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은책의‘안’인가‘밖’인가
책을펼쳐제일먼저만나는글이서문―다른이름으로는‘책을펴내며’,‘책머리에’,‘시작하며’등―이다.서문의내용은책의성격에따라,저자에따라다르다.보통서문에는책을쓴경위와목적,책의주제등이언급된다.그리고마지막에는책의집필이나출판에도움을준이들에대한감사의말이나온다.즉,서문은매우형식적인글이다.그러므로,이런관점에서보면서문은책‘밖’의글이고,이경우서문은8할이상이저자를위한공간이다.
그렇다면독자는어떤서문을읽고싶을까?만약독자가엄청난내공의학술서를읽으려한다면,서문에서잠시저자의‘사유’를엿보고싶을것이다.앞으로읽게될방대한혹은깊은글들을만나기전에,준비운동을하고싶을것이다.이런저자의‘사유’가담긴다면서문은책‘안’의글이고,독자를위한사색의공간이될것이다.
서문은책의연장선상에있다는점에서책의‘안’이다.이점은물질적존재로서의책의편집상태에서쉽게확인된다.서문은책표지의안쪽,즉책의내부에자리하고있다.그렇기는하나서문이끝나면책의목차가나오고,이어서책의본문이시작된다.이점에서서문은‘본래적책’과는구별되며그바깥에있다고말할수있다.
‘서문,책의안과밖’이라는책제목에서드러나듯,박희병교수는서문이란‘책의내부에존재하는것이면서동시에책의밖에존재하는것’이라고말한다.왜냐하면“서문글쓰기는책전체를부감(俯瞰)하면서그방향성을정위(定位)하기도하고,그한계를정시(呈示)하기도하며,그의의를포착해제시하기도”(16면)하기때문이다.이책에실린한편한편의서문들은,모두‘책의안인동시에밖인’서문의독특한존재특성을보여준다.
학술서를쓰는저자라면,책안에서저자는철저히학자로서의페르소나를견지한다.이때문에학자이기이전의인간으로서의실존이나시민으로서의목소리는억제된다.하지만책밖의존재인서문에서저자는이제꼭학자로서의페르소나에(그것도특정한주제와연계된)갇힐필요가없으며,학자와한인간으로서의페르소나를동시에가질수있다.즉,저자는책에서학자로서의페르소나로인해말하지못했던(말할수없었던)것을서문에서는말할수있다.서문이책의본문과달리메타적언어를구사할수있음은이때문이다.서문에서는이처럼두개의페르소나로인해저자는자유롭고진솔한자신의생각을쓸수있다.또한,자기내면의고뇌를토로할수도있고,학문을하는실존적고민을하소연할수도있다.
저자가자신의학문도정을되돌아보며이책이자신의학문행위에서어떤위치에있는지를톺아보거나,자신이속한학문지형속에서책의성과를객관화할수있는것도서문이라는글쓰기가책의안에있으면서동시에책의밖에있기에가능한일이다.
저자의학문의궤적을보여주는서문집
책의서문을추려서본서와같은‘서문모음집’을내는것이가능한것은바로서문이책의안과밖에동시에존재하기때문이다.
본서는박희병교수가그간써온저서와번역서,편집서의서문및발문,그리고기타원고로구성되었다.
본서에수록된글들을통해,지난40여년동안박희병교수가한국학연구의최전선에서인문학자로서품어온이상과가치지향,고뇌와분투가무엇이었는가를엿볼수있다.
나는나의책서문에서,기존의학문적담론지형속에서이책이뭐가새로우며무슨창안을이룩했는가,이책에담긴내정신의운동과정은어떠한가,나는어떤고민에서책을썼고어떤문제를돌파하기위해책을썼는가,나는이연구를통해무엇을말하고싶었으며어떤모색을꾀했는가,내가논한주제와그논의방식이한국의학문수준을끌어올리는데과연도움이되었는가하는등등에대해언급하거나물었다.그결과내가쓴서문들은각각그당시내공부의진척정도와내공부의지향점,나의학문적고민과의제를정직하게드러내고있다고생각한다.그점에서그것은내공부길의이정표요,글을쓴바로그때의‘나’라고해도좋지않을까한다.
_「자서1서문집을내며」중에서
박희병교수는서문이“내공부길의이정표요,글을쓴바로그때의‘나’”라고해도좋을것이라고말한다.이점에서이책은‘서문집’이되,한편으로는일평생학문연구에헌신해온한인문학자의‘자서전’으로읽힐측면도있다.
박희병교수가말했듯오늘날의인문학자는“폐허에서사유하는난민같은존재”일지모르나,그럼에도불구하고여전히인문학을통해‘인간과세계에대한진리’를탐구하고자하는젊은인문학도들에게이책의일독을권한다.이책에종합적으로담긴박희병교수의학문적궤적이오늘의인문학도와내일의인문학자에게소중한길라잡이가되리라기대한다.
이책의말미에수록된문학평론가권성우교수(숙명여대)의발문경계인의올곧은자의식과사유의힘-박희병의글쓰기를생각하며를통해“학문적글쓰기와비평적글쓰기의조우”(6면)가이루어진점도주목된다.
현대문학연구자인권성우교수는박희병교수의연구성과를어떻게평가하고있는가?스스로발문이아닌‘비평에세이’라겸사하지만,권교수는발문을통해박희병교수의학문적태도와글쓰기의특징을정리했다.권교수는박희병교수의글에대해학문적글쓰기에그치지않고문학적조망과비평적접근이필요한문학텍스트에가깝다고평가한다.
이책의구성
_본서는박희병교수가그간출간한책의서문및일부발문과수상소감등을모은‘박희병교수서문집’이다.
_본서는제1부저서,제2부번역서,제3부편집서,제4부기타로구성되었다.
_본서에실린글중제일이른시기의것은1982년7월29일에쓴『벗이여,흙바람부는이곳에―박병태유고집』의서문이고,가장최근의것은2024년5월30일에쓴『김시습,불교를말하다』의서문이다.전체적으로학술서에쓴서문이가장많고,번역서에쓴서문이그다음으로많다.저서나번역서는아니지만,저자가직접편집한책들몇권의서문도실었다.또한‘수상소감’2편과취지문1편도함께실었다.
_『우리가우리에게-오늘땀흘리며일하는우리들의노래』(돌베개,1985)와『그러나이제는어제의우리가아니다-80년대노동자생활글모음』(돌베개,1986)은1980년대‘노동자문학선집’으로서의의를지니는책이다.당시정치적인상황으로저자를편집부라고표기하였지만,청년시절에박희병교수가두책의기획및편집을주도하고,그서문을쓴사실을이책에서처음밝힌다.이책의제3부‘편집서’에두책의서문이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