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 (김명인 회성록)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 (김명인 회성록)

$24.00
Description
1979년 계엄과 2024년 계엄 사이,
한국사회에 깊이 개입하고 성찰해온
비평가 김명인의 가장 급진적인 자기/역사 비평
1980년 ‘무림사건’의 주동자 중 한 명으로 감옥살이를 했고 2020년 재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비평가 김명인이 “지난 45년여의 시간과 씨름해온 늙은 시민으로서의 경험과 생각들”을 전하는 ‘회성록’(回省錄) 『두 번의 계엄령 사이에서』를 출간하였다. 회고록이라는 장르를 급진적으로 해체ㆍ재구성하는 이 책은 자전적 기록과 사회사적 기록을 결합하는 동시에 급진적인 자기 분석을 시도한다. 1977년부터 2024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사적 경험과 공적 역사가 교차하고 상호 침투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담아내 한국 현대사를 조망할 뿐만 아니라, 치밀한 자기 비평 작업을 통해 독자들에게 풍부한 영감을 주는 성찰적 삶의 태도와 비판적 글쓰기의 윤리를 열어젖힌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김명인

저자;김명인
1958년,강원도도계에서태어나네살부터는내내서울에서살아왔다.세상의이치에눈을떠가던중학교시절부터막연히비평가가되고싶다는생각을했다.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다녔으나재학중비합법학생운동그룹에몸을담아박정희군부독재에저항하는투쟁에전념했고이어진전두환신군부세력에대항하는투쟁에20대청춘의거의모든것을쏟아부었다.투쟁선언문이나격문을쓸때마다존재의고양감에몸을떨었고,그뜨겁고휘황한말들에대한책임감때문에인생은일찌감치무거워졌다.1979년에는짧게,1980년부터1983년까지는좀길게두번의감옥살이를했다.이른바‘무림사건’이두번째옥살이의원인이었다.
1985년,평단에이름을올리고비평가로서의길을걷기시작했다.1987년에또하나의격문을쓰는기분으로발표한「지식인문학의위기와새로운민족문학의구상」으로‘민족문학주체논쟁’을일으켰고그파장을겪으며다시한번글쓰는일의엄중함과그그림자의길이와무게를절감할수있었다.시대의피로와환멸에지쳐「불을찾아서」라는글을남기고비평을중단한1992년,대학원에
들어가김수영에대한석사논문과조연현에대한박사논문을써서1998년에학위과정을마쳤다.
2000년부터다시비평을쓰지만동시대문학과의불화를확인하고2005년인하대학교국어교육과에교수직을얻은뒤로는문학연구와교육을핑계로사실상평단에는폐업계를내다시피하였다.1999년부터는인천에서나오는시사문화계간지『황해문화』편집주간으로일했다.2024년봄,교수직에서정년퇴임을하고편집주간자리에서도물러나면서지금은모든공적활동을접고은퇴자의소소한자유를누리며살아가고있다.2021년에낸마지막평론집으로2023년에임화문학예술상을수상한게생애유일의수상이력이다.
쓴책으로『희망의문학』(1990),『잠들지못하는희망』(1997),『불을찾아서』(2000),『김수영,근대를향한모험』(2002),『조연현,비극적세계관과파시즘사이』(2004),『자명한것들과의결별』(2004),『환멸의문학,배반의민주주의』(2006),『내면산책자의시간』(2012),『문학적근대의자의식』(2016),『부끄러움의깊이』(2017),『폭력과모독을넘어서』(2021)가있다.

목차

이책을읽는이들에게
프롤로그혁명운동가에서시민으로

1부나의대학
1977년봄,적막|학회,또다른대학|농활이라는이름의통과제의|그해가을|인식의전환|문학도가된다는것

2부안개의숲,무림
그숲에들어서기전에|지상의삶과지하의삶|박정희가죽었다!|서울의봄|회군|그날을어떻게기억할것인가|‘광주사태’|조용한가을|반파쇼학우투쟁선언|남영동에서,이근안이있는풍경|2년7개월,감옥에서|스무통의옥중서신

3부짧은미몽,긴후일담
1장출세간,문학이라는외피
입사식의절차|펀집자되기|문학평론가되기
2장길이시작되자여행은끝났다
그어느허탈했던겨울날아침|‘민중적민족문학’이라는미망|1991년
3장1990년대,내부망명자의삶
자기분열의시작|대학원시절|강건너편의세계
4장환멸과희망사이
공론장으로의복귀?|『황해문화』와의동행|대학교수라는직업|디스토피아스펙터클앞에서|말년의양식

에필로그희극으로반복되는역사:2024년겨울의계엄령
미주

출판사 서평

“이제부터나는한사람의자칭혁명운동가가
한사람의시민의자리에내려서게된오랜내력을이야기할것이다.”

