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을 만든 책들(하) (메이지 일본과 국민성)

루쉰을 만든 책들(하) (메이지 일본과 국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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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일본의 루쉰 연구를 중국에 가장 많이 번역, 소개한 학자, 리둥무(李冬木). 그의 20여 년 연구 성과가 집대성되어 있는 『루쉰을 만든 책들』(원제 『월경: 루쉰의 탄생』) 하권이 드디어 발간되었다.
전후 일본의 루쉰 연구의 중심에는 우리에게도 꽤 잘 알려진 다케우치 요시미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을 매개로 제국 일본을 극복하고자 했던 다케우치는 루쉰의 문학은 일본 메이지 문단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단언했다. 제국 일본의 근대가 유럽에 대한 맹목적인 모방, 주체성 결여를 특징으로 한다면, 이와 달리 루쉰은 자신의 본질적인 모순에 직면하는 몸부림(掙扎, 단련)으로 중국의 근대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루쉰론’은 지금까지도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의 루쉰 연구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다케우치 요시미의 『루쉰』을 중국어로 번역, 소개한 장본인임에도 『루쉰을 만든 책들』에서 다케우치의 루쉰론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일본 유학 시절 청년 루쉰의 도서 목록을 고려하면 그의 글쓰기와 사상 형성에서 미친 일본의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일본 유학생 저우수런(周樹人)—루쉰이라는 필명을 가지기 이전의 루쉰—이 읽은 혹은 읽었을지도 모르는 메이지 문단의 서적을 일종의 ‘과학’적 정신으로 광범위하고도 면밀하게 조사한다. 루쉰은 1902년 3월부터 1909년 8월까지 7년 남짓한 시간을 일본에서 유학했다.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센다이의전에서 생활한 1년 반을 제외하면 그는 꼬박 5년 이상 메이지 문화의 중심 도쿄에서 생활했고, 나쓰메 소세키가 살았던 집에서 거주하기도 했으며, 친구들과 문예 잡지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메이지 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마루젠서점 2층의 책장을 채운 니체, 입센, 고골, 체호프, 고리키 등이 그의 도서 목록이었다. 루쉰은 이렇게 일본이라는 매개를 통해 서양 문학과 사상에 접했고 이를 자양분으로 마침내 「광인일기」의 작가 루쉰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저자

리둥무

리둥무(李冬木)
중국지린성(吉林省)창춘(長春)출생.일본불교대학교문학부중국학과장이자교수로재직하고있다.주요연구분야는중국근현대문학과중일근현대문학의관계이다.저서로『루쉰정신사탐색:진화와국민』(2019),『루쉰정신사탐색:개인·광인·국민성』(2019)등이있고,중국어번역서로『루쉰과일본인』(2000),『(다케우치요시미)루쉰』(2005),『루쉰과종말론』(2008),『루쉰구망(救亡)의꿈의행방-악마파시인으로부터「광인일기」를논하다』(2015),『국민성십론』(2020)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자서
자서

국민성:단어와담론의구성
머리말
1.국민성이라는단어의현황
2.발생지:일본에서의국민성이라는단어
3.국민성:청말민초중국에서의국민성이라는단어의사용
4.국민성담론의구성
[부록표1]『근대용어의사전집성』의‘국민성’과‘나쇼나리티’일람표
[부록표2]『태양』잡지의제목에서보이는‘국민성’이라는단어탄생의궤적
[부록표3]메이지시대영학사서에보이는‘Nationality’라는단어의뜻풀이

‘스파르타’에서‘스파르타의혼’으로
—스파르타담론구성에서의량치차오와저우수런
머리말
1.1903년의저우수런과그주변
2.『시무보』,『청의보』의그리스-로마
3.‘정치소설번역인쇄’와그리스담론의전개
4.『신민총보』와「스파르타소지」,그리고량치차오의‘초혼’
5.메이지일본의스파르타언설과「스파르타소지」
6.「스파르타소지」의취재와량치차오의스파르타이미지
7.「스파르타소지」에서「스파르타의혼」으로
8.저우수런의스파르타취재
9.‘역사적사실’과‘일화’
10.파우사니아스장군과세레나
맺음말:‘근대’로걸어들어가기와저우수런의‘스스로심기’의시작
[부록]「스파르타의혼」창작과관련있는테르모필레자료4종(1875~1898)

‘국민성’담론의구성
—루쉰과『지나인기질』의관계를중심으로
머리말
1.국민성담론구성에서‘쉬서우상문제’
2.메이지시대하쿠분칸
3.시부에다모쓰에관하여
4.시부에다모쓰번역의『지나인기질』
5.텍스트관계검토
6.국민성문제의본질은‘사람’의영혼문제
[부록]시부에다모쓰가번역한헤겔의중국에관한논술

