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열기처럼타오른사랑,그리고그끝에마주한차가운진실
미국문학사에서젊은여성의성장을본격적으로다룬최초의작품중하나로평가받는《여름》은,뉴잉글랜드의작은마을‘노스도머’를배경으로주인공채러티로열이전통과관습에맞서자신의욕망을마주하는솔직한모습을아름답고감성적인문체로그려내고있다.
열여덟살의주인공채러티로열은마을사람들이업신여기는‘그산’출신으로,어렸을적지금의후견인인로열변호사에게구출되어그의손에서자랐다.하지만넓은세상을동경하며단조로운삶에서벗어나고싶어하는그녀에게노스도머에서의삶은따분함그자체이다.더구나아버지뻘인로열변호사가그녀에게청혼을하자,그녀는하루라도빨리돈을벌어그집에서벗어나고자도서관의사서로일하게된다.
그러던어느날,그녀앞에대도시에서온건축가루시우스하니가등장하면서그녀의삶에변화가찾아온다.두사람은사소한오해로갈등을겪은다음급속하게가까워지고,간절하게서로를원하게된다.하지만로열변호사의끊임없는구애와간섭,하니와의신분과교육의격차는채러티를불안하게하고,이런중에도두사람은어쩔없는끌림으로비밀스러운만남을이어간다.그렇게시간이지날수록두사람의관계는깊어가지만,하니의비밀이밝혀지면서둘의관계는위태로운상황을맞게된다.
미국문단에서여성의성장을다룬최초의본격문학
《여름》은사랑과자유를꿈꾸던한젊은여성이현실의벽에부딪히는과정을통해,여성의운명과사회적조건의억압을깊이있게탐구하는작품이다.특히나이작품은워튼이기존의작품에서다루었던상류층사회의화려함에서벗어나,보다어두운사회적현실을조명하고있다는점에서특별하다고할수있다.그녀는채러티라는인물을통해당시여성들이처한제약과계급간의차별을사실적으로묘사하며,독자들에게인간의욕망과사회적구조의충돌에대한깊은질문을던지고있다.
이작품에서주인공채러티는단순히사랑을동경하는순진한소녀가아니라,욕망을가진주체적인인물로그려진다.그녀의열망은사회적현실과충돌하며,이는그녀의성장과정에서중요한전환점이된다.워튼은이러한갈등을통해,여성의욕망이억압된시대적분위기속에서어떻게좌절되는지를사실적으로보여준다.또한이작품은당시문학에서금기시되던여성의성적열망을솔직하게묘사했다는점에서중요한의의를가진다고하겠다.
책속에서
그산에서너를데려온분이로열씨라는사실을절대잊으면안된다.”
P.13
색인카드있나요?”그가갑작스럽지만기분좋은목소리로물었다.남자의엉뚱한질문에그녀는하던일을멈추었다.
“뭐라고요?”
“음,그러니까….”그가말을멈추자그녀는그가처음으로자신을보고있으며눈이나빠서자신을도서관가구의일부처럼관찰했다는사실을알게되었다.
P.25
“어서여기서나가세요.”그녀는자신도놀랄만큼날카로운목소리로소리쳤다.“오늘밤은찬장열쇠를가져가시면안돼요.”
“채러티,들어가게해줘.그열쇠때문에온게아니야.난외로운남자야.”가끔그녀의마음을울리던굵직한목소리로그가이야기를꺼냈다.
그녀는심장이철렁내려앉았지만모욕하듯그를계속밀어냈다.“음,그렇다면오해를하신것같네요.여긴더이상아저씨아내의방이아니에요.”
p.65
그는그녀가알고있는어떤사람들보다더솔직하고더공손했다.가끔그가정말로솔직한모습을보일때가있는데,그럴때면그녀는둘사이의거리감을가장크게느꼈다.교육과기회면에서너무큰차이가나서그녀가아무리노력해도그차이를메꿀수없었다.
p.66
그녀는자신을향해다가오는젊은하니를보자,사랑이혈관속을뛰어노는이순간자신이어디출신이든,부모가어떤사람이든아무것도중요하지않았다.
p.127
그가갑작스러운열정으로그녀를감싸안더니그녀의머리를자기가슴에대자,그녀가키스를돌려주었다.정체를알리지않았던하니가본모습을드러냈다.채러티를지배하는사람은하니였지만,오히려그녀자신이하니의신비스러운힘을새롭게갖게되었다고느꼈다.
p.151
그녀는하니보다먼저작은집에도착할때면늘기분이좋았다.풀밭위로흔들리는사과나무그림자와도로밑으로반구형지붕을만든오래된호두나무,오후의빛속에서쪽으로비탈진목초지등,그의첫키스로이모든것을날려버리기전에은밀한달콤함을상세히만끽할수있는이시간이마음에들었다.고요한이곳에서보낸시간과관련없는것들은꿈속기억처럼모두흐릿했다.경이롭게펼쳐진그녀의새로운자아와빛을향해펼치는오그라든덩굴손같은그녀의두손만이유일한현실이었다.
p.176
그는그녀의고개를뒤로돌려서귀밑목선을더듬더니머리카락과두귀와입술여기저기에입을맞추었다.그녀는그에게필사적으로매달려있었다.그가소파위무릎쪽으로그녀를끌어당기자,그녀는마치바닥이안보이는어떤심연속으로두사람이함께빨려들어가는것만같았다.
p.197
그녀는거의무의식적으로결정을내렸다.그녀의두눈이둥그런언덕을따라가자,그녀의마음도과거의여정을따라갔다.그녀는자신의핏속에있는어떤것때문에그산만이유일하게자신의질문에대한해답이되고,자신을에워싼,자신을괴롭히는모든것을피할수있는필연적인탈출구가된다는생각이들었다.
p.222
남자가끌고오는마차가오솔길을따라그녀가올라왔던소나무숲으로곧장향하고있었다.그녀는마차를모는사람이자신을찾고있다는것을바로알아챘다.그남자가지나갈때까지절벽아래로튀어나온바위밑에쭈그리고앉아있겠다는충동이제일먼저들었다.하지만숨고싶은본능은끔찍한공허감에빠진그녀의가까운곳에누군가가있다는안도감에의해꺾여버렸다.그녀는자리에서일어나서마차쪽으로걸어갔다.
p.241
그녀는희생을끝마칠힘이없었다.하지만그런것이결국무슨소용이있을까?이제다시는하니를볼기회가없었다.그런데왜그녀가그에게진실을말하지말아야할까?그녀는편지를우체통에집어넣고햇살이비치는분주한거리로나와서호텔쪽으로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