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과 혁명

방사능과 혁명

$25.00
Description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로버트 오펜하이머).

후쿠시마 핵재난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세계는 왜 핵을 멈추지 못하는가? AI 산업과 데이터 센터 확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핵발전은 오히려 “미래 에너지”라는 이름으로 부활하고 있다. 일본 출신의 정치‧사회 비평가 이와사부로 코소는 『방사능과 혁명』에서 핵을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니라, 국가·자본주의·군사주의를 하나로 결합시키는 현대 세계체제의 권력장치로 분석한다. 재난과 파괴조차 새로운 축적의 계기로 삼으며 좀비처럼 살아남는 체제. 저자는 이를 ‘묵시록적 자본주의’라 명명한다.

그러나 이 책은 절망만을 말하지 않는다. 후쿠시마 핵재난 이후 시민들은 DIY 방사능 측정소를 만들고 독립적인 정보망을 구축하며 국가와 자본이 강요하는 삶의 방식 바깥에서 새로운 생존과 돌봄의 관계를 실험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방사능 군중”의 출현이다. 재난 이후 시대에 필요한 혁명이란 더 이상 세계를 장악하는 일이 아니라, 무너져 가는 세계 속에서도 서로의 삶을 붙들고 연결하는 일이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들이여, 단결하라!”라는 구호를 지나, 이제는 “지구의 서식자들이여, 반향하라!”라는 새로운 혁명의 언어가 필요하다.
저자

이와사부로코소

(SabuKohso)
정치·사회비평가이자번역가이며,오랫동안전지구적반자본주의투쟁에참여해온활동가이다.일본오카야마현출신으로1980년부터뉴욕에거주하고있다.뉴욕의도시공간과민중투쟁을다룬일련의일본어저작과행성적아나키즘의철학을다룬저서를출간했으며,이들가운데일부는한국어로번역되었다.
주요저서로는『죽음의도시,생명의거리』(死にゆく都市、回帰する巷),『새로운아나키즘의계보학』(新しいアナキズムの系譜学),『뉴욕열전』(ニューヨーク列傳)등이있다.또한데이비드그레이버의『아나키스트인류학을위한단상』(FragmentsofanAnarchistAnthropology),『부채:첫5000년』(Debt:TheFirst5000Years),존홀로웨이의『자본주의에균열을내자』(CrackCapitalism)등을일본어로옮겼고,이소자키아라타의『건축에있어서의“일본적인것”』(建築における「日本的なもの」),가라타니고진의『은유로서의건축』(隠喩としての建築),『트랜스크리티크』(トランスクリティーク)등을영어로번역했다.첫영어저서『방사능과혁명』(RadiationandRevolution)은2020년미국에서출간되었으며,프랑스어판(RadiationsetRévolution)은2021년캐나다와프랑스에서출간되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_핵이침투하는시대와맞서기5
서문_후쿠시마를통해쓰기13

서장_재난/대재앙/묵시록25

1장_권력의변이59
사건과과정59|재난66|돌연변이77|재포획107|포획되지않은115

2장_대재앙국가127
군도와섬127|핵의이중구속138|도쿄장치,도쿄기계156|반스펙터클171

3장_묵시록적자본주의183
가설:핵에너지가자본주의를불멸화하고있다183|원자력세계사개관186|핵에너지는어떻게자본주의와국가를기술적으로병합하는가?194|행성적핵장치201|무주물210

4장_투쟁의기후변화227
인식들227|일본의68234|서식자들의투쟁248|생활환경방어259|유동적하층계급노동자의투쟁267|상호부조공동체건설274|인프라적권력다루기277|반향속의많은세계들282

맺음말_일본을잊어라309

미주317|참고문헌327|부록:기관정식명칭336|옮긴이후기337|색인343

출판사 서평

“후쿠시마는아직끝나지않았다”
핵침투에맞서는새로운혁명론

핵은어떻게재난을먹고살아남는가

후쿠시마핵재난은끝나지않았다.방사성물질은여전히누출되고있고,핵폐기물은수만년동안생명체를위협할것이다.그런데도세계는핵을포기하지않는다.오히려AI산업과데이터센터확대,지정학적갈등속에서핵발전은다시“미래에너지”라는이름으로부활하고있다.『방사능과혁명』은바로이기이한현실에서출발한다.왜인류는핵재난을겪고도핵을멈추지못하는가?왜세계는자본주의의종말보다세계의종말을더쉽게상상하게되었는가?

