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의 머릿속을 휘젓고 있는 테마의 중심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특히 3부를 이루는 시편들에서는 그가 얼마나 자연과학적 세계관에 압도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 내 보이고 있다. 시의 제목에서조차 「루시와 셀람」, 「안트로피」, 「지구 과학」, 「주기율표」, 「초신성」, 「코스모스」, 「양자역학」 같은 비시적非詩的인 명명을 굳이 숨기려 들지 않는다. 이런 제목과 함께 문장은 더욱 설명적이어서 독자로서는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니다. 가령 “지구는 무서운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지만/인간은 느끼지 못한다/태 양도 자전과 공전을 하면서 은하의 주위를 돈다/우리 은하 한 바퀴를 2억 5천만 년 동안 걸리면서 공전하고 있다”(「지구과학」) 같은 사실 진술 은 기본적인 시 문법의 배반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사실 우리는 과학 자체를 시의 외연으로조차 받아들이기를 불편해 하는 처지이지 않던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시와 과학의 거리는 멀어도 아주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중략〉
이렇듯 시인은 설명적 진술과 시적 함축 사이를 오가며 우주의 생성과 소멸의 비밀을 엿보며 생명의 순환에 스스로 참여한다. 나는 이 시집을 읽은 첫 독자로서 생명 순환의 경이 앞에 몸을 떨며 그 기적을 겸허와 감사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익어가는 노년을 경외의 마음으로 응원하고자 한다.
- 윤성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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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시인은 설명적 진술과 시적 함축 사이를 오가며 우주의 생성과 소멸의 비밀을 엿보며 생명의 순환에 스스로 참여한다. 나는 이 시집을 읽은 첫 독자로서 생명 순환의 경이 앞에 몸을 떨며 그 기적을 겸허와 감사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익어가는 노년을 경외의 마음으로 응원하고자 한다.
- 윤성희(문학평론가)
새벽에 오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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