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트리자 문학지 2026 : 도시의 색

흩트리자 문학지 2026 : 도시의 색

$15.00
Description
시집 〈모퉁이가 있다〉 〈내 마음이 지옥 같아서〉 〈흰달〉과 판타지 소설 〈서점 마계〉를 집필했으며 관계예술을 지향하는 이지선 시인을 중심으로 시 부문의 김선희, 김신희, 김재희, 이규원, 이수진, 홍유경, 채석원, 소설(단편) 부문의 별별, 최윤희, 이경원의 10명의 저자가 참여하였다.

로컬(인천)을 중심으로 만든 문예지다. 시와 소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으며 인천을 삶의 터전 혹은 일터로 삼아 생활해 온 경험을 문학적으로 기록했다. 공간과 기록이라는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이전 〈흩트리자 2024〉에 이어, 도시의 색이라는 키워드가 〈흩트리자 2026〉의 중심이 되었다. 도시가 스스로 내는 색들과 길의 온도, 건물의 높낮이, 사람들의 속도, 오래된 것과 새것이 뒤섞이는 흐름 등 그 색을 분류해 글의 결로 옮기고자 했다.

〈흩트리자 2024〉에 이어 로컬 문학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로컬 내에서의 경험을 문학적으로 기록하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한다.
이지선 시인을 중심으로 한 아트인 (부평시인) 문화 단체에서 특히 문학에 관심이 많고 글에 대한 조예가 깊은 시 부문의 김선희, 김신희, 김재희, 이규원, 이수진, 홍유경, 채석원, 소설(단편) 부문의 별별, 최윤희, 이경원의 10명의 저자가 참여하였다.
저자들은 인천(로컬)에서 도시가 어떤 빛을 받아 어떤 색으로 자라났는지 개인적 경험을 바탕에 비추어 글로 재해석하고 주 1회 토의를 통하여 시와 소설을 완성했다. 또한 해석과 이해를 돕기 위해 시에 대한 작가 본인의 해석들과 이지선 시인의 비평은 도시의 색에 대한 개인적이면서도 새로운 시선을 더해준다.
문예지의 문턱을 낮추고 독자와 함께 공감하고 공유하기 위한 작업들을 꾸준히 해온 〈흩트리자〉는 2024년 〈흩트리자〉에 이어 〈흩트리자 2026〉를 발표함으로써 로컬에 관한 문학적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로컬 문학 : 로컬 문학은 다의적인 표현이다. 로컬(인천)을 중심으로 모인 창작 단체이며, 오랜 시간을 함께한 로컬을 배경으로 경험하고 느꼈던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쓴 문학이다.
저자

알발리 편집부

저자 : 알발리 편집부
『모퉁이가 있다』 『내 마음이 지옥 같아서』 시집을 낸 커뮤니티아트를 지향하는 이지선 시인을 중심으로 시 부문의 김양숙, 박선주, 배길환, 이규원, 이수진, 이지연, 조연희, 홍유경, 소설(단편) 부문의 최민정, 최윤희의 10명의 저자가 참여하였다.

목차

004 <흩트리자>를 기록하며
006 로컬문학

-시
010 이지선의 '핑크'
016 김선희의 '주황'
022 김신희의 '코발트 블루'
036 김재희의 '보라'
050 이규원의 '회색'
062 이수진의 '갈색'
072 홍유경의 '초록'
088 채석원의 '카키'

-소설
102 이지선의 '핑크'
108 별별의 '유채꽃색'
152 최윤희의 '흰색'
188 이경원의 '루비색'

214 마치며

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로컬 문학 中

로컬 문학은 단순한 지리적 표지나 향수의 복제물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매개로 존재하는 복합적 서사이며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역사 사이에 놓인 섬세한 접합부다. 우리는 인천이라는 특정한 좌표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삶의 방식(흘러나오는 소리, 냄새, 균열)을 언어로 포착하려한다. 〈흩트리자〉는 그 예비의 자리로서, 작고 느리지만 깊게 뿌리내리는 문학적 실험을 이어갈 것이다.

