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음악과 문학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이혜정의 언어는 유려하게 포장되지 않는다. 그녀의 시는 본문(「수선화의 안쪽」)에서 암시되었듯 “손으로 퍼올리지 못한 바닷물”과 같다. 쥐려 할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지만, 이미 당신의 두 손과 심장에는 그 지독한 짠맛이 배어들고 만다. 화가의 정교한 붓질로 상처의 윤곽을 스케치하고, 음악가의 타건으로 비극의 선율을 연주하며, 수필가의 정직함으로 일상의 흉터를 고백해 낸 이 시집은 한 작가가 피워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앙스트 블뤼테(Angst blüte, 고난 속에서 피워낸 꽃)’다. 오직 문학이라는 벼랑 끝에 서서 삶의 비극과 정면으로 맞선 이혜정 시인의 이 지독한 기록들은, 이제 독자들의 팍팍한 삶 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을 새로운 위로의 페이지로 각인될 것이다. 그녀가 온몸을 바쳐 써 내려간 이 서늘하고도 뜨거운 통증이 우리 시대의 가장 찬란한 빛으로 타오를 때까지, 우리는 그녀의 시를 머리맡에 두고 묵묵히, 그러나 결연하게 다음 페이지를 넘겨야만 한다.
두 번째 페이지 (이혜정 시집)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