1979년과2024년계엄사이,또는무림사건이후40년

1980년‘무림사건’의주동자중한명으로감옥살이를했고그로부터40년이흐른2020년재심재판에서무죄판결을받은비평가김명인이“오늘의젊은세대에게지나간세대가전하는성찰의기록이자부끄러운손길로내미는공감과연대의제안”(16쪽)으로,“다시오랜시간을세상과맞서거나부대끼며살아가야할운명에놓여있는오늘의젊은시민들에게작은격려와위안”(41쪽)이되기를바라는마음을담아“지난45년여의시간과씨름해온늙은시민으로서의경험과생각들”(41쪽)을전하는‘회성록’(回省錄)『두번의계엄령사이에서』를출간하였다.

‘무림사건’은1980년12월11일서울대학교교내에서일어난반정부시위사건이다.군사정권에의해‘북한괴뢰집단을이롭게할목적’을가졌다는혐의를뒤집어쓴‘공안사건’이되어관련자여러명이실형을살거나강제징집을당했으며,이후1980년대학생운동사와한국현대사에큰파장을불러일으켰다.이책은재심과정에서변호인을맡은이명춘변호사의의뢰로부터‘무림사건’에대한사료적가치를지닌보고서를편찬해내자는취지로시작되었으나,“1980년에있었던무림사건이라는학생운동사건의전말을상세하게기록하되,하나의좌경용공범죄에서정당한시민적저항행동으로그공식적평가가바뀌기에이른40년동안의한국사회의변화상을한인간의생애의굴곡이라는맥락속에서재해석해”(13쪽)내는방향으로확대해보자는저자의제안을거쳐지금과같은형식을갖추게되었다.

한편,이책을집필하면서저자는줄곧“성년이후40년의생애가온통‘낭만적우울’로채색된어두운풍경”이라고느꼈지만,막바지작업이한창이던2024년12월,45년만의계엄령을경험하게된다.“20대초반이던1979년10월26일박정희의피살과함께발령된비상계엄령과그해12월12일전두환일당의군사반란을겪었고,60대후반에접어든2024년겨울,또한번의비상계엄의소용돌이속으로휘말려들었다.마치두바지랑대사이에줄을이어놓고외줄타기를하는줄광대처럼성년의시간전부를이두번의계엄령사이를위태롭게건너온셈이다.하지만20대초반에겪은계엄령에서시작된오랜우울증은말년에맞이하게된이희극적인또한번의계엄령과이에맞서는젊은시민들의놀라운투쟁을겪으며놀랍게도씻은듯사라졌다.”(15쪽)그리고이책의제목은‘두번의계엄령사이에서’가되었다.저자는이렇게이어쓴다.“새제목에도우울한정조가얼마간은섞여있을지모르지만,나는이제목을통해비관도낙관도쉽사리허락하지않는한국현대사의역동성을따라파도타듯흔들려온내생애를비로소긍정적으로수용할수있게되었다.”

자전적기록과사회사적기록의눈부신결합

『두번의계엄령사이에서』에서‘개인의생애’와‘한국현대사’는분리될수없으며,‘자전적기록’과‘사회사적기록’은단단하게맞물려있다.따라서이책을읽는것은곧한국사회에대해가장치열하게고민해온한개인의삶에새겨진‘역사’를읽는것이된다.저자는이렇게썼다.“이제부터나는한사람의자칭혁명운동가가한사람의시민의자리에내려서게된오랜내력을이야기할것이다.이긴이야기속에는그기나긴시간동안도대체나라는인간에게,우리한국사회에,또이세계에어떤일이일어났는지,내가그일들을겪으며무슨생각을했고,무엇을했으며또무엇을못했는지하는것들이시시콜콜하게담겨있다.(…)하지만나는한개인의자전적기록이면서동시에지난45년여동안한국사회가어떻게변해왔는가를들여다볼수있는하나의사회사적기록이될수있기를바라는마음으로이이야기를해나갈작정이다.”(41쪽)