루쉰은어떻게‘아진’을‘본’것인가?
—루쉰과『지나인기질』의관계를함께논하다
1.「아진」과‘아진’연구
2.다루신춘과류칭샤오주—‘아진’의무대?
3.‘아진’이라는사람은실제로존재했는가?
4.작품으로들어간현실요소
5.‘이진칸’의요리사—루쉰의「아진」원형
맺음말

저자후기|부록
역자후기|색인

출판사 서평

메이지시기일본유학생저우수런,
『광인일기』와『아Q정전』의루쉰이되기까지

일본의루쉰연구를중국에가장많이번역,소개한
루쉰전문연구자의20여년연구의집대성

2024년2월상권이출간되었던『루쉰을만든책들』의하권이마침내출간되었다.이책의원제는『월경(越境):‘루쉰’의탄생』(저장고적출판사,2023)이다.일본불교대학문학부교수로재직하고있는저자리둥무(李冬木)는다케우치요시미(竹内好)의『루쉰』을비롯해일본의루쉰연구를중국에가장많이번역,소개한학자이기도하다.『루쉰을만든책들』,즉『월경:루쉰의탄생』에는그러한저자의20여년연구성과가집대성되어있다.

이책은출간된그해에베이징에본사를둔『신경보』의인문과학서적20선및국영통신사인신화사의추천도서로선정되었다.놀라운것은네티즌평가1위로『남방일보』의최고도서10선에선정된것이다.중국학술계는물론이고일반시민들까지이책을주목한것이다.이는중국에서루쉰의영향력이얼마나큰지를보여주는사례이지만그럼에도학술서가네티즌평가1위로선정된것은매우이례적인사건이었다.

『루쉰을만든책들』상권의키워드는‘진화,개인,광인’이었다.즉상권에서저자는루쉰이구체적으로어떤독서과정을통해서이들개념을형성했는가를보여주는데,루쉰은옌푸의『천연론』및가토히로유키의『강자의권력의경쟁』,오카아사지로의『진화론강화』를통해서‘진화’개념을받아들였고,메이지문단의구와키겐요쿠,다카야마조규,도바리지쿠후,사이토신사쿠등이해설한니체와입센그리고게무야마센타로의‘슈티르너’해석을통해‘개인’개념을구성해갔음을보여준다.


다케우치요시미의‘루쉰론’에대한정면반박!
메이지일본이루쉰에게끼친크나큰영향에대하여

이번에출간된하권의키워드는‘국민성’(國民性)이다.하권역시중국신문학사에서굳건한‘권위’로대접받는‘위대한’루쉰이아니라아직은사상의체계를갖추기이전의청년루쉰,즉이른바‘원(原)루쉰’을복원하고자한다.『루쉰을만든책들』에서저자가주목하는것은일본메이지문단이라는매개를통해서서양의문학과사상관련텍스트를읽고그속에침잠한청년루쉰이다.이책의장점은메이지문헌에대한폭넓은조사와중·일텍스트에대한착실한대조를통한문제의규명에있다.

전후일본의루쉰연구의중심에는우리에게도꽤잘알려진다케우치요시미가자리하고있다.중국을매개로제국일본을극복하고자했던다케우치는루쉰의문학은일본메이지문단과아무런관련이없다고단언했다.제국일본의근대가유럽에대한맹목적인모방,주체성결여를특징으로한다면,이와달리루쉰은자신의본질적인모순에직면하는몸부림(掙扎,단련)으로중국의근대를만들어냈다는것이다.이러한그의‘루쉰론’은지금까지도중국은물론이고한국의루쉰연구에도적지않은영향력을미치고있다.그런데저자는다케우치요시미의『루쉰』을중국어로번역,소개한장본인임에도『루쉰을만든책들』에서다케우치의루쉰론을정면으로반박한다.일본유학시절청년루쉰의도서목록을고려하면그의글쓰기와사상형성에서미친일본의영향을결코무시할수없기때문이라는것이다.


중국어‘국민성’속으로진입한‘고쿠민세이’와
하쿠분칸에서출판한서적들,그리고시부에다모쓰

저자는일본유학생저우수런(周樹人)—루쉰이라는필명을가지기이전의루쉰—이읽은혹은읽었을지도모르는메이지문단의서적을일종의‘과학’적정신으로광범위하고도면밀하게조사한다.루쉰은1902년3월부터1909년8월까지7년남짓한시간을일본에서유학했다.의학을공부하기위해센다이의전에서생활한1년반을제외하면그는꼬박5년이상메이지문화의중심도쿄에서생활했고,나쓰메소세키가살았던집에서거주하기도했으며,친구들과문예잡지를만들기위해동분서주하기도했다.메이지문인들의입에오르내리고마루젠서점2층의책장을채운니체,입센,고골,체호프,고리키등이그의도서목록이었다.루쉰은이렇게일본이라는매개를통해서양문학과사상에접했고이를자양분으로마침내「광인일기」의작가루쉰으로거듭날수있었다는것이다.이책의상권에서루쉰과서양의매개로써다루고있는인물은오카아사지로,게무야마센타로,사이토노노히토등이라면,오롯이국민성문제에집중하고있는하권에서주목하는것은사전류,잡지『태양』,그리고일본근대문화탄생의요람으로알려진하쿠분칸(博文館)에서출판한서적중에상당수를저술하거나번역한시부에다모쓰(澁江保)이다.

