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층 너머로 (은이결 장편소설)

2.5층 너머로 (은이결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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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해 여름, 교실은 자리 하나가 빈 채로 방학을 맞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충분히 애도하고
슬픔과 기억을 다시 쓰며 내일로 나아가는 이야기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상상한다.
끝내 기다림이 이기는 세계를, 다정함이 이기는 세계를.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다면 나직하게 속삭여 주고 싶다.
계속 사랑해도 괜찮다고, 그리워해도 괜찮다고.
계속 ‘너’를 ‘나’의 세계 안에 품고 있어도 괜찮다고.”

◇ 정여울(작가, 『데미안 프로젝트』 저자) 추천 ◇

상실의 계절을 통과하며 발견한 희망의 기척

2013년 푸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처한 복잡다단한 현실과 고민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그려 온 은이결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2.5층 너머로』가 출간되었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후 남겨진 이들의 마음과 삶의 궤적에 깊은 관심을 가진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친구의 실종과 죽음이라는 소식을 맞닥뜨린 주인공 아진이 보낸 애도의 시간과 작별하는 마음을 섬세하게 형상화했다. 타인의 불행이나 부재가 너무 쉽게 잊히거나 가십으로 소모되는 시대에, 떠난 사람을 온전히 기억하려 애쓰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다시 쓰는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준다. 납득하기 힘든 불행이 찾아왔을 때 그 원인을 자신에게 묻고 죄책감을 갖기 쉬운 아이들 곁에 선뜻 다가가 따뜻하게 위로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너도 소중한 것들을 지켰으면 좋겠어.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중학교 3학년 여름 방학, 아진은 학원도 그만두고 세나를 기다리는 데 몰두한다. 휴대폰을 손에서 한시도 떼어 놓지 못하고, 비만 오면 조바심이 나서 우산 하나를 더 챙겨 거리를 쏘다닌다. 하지만 진규가 멀리서 가져온 소식은, “기다렸지만 원하던 것이 아니”었다. 마을과 뚝 떨어진 인적이 드물고 외진 곳에서 세나의 주검이 발견된 것이다. 아진은 남은 학기 동안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지만, 사실 마음은 금이 갈 듯 얇아져 위태로운 상태이다. 누구와도 세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고립감을 느끼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세나에 관한 소문을 무신경하게 떠들어 대는 걸 보면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친다. 하지만 아진은 그 누구보다 자신을 원망한다. 세나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느낀 작은 신호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 그 애가 내민 절박한 손을 마주 잡지 않은 것에 죄책감을 가진다. 동시에 자신에게 슬퍼하고 그리워할 자격이 있는지 자꾸만 되묻는다. 세나의 소식을 들은 후 아진의 시간은 땡볕이 내리쬐는 한낮의 여름에 꼼짝없이 갇히고 만다.

문득 ‘친구’와 ‘죽음’은 참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25면)

꼬박 1년이 지난 후 다시 맞이한 여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상처는 심하게 덧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아진은 새벽마다 자전거를 타며 동네를 서성거리고, 집 옥상으로 난 2.5층의 계단참에 앉아 ‘너’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자신의 내면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기억 저편에 묻어 두었던 세나와의 추억들은 손톱 거스러미처럼 일어나 자꾸만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진은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기억의 편린을 모아 세나를 선명하게 기억하려 애쓴다. 세나가 좋아하던 것, 하고 싶어 했던 일, 갖고 싶어 한 것, 꿈꾸던 미래의 풍경같이 나중으로 미루다가 이제는 아예 닫혀 버린 가능성의 세계를.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세나에게 사과하는 방법”이라고 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 2.5층에 머물며 웅크리고 있는 아진에게 친구인 진규, 은제를 비롯한 가족, 이웃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아진은 진규와 함께 세나를 추모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현실판 SNS 같은 상가 주택 이웃들의 사정에 얽혀 소동에 휘말리기도 하고, 절친 은제와 마음의 짐을 나누기도 하면서 차츰 회복된다. 충분히 애도하고 기억하는 시간을 보낸 후 아진이 발견한 것은 자신에게 뻗어 오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의 빛줄기들이다. 과연 아진은 2.5층 너머로 다가올 내일을, 다음 여름을, 타인과의 진심 어린 연결을 다시 기대할 수 있을까?