저자는자신의성년이후의전생애이기도한1970년대후반이후한국현대사의중요한순간들에실천적으로개입하거나그것이일상과사회에남긴영향을비판적으로성찰해왔다.1980년12월「반파쇼학우투쟁선언」이라는문건을작성한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4학년김명인은형사들에게‘무림사건’의주동자라는이유로연행되어비인간적고문을수반한불법취조를받고반공법및계엄법위반죄로2년7개월간‘좌익수’로서의수형생활을했다.이후,작은무역대리점사원을거쳐인문사회과학출판사‘풀빛’편집장으로『노동의새벽』,『죽음을넘어시대의어둠을넘어』,『한국민중사』등출판문화운동사에기억될만한기념비적인책들을만들었으며,1980년대후반부터‘민중적민족문학론’을대표하는문학평론가로활동했다.1980년대내내뜨거웠던변혁운동이퇴조하는1991년무렵에는그역시대학원에진학해‘환멸’과‘관조’속에서“내부망명자의삶”에진입했다가1998년부터다시,평론을쓰기시작하는한편,시사문화계간지『황해문화』편집주간,대학교수,여러매체의칼럼니스트로서,한국사회를사려깊게관찰하면서꾸준히변화의현장에참여하거나그것을증언해왔다.그렇게1981년반공법,계엄법위반죄선고로부터2020년의무죄판결에이르는세월,더정확히1977년부터2024년까지의시간속에서,민중을위해혁명을꿈꾸던한청년은다른시민들과더불어나날의평범한일상속에서근원적변화를향한꿈을꾸고실천하고자하는한사람의나이든시민이되었다.그리고이50여년의시간을강렬하고도섬세한,날카로우면서유머를잃지않는언어로조망한이책을통해독자들은그동안한국사회에무슨일이일어났는지,우리가무엇을하고무엇을하지못했는지,또이제부터무엇을해야하는지,그맥락에대한생생한이해와소중한통찰을얻을수있다.

회성록,회고록장르의급진적재구성

『두번의계엄령사이에서』는회고록이라는장르를급진적으로해체,재구성한다.이책은자전적기록과사회사적기록을결합하는동시에급진적인자기분석을시도한다.저자는이러한글쓰기실천에대해,개인의전생애에관한사적인글쓰기로받아들여지는회고록대신‘회성록’이라는이름을붙였다.저자는이렇게쓴다.“나는이세월동안한번도그냥개인인적이없었다.가장고립되고격절되었다고생각할때야말로사실은가장깊숙이세상과연루되었을때였다.그렇게세상과지독하게상호침투되어있었던시간들을돌아보는일은세상과나자신의깊은이면을헤집어그논리를캐내는일이다.그저되돌아본다는말로는부족하다.그래서나는이책을지나온삶을되돌아본다는뜻의회고록(回顧錄)에서한걸음더깊이들어가,지나온삶을비판적으로되돌아본다는뜻의회성록(回省錄)으로고쳐부르고자한다.”(9~10쪽)

이것은인류학,사회학의방법론인자기기술지전통,또는부르디외의‘자기의사회분석’이나아니에르노의오토픽션,디디에에리봉의‘사회학적자기성찰’등과맞닿아있다.“기억과이미지들위에역사적맥락을오버랩시키는”(114쪽)기술방식은‘무림사건’에만국한된것이아니라이책전반을아우르며,사회적이고역사적인것이개인적인것을어떻게구성하는지보여준다.저자는사적경험과공적역사가교차하고상호침투하는과정을세심하게담아낼뿐더러,진솔한자기고백이나회고를넘어,기존작업과사유,과거에사로잡혀있었던특정한감정들까지철저히해부하는치밀한자기비평작업을수행한다.실존적,윤리적,정치적질문을피하지않고아주정직하게대면하고,가장근본적인핵심으로과감하게다가가며,끝까지밀어붙여서사유하기를멈추지않는다.그럼으로써자기자신의내면조차이후세대가참고하고비판해도좋을텍스트또는역사적사료로내놓는용기는이책에서가장급진적인지점중하나이다.

특히,이책은저자의삶의궤적속에서지금껏이어온이윤리적,정치적존재의기원,즉1970년대후반~1980년대초반의대학과학생운동,1980년대후반~1990년대초반의민중·민족·민주변혁운동의격랑속으로독자들을데려가,여전히견지하고있는삶의태도의원형을파고드는데많은분량을할애한다.지나온삶을때로는냉정하고비판적으로되돌아보지만,그곳에는국가폭력을포함한사회의야만과불의가곳곳에자리하고있으며,“‘지금이상태’를넘어서고자하는낭만적충동”(90쪽),매우강렬한열망과에너지,극도의슬픔과분노와죄의식,이후계속되는환멸과희망사이의진자운동이존재한다.그리고그것이야말로저자와“비슷한시대를살아온50~60대의‘과거의용사들’”(16쪽),더정확히지난40~50년을거쳐온변혁운동가,좌파들이공유하는핵심정동이자저자가포착해낸집단적내면풍경일것이다.저자의순도높은진심과날카로운지성으로쓰인이책은지난반세기의민주화및포스트민주화시대를고투하며살아낸한사람의내면풍경을생생하게되살리는동시에,당대를살아가는사람들의얼어붙은감각의문을두드려마음속에웅크리고있던세상을향한‘낭만적충동’을일깨우고세계와인간을바라보는성찰적태도와비판적글쓰기의윤리에대한깊은공감을불러일으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