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그날,그들은무슨말을했을까?”
남북제헌의회속기록으로되짚는분단국가탄생의기원
『분단의시간』은두개의국가를수립하는과정인동시에,하나의국가를염두에둔정치적실험의기록이었던남북의속기록을원활하게읽히도록재구성함으로써,두속기록속에담겨있던분단국가의출발점이면서통일지향흔적이공존하는현장을생생하게드러내고있다.그러므로이책은초기‘두국가’의탄생과정을이해하고,현재의‘두국가’논의와남북관계및한반도의미래를구상하는데매우중요한나침반으로작용할것으로보인다.
-북한대학원대학교총장신종대
지금,1948년으로돌아가야하는이유
북한이대한민국을자신과국경을맞댄‘외국’으로선언한지금,우리는1948년으로돌아가보아야한다.북한이남북관계를‘적대적두국가관계’로규정하자한국에서도‘평화적두국가론’등다양한대응구상이쏟아지고있다.한반도의남과북의관계는통일을추구하는잠정적특수관계인가,서로를국가로인정하는일반관계인가?이논쟁의뿌리를찾으려면남북이‘두국가’로탄생한순간으로거슬러올라가야한다.
『분단의시간:남북제헌의회속기록으로본‘두국가’의탄생』(이하‘『분단의시간』’)은1948년남북이각기국가를수립하기위해개최한제헌의회의첫번째회의록을정면으로들여다본다.대한민국국회와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최고인민회의,두의회기관이헌법을만들고정부를조직하던그현장의목소리를오늘의독자에게처음으로생생하게전하는것이다.
속기록은국민의대표들이헌법을심의하고정부를조직하기위해논쟁을벌이는‘그순간’을있는그대로기록한문헌이다.『분단의시간』이원본으로삼은제헌국회회의록에는발언의망설임,중단,반박과개입,감정의고조까지현장의모든것이날것그대로담겨있다.최고인민회의제1기제1차회의회의록은상대적으로정제된원고낭독의비중이크지만,회의진행과정과대의원들의동정,즉석질의응답등토론과정을그대로싣고있어속기록에준하는자료이다.마치생중계를지켜보듯이‘두국가’가탄생하던순간을‘결과’가아닌‘과정’으로,‘해석’이아닌생생한‘발화’로읽어보자는것이『분단의시간』의출발점이다.
속기록의생생함을넘어
‘읽히는역사’로
『분단의시간』은남북의헌법제정과정부수립과정에서생산된방대한의회속기록을정리하고재구성한결과물이다.국가의출발점에서이루어진논쟁을박제된결론이아니라살아있는과정으로보여준다는점에서,기존의역사서나해설서와는분명한차별성을지닌다.
원본속기록은그방만한성격상잘읽히지않는다.『분단의시간』의가장큰특징은그처럼방만하고방대한속기록을‘읽히는역사’로정리하고재구성했다는점에있다.무엇보다당시정치인들의발언을가능한한‘날것그대로’살리면서도,독자가읽는데어려움을겪지않도록적절한편집을가해생생함과가독성을동시에확보했다.
원본속기록의토론기록은날짜별로이루어져같은주제의논의가여러곳에흩어져있거나중복된사례가많다.하나의의제를놓고토론이진행되는도중에다른문제가끼어들거나감정싸움이벌어지기도한다.『분단의시간』은독자가혼란을초래하지않도록,헌법조항과국가운영의핵심쟁점을중심으로발언들을재배열함으로써,독자가논쟁의흐름과구조를입체적으로이해할수있도록했다.
여기에각논의가등장하게된역사적맥락과그것이갖는현실적의미를짚어주는해설과주석을촘촘히배치했다.이로써남북제헌의회속기록에관한단순한자료집을넘어그것을‘읽히는역사’로재구성했다.
속기록속목소리들-우리가몰랐던분단의속사정
지금껏분단의역사는주로강대국의외교무대,정치세력의이합집산,미소공동위원회의결렬같은‘속기록바깥의이야기’로채워져왔다.그러나정작새나라를만드는의회안에서의원들이무슨말을했는지는크게주목받지못했다.
『분단의시간』은그공백을충분히채우고도남는다.현대국가의탄생과정은대부분다음세단계의과정을거친다.첫째,전국민선거를통해국민의대표기관인의회를구성한다.둘째,의회는국가의기본틀을규정한헌법과기타법령을제정한다.셋째,그헌법에따라의회는행정과사법을집행하는국가기관을조직한다.
따라서1948년국회와최고인민회의의속기록을읽지않고는해방된한반도가‘두국가’로분단된속사정을알수없다.국가의이름을무엇으로할것인가,봉건과식민지의질곡에서벗어나기위해토지는어떻게분배할것이며상공업은어떻게진흥할것인가,새로운독립국가의정치체제는어떻게구성할것인가?자유민주주의인가,인민민주주의인가?권력의집중인가,삼권분립인가?새나라의밑그림을두고벌어진진지하고때로는격렬한토론이『분단의시간』에고스란히담겨있다.
