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의 숲입니다 : 신영복을 읽는 시간
저자

김명인,강원국,김미옥,김중미,김하나,이동국,정지우,정희진,최재봉

저자:김명인
문학평론가.인하대학교국어교육과교수및『황해문화』편집주간을역임하였으며,현재는국립세계문자박물관관장으로재임중이다.저서로『두번의계엄령사이에서』,『폭력과모독을넘어서』,『부끄러움의깊이』,『내면산책자의시간』,『자명한것들과의결별』등이있다.

저자:강원국
김대중전대통령의연설비서관실행정관,노무현전대통령의연설비서관등으로일하며여러리더의말과글을쓰고다듬었다.지금은집필,강연활동을하며자기말을하고자기글을쓴다.저서로『대통령의글쓰기』,『강원국의글쓰기』,『나는말하듯이쓴다』,『강원국의어른답게말합니다』등이있다.

저자:김미옥
자타공인활자중독자다.30년간공무원으로일했으며,2019년부터페이스북에올리기시작한서평이많은이에게회자되었다.절판되거나묻힌책을베스트셀러로만드는서평가로유명한데,출판계에서는이를‘김미옥현상’이라부른다.저서로『감으로읽고각으로쓴다』,『미오기傳』,『나의왼발』(공저),『당신의삶이글이될때』(공저)가있다.

저자:김중미
1987년부터인천만석동에서‘기차길옆공부방’을열고지역운동을하였다.지금은강화로터전을옮겨농촌공동체를꾸려가며‘기차길옆작은학교’의큰이모로살고있다.저서로『괭이부리말아이들』,『꽃섬고양이』,『느티나무수호대』,『모두깜언』,『그날,고양이가내게로왔다』,『곁에있다는것』,『꽃은많을수록좋다』등이있다.

저자:김하나
읽고쓰고듣고말하는사람.예스24의도서팟캐스트〈책읽아웃-김하나의측면돌파〉를4년동안진행하며수많은작가를인터뷰하고책을소개했다.2022년부터황선우작가와함께팟캐스트〈여둘톡-여자둘이토크하고있습니다〉를진행중이다.저서로『금빛종소리』,『여자둘이살고있습니다』(공저),『말하기를말하기』등이있다.

저자:이동국
한국서예연구자이자큐레이터로37년간120여차례전시를기획하고있다.예술의전당수석큐레이터로,〈신화,영원한생명의노래〉·〈한국서예이천년〉·〈오세창의전각·서화감식콜렉션세계〉·〈한글書×라틴타이포그래피〉·〈치바이스와청조문인의대화-사여불사似如不似〉·〈추사김정희와청조문인의대화-괴怪의아름다움〉·〈ㄱ의순간〉등을기획하였다.

저자:정지우
작가이자변호사다.20여권의인문학및에세이를집필하였고,활발한대중강연과칼럼기고를비롯해페이스북과인스타그램등SNS에도일상의사유를꾸준히올리며대중과의소통을이어가고있다.저서로『인스타그램에는절망이없다』,『돈말고무엇을갖고있는가』,『AI,글쓰기,저작권』,『글쓰기로독립하는법』,『나를살린청춘고전』등이있다.

저자:정희진
여성학·평화학연구자,Ph.D.저서로『아주친밀한폭력』,『정희진처럼읽기』,『소통불가능성의인문학』,『정희진의글쓰기시리즈(전5권)』,『페미니즘의도전』,『다시페미니즘의도전』등이있고,『‘위안부’,더많은논쟁을할책임』등80여권의공저를썼다.

저자:최재봉
기자.1988년한겨레신문공채1기기자로입사해사회부,국제부등에서근무하였고,현재는한겨레책지성팀선임기자로문학및출판분야기사를쓰는,독보적인문학전문기자다.저서로『이야기는오래산다』,『탐문,작가는무엇으로쓰는가』,『그작가,그공간』,『언젠가그대가머물시간들』,『최재봉기자의글마을통신』등이있다.

목차

김명인―머리말
김미옥―숲에서보내는편지
김하나―신영복이라는바다
김중미―동호와희철이에게
정지우―우리시대동양고전을다시읽는다는것
정희진―신영복의평화를생각한다
최재봉―신영복선생과서오릉걷기
강원국―삶이글이되고글이삶이된다_신영복의글에있는3가지,7가지,9가지
이동국―쇠귀체,내력과구조너머의아름다움에대하여

출판사 서평

탈근대적대안모색,‘관계’를맺으면달라진다

신영복선생은『맹자』의‘곡속장’에피소드를인용하며본것과안본것의차이를설명한다.양혜왕이흔종의식에끌려가도살당할위기에놓인소를풀어주고양으로소를대신하라한것은양이더싸서가아니라덜덜떨며사지로끌려가는소를보았기때문이라는것이다.이처럼본것과안본것의차이는한생명의생사를가른다.

