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P.27
마침내나는알리사의방문바로밖에서있었습니다.잠깐동안기다렸습니다.아래층에서웃음소리와떠들썩한목소리가들려왔고,아마도이것이내가방문을두드린소리를덮어버렸는지아무런반응이없었습니다.즉아무대답도듣지못했습니다.나는방문을조심스럽게밀었고,조용히방문이열렸습니다.방은너무어두워서나는알리사를즉시알아볼수가없었습니다.알리사는침대곁에무릎을꿇고있었습니다.그녀의뒤에있는창문을통해날이저무는희미한불빛이새어들어왔습니다.내가가까이다가가자,알리사는일어나지않고돌아보면서중얼거렸습니다.
“오,제롬,왜다시돌아왔어?”
나는알리사의얼굴에입맞춤을하려고몸을구부렸습니다.알리사의얼굴은눈물로얼룩져있었습니다.……
나의일생은그순간에의해결정되었으며,오늘날까지도나는그순간을생각할때마다고뇌의고통을느끼지않을수없습니다.
P.38
“제롬이훌륭한사람이될것이라고생각하세요?”
여기서외삼촌이목소리를높였습니다.
“먼저,알리사,나는네가‘훌륭한’이라고할때그말이무엇을의미하는지알고싶구나.어떤사람은겉모습은그렇게보이지도않고,적어도인간의눈으로보기에는그렇게보이지않더라도하나님의눈으로보았을때에는사실은아주훌륭한사람일수있단다.”
P.55
“나는오늘아침너와아주열렬하게결혼하려고애쓰는꿈을꾸었어.그래서나는죽음외에는우리를갈라놓을수있는것이없을것이라고믿어.”
“죽음이우리를갈라놓을수있다고생각해?”
알리사가물었습니다.
“내가말하는것은…”
“나는오히려죽음이세상에서나뉘었던것들을함께모을수있다고생각해.그래,삶에서는함께하지못한것들을죽음이모을수있다고.”
이대화의모든내용은우리의가슴깊게스며들어,우리가사용했던단어의억양까지도여전히들리는듯했습니다.하지만나는그말이의미하는중대한뜻을아주나중이되어서야깨닫게되었습니다.
P.58
내가대답하지않고어깨를으쓱했더니,줄리엣은고집을부리며재차되물었습니다.
“그렇다면,뭘기다리고있는거야?왜당장약혼하지않느냐고?”
“우리가왜꼭약혼을해야해?세상사람들이뭐라하든상관없이우리가서로에게속해있고,앞으로도서로에게속해있을것이라는것을아는것만으로도충분하지않을까?나는알리사에게내인생전체를바치기로선택했는데,내사랑을약속이라는따위의구속으로서로를얽매이는것이더고귀하다고생각하니아니!약속같은맹세는내게있어서는사랑에대한모욕처럼느껴지거든.내가알리사를신뢰하지못하는경우에만약혼하고싶을거야.”
“내가못믿는건알리사언니가아니야…….”
p.151
나는천천히앞으로나아갔고,하늘은나의기쁨과도같이따뜻하고,밝고,섬세하게순수했습니다.알리사는분명다른길에서나를기다리고있을것입니다.나는알리사에게가까이있었고,그녀등뒤쪽까지갔습니다.알리사는내가다가가는소리를듣지못했습니다.나는멈추어섰습니다.그리자마치시간이나와함께멈춘것같았습니다.‘이순간이다’나는생각했습니다.‘아마도모든것중에서가장기분좋은순간,행복그자체도도저히미칠수없는가장감미로운그순간’이라고나는생각했습니다.
p.212
9월20일
주여,그를저에게주셔서제가당신께제마음을드릴수있도록하소서.
주여,제가그를한번만더볼수있게해주소서.
주여,저는당신께제마음을드리겠다고다짐합니다.제사랑이요구하는것을허락해주십시오.제가남은생의전부를오직당신께드리겠나이다.
주여,이비참한기도를용서해주소서.하지만저는그의이름을입술에서지울수도없고제마음의고통을잊을수도없습니다.
주여,제가당신께외칩니다.고통속에빠져있는저를버리지마소서.
p.220
10월16일
제롬,내가너에게완전한기쁨이무엇을의미하는지가르칠수있었으면좋겠다.
오늘아침나는심한구토증의발작으로온몸이산산조각이났다.그리고그후나는너무약해져서잠시동안내가죽고싶다는생각을했다.하지만그렇지않다.먼저모든내속에큰고요함이밀려왔다.그러고는심한고통이나를휘어잡았고전율이내육체와영혼을사로잡았다.그것은마치내인생의갑작스럽고명확한계시와도같았다.나는처음으로내방의벽이끔찍하게헐벗은것같아보였다.나는두려움에사로잡혔다.지금도나는나자신을안심시키고진정시키기위해글을쓰고있다.오주님!신성모독없이끝까지이르기를바랍니다!
나는다시일어날수있었다.나는어린아이처럼무릎을꿇었다…….
나는내가혼자라는것을다시깨닫기전에지금빨리죽고싶다.
p.224
“제롬,오빠에게편지를쓰지는못했지만,아기의대부가되어줄수있어요?”
“그럼,기꺼이,원한다면.”
내가약간놀라며요람위로몸을기울이며말했습니다.
“내대녀의이름이뭐야?”
“알리사……”
줄리엣이속삭이듯이말했습니다.
“그애는알리사언니를좀닮지않았나요?”
나는대답하지않고줄리엣의손을꼭쥐었습니다.그녀의어머니가들어올린작은알리사는눈을떴고,나는그애를내품에안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