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미술은다‘그게그거’?아니,전혀그렇지않다!
새롭고도놀라운본격불교미학탐색서
침묵속에존재하던불교미술의미감을
새로운철학적근거로깨워내다
불교미학이란불교예술작품에응결된미감에대한이론이다.불교는미추와호오의분별을하지말라는교의로인해미학을명시적으로발전시키지않았지만,아시아전역에서극히다양한양상으로수많은‘예술작품’을남겼다.그것을그런방식으로만든것도,그작품들을보면서우리가느끼는것도분명특정한미감의작용이다.미학이란이름의지식이나개념이없어도미학은이렇게작품들속에깃든채존재한다.이책은이렇듯불교예술작품속에깃든,말없이존재하는이미감을침묵에서깨어나말하게하려는시도다.
‘불교미학’이란말을처음시도했던것은‘한국의미’로잘알려진야나기무네요시였다.하지만그가거기서실제로찾아낸것은이름없는도공들의미학,민예품의미학이어서불교미학이라말할수없다.불교예술은그처럼작가없는작품도많지만,작가나승려,때론국가마저개입하며의도적으로조성된것,다기같은공예품만이아니라불상,불화,건축,탑,석굴등아주다양한영역에걸쳐있기때문이다.조선이나일본,중국은물론이고티베트나태국,캄보디아,인도네시아,그리고‘서역’이라불리던지역의작가들은나름의멋진작품들을만들었다.
불교미술을매개로새롭게넓히는
‘동양’이라는영역과예술작품에대한미감
동양미학이나동양사상등을연구할때‘동양’이란말로중국,한국,일본정도를떠올리는상상력은사실아시아전역을횡단하는불교미학을담아내기에는너무작은그릇이다.‘동양’이란차라리불교미술을매개로교류하고혼합되며지역마다만들어진문화적영역전체로확장되어야한다.‘불교미학’이란주제로이책이시도하려는것이바로이것이다.
물론많은문헌에서불교미술에대한미적평가를해왔으니불교미학이이미있었던것이라고할수도있겠다.그러나그평가는가령‘비례’나‘사실성’,‘숭고’나‘초월성’같은개념을통해이루어졌고,이는서양미학에서차용한것이었다.차용그자체가나쁘다할순없다.그러나이데아나신같은초월자를전제로하는세계의미학적개념을,어떤초월자도없으며모든것은관계에따라달라진다고하는세계의미술작품에,더구나사실적재현에는별관심이없었고익살을위해‘웃기는비례’를즐겨사용하고미완인듯한작품을만들던세계의미술작품에그대로차용하는것은대단히부당한것이다.이런기준에서보면언제나이류의비례미,삼류의사실성,어느것을봐도‘그게그거인’불상이나불화를벗어나기힘들다.
새로운기준으로삼을만한
탈식민주의적미학개념!
독자적인미학적개념이없었다는사실에서야기된,불교의예술작품을‘그게그거인’것처럼여기는미감이자리잡힌데는불가피한면이있다.그러나서구화를문명화혹은개화로간주하던낡은관념이나서구적감각을판단의척도로삼던서구중심적이자식민주의적관점을벗어나고자한다면,이와반대로지금까지존재해온작품들이저런형상으로추구하려던미감이무엇인지를찾아야한다.작품속에깃든미감을개념화하여그작품들을보고‘평가’하는새로운기준으로삼아야한다.탈식민주의의문제의식이고창된지한참지났지만,미학에서이런시도는국지적인것을넘어서지못했다.탈식민주의시대에불교예술을통해비서구적미학을새로이정립하려는이책의시도는이런의미에서중요하다.
다음문장은이시도를요약해주는것이라하겠다.
“이책에서내가하고자하는것은다양한불교미술작품들에서발견되는미학적특이성의별자리들을초월자가사라진내재성의하늘에그려넣는것이다.성부와성자,성신에대응할비례,재현,숭고의미학적삼위일체가다른별들을배경으로밀쳐내며눈부시게빛나는단순명료한초월성의하늘”을대신하여“별자리들이제각각빛을내며종종이어지고섞이며때로중첩될만큼인접한내재성의하늘”을보게될것이다.-여는글중에서
서양미학적인기존개념들을뛰어넘어
재료와형상이함께만드는미학에주목하다
이책에서는이런문제의식에서출발하여서양미학의개념적삼위일체라할‘비례’와‘재현’,‘숭고’를벗어나고,그리스주의적인감각을벗어나불교미술,나아가동양미술을볼수있는개념들을찾아나선다.즉거대한것에압도당하며발생하는숭고를대신해상없는상을형성하는미시적작용을‘미학적여래’라는개념을제안하고,예술에서형상의오랜독재를대신해서재료와형상이함께만드는공작의미학을주목한다.
