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테의 수기

말테의 수기

$14.28
Description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은 철학과 인문학의 시각을 빌려 세계문학의 고전을 읽는다. 저마다의 읽기가 수없이 많은 갈래를 만들고, 거기서 수없이 많은 세계가 생길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의 세계가 단지 밈으로 축소되지 않도록.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은 단지 하나의 문일 뿐이다. 독자는, 도슨트가 내미는 손을 잡으면 된다.

〈그린비 도슨트 세계문학〉 아홉 번째 권으로 출간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에서 도슨트 변지영은 임상심리학 박사라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얼굴’이라는 키워드로써 타인의 시선과 기대 속에서 끊임없이 해석되고 규정되며, 그 과정에서 갈등과 분열을 피할 수 없었던 인물의 심리를 파헤쳐 나간다. 세상에 드러나는 가장 쉬운 평가 대상인 얼굴은 나 자신보다 타인에게 더 자주 노출되며, 타인의 반응에 따른 변화를 그대로 보여 주는 신체 부위인데, 경험과 상상, 실제와 허구가 기묘하게 뒤섞여 있는 이 소설에는 ‘얼굴’이라는 단어가 144번이나 등장한다. 과연 릴케에게, 그리고 말테에게 ‘얼굴’은 어떤 의미였을까?
저자

라이너마리아릴케

20세기초독일어권을대표하는시인이자소설가.1875년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령프라하에서태어났다.본명은르네카를빌헬름요한요제프마리아.유년기의가정불화와육군유년학교에서의경험탓에예민하고내향적인성격을지니게되었다.그의어머니는그를“마리아의자식”이라불렀는데,일찍이첫딸을잃어버린그녀는아들이태어난자정무렵이예수탄생시각과같다는이유로아들릴케가성모마리아의은총으로태어난것이라여겼다.육군학교중퇴후프라하대학에입학해미술사,문학사,철학강의등을수강한릴케는프라하,뮌헨,베를린등지에서문학과예술을접하며시적재능을꽃피웠다.1897년일생에걸쳐깊은영향을받은연인루살로메를만난그는그녀의권유로본명‘르네’를독일식인‘라이너’로바꾸었다.주요시집으로『형상시집』(1902),『기도시집』(1905),『신시집』(1907),『두이노의비가』(1923),『오르페우스에게바치는소네트』(1923)가있고,초기산문집,『로댕론』(1907),소설『말테의수기』(1910)등이있다.백혈병투병중걸린폐혈증으로1926년스위스발몽요양원에서생을마쳤다.

목차

말테의수기

9월11일,툴리에가에서9
비블리오테크내셔널에서49

도슨트변지영과함께읽는『말테의수기』
보는법을배우기위해7

얼굴과얼굴없음 •11
소멸의공포 •13
텅빈종잇장처럼 •18
물려받은얼굴들 •24
환상과치유 •31
살로메,그리고클라라 •39
떠나기위해돌아온집 •45

출판사 서평

시인릴케가‘자기치료’의과정에서탄생시킨소설
『말테라우리츠브리게의수기』


문학+철학으로이루는,나의삶과세계경험의확장!
〈그린비도슨트세계문학〉9:라이너마리아릴케,『말테의수기』


〈그린비도슨트세계문학〉아홉번째권은라이너마리아릴케의『말테의수기』이다.20세기시인중여전히세계적으로광범위한독자층을거느린시인릴케이지만,51세의나이로발몽요양소에서백혈병으로사망할때까지정작그의삶은고통으로가득했다.그에게고통과고난은,줄이거나피해야하는것이아니라,더정확히느끼고받아들여창작의동력으로삼아야하는‘진실’이었다.시인릴케가쓴유일한장편소설인『말테의수기』의원제는『말테라우리츠브리게의수기』인데,써내는데만꼬박6년이걸린작품이고,전통적방식과는전혀다른시각이요구되던20세기초반의시대적분위기를잘담아내고있다.


인공지능시대에도
모든질문은결국‘나의삶’으로수렴된다

문학은우리가살지않은삶을경험케하고,만나지못한인물을만나게하며,겪지못한일을체험케한다.문학이라는세계가없으면우리의삶은온갖정보와소음속에서더욱왜소해질것이다.문학의세계는,현실과개인의삶사이의완충지대가될뿐아니라반복되는일상에묻혀사는우리가미처보지못했던틈을보여준다.그러나문학만의특별한상징과비유는독자들을종종난관에빠뜨린다.그리하여작품은표면적으로만이해되거나읽기가애초에포기되기도한다.이에〈그린비도슨트세계문학〉이기획되었다.철학과인문학자의시각을빌려세계문학의고전을읽는다면,그리하여저마다의읽기가수없이많은갈래를만든다면,거기서수없이많은세계가생겨날것일터이므로.

종종해설은문학에딸린부록으로취급되지만〈그린비도슨트세계문학〉의해설은다르다.그자체로한권의책과같은가치가있다.문학고전을처음읽는독자들,자신만의사유를개척하려는독자들을위한중요한길잡이이기때문이다.그래서뒤표지를앞표지처럼구성하여해설을첫페이지처럼읽게했다.문학과맞물린사유의긴밀함을표현한것이다.