p. 12 〈그 동네〉 中
비쭉 올라온 축축한 기억에는
흑빛 새싹이 솟구쳐 구슬픈 장송곡 소리를 냈다
살아있음에도
흑백 비명 소리가
누군가의 애달픈 삶들이 지지직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p. 18 〈세이프티〉 中
차 안으로 꿈틀거리며 들어오는
새 아스팔트, 뜨거움 그 무엇
울렁거리는 그 무엇

p. 24 〈창 너머〉 中
손 끝에 푸른 물방울이 톡!
네모난 방바닥에 번진 푸름은
내 발 끝에 스며들어
순식간에 무릎 허리 턱까지 차오른다
거칠게 내뱉은 숨결에 푸름이 요동쳤다

p. 43 〈나는 보라〉 中
그래도 나는 보라
잊지 않는다면
부를 이름 없는 색이라도

p. 52 〈시멘트〉 中
차가운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빗물은
세상을 더욱 짙은 회색으로
소리마저 잡아먹고
세상을 더욱 짙은 회색으로

p. 69 〈동인천 가는 길〉 中
북적이는 발걸음마저 떠나고 나면
묵묵히 끝을 향해가는 사람들만
흘러가는 창밖을 바라본다

P. 78 〈방랑 미역〉中
포장지 속 부서질 듯 건조된 식물도
양식장에 줄다리기 하듯 매달린 갈색도 아닌
햇살에 그을린 자유로운 초록

P. 94 〈시속 29.3km〉 中
평일 아침의 전철은 영웅들고 가득하다
각자의 전투복을 갖춰 입은 채
각자의 전장으로 향하는 영웅들
나는 가짜 전투복을 입은 채
영웅들 사이에서 조용히 찌그러진다

P. 105 〈서점 마계 2024 판타지 소설〉中
사람들의 후회는 조각조각 난 빛으로 연결되어 집에 닿았다. 집은 그렇게 사람들에 의해 안전하게 지켜졌다. 집에 숨어 살게 된 아이들은 그리고 어른이 되었다. 사라진 미화를 기다리며 홀연이의 웃음을 기억하며 이야기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 집을 사랑했다. 방앗간이 되기도 했고 창고가 되기도 했지만, 집은 희망의 상징이었다. 그렇게 서점 마계는 쓸쓸한 잿빛 냄새를 풍기며 엄청난 힘으로 보호막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P. 113 〈노랑의 흔적〉 中
학교와 우리 집 사이를 흐르는 굴포천을 볼 때면 갑갑하고 한숨이 났다. 딱 봐도 투명한 물과는 거리가 먼 데다 냄새는 또 오죽 심한지 여름에는 큰길을 빙 둘러 가기도 했다. 구질구질한 건 질색이라 근처도 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멀리하던 굴포천과 가까워진 건 순전히 그 애 때문이었다.

P. 159 〈포도씨유〉 中
미아가 입김을 후후 불었다. 그런 미아를 보며 반사적으로 포도를 씹는데 과육 안에 길쭉한 모양으로 걸리는 게 있었다. 씨가 긴가. 그렇다기엔 미아의 입에 붙어 있는 건 동그랬다. 나는 이에 걸린 걸 잡아 끄집어냈다. 꼭 다리뼈처럼 길었다. 동시에 미아의 입에서 씨가 툭 떨어져 식탁을 굴렀다. 씨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P. 199 〈너 T야?〉 中
덤덤하게 이야기했으나 솔직히 동아리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우르르 나갈 때는 아무리 나라도 간이 콩알만 해지는 수밖에 없긴 했다. 려 조교가 빠르게 여기저기 교수님들께 소식을 옮기는 동안 나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들은 입도 대지 않은 커피잔을 설거지했다. 차갑던 분위기와 다르게 호들갑을 떠는 려 조교 덕분인지 잔은 아직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