김하나작가는아침마다들리는금속성의“탁-드르르륵,탁-드르르륵”하는소리에잠을설쳤다.도대체아침부터누가이런소리를내는지,한마디해주겠노라창문을벌컥열었는데,작가의시선에들어온존재는허리가거의ㄱ자로굽은,앙상하게마르고머리가하얗게센할머니였다.할머니는한눈에도낡아보이는보행보조기를밀며천천히걸음을옮기고계셨는데,창문을벌컥여는소리에도전혀반응하지않는것으로보아귀도잘안들리시는듯했다.그다음날에도소리는여전했지만,소리의정체를알고나니작가는이제더이상불쾌하지않았다.‘아,할머니가오늘도지나가시네.’작가는이것을‘신영복식층간소음해결법’이라고부른다.소음은그대로지만그소음의주동자를내가보고알게되어그와나사이에‘관계’가생긴다면심리적고통은크게덜어지게된다는게작가의말이다.

자본주의가거의모든분야를장악하면서이제는인간이인간과관계를맺기보다는인간과돈이관계를맺는사회가되었다.생산자와소비자사이에‘만남’이없기에식품에유해한물질을넣는일도서슴없이저지른다.관계가없으니배려할필요가없다.드론을마구날려수많은사람을살상하는것도서로를보지않고전쟁을수행하기때문이다.그러니,‘보고’‘만나는’일은얼마나중요한것인가.

정지우작가는신영복선생의『강의』를읽으며‘관계론’의의미에집중하면서,우리시대에동양고전을다시읽는다는것의의미에관해이야기한다.작가는거의매일고전을읽는다.마음이약간허하다싶으면『채근담』이나『명상록』을읽고가끔은성경도읽는다.그리고,마음깊이내려가고싶을때는카뮈나도스토옙스키의소설을다시읽는다.AI가전세계를휩쓰는이때,작가가매일고전을읽는이유는고전의한줄,한단어속에시대를넘어선어느한인간과의진실한‘대화’가담겨있기때문이다.관계론의보고『논어』를다시읽는다는것이,SNS등을통해상대적박탈감을조장하고시기질투와조급함을만들어내는온갖관계들로가득한우리시대에어떤의미를담는지설명한다.『강의』는‘관계의결핍’을겪고있는우리를위해,동양사상전체를‘관계론’으로읽어내고,우리시대의결핍을채우려고시도한다.동양고전을다시읽는다는것이‘어떻게인간답게살아갈것인가’에대한답을찾아나가는과정이라고말하는작가는,신영복선생의『강의』가‘고전독법’으로향하는첫시작이될것이라고말한다.

비참한것들과약한것들에대한공감과연대의파노라마

1987년부터지역공동체를꾸리며‘기차길옆작은학교’의큰이모로살고있는김중미작가는신영복선생의‘하방연대’,즉바다처럼아래로아래로모여이루는낮은연대가진짜라고말한다.작가는신영복선생이만난청구회아이들과작가가만난동호와희철이를나란히놓으며,가난한이들의연대와희망,만남과연결의힘을이야기한다.프레스기계에손가락네개를잃고주먹손이된열다섯살동호,새벽부터신문배달을하고점심은보급소에서혹은일하는중국집에서대충때우며알콜릭아버지와사는희철이,그들을돕고싶지만힘이되지못해마음한구석이늘에이는작가.작가는이시대의가장낮은자리에있는존재가어린이청소년이며,우리사회는어린이와청소년과연대하지않으려할뿐아니라어린이와청소년의연대도허락하지않는다고말한다.그래서더더욱서로연결이간절하고,약하고가난한이들이서로연결되지않으면희망을만들어갈수없다고말한다.