일본출신의정치‧사회비평가이와사부로코소는후쿠시마핵재난을국가·자본주의·군사주의가얽힌현대세계체제의“끝나지않는대재앙”으로분석한다.핵은전력생산과핵무기생산이라는“야누스적기능”을동시에수행하며,군사·산업·정보·에너지체계를하나로묶는권력장치로작동한다.더욱이핵산업은폐기물처리와제염,해체산업같은끝없는사후관리를통해스스로를연장하고,국가와자본은방사능오염마저관리가능한위험으로전환해체제를유지한다.재난과파괴조차새로운축적의계기로삼고좀비처럼살아남는체제.저자는이를“묵시록적자본주의”라명명한다.

대재앙위에세워진메트로폴리스,
결국흔들리는일본국민국가신화

이책의가장도발적인통찰은핵이단순한에너지원이아니라는것이다.핵은국가와자본,군사주의를하나의체계로결합시키며현대일본을조직해온핵심장치로그려진다.일본은지진과쓰나미같은자연재난뿐아니라전쟁,핵폭격,경제위기같은반복적파국속에서국가체제를강화해왔다.메이지유신이후“부국강병”의이름아래천황제와민족주의를강화했고,패전이후에는미국의냉전전략속에서핵기술과핵에너지체제에깊이편입되었다.히로시마와나가사키의공포는어느새“평화로운원자력”이라는구호아래경제성장과산업화의신화로탈바꿈했으며,핵발전은미래와번영의상징으로자리잡았다.

그과정에서도쿄는단순한도시가아니라국가와자본의욕망을끝없이빨아들이는거대한“도쿄장치”로기능했다.지방의노동과자원,삶의에너지는끊임없이메트로폴리스로흡수되었고,도쿄는지역의파괴와대재앙위에서비대해져갔다.동시에일본은미국냉전질서의정치·사회적실험장으로기능했으며,원폭피해자들조차치료대상이아닌방사선데이터를축적하기위한연구대상으로다루어졌다.결국후쿠시마핵재난은“도쿄역시끝날수있다”라는감각을일본사회전체에각인시키며,안전과성장,국가발전으로상징된일본국민국가신화를뒤흔들었다.

방사능군중의출현,
새롭게시작된삶의방식

핵재난은단지원자로만붕괴시킨것이아니었다.공원과토양,비와음식처럼삶의가장기본적인조건까지불안과의심의대상이되었다.그러나정부와언론은“즉각적인건강피해는없다”라는메시지를반복하며사회를정상궤도로복귀시키려했고,그결과방사능오염은전국으로분산되었다.가장위험한노동은하청노동자에게전가되었고,피폭의부담역시사회전체의몫으로재배치되었다.일본사회는그야말로재난이후의사회가아니라재난과함께살아가도록조직된사회로변해간것이다.

그러나사람들은침묵하지않았다.시민들은DIY방사능측정소를만들고,독립적인정보네트워크를구축했으며,식품과생활공간의오염을직접조사하기시작했다.일부는도시를떠났고,일부는새로운공동체와생존방식을조직했다.이른바“방사능군중”이출현한것이다.방사능군중은단순한피해자가아니라,국가와자본이강요하는삶의방식바깥에서생존과돌봄,자율적인관계를새롭게실험하는사람들이다.인간과자연,생산과재생산,공동체와삶의관계자체를새롭게사유하는흐름이형성되기시작했다.

지구의서식자들이여,반향하라!

1968년의혁명은세계전체를바꿀수있다는믿음위에서움직였다.반핵운동과반전운동,노동운동과학생운동은서로를반향시키며거대한해방의흐름을형성했고,혁명은국가권력장악과세계사적변혁을의미했다.그러나기후변화와핵위기,재난과붕괴의시대를지나며사람들은더이상“세계를바꿀수있다”라는확신속에서살아가지못했다.이제정치의중심은혁명정당과국민국가가아니라,생존과돌봄,재생산과생활세계로이동했다.저자는이를“대문자정치에서일상생활의정치학으로의전환”으로설명한다.

하지만혁명이사라진것은아니다.저자는조지카치아피카스의“에로스효과”와들뢰즈·과타리의“욕망기계”개념을통해,혁명을중앙지도부가조직하는사건이아니라서로다른삶과욕망이공명하며형성되는집합적흐름으로다시사유한다.이러한문제의식은국가와자본의질서바깥에서자율성과상호부조를실험해온아나키즘운동의계보와도맞닿아있다.생활환경방어운동,이주노동자투쟁,공동체및자치운동은더이상국가를장악하려는정치가아니다.그것은재난과붕괴의시대속에서서로의삶을연결하고유지하기위한새로운“행성적정치”의출현이다.

그렇다면재난이후시대에필요한것은무엇일까?어쩌면더강한국가도,더거대한기술도불필요할지모른다.이제혁명은세계를장악하는일이아니라,무너져가는세계속에서도서로의삶을붙들고연결하는일일것이다.“만국의프롤레타리아들이여,단결하라!”라는혁명의언어를지나,이책은붕괴의시대를향해새로운구호를외친다.“지구의서식자들이여,반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