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쿵

심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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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관계의 미학, 심장의 리듬으로 찍다
─ 이화찬 디카시집 『심쿵』
충북 청주 출생의 신인 이화찬의 디카시집 『심쿵』이 도서출판 작가의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31번으로 출간되었다. 사진작가 출신인 저자 이화찬은 2023년에 디카시 세상에 입문한 울산디카시인협회 회원이며, 울산디카시인협회 최우수작품상과 황순원디카시공모전 가작을 수상한 바 있다. 2018년 법무부 장관 표창(보호관찰위원)을 받았고, 2023년 한마음미술대전 사진부문에 초대작가로 참여하였다.
이번에 펴낸 이화찬의 첫 디카시집 『심쿵』은 모두 4부로 나누어져 각 12편씩, 총 48편의 디카시편을 수록하고 있다. 김종회 평론가(한국디카시인협회 회장)는 “이화찬의 시가 상황이나 사태의 ‘본질’과 함께 그것의 외양이 된 ‘현상’을 조화롭게 축조”하고 있으며, “절절한 가족사의 담화와 고백, 관계성의 미학과 사랑의 깊이, 세상을 관찰하는 맑고 깊은 눈, 자아 성찰의 거울과 삶의 정처 등 주제에 따라 단단하고 성과 있는 디카시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었다”고 평한다.
저자

이화찬

충북 청주 출생
울산디카시인협회 회원
울산디카시인협회 최우수작품상
2018 법무부장관 표창(보호관찰위원)
2023 한마음미술대전 초대작가(사진부문)
2025 황순원디카시공모전 가작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꼭 가야 할 길이라면
엄마의 오월 · 14
기 펴는 날 · 16
능소화 · 18
우리 집 재산 · 20
밥줄 · 22
빈집 · 24
노을이 질 때면 · 26
건강 검진 · 28
아빠 고마워요 · 30
노인의 길 · 32
윤달 · 34
엄마 첫 기일 · 36

제2부 인생은 제로섬
약속 · 40
인생은 제로섬 · 42
충치 · 44
삼각관계 · 46
상사병 · 48
심쿵 · 50
밑천 · 52
3기 · 54
태몽 · 56
인생은 타이밍이다 · 58
고령 산타 · 60
늦은 바람 · 62

제3부 생애 첫 번째 내 집
밥심 · 66
아줌마부대 · 68
부부 · 70
낮술 · 72
금연 선포 · 74
완벽주의 · 76
콩나물 교실 · 78
팝콘 나무 · 80
돈세탁 · 82
선발대 · 84
청년 아파트 · 86
까치발 · 88

제4부 글독에 빠지다
한 권의 책 · 92
푸념 · 94
겨울 연가 · 96
입주 · 98
동창회 · 100
혼자 가는 길 · 102
그림의 떡 · 104
합평 · 106
글독에 빠지다 · 108
먹구름 · 110
해녀 · 112
데칼코마니 · 114

해설
일상의 정수(精髓)와 육성(肉聲)을 담은 시_김종회 · 116

출판사 서평

절절한 가족사의 담화와 고백
어느 누구에게나 가족 또는 가족사는 지상명령이며 절대 명제다. 이 완강한 친인(親姻)의 관계성은, 부연할 필요 없는 축복이며 때로는 회피할 길 없는 멍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 없이 생명을 받은 존재가 어디 있던가. 이화찬은 이 인생사의 문맥을 누구보다도 예민하고 웅숭깊게 수납하고 있는 시인이다.

작약이 질 때
가슴에 묻은 어린 딸
엄마의 피눈물처럼
떨어지는 꽃잎들
이 계절이 되면 도드라지는 고질병
- 「엄마의 오월」

작약 꽃밭이다. 그 이랑 사이로 아직도 선명한 진홍 빛의 꽃잎이 줄지어 떨어져 있고, 그 끝은 저 멀리까지 이어져 있다. 작약은 다년생 초본으로 그 꽃 빛은 적색, 분홍색, 백색 등 여러 가지다. 관상용으로도 쓰고 약재로도 유용하다. 시인은 이 꽃의 건재한 모양과 낙화의 장면을 함께 렌즈에 담았다. 그런데 이 범상한 장면에서 발굴한 시적 언술은 놀랍고 충격적이다. 작약이 질 때 ‘가슴에 묻은 어린 딸’의 엄마를 내세운 것이다. 당연히 그 눈물은 적색 작약꽃을 닮은 ‘피눈물’일 수밖에. 이 꽃이 질 때마다 재발하는 ‘고질병’을 막을 길 없겠다. 시인은 그냥 그렇게 안고 살 수밖에 없는 비극의 한 사례를 이 작약 낙화를 통해 말한 것이다.