정희진작가는‘의기방자’한사람을질색한신영복선생에게서묘한동류의식을느낀다.서구자본주의를쫓아가려는한국사회는“의지의한국인”,“의지의어머니”들로넘쳐난다.하지만,자유의지를갖기어려운조건에서사는사회적약자에게“열심히하라”는말은폭력이다.아침에일어나하루를시작하는것이어려운사람,어떤일도엄두가나지않아미루는것이습관인사람들,구직활동을포기하고‘쉬는’이들,수시로몸살을앓는사람들,사랑하는이들을잃은사람들,가난의끝이보이지않는사람들,기분장애(mooddisorder)를앓는사람들,하루하루나이듦을실감하는사람들,부당한상황에서도싫은소리를못하는사람들,겁먹은사람들,병원에서만나는질병을앓는그많은건강약자에게신영복선생은‘약한사람은패배자가아니라착한사람일확률이높다’고위로한다.작가는나약한사람으로써평화와약함을재해석하고‘의지’의힘을상대화하기위해신영복선생의『강의』를읽고또읽는다.

‘신영복’,세대를뛰어넘는헤리티지

이책의서문을쓴김명인교수는,한사람이사라진다는것은한세계가사라지는것이고,그세계에어떤방식으로든연루되어있던남은사람의입장에서본다면,그가사라진다는것은자기가관계맺었던세계의한부분이동시에퇴장하는것을의미한다고말한다.하지만,예외도있다.

“그런데가끔자기세대의울타리를넘어,혹은자기세대로부터이탈하여어떤잉여를남기고그것을다음세대로까지넘겨주는사람들이있다.그들을특별히위대하거나우월한존재들이라고말하고싶지는않다.그들은특이한존재들이다.어떤특별한계기를통해서동세대가공유하는주류적인식과행동체계와는결이다른인식체계나삶의방식을가지게된사람들이다.”

신영복선생타계10주기,그의퇴장과함께그의세계도,그와연루되어있던나의한부분도동시에사라졌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신영복’이라는이름과선생이남긴책과사상은하나의브랜드가되어여전히영향을미친다.하방연대,만남,관계,대교약졸,상선약수이런단어들은경쟁,투쟁,각자도생,승자독식,약육양식같은말들과는다른세상의말들이라,언뜻들으면무력해보이지만,이런말들을통하지않는다면오늘날의정글같은세상과는다른새로운세상을꿈꿔볼수도,만들수도없다.그래서그가남긴말은부드럽지만,강물처럼도도히흐른다.

최재봉작가는3월의마지막일요일,서오릉산책길에올랐다.「청구회추억」에서신영복선생이소풍에나선절기가“산기슭의양지에는벌써진달래가피어있”는“조춘”早春즈음이었으니얼추시간마저비슷하다.지금은봉분으로부터멀리목책을둘러놓아선생과청구회여섯꼬마가단체사진을찍은장소조차알길없지만,그럼에도무작정길을나선건기자로서의직업적본능일것이다.작가는사형선고를받고정신적으로극히혼란스럽고취약했을사람이어떻게평정심을유지하며그토록순정어린글을쓸수있는지궁금해했고,그해답을선생의책속에서찾아낸다.즉,감옥살이가언어를버리고몸과실천의세계에주목하게만든결정적계기였음을,그로부터선생의품성과감수성이벼려졌음을「신영복선생과서오릉걷기」에서이야기한다.

강원국작가는「삶이글이되고글이삶이된다」에서신영복선생의글쓰기에담긴특별한것들에주목한다.글쓰기1타강사답게,작가는신영복선생의글이삶과일치되는어려운경지의증거들을찾아내요령있게우리에게설명해준다.작가의설명에따르면,신영복글쓰기에는3가지목적이있고,7가지의특징이있다.그리고신영복의글에는9가지○○이있다.그래서신영복선생은떠났지만,여전히살아숨쉬며우리에게말을걸고있다고말한다.

“그의글은삶에서우러나온진정성,시대를꿰뚫는깊은통찰,누구나쉽게다가갈수있는따뜻한문체가결합되어오랫동안독자들의마음을사로잡고있다.”
신영복선생의글이작가에게위로와용기를준것처럼,독자들과도신영복선생의글이주는깊은울림을함께나눌수있기를바란다.
이동국작가는한국서예연구자이자큐레이터로37년간120여차례의전시를기획해왔다.신영복선생의서화〈서울〉도이동국작가가기획한《1994서울정도600년기념전》에출품된작품이다.이동국작가는신영복선생의쇠귀체(어깨동무체)에담긴철학에주목한다.조형과내용이일체가되는‘쇠귀체’의역사성과현대적인의미를짚어낸다.그리고신영복선생의서체야말로글씨예술의근본을돌아보고앞으로서예가나아가야할길이라고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