유클리드기하학의보편성을대신하는미감이만드는다른유형의기하학을찾아내고,‘완전성’에반하여불완전성이갖는힘,그리하여파격과미완,삐딱함과공조하는‘대충의미학’이존재함을보여준다.더불어건물과마당이서로를만들어주는호옹의미학과무한을있는그대로유한한마당속에품어안는‘외부성’의미학도도출한다.나아가입체화에반하는평면화의미감을피아니시모의힘과짝짓고,‘그게그거인’불상이나불화에서보는이를애써당기고끌고가지않는‘내맡김의미학’을본다.다른한편불조나불제자를기꺼이웃음의대상으로만드는유머의미학속에서웃음의철학을보기도한다.애써만든상이나그림을어둠속에묻는어둠의미학과모든것이갖는나름대로의미를보라는‘나름의미학’또한여기추가된다.
불교미술은다‘그게그거아닌가’하는통념에
그렇지않다고분명히답하다!
남성과여성,인간과동물을섞고미시적성분을반복하고부가하여형상을만드는혼성과혼종의미학을책의마지막에배치한것은이렇게‘발굴’해낸미학적개념들이닫힌체계로완결되는게아니라새로이찾아내는이후의개념들에대해열어두고자함이다.
이책은초월성의사유와대응하는서구미학과대비하여내재성의사유와짝을이루는불교미학을시도한다.이로써불교미술에서찾아낸미학은초월성의미학과대비되는내재성의미학이라는새로운길로향한하나의문이될수있을것이다.불교에서시작했지만내재성의사유와이어진미감이라면어느영역에서든,심지어서양에서도발견될수있는미감을추적하여새로운미학적개념과짝지어주려는미학적시도들이이로써본격화되기를기대한다.
이런문제의식속에서이책은내재성의미학이라는,아직부재하는새로운미학의문을연다.또한불교미술을불교적미감에따라보고비평할수있는내재적기준들을제안한다.그리하여한편으로는티베트의사원이나태국의불탑,한국의마애불처럼아주다른유형의작품들모두에다가갈수있는미학적개념들을제안하며,다른한편으로는‘그게그거인’불상이나불화,조형물들을이해하고분석할수있는개념들을제안한다.
미학책으로뛰어날뿐아니라
철학책으로도뛰어난책,『불교를미학하다』
『불교를미학하다』는흔치않은시도를한책이다.이책에서제시하는관점은매우독창적이고창안한개념들은흔한예상을뛰어넘는다.철학자들뢰즈와과타리는“철학이란개념을창안하는작업”이라한바있다.그점에서이책은뛰어난철학책이라고도할수있다.저자는40권가까운단독저서를써냈는데,아마도그중에서이책이가장뛰어난저서가될것이다.
『불교를미학하다』에서제기한문제의식이그리새로울게없다는견해가있을수도있다.그럼에도이런작업이드물었던것은어쩌면서구의사고방식을손안에서다룰수있는철학이나미학에대한지식,서양미술이나건축에대한지식,동시에불교철학에대한소화된사유와불교미술에대한지식등하나로모으기힘든‘잡스러운’지식이전문성을중시하는학자의세계에서흔치않았다는사실에기인할것이다.알려진것처럼저자는극히다양한영역에서마흔권남짓한책을썼다.그러면서스스로‘전공은잡학’임을자처했다.그러했기에지금과같은결과물이가능했을것이다.
이책의독자는일단불교미술전공자를비롯해불교미술에관심을가진이들일것이다.미술사나도상학적지식과는별도로미술작품들에대한미적판단을하고자할때,여기서제안하는미학적개념들은효과적인도구가될것이다.불교미술에대한특별한관심까지는아니라해도불교에관심을가진이들,혹은여행을통해절이나불교미술을접할기회가많은이들에게도이책은좋은친구가되리라믿는다.눈으로보기는하지만‘절’이나절이름,혹은작품이름이상으로는세심하게볼지점을찾지못하던이들에게,또한유심히보지만몇번반복되면다비슷해보여서대강보던이들에게이책은불교미학과새로이만날기회를제공할것이다.
서구적미학과미감에대한
비판적대조와대비!
철학이나종교로서의불교에관심을가진이들및관련전공자들에게도이책은흥미로운책이될것이다.예술이나미학을매개로서구적사유와불교적사유,서구적감각과불교적감각이대조되며서구와다른불교적사유의특이성이나종교적특이성이선명하게부각되기때문이다.
불교를떠나미학에대한관심을가진이들이나철학적관심을가진이들또한이책의독자가되리라믿는다.이책은불교미술에대한책일뿐아니라그이상의미학,내재성의사유와감각을다룬책이고,‘내재성의미학’을위한시론이란점에서미학이나철학에대한관심에적절하게호응할것이다.또한탈식민주의적이론이나연구에관심을갖는이들,혹은비서구적내지반서구적사유와감각에관심있는이들에게도이책은분명아주촉발적인책이될것이다.이책에서시도하는불교미학이한편으로는불교미학의긍정적특이성을포착하지만동시에이제까지불교미술을보던서구적미학이나미감을비판적으로대조·대비함으로써이루어진다는점에서독자는서구에대한비판적문제의식을다양한접점에서만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