지상명령이며절대명제다.이완강한친인(親姻)의관계성은,부연할필요없는축복이며때로는회피할길없는멍에가되기도한다.그러나부모없이생명을받은존재가어디있던가.이화찬은이인생사의문맥을누구보다도예민하고웅숭깊게수납하고있는시인이다.

작약이질때
가슴에묻은어린딸
엄마의피눈물처럼
떨어지는꽃잎들
이계절이되면도드라지는고질병
-「엄마의오월」

작약꽃밭이다.그이랑사이로아직도선명한진홍빛의꽃잎이줄지어떨어져있고,그끝은저멀리까지이어져있다.작약은다년생초본으로그꽃빛은적색,분홍색,백색등여러가지다.관상용으로도쓰고약재로도유용하다.시인은이꽃의건재한모양과낙화의장면을함께렌즈에담았다.그런데이범상한장면에서발굴한시적언술은놀랍고충격적이다.작약이질때‘가슴에묻은어린딸’의엄마를내세운것이다.당연히그눈물은적색작약꽃을닮은‘피눈물’일수밖에.이꽃이질때마다재발하는‘고질병’을막을길없겠다.시인은그냥그렇게안고살수밖에없는비극의한사례를이작약낙화를통해말한것이다.

관계성의미학과사랑의깊이
‘개인심리학’의창시자알프레트아들러는인간관계(Humanrelations)를두고모든행복또는고민의근원이라고단정했다.비즈니스,친구,연인과의관계가운데어느하나쉬운것이없다.그러기에존내시는‘게임이론’을통해인간의행동과합리적인선택을연구했다.서로가이기는전략을도모하며,과도한경쟁을지양해야한다는것이그의논리다.이화찬의시들은그처럼합리적이고순후한관계성의도식을도처에서찾아내고이를사진과시로구체화했다.특히시인은일상에서만나는풀과꽃과곤충들에서사랑의곡진(曲盡)한의미에대해깊이있게발화한다.

뒷줄에서는게미덕인줄알았지만
이제앞으로나아갈때도되었다
감추었던속마음도보이면서
사람속으로들어가자
용감하게
-「인생은제로섬」

제로섬(Zero-sum)이란어떤시스템이나사회전체의이익이일정하여,한쪽이득을보면다른한쪽이손해를보는상태를말한다.이를게임에적용하면,각참가자의이득및손실의총합이제로가된다.제로섬사회는경제성장이멈추어이용가능한자원이나사회적부의총량이일정해지고,한가지문제를해결하려고하면반드시다른이해와충돌이일어나는사회현상을일컫는다.인용된작품은해질녘바닷가에모여선사람들을두고,경쟁사회의관계성을성찰한다.뒷줄에서는미덕을넘어서이제앞으로나아가겠다는시적화자,그는용감하게사람속으로들어가겠다는의지를보여준다.이때의새로운용기는새롭게경쟁에뛰어드는시도가아니며,뒤로물러나무기력에침윤해있던자신을사회관계속에다시정립해보려는의지에해당한다.

세상을관찰하는깊고맑은눈
어떤사물을관찰하거나고찰할때,그것을바라보는방향이나생각하는입장을두고‘관점(觀點)’이라하고영어로는‘Pointofview’라쓴다.그런데사람마다특정한주제나대상을다룬의견이다르고,거시적으로는유사하다할지라도미시적으로다른경우가대다수다.항차인간의내면세계나상상력을기반으로하는문학작품에있어서는더말할나위가없다.그러므로관점이일반의그것과다르고또독창적이면,그주체가특색있는작품의창작자가될가능성이크다.이화찬의디카시들에서,우리는그논리에걸맞은예증들을볼수있다.
수신제가후
치국평천하
내몸부터씻는다
-「아줌마부대」

제목이‘아줌마부대’이니아줌마의집합을지칭한다.아줌마는성인여자를가볍게또는다정하게가리키거나부르는말이다.우리에게는너무도친숙한일상용어다.사진에아줌마들이부대를이루고모여있는장면은당연히없다.다만그아줌마들이사용하는플라스틱사우나광주리가줄지어보관돼있을뿐이다.아저씨는이런도구를쓰지않기에이어휘의사용이가능하다.문제는이광경을해명하는시인의전혀엉뚱한관점에있다.느닷없이저고색창연한유교경전의『대학』에서,‘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개념을빌어온것이다.시인은자신을다스리는‘수신(修身)’과몸을씻는‘세신(洗身)’을동일한관념으로치부하고,이한편의시를제시한터이다.

이제까지우리는첫창작집이자첫디카시집을내놓는이화찬의『심쿵』을주의깊게살펴보았다.시인이시를쓴다고하는행위는단순히외부의경물이나묘사의대상을그려내는작업이아니다.시인은어떤경우에라도자기내면성찰의끈을놓지않는다.이탐색과형상화의과정이살아있기에,그는인간의정신이나영혼에관한의견의피력자가된다.이때의시는그성찰을가능하게하는거울로서의역할을한다.시인의거울은물상을비추어반사하기도하지만,궁극적으로우리삶의정처(定處)와행로(行路)를제시하고선택지의효율을거양한다.
이화찬의디카시집『심쿵』은사진이라는프레임을넘어,삶의순간을응시하고감각을언어로번역해낸시적기록이다.가족과사회,관계와존재를둘러싼일상의풍경속에서시인은울림있는문장을길어올리고,절제된유머와뜨거운감정을교차시킨다.무엇보다도이디카시집은외부세계의심장을향해셔터를누르되,동시에자신의내면을향한성찰의셔터역시멈추지않는다.‘수신에서평천하까지’이어지는존재의리듬을유쾌하게각인시키며,디카시라는장르에신인의신선함과성숙한직관을동시에부여한다.독자들이이시집을통해삶의어느한순간에‘심쿵’할감정과마주하길,그리고그설렘이삶의정처를비추는시적거울이되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