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팝, 소실의 자취 (유행의 노래 시대의 곡조, 1914~1945 | 반양장)

동아시아 팝, 소실의 자취 (유행의 노래 시대의 곡조, 1914~1945 | 반양장)

$24.00
Description
소리로 기록된 ‘동아시아 팝’
시대를 노래하고 유행을 선도했던,
사라져 가는 아름다움을 찾아서
동아시아 팝이라는 개념은 유행가나 시대곡이라는 역사적 장르를 포괄하는 일반 명사다. 그런데 이 유행가나 시대곡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특정 장르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 명사에 가까웠던 듯하다. 두 음악 스타일 모두 당대에는 동시대 최신 유행, 즉 ‘팝 컬처’로 인지되었다. 지금 기준으로는 옛날 음악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새로울 수 없는 음악이기도 했다. 동시대가 아니라 ‘그 시절’로 의미가 전성(轉成)되어 노스탤지어의 대상이 된 것은 수십 년 시간이 흐른 다음 일이다. 그러면서 시대곡도 유행가도 역사적 장르로 특정화되었다. 대중음악은 특정 사회 구성원의 집단적 기억 혹은 망각 작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문화 산업이 수익을 올리는 효과적 방법 가운데 하나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특정 과거를 그리는 장면에 시대곡과 유행가를 삽입하여 대책 없는 노스탤지어를 자아내고는 한다.
이런 노스탤지어의 대상이 서양의 침탈로 사라진 동아시아의 전통과 다르다는 점은 조금만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먼 훗날, 이 노래가 동아시아적이라고 느끼는 까닭은 당대에 이들 음악을 경험하지 않았으므로, 인물·작품·사건에 대한 그리움이 직접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겹의 매개 작용을 거쳐서 형성된 것이다. 그 매개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축음기에서 나오는 소리다. 축음기 바늘이 닿을 때 생기는 잡음을 뚫고 SP레코드에서 재생되는 소리의 질감은 부서지기 쉬운 셸락(shellac) 재질 레코드처럼 금방이라도 스러질 것만 같다. 때로는 몸져누워 있는 늙은 부모의 애잔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와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시대 이전 음악은 그렇게라도 들을 수 있는 가능성조차 전혀 남아 있지 않다. 19세기 중반 이전 인류가 어떤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음악을 연주하고, 어떤 춤을 추었는지에 관한 자료는 종이나 나무·돌·쇠붙이 등에 쓰거나 새긴 것밖에 없다. 동아시아에서도 대중음악, 문자 그대로 대중적 음악의 역사는 19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소리로 기록된 대중음악이 1914년 이전으로 거슬러 가기는 힘들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 동아시아 팝이라고 부르는 음악은 어쨌든 소리 기록이 남아 있다.
SP레코드로 남아 있는 소리는 당시 사람들이 직접 라이브로 노래하고 연주했던 소리를 충분히 재연하지 못한다. 시간을 껑충 뛰어서 100년 뒤로 와 보자. 2010년대 이후 스트리밍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는 라이브로 도저히 재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라이브를 한다면 미리 녹음된 소리를 부분적으로라도 재생해야 한다. 살아 있는(live) 음악과 녹음된(recorded) 음악의 관계가 바뀐 셈이다. 즉, 21세기 이후는 녹음된 음악 소리가 실제보다 과장되어서 아쉽다면, 20세기 전반기에 녹음된 소리는 실제보다 부족해서 아쉽다.
그래서 시대의 곡조이자 유행했던 노래의 소리 기록을 오늘날 다시 들을 때 느끼게 되는 아쉬운 감정이 초기 동아시아 팝의 역설적 미학 기저에 깔려 있다. 이 책은 그 아름다움에 관한 책이다. 그 소리는 아쉽기는 해도 어떻게든 기록되어 남아 있다. 그런 상태가 주는 아름다움이 있고 그런 유형의 아름다움은 동아시아, 정확히 말하면 20세기 전반기의 동아시아라는 말과 잘 어울린다. 아주 오래된 것 같지만 현대에 속하고, 현대에 속하지만 사라져서 없어질 것 같은 상태.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소실의 자취’라는 구절은 그런 상태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보려는 노력이다.
저자

신현준,이준희

저자:신현준

저자:이준희

목차

prologue

Ⅰ동아시아,팝음악,그리고동아시아팝
동아시아는어디인가
팝의모더니티는'언제'부터일까
동아시아팝,혹은팝을동아시아화하기

2동아시아를넘나든소리,소리를가로막은이상
제구그이유행가(流行歌):유행가,류코카,류싱거
민국의시대곡:조계상하이,그너머
재즈와전쟁

epilogue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