감당하기 힘든 마음의 짐을 나누어 들며
서로에게 빛과 온기를 건네는 치유의 여정

『2.5층 너머로』는 두 갈래의 중심 서사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하나는 상가 주택에서 고모와 함께 살면서 별난 이웃들을 관찰하거나 본의 아니게 엮이며 일어나는 일상 이야기이다. 특히 옆집 해미 언니와의 접점은 무력감에 빠져 있던 아진이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건강하게 의존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삶의 태도를 갖는 데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또 다른 하나는 엄마의 죽음 위에 세나의 죽음이 겹쳐지면서 아진이 느끼는 죄책감과 분열, 분투를 그린 이야기이다. 두 갈래의 서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야기에 깊이감을 더하고, 삶과 죽음, 관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이끌어 낸다. 슬픔에는 시차가 있어 비극적인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직면하는 시기와 강도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 예기치 않은 불행과 불시에 밀려드는 고통을 지나는 동안에도 계속되는 일상과 타인과의 연결은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 모든 슬픔과 고통은 개별적이므로 누구도 타인에게 어떤 방식이나 태도를 강요할 수 없다는 것 등…….
불면증에 시달리며 몽롱한 시간을 보내는 아진의 상태를 반영하듯이,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넘나들며 시간의 경계를 흐릿하게 지운다. 그리고 아진이 마음을 털어놓는 상대인 ‘너’ 또한 세나일 때도, 엄마일 때도, 그 누구도 아닐 때가 있어 모호하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는 일과 감정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시간을 초월해 영향을 주고받으며 각자에게 의미 있는 형태로 재구성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2.5층은 아진이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기장 같은 공간이자 피난처 혹은 안전 구역이다. 회복과 유예의 시간을 상징하기도 한다. 자신의 내면과 고통에만 빠져 있던 아진은 불면증을 겪으며 만난 세상의 낯선 풍경과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모두에게는 각자의 사정과 고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타자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냥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면 된다”는 것 또한 깨닫는다. 그리고 취약하고 보잘것없는 자신의 조각들까지 모두 보듬고 2.5층에 오래 머문 뒤 창 너머로 비쳐드는 희망의 기척을 발견한다. 아진의 여정을 함께한 독자들 또한 자신만의 2.5층을 떠올리며 그 너머에서 무엇이 기다리길 원하는지 곰곰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땅과 하늘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2.5층은 내 일기장이다. 아이처럼 굴기엔 너무 멀리 왔고, 어른에 속하기엔 많이 못 미치는 내 위치와 닮아서일까. 나는 그곳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너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너는 세나일 때도 있었고, 엄마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그 누구도 아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181면)
저자

은이결

저자:은이결
2013년에푸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청소년소설『잘모르던아이』『#구멍』『칼의아이』『마지막히치하이커』(공저)『광장에서다』(공저)를비롯해,동화『봄날이달려온다』『별똥맛의비밀』『최후의탐험대』등을썼다.

목차

프롤로그

1.기다렸지만원하던것이아닐때
2.빈책상마저없던날
3.여름불면과자전거
4.침범하지마시오
5.창밖의목소리
6.비밀번호738
7.적응하면그만
8.날짜뿐인일기장
9.늦게온마음
10.거북등에붙은따개비
11.아무튼있었던존재감
12.나눠갖지않은비밀
13.한밤의소란
14.가짜화해,진짜안부
15.다녀간여름을맞으러
16.믿기힘든우연
17.배웅할걸그랬어
18.모른척해주는시간
19.틀리게말하는진심
20.방학의끝은스릴러
21.나를감싸는빛무리
22.그건아마너일거야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상실의계절을통과하며발견한희망의기척

2013년푸른문학상을받으며등단한이후지금까지어린이와청소년들이처한복잡다단한현실과고민을사려깊은시선으로그려온은이결작가의신작장편소설『2.5층너머로』가출간되었다.소중한이를떠나보낸후남겨진이들의마음과삶의궤적에깊은관심을가진저자는,이작품을통해친구의실종과죽음이라는소식을맞닥뜨린주인공아진이보낸애도의시간과작별하는마음을섬세하게형상화했다.타인의불행이나부재가너무쉽게잊히거나가십으로소모되는시대에,떠난사람을온전히기억하려애쓰며자기만의방식으로슬픔을다시쓰는이야기가깊은울림을준다.납득하기힘든불행이찾아왔을때그원인을자신에게묻고죄책감을갖기쉬운아이들곁에선뜻다가가따뜻하게위로하는이야기이기도하다.

“너도소중한것들을지켰으면좋겠어.
분명방법이있을거야.”

중학교3학년여름방학,아진은학원도그만두고세나를기다리는데몰두한다.휴대폰을손에서한시도떼어놓지못하고,비만오면조바심이나서우산하나를더챙겨거리를쏘다닌다.하지만진규가멀리서가져온소식은,“기다렸지만원하던것이아니”었다.마을과뚝떨어진인적이드물고외진곳에서세나의주검이발견된것이다.아진은남은학기동안아무렇지않은듯지내지만,사실마음은금이갈듯얇아져위태로운상태이다.누구와도세나이야기를나눌수없어고립감을느끼고,아무것도모르는아이들이세나에관한소문을무신경하게떠들어대는걸보면참을수없는분노가솟구친다.하지만아진은그누구보다자신을원망한다.세나와마지막으로만났을때느낀작은신호들을대수롭지않게여긴것,그애가내민절박한손을마주잡지않은것에죄책감을가진다.동시에자신에게슬퍼하고그리워할자격이있는지자꾸만되묻는다.세나의소식을들은후아진의시간은땡볕이내리쬐는한낮의여름에꼼짝없이갇히고만다.