저자는루쉰의국민성담론에들어가기에앞서‘고쿠민세이’(國民性)이라는술어에주목한다.메이지,다이쇼의사전류및『태양』코퍼스등에대한조사를통해국민성에관한사상이먼저등장했고이것이일본어로정착하는데상당한시간이필요했음을논증한다.이러한과정은중국에서도마찬가지였으나이단어가중국어속으로진입하게한주역은일반적으로알려진것과달리옌푸,량치차오등과같은청말민초의문단의주역들이아니라하쿠분칸에서출판한총서등의열렬한독자였던청년루쉰을포함한유학생들이었다고주장한다.이는중국에서국민성담론이구성되는배경에일본이분명하게자리잡고있었음을보여준다.


헤겔의저술을가장먼저읽은중국인이
바로루쉰일수있다!

루쉰의국민성담론구성에서저자가특히주목하는것은시부에다모쓰의『지나인기질』이다.이책은미국인선교사아서스미스(ArtherSmith)의ChineseCharacteristics의뉴욕판(1894)을번역한것이다.루쉰은죽음직전까지중국에이책을소개할번역자가하루빨리나타나기를희망했다.아쉽게도그의희망은근60년이지난1995년에야비로소실현되었다.

시부에다모쓰의번역본의특징은협주를포함한주석이매우상세하고풍부하다는것이다.그의한문학적소양에기반한주석은중국과중국인에대한아서스미스의이해를보완하기도하고,스미스의오독을수정하기도했다.주석의대부분은일본어가아니라한자였다.저자는루쉰이아서스미스의저술을일본어본문보다는한자로된주석을통해서이해했을가능성이크다고주장한다.루쉰이이책을접한시기는유학생활을막시작한1902년,그렇다면그의일본어는극히초보적인수준을넘어서지못했을터이므로한자로된상세한주석에눈이먼저갔을것이라는결론이다.요컨대이는루쉰과아서스미스사이에서지식전파의매개로서시부에다모쓰가있었다는것이다.다시말하면루쉰은시부에다모쓰를통해아서스미스를이해했다고할수있다.

그중특히흥미로운것은시부에다모쓰의번역본에주석으로실려있는헤겔의「지나에관한의견」이다.이글은헤겔『역사철학』의제1부제1편‘중국’부분에서나왔다.시부에다모쓰는헤겔의이저술의영문판을번역하여『역사연구법』이라는제목으로출판했다.이책은일본최초로번역된헤겔저작으로이중의일부를『지나인기질』의주석으로사용한것이다.저자는이를바탕으로루쉰이헤겔의저술을가장먼저읽은중국인중의한명일수있다고주장한다.인간의역사를정신의진화과정으로이해한것,역사의정체(停滯)와영혼의미발달에관한사유등에서루쉰과헤겔과의연관을읽을수있다는것이다.


초기루쉰과더불어,우리가몰랐거나모른척했던
중국과일본의근대까지보여주는책

한중일동아시아근대초기문학과사상에관심있는이들에게이책을권하고싶다.이책을통해서이제까지주요문학사,사상사등에서소개되지않은메이지의인물과풍경을접할수있기때문이다.예컨대이책에서중점적으로다루고있는시부에다모쓰는하쿠분칸에서수많은대작을출판했음에도불구하고『하쿠분칸오십년사』에서는물론이고『메이지시대저술자인명사전』등어디에도그의이름을발견할수없다.이처럼일본근대문단의역사에서지워진시부에다모쓰같은인물들이이책에서는메이지문단의주역으로되살아나고있다.적어도근대중국과의관계에있어서는문단의주역이라고하기에모자람이없다.따라서이책은중국의근대는물론이고일본의근대에대해서도이제껏우리가몰랐거나모른척했던모습을보여준다고할수있다.물론이러한모습에대한새로운해석의지평을여는것은이책을읽는독자들의몫으로남아있다.식민지조선과일본문단의관계에서도이를테면시부에다모쓰와같은인물이없을수없을것이다.저자가보여주고있는‘사실’에대한끈질긴조사와해석이하나의방법으로써우리의근대의실제에다가가는데조금이라도도움이된다면번역자로서더이상바랄게없다.

더불어개념사나사상사에관심있는연구자라면꼭한번읽어보기를권유한다.동아시아,적어도중국에서근대적술어가어떤경로를통해서전파되고구성되었는지를설득력있게보여주고있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