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바깥의파편화된웅얼거림에시나브로스며드는경험!
마침내우리앞에도달한블랑쇼의『무한한대화』
프랑스현대문학의중요한영감의근원,모리스블랑쇼
그의『무한한대화』20세기프랑스문학과사상사에서모리스블랑쇼는매우독특하고도수수께끼같은위치를차지한다.장폴사르트르,알베르카뮈,조르주바타유와동시대에활동한블랑쇼는전후프랑스문학과철학의거대한변화의현장을가까이에서지켜보았음에도실존주의나구조주의,탈구조주의같은당대의어느사상적흐름에도자신을온전히귀속시키지않았다.그는언제나그경계에머물렀다.비평가면서소설가였고,자신의사유를하나의체계로완결하기를거부한사상가였다.
미셸푸코,자크데리다,에마뉘엘레비나스,질들뢰즈,장뤽낭시를비롯한수많은철학자와비평가가블랑쇼의글쓰기에서결정적영감을얻었다.문학언어의비인칭성,저자의소멸,작품의부재,중성,바깥,타자와의무한한관계에관한그의사유는20세기후반프랑스철학이주체와언어,문학과윤리의문제를새롭게제기하는데있어중요한토대가되었다.
그럼에도블랑쇼자신은대중앞에거의모습을드러내지않았다.사진과인터뷰를극도로제한했고,작품바깥에서자신의삶이나사상을해명하는일도피했다.'은둔의작가'로불리는블랑쇼의침묵은작품을저자의삶이나의도로환원하지않으려는그의문학관과맞닿아있었다.블랑쇼에게문학은작가의내면을표현하거나독자에게메시지를전달하는수단이아니었다.그는글을쓰는순간작가는자신이말의주인이라는지위를잃으며,작품은저자의의도와인격에서벗어나독자적인운동을시작한다고보았다.
1943년첫비평선집『헛디딤』을발표한이래『문학의공간』,『도래할책』,『저너머로의발걸음』,『재난의글쓰기』에이르기까지블랑쇼의저술은점차기존문학비평의형식에서멀어졌다.그의글쓰기는철학적대화와단편적명제,반복과중단,침묵과공백을품은독특한형식으로변해갔다.이변화의중심에놓인책이바로『무한한대화』이다.
이한권에블랑쇼사유의과거와미래,즉그전모가담겨있다!『무한한대화』는블랑쇼의저작가운데가장방대한저작으로,당연히그의문학적·철학적사유가가장폭넓게펼쳐져있다.1959년부터1969년까지『누벨르뷔프랑세즈』를비롯한여러잡지에발표된글을엮은『무한한대화』는블랑쇼의사유가하나의중요한전환을맞이한1950년대말과1960년대의글들이집약되어있다는점에서그의초기문학비평과후기의파편적글쓰기를연결하는중심축이라할수있다.
이책에서블랑쇼는문학언어의본질,말하기와침묵,죽음,부재,공백,중성,타자,무한,서술하는목소리,작가와독자의관계를끈질기게사유한다.또한카프카,파스칼,니체,브레히트,카뮈,사드,휠덜린,말라르메,아르토,베케트등다양한작가의작품을통과하며문학이무엇인지,문학적경험이인간과세계의관계를어떻게변화시키는지를묻는다.철학과문학,언어와윤리,정치와역사에관한질문이서로분리되지않고끊임없이이어진다는점에서이책은블랑쇼사유의전모를보여주는책이라할수있다.
그러나『무한한대화』에는하나의중심명제에서출발해논리를단계적으로전개하고결론에도달하는체계가없다.어떤개념은여러장에걸쳐서로다른맥락에서반복되며,한번제시된생각은다른목소리에의해반박되거나유보된다.질문은답을얻는대신또다른질문을낳는다.사유는종결되지않은채계속해서바깥으로밀려난다.책의제목인'무한한대화'는바로이러한글쓰기의운동을가리킨다.이대화는서로다른두주체가자신의의견을교환한뒤합의나결론에도달하는변증법적대화가아니다.대화에참여하는목소리들은서로를완전히이해하지도하나의공통된진리속에서통합되지도않는다.오히려발화자와청자사이에는지울수없는간격이남는다.블랑쇼에게대화가무한하다는것은타자를나와동일한존재로환원하지않는관계가지속된다는뜻이다.