관계성의 미학과 사랑의 깊이
‘개인심리학’의 창시자 알프레트 아들러는 인간관계(Human relations)를 두고 모든 행복 또는 고민의 근원이라고 단정했다. 비즈니스, 친구, 연인과의 관계 가운데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러기에 존 내시는 ‘게임이론’을 통해 인간의 행동과 합리적인 선택을 연구했다. 서로가 이기는 전략을 도모하며, 과도한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이화찬의 시들은 그처럼 합리적이고 순후한 관계성의 도식을 도처에서 찾아내고 이를 사진과 시로 구체화했다. 특히 시인은 일상에서 만나는 풀과 꽃과 곤충들에서 사랑의 곡진(曲盡)한 의미에 대해 깊이 있게 발화한다.

뒷줄에 서는 게 미덕인 줄 알았지만
이제 앞으로 나아갈 때도 되었다
감추었던 속마음도 보이면서
사람속으로 들어가자
용감하게
- 「인생은 제로섬」

제로섬(Zero-sum)이란 어떤 시스템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이 일정하여, 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게임에 적용하면, 각 참가자의 이득 및 손실의 총합이 제로가 된다. 제로섬 사회는 경제 성장이 멈추어 이용 가능한 자원이나 사회적 부의 총량이 일정해지고,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반드시 다른 이해와 충돌이 일어나는 사회 현상을 일컫는다. 인용된 작품은 해 질 녘 바닷가에 모여 선 사람들을 두고, 경쟁사회의 관계성을 성찰한다. 뒷줄에 서는 미덕을 넘어서 이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시적 화자, 그는 용감하게 사람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때의 새로운 용기는 새롭게 경쟁에 뛰어드는 시도가 아니며, 뒤로 물러나 무기력에 침윤해 있던 자신을 사회관계 속에 다시 정립해 보려는 의지에 해당한다.

세상을 관찰하는 깊고 맑은 눈
어떤 사물을 관찰하거나 고찰할 때, 그것을 바라보는 방향이나 생각하는 입장을 두고 ‘관점(觀點)’이라 하고 영어로는 ‘Point of view’라 쓴다. 그런데 사람마다 특정한 주제나 대상을 다룬 의견이 다르고, 거시적으로는 유사하다 할지라도 미시적으로 다른 경우가 대다수다. 항차 인간의 내면세계나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문학작품에 있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므로 관점이 일반의 그것과 다르고 또 독창적이면, 그 주체가 특색있는 작품의 창작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화찬의 디카시들에서, 우리는 그 논리에 걸맞은 예증들을 볼 수 있다.
수신제가 후
치국평천하
내 몸부터 씻는다
- 「아줌마부대」

제목이 ‘아줌마부대’이니 아줌마의 집합을 지칭한다. 아줌마는 성인 여자를 가볍게 또는 다정하게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친숙한 일상 용어다. 사진에 아줌마들이 부대를 이루고 모여 있는 장면은 당연히 없다. 다만 그 아줌마들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사우나 광주리가 줄지어 보관돼 있을 뿐이다. 아저씨는 이런 도구를 쓰지 않기에 이 어휘의 사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광경을 해명하는 시인의 전혀 엉뚱한 관점에 있다. 느닷없이 저 고색창연한 유교 경전의 『대학』에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개념을 빌어온 것이다. 시인은 자신을 다스리는 ‘수신(修身)’과 몸을 씻는 ‘세신(洗身)’을 동일한 관념으로 치부하고, 이 한 편의 시를 제시한 터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첫 창작집이자 첫 디카시집을 내놓는 이화찬의 『심쿵』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시인이 시를 쓴다고 하는 행위는 단순히 외부의 경물이나 묘사의 대상을 그려내는 작업이 아니다. 시인은 어떤 경우에라도 자기 내면 성찰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탐색과 형상화의 과정이 살아 있기에, 그는 인간의 정신이나 영혼에 관한 의견의 피력자가 된다. 이때의 시는 그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거울로서의 역할을 한다. 시인의 거울은 물상을 비추어 반사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정처(定處)와 행로(行路)를 제시하고 선택지의 효율을 거양한다.
이화찬의 디카시집 『심쿵』은 사진이라는 프레임을 넘어, 삶의 순간을 응시하고 감각을 언어로 번역해낸 시적 기록이다. 가족과 사회, 관계와 존재를 둘러싼 일상의 풍경 속에서 시인은 울림 있는 문장을 길어 올리고, 절제된 유머와 뜨거운 감정을 교차시킨다. 무엇보다도 이 디카시집은 외부 세계의 심장을 향해 셔터를 누르되,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향한 성찰의 셔터 역시 멈추지 않는다. ‘수신에서 평천하까지’ 이어지는 존재의 리듬을 유쾌하게 각인시키며, 디카시라는 장르에 신인의 신선함과 성숙한 직관을 동시에 부여한다. 독자들이 이 시집을 통해 삶의 어느 한 순간에 ‘심쿵’할 감정과 마주하길, 그리고 그 설렘이 삶의 정처를 비추는 시적 거울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