가장놀라운발견-남북헌법은닮아있었다
무엇보다『분단의시간』이드러내는가장뜻밖의사실은,극단적으로다를것같은남북의제헌헌법이중요한지점에서놀라울만큼수렴하는모습을보인다는것이다.
남북의제헌헌법은정치체제에서는국제정치의영향과지향하는이념의차이때문에뚜렷한차이를보인다.대한민국헌법이미국의영향을받아입법·행정·사법삼권의분립을명시한반면,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헌법은소련의영향을받아최고인민회의를주권기관으로하는유일주권체제를지향한다.
그러나사회경제부문으로가면사정이달라진다.토지개혁,주요산업의국가관리,대외무역통제,중소상공업보호등의조항들에서남북헌법은이념의차이를뛰어넘어공통된목소리를낸다.식민지경제구조를청산하고국가주도로경제를재건해야한다는시대적과제를남북제헌의회가함께안고있었기때문이다.이것이야말로해방된한반도가‘두국가’아닌하나의나라로독립했어야하는이유를역사적으로정확히보여준다.
냉전의경직된틀로1948년을보려고하면보이지않는것들이,남북제헌의회속기록을펼치면비로소눈에들어온다.
또하나의발견-‘두국가’는통일을꿈꾸며탄생했다
남북제헌의회의회기내내통일은반복적으로언급되었다.각자의정부수립이궁극적으로한반도전체를대표하는국가로나아가기위한과정이라는인식은남북이공유하고있었다.국회는헌법에서한반도전역을대한민국영토로규정하고,통일을추진하는특별위원회의설치문제를진지하게토론했다.최고인민회의는헌법에서북한지역에이은남한지역의토지개혁실시를규정하고,서울을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수부(수도)로명시했다.
이처럼‘두국가’는하나의국가를지향하는인식속에서탄생했다.남북모두통일을추구하면서분단국가로수립된이역설이『분단의시간』의핵심메시지가운데하나이다.1948년제헌의회의토론을따라가다가보면,오늘날‘두국가론’을둘러싼논쟁이전혀새로운문제가아님을깨닫게된다.『분단의시간』은남북한체제의출발점에서어떤선택과논쟁이있었는지구체적으로드러냄으로써,분단이하나의‘결과’가아니라수많은선택과갈등이축적된‘과정’이었음을보여준다.이점에서『분단의시간』은분단의과거를기록하는동시에현재를이해하고통일의미래를고민하게하는‘분단’과‘통일’의참고서라할수있다.
제헌의회속기록은현재의거울
1948년의남북제헌의회속기록은오늘의남북한사회를비추는거울이다.제헌의회의논의들에지금까지도반복되고있는문제들의원형이담겨있기때문이다.
제헌국회속기록을보자.사유재산을어디까지보장할것인가,공공복리를위해개인의자유를어떻게제한할것인가하는문제의토론은지금도대한민국이고민하고있는의제이다.나아가노동자의경영참여나지분배분과같은,지금생각해도급진적인경제민주화구상까지도제헌국회는논의하고있었다.
대통령제와내각제의선택,양원제와단원제의선택,대통령의임기와선출방식,계엄령과같은대통령비상대권의범위,사법부의독립문제등권력구조를둘러싼쟁점역시현재의개헌논의나국민적의제와놀라울정도로맞닿아있다.제헌국회속기록은한국사회가반복적으로마주하는문제들의‘초기설계도’인셈이다.
최고인민회의속기록은어떤가?북한의제헌과정은남한과는전혀다른정치원리를보여준다.삼권분립을부정하고인민의유일주권을강조하는북한의정치구조는권력분산과견제를전제로한남한의체제와뚜렷이대비된다.
선거에대한인식에서도차이가분명하다.남북의선거를인상적으로비교해보면,전자는리얼리티쇼에가깝고후자는기획드라마에가깝다.전자가일정한조건만설정한채결과는행위자의자유에맡겨놓는다면,후자는최대한의합의를끌어내는완벽한사전시나리오를요구한다.
헌법에대한이해역시다르다.대한민국헌법이장차수립될국가체제의기초에관한규범과법규를제시한측면이강했다면,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헌법은이미시행되고있던민주개혁의성과와구성원간에확인된국가체제를법적으로공고화하는성격을띠었다.이같은초기북한의특징들은주체사상의전면화를거치며변화해온오늘날의북한을이해하는데에도기본적인통찰을제공할것이다.
이처럼남북제헌의회속기록에담긴모든논쟁은대부분70여년이지난지금도우리에게낯설지않다.‘두국가’논란과함께국제정세의커다란변화를마주하면서개헌논의가거세게일고있는지금의한국사회에서『분단의시간』은이모든문제를역사적으로성찰하게하는중요한준거를제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