문득‘친구’와‘죽음’은참어울리지않는단어라는생각이들었다.(25면)

꼬박1년이지난후다시맞이한여름,제대로돌보지못한상처는심하게덧난다.불면증에시달리는아진은새벽마다자전거를타며동네를서성거리고,집옥상으로난2.5층의계단참에앉아‘너’에게속내를털어놓으며자신의내면을골똘히들여다본다.기억저편에묻어두었던세나와의추억들은손톱거스러미처럼일어나자꾸만존재감을드러낸다.아진은조각조각흩어져있던기억의편린을모아세나를선명하게기억하려애쓴다.세나가좋아하던것,하고싶어했던일,갖고싶어한것,꿈꾸던미래의풍경같이나중으로미루다가이제는아예닫혀버린가능성의세계를.“그것들을소중히여기는것이세나에게사과하는방법”이라고정했기때문이다.

그렇게혼자2.5층에머물며웅크리고있는아진에게친구인진규,은제를비롯한가족,이웃들이끊임없이찾아와마음의문을두드린다.아진은진규와함께세나를추모하는시간을보내기도하고,현실판SNS같은상가주택이웃들의사정에얽혀소동에휘말리기도하고,절친은제와마음의짐을나누기도하면서차츰회복된다.충분히애도하고기억하는시간을보낸후아진이발견한것은자신에게뻗어오는사람들의관심과사랑의빛줄기들이다.과연아진은2.5층너머로다가올내일을,다음여름을,타인과의진심어린연결을다시기대할수있을까?

감당하기힘든마음의짐을나누어들며
서로에게빛과온기를건네는치유의여정

『2.5층너머로』는두갈래의중심서사가교차하며전개된다.하나는상가주택에서고모와함께살면서별난이웃들을관찰하거나본의아니게엮이며일어나는일상이야기이다.특히옆집해미언니와의접점은무력감에빠져있던아진이타인과의연결을통해건강하게의존하며도움을주고받는삶의태도를갖는데중요한분기점이된다.또다른하나는엄마의죽음위에세나의죽음이겹쳐지면서아진이느끼는죄책감과분열,분투를그린이야기이다.두갈래의서사는서로영향을주고받으며이야기에깊이감을더하고,삶과죽음,관계에대한진지한성찰을이끌어낸다.슬픔에는시차가있어비극적인사건을맞닥뜨렸을때그것을직면하는시기와강도는저마다다르다는것.예기치않은불행과불시에밀려드는고통을지나는동안에도계속되는일상과타인과의연결은살아갈힘이되기도한다는것.모든슬픔과고통은개별적이므로누구도타인에게어떤방식이나태도를강요할수없다는것등…….

불면증에시달리며몽롱한시간을보내는아진의상태를반영하듯이,이야기는과거와현재를수시로넘나들며시간의경계를흐릿하게지운다.그리고아진이마음을털어놓는상대인‘너’또한세나일때도,엄마일때도,그누구도아닐때가있어모호하다.우리가살면서경험하는일과감정은복잡하게얽혀있고시간을초월해영향을주고받으며각자에게의미있는형태로재구성된다는것을느낄수있는지점이다.

시간이멈춘듯한2.5층은아진이유일하게마음을털어놓는일기장같은공간이자피난처혹은안전구역이다.회복과유예의시간을상징하기도한다.자신의내면과고통에만빠져있던아진은불면증을겪으며만난세상의낯선풍경과주변사람들과의연결을통해모두에게는각자의사정과고통이있다는것을알게된다.타자를완벽하게이해하는것은어렵지만,“이해가되지않으면그냥있는그대로를인정해주면된다”는것또한깨닫는다.그리고취약하고보잘것없는자신의조각들까지모두보듬고2.5층에오래머문뒤창너머로비쳐드는희망의기척을발견한다.아진의여정을함께한독자들또한자신만의2.5층을떠올리며그너머에서무엇이기다리길원하는지곰곰생각해볼수있을것이다.

땅과하늘그어디에도속하지않은2.5층은내일기장이다.아이처럼굴기엔너무멀리왔고,어른에속하기엔많이못미치는내위치와닮아서일까.나는그곳에서누구의눈치도보지않고속내를털어놓았다.무엇보다너를만날수있어서좋았다.너는세나일때도있었고,엄마가되기도했고,때로는그누구도아니었다.그래도괜찮았다.(18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