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목월 시인 탄생 11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73년 목월이 창간한 《심상》으로 등단한 시인들과 이후 《심상》 발간의 맥을 이어받기 위해 심상시인회 시인들이 주축이 되어 2001년 창간하게 된 시 계간지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한 시인과, 목월의 제자가 중심이 된 〈목월회〉 시인들이 중지를 모아 목월 시인의 적통임을 믿는 시인들이 대표작과 연혁을 모아 《한국시인명감》을 발간하기에 이르렀다. ‘시인은 성자여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시련의 국란 속에서도 긍정적인 시대 인식이 발아한 작품이라는 목월시에 대한 믿음이 박목월 시인의 오랜 날갯짓과 맞닿아 《한국시인명감》으로 이제사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평소 우리의 “얼·말·글”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고 갈 가치의 진수임을 역설하며, 숱한 우려와 질문, 난관 속에서도 《한국시인명감》이 우리 문화를 이끌고 갈 견인차가 되어 세계 속에 “한국문학”의 저력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는 견고한 신념이 마침내 구체적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산은 구강산 보랏빛 석산 〉 산도화(山桃花)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 박목월, 「산도화」
목월이 1955년 간행한 시집 『산도화』에 수록된 대표시 「산도화」를 다시 살펴보며 목월이 견지했던 긍정적 세계 인식의 실태를 확인하고자 한다. 작품 속 배경이 되는 ‘구강산’, ‘보랏빛 석산’과 같은 공간은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국토의 한 부분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작품의 서정적 주체로 등장하는 동적인 대상인 ‘산도화’, ‘암사슴’과 함께 원형적이고 상상적 이상이 투사된 ‘상상적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선험적 사유에서 나온 ‘구강산’은 유구한 우리 민족 역사의 영속성을 의미하는 상징이며 그 영토에서 오랜 질곡과 시련을 감내하고 드디어 ‘봄눈 녹아 흐르는’ ‘맑은 물’에 새로운 희망과 창조의 정수로서의 ‘암사슴’이 발현하여 인고의 세월을 극복하는 찬란한 감격을 ‘산도화’ 꽃을 피우는 이상향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오래 이겨내고 견뎌온 후 맞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앞둔 벅차고 설레는 기대와 희망이 가득하다. 시인은 해방과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정서로 미래를 선지한 혜안으로 길을 열어나갔다.
목월 시인이 이루어낸 무성한 숲이 만들어 준 그늘 아래로 시인들이 모였다. 작은 날갯짓이 미지의 세상을 앞에 두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한국시인명감》 첫걸음이 세계 속에 한국 현대시의 정서와 미학적 밀알이 되어 뿌리 내리길 기원한다.
여기 수록된 시인들의 귀한 작품 한 편 한 편이 수많은 세계인에게 읽히고 회자 되는 순간이 도래해 알곡으로 싹을 틔워나가고 한국시문학사에 한 획을 긋는 무게와 부피를 확보하며 한글의 아름다움과 정신을 지켜 온 모든 문학인에게 상찬의 갈채를 보내며 감개무량한 새날의 첫 걸음을 세상에 보인다.
한국시인명감 1 (양장본 Hardcover)
$1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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