“나는말테를통해서만나아갈수있다.”

삶의요소들이전적으로이해불가능하다면어떻게살아갈수있을까?사랑은늘불충분하고결단은항상불확실하며죽음앞에서무력하다면,존재하는것은어떻게가능할까?(해설10쪽)

1900년대초반유럽의급속한산업화와도시화는사회구조의변화,가족구조의해체,개인의정체성위기등을초래했다.릴케는대도시의익명성에서경험했던소외,고독,파편화를그대로포착하기위해매끄럽게연결된이야기구조가아닌,여러개의파편과도같은글들을이어붙인다.지극히개인적인공포와열망을바닥에깔고그위에한겹한겹보편적이고사회적인공포들,열망들을붙여나간다.이조각들은저마다특성도,길이와구조도,문체도다르지만,단편적인조각들을다읽고나면놀랍게도하나의완성된모자이크작품으로느껴진다.한조각한조각이맞물려서로를완성시키는것이다.
이소설은세가지차원에서전개된다.첫번째차원은말테가파리에서겪는현재의경험,두번째차원은덴마크에서보낸어린시절의기억들,그리고세번째차원은역사적사건과예술가들에대한말테의사유와상상으로이루어진다.이들세차원은독립적이면서도긴밀하게연결되어있지만,그관계와의미는쉽게드러나지않는다.시간과공간을넘나들며계속변화하는어조는서사적안정감을의도적으로흔들어놓는다.독자는읽는내내미묘한불안감과긴장감을경험하게된다.


고립과불안,자아해체라는공포스러운경험을
자기변혁의과정으로바꾸어내다!

릴케는자기와타인,내면과세계사이의경계가사라지면서자아가해체되는상태를여러차례경험했다.이상태는두가지로해석될수있다.정신의학적으로는분열형인격장애나조현병증상으로해석될수있으며,이는치료가필요한불안정한상태이다.그러나릴케는그경험을단순한병리적현상이아니라‘보는법을배우기’위한자기변혁의과정으로받아들였다.그과정을기록한것이『말테의수기』인것이다.

주인공말테에게내면은스스로도알수없는낯선세계이며,외부의것들이거침없이침투해와흔들리는공간이다.자기와타인의경계,바깥세상과의구분이종종희미해지는이러한경험은주인공'말테'의불안과혼란을더욱심화시킨다.

나는몸이화끈거리고화가치밀어거울앞으로달려가가면을통해내손이어떻게움직이는지보려고애썼다.하지만거울은기회를엿보고있었고이제복수할시간이찾아왔다고여기는것같았다.나는점점더불안해져서어떻게든내가변장하려고몸에걸친것들을벗으려애썼다.그러나거울은어찌된셈인지나로하여금억지로얼굴을쳐들어거울속을들여다보게하고는,내가이해할수없는괴상한영상을연출하는것이었다.아니,그것은거대하고낯설고끔찍한,내가이해할수없는데도내의지와는반대로나를빨아들이는듯한현실이었다.이제그것은더욱심해졌고나는거울이되었다.내앞에있는미지의존재를응시하면서그와단둘이있는것이괴이하게느껴졌다.그런데이런생각을한순간최악의일이벌어졌다.(본문127쪽)

어린시절,말테는방에서몰래다양한의상을입고가면을써보며변장하던중에거울을보다가의상과가면에갇힌듯한느낌을받는다.벗어던지려했지만,아무리해도그것들을떼어낼수없어공포에사로잡힌그는비명을지르며사람들에게도와달라고외친다.타인과관계맺을때,말테는자신이타인이원하는모습으로반응하면결국그들의얼굴과닮아가며자아를잃어버릴것같은위협을느낀다.이러한경험속에서얼굴은자아를상징하며,얼굴이덮이거나대체되는것은자아의소멸을의미한다.

릴케는자신의공포와혼란을묘사하는과정에서한층성숙한문학적재능을드러냈다.릴케가평생분열과혼란속에서살아가며,현실에서온전히존재한다는느낌을가지기어려웠던데에는어머니의영향도적지않았다.그의어머니는아들에게자신의욕망을투영하며,자신의방식대로통제하려했다.감정적으로불안정하고우울했던그녀는아들의감정이나내면에는무관심했으며,이러한관계는릴케에게심리적부담을안겨주었다.이는그의평생에걸친내적갈등과고립감의중요한요인중하나가되었을가능성이크다.

고립과자아해체의불안속에서,그러나릴케는하나의전체,즉전일성에헌신했다.그는하나의온전한존재가되기위해먼저자신을여럿으로나누어보았고,전체를이루기위해파편들을철저히검토했다.온전히존재하기위해모든불일치와거짓을면밀히들여다보았다.소설을쓰면서릴케는평생동안자신을이끌었던질문,“인간세계의유한함을부정하지않으면서,의식은과연형이상학적전일성을발견할수있을까?”에대한답을어느정도마련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