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팝, 소실의 자취 (유행의 노래 시대의 곡조, 1914~1945 | 반양장)

동아시아 팝, 소실의 자취 (유행의 노래 시대의 곡조, 1914~1945 |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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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소리로 기록된 ‘동아시아 팝’
시대를 노래하고 유행을 선도했던,
사라져 가는 아름다움을 찾아서
동아시아 팝이라는 개념은 유행가나 시대곡이라는 역사적 장르를 포괄하는 일반 명사다. 그런데 이 유행가나 시대곡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특정 장르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 명사에 가까웠던 듯하다. 두 음악 스타일 모두 당대에는 동시대 최신 유행, 즉 ‘팝 컬처’로 인지되었다. 지금 기준으로는 옛날 음악이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새로울 수 없는 음악이기도 했다. 동시대가 아니라 ‘그 시절’로 의미가 전성(轉成)되어 노스탤지어의 대상이 된 것은 수십 년 시간이 흐른 다음 일이다. 그러면서 시대곡도 유행가도 역사적 장르로 특정화되었다. 대중음악은 특정 사회 구성원의 집단적 기억 혹은 망각 작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과거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문화 산업이 수익을 올리는 효과적 방법 가운데 하나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특정 과거를 그리는 장면에 시대곡과 유행가를 삽입하여 대책 없는 노스탤지어를 자아내고는 한다.
이런 노스탤지어의 대상이 서양의 침탈로 사라진 동아시아의 전통과 다르다는 점은 조금만 생각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먼 훗날, 이 노래가 동아시아적이라고 느끼는 까닭은 당대에 이들 음악을 경험하지 않았으므로, 인물·작품·사건에 대한 그리움이 직접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겹의 매개 작용을 거쳐서 형성된 것이다. 그 매개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축음기에서 나오는 소리다. 축음기 바늘이 닿을 때 생기는 잡음을 뚫고 SP레코드에서 재생되는 소리의 질감은 부서지기 쉬운 셸락(shellac) 재질 레코드처럼 금방이라도 스러질 것만 같다. 때로는 몸져누워 있는 늙은 부모의 애잔한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와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시대 이전 음악은 그렇게라도 들을 수 있는 가능성조차 전혀 남아 있지 않다. 19세기 중반 이전 인류가 어떤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음악을 연주하고, 어떤 춤을 추었는지에 관한 자료는 종이나 나무·돌·쇠붙이 등에 쓰거나 새긴 것밖에 없다. 동아시아에서도 대중음악, 문자 그대로 대중적 음악의 역사는 19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소리로 기록된 대중음악이 1914년 이전으로 거슬러 가기는 힘들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이 책에서 동아시아 팝이라고 부르는 음악은 어쨌든 소리 기록이 남아 있다.
SP레코드로 남아 있는 소리는 당시 사람들이 직접 라이브로 노래하고 연주했던 소리를 충분히 재연하지 못한다. 시간을 껑충 뛰어서 100년 뒤로 와 보자. 2010년대 이후 스트리밍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는 라이브로 도저히 재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라이브를 한다면 미리 녹음된 소리를 부분적으로라도 재생해야 한다. 살아 있는(live) 음악과 녹음된(recorded) 음악의 관계가 바뀐 셈이다. 즉, 21세기 이후는 녹음된 음악 소리가 실제보다 과장되어서 아쉽다면, 20세기 전반기에 녹음된 소리는 실제보다 부족해서 아쉽다.
그래서 시대의 곡조이자 유행했던 노래의 소리 기록을 오늘날 다시 들을 때 느끼게 되는 아쉬운 감정이 초기 동아시아 팝의 역설적 미학 기저에 깔려 있다. 이 책은 그 아름다움에 관한 책이다. 그 소리는 아쉽기는 해도 어떻게든 기록되어 남아 있다. 그런 상태가 주는 아름다움이 있고 그런 유형의 아름다움은 동아시아, 정확히 말하면 20세기 전반기의 동아시아라는 말과 잘 어울린다. 아주 오래된 것 같지만 현대에 속하고, 현대에 속하지만 사라져서 없어질 것 같은 상태.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소실의 자취’라는 구절은 그런 상태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보려는 노력이다.
저자

신현준,이준희

성공회대학교동아시아연구소HK교수.서울대학교경제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고,싱가포르국립대학교아시아연구소방문연구원,레이든대학교방문교수를역임했다.국제저널《Inter-AsiaCulturalStudies》의편집위원,《PopularMusic》의국제고문위원이다.지은책으로《빽판키드의추억》,《한국팝의고고학(전4권)》(공저),《글로벌,로컬,한국의음악산업》등이있다.

목차

prologue

1동아시아,팝음악,그리고동아시아팝
동아시아는어디인가
팝의모더니티는‘언제’부터일까
동아시아팝,혹은팝을동아시아화하기

2동아시아를넘나든소리,소리를가로막은이상
제국의유행가(流行歌):유행가,류코카,류싱거
민국의시대곡:조계상하이,그너머
재즈와전쟁

epilogue

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동아시아를넘나든소리,
소리를가로막은이상

이책은두편으로구성되어있고각편은또세개장을포함한다.제1편과제2편은각각이론과역사라고구분할수있다.제1장부터제3장까지는동아시아팝에관해이론적·개념적으로천착해보았다.간단히말하면제1장은공간혹은지리,제2장은시간혹은역사에관한논의고,제3장에서는둘을종합했다.다시말해제1장은동아시아,제2장은팝음악,제3장은동아시아팝에관해논한다.
먼저제1장에는음악에관한이야기는그리많지않고동아시아라는공간에대한저자들의생각을담았다.19세기말부터20세기초까지동아시아정치사와레코딩테크놀로지의역사를연관지어살펴볼기회가되리라고생각한다.
제2장에서는팝음악에관해논한다.팝음악이서양에만배타적으로적용된다는생각에이의가있더라도,서양에서전개된논의에무관심한채동아시아만들여다본다면동아시아팝의미묘한의미를파악할수없다.이를위해모더니티·문화·대중문화·매스미디어·도시공간·테크놀로지등더큰범주들도필요한부분에서적절하게원용했다.또한이장에서는시간과공간의순서를따르지않고최근사례까지포함하여,문자그대로동서고금의사례를다루었다.
제3장에서는동아시아팝음악을종합적으로정의하고개념화했다.이를위해무엇보다대중음악용어로사용되어온한자용어를살펴보고,문자하나가다른문자와결합하여둘혹은세문자로구성된복합어에관해서도살펴본다.이를통해대중음악관련용어들이동아시아각국,각지에서통일되지않았다는점을확인하고또한문학이나무용등음악과밀접했던다른예술장르와연관도밝혀보고자한다.
제2편에속하는제4장부터제6장까지는앞에서간략히만소개했던인물·작품·사건등에관한이야기다.연대기순이나장소별이라는익숙한기준으로구분하지않고,시대와공간을넘나들며이야기가펼쳐진다.조선과일본,그리고중국과대만이서로영향을주고받으며펼쳐진음악적교류는물론,각공간에서음악이어떻게유행하고발전했는지를다양하게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