『문학의공간』과『도래할책』에서전개된문학론은이책에서타자와의관계,말하기의윤리,중성의사유로확대된다.또한『저너머로의발걸음』과『재난의글쓰기』에서나타나는파편적형식의기원도이책에서확인할수있다.이한권안에블랑쇼사유의과거와미래가동시에열려있는셈이다.
블랑쇼의사유진입하려면반드시거쳐야할책
경계를가로지르는글쓰기의정수!『무한한대화』에는작가와작품을다룬문학비평이있는가하면,존재와언어,타자와죽음을논하는철학적성찰이있고,두목소리가서로질문하고응답하는대화형식의글도들어있다.어떤글은논문의엄밀함까지다가가지만,다른글은시적산문이나허구적대화처럼읽힌다.즉블랑쇼는문학과철학,비평사이에놓인경계를자유롭게가로지를뿐아니라,그경계가과연분명하게존재하는지조차의심하게만든다.
블랑쇼에게있어비평은작품곁에머물면서작품이끝내말하지않은것이자언어로붙잡히지않는것이며,작품의침묵과부재에응답하는또하나의글쓰기이다.따라서비평가는작품의바깥에서서그것을객관적으로설명하는사람이아니라,작품이열어놓은낯선공간으로함께들어가는독자이자작가가된다.철학역시『무한한대화』에서는완결된개념의체계로제시되지않는다.블랑쇼는철학적개념을정의하고논증하기보다,개념이미처포착하지못하는한계-경험을향해나아간다.앎으로환원할수없는타자,소유할수없는죽음,주체가지배할수없는언어,작품으로완성되지않는글쓰기와같은문제들이반복해서등장하는이유이다.블랑쇼의사유는이해할수없음과말할수없음을사유안에끝까지남아있게만든다.
이러한쓰기는독자에게새로운독서방식을요구한다.반복되는표현,갑작스러운중단,서로어긋나는목소리,의미가비어있는듯한공백을따라가야한다.『무한한대화』의독서는이미정해진의미를발견하는작업이아니라,의미가생성되었다가다시흔들리고사라지는운동을경험하는일이된다.블랑쇼에게한권의책은읽힐때마다다른책으로증식하며,독자는작품의낯선운동속으로침잠하며작품저너머의공간을경험하는존재이다.작품은작가에게도독자에게도귀속되지않는다.그소유할수없음때문에문학은끊임없이새롭게읽힐수있으며,한시대의의미와규범을넘어다른시대의독자에게말을건넬수있는것이다.
주체의목소리가사라진글쓰기의경험
'바깥(dehors)의사유'란무엇인가블랑쇼의문학과사유를이해하는중요한열쇠가운데하나는'바깥'이다.미셸푸코가블랑쇼의글쓰기를설명하며사용한'바깥의사유'라는표현은이후블랑쇼를대표하게되었다.여기서바깥은주체가언어와세계의중심이라는믿음이흔들리는경험이며,'나'의인식과의지로는통제할수없는낯선영역을가리킨다.
왜냐하면단어는사물과정합하지않으며사물과문자의만남은일시적결탁상태일뿐이기때문이다.게다가작가는사물의생생한실재를향해끊임없이노력하나글을쓰자마자시작되는시간의운동속사물의변화를포착할수없다.마찬가지로저자의의도역시잘못파종된씨앗처럼독자에게흩뿌려지고작가의손을완전히떠난다.이와같은블랑쇼의사유는세계를객관적으로인식하는주체로서인식하는근대적사유와는전혀다른길을간다.그의사유는구조주의이후의사유와맞닿아있다.
바깥은이처럼주체가자신의중심적지위를상실하는자리이다.이곳에서말하는목소리는더이상분명한'나'의목소리가아니다.블랑쇼가말하는중성의글쓰기는남성과여성,긍정과부정사이의중간상태를뜻하는것이아니라,누가말하는지를확정할수없는비인칭적상태를가리킨다.글속에서말은계속이어지나그말의주인을찾을수없고,사건은서술되나그것을책임지는단일한주체는사라진다.
블랑쇼는이를문법적삼인칭인'그(il)'의문제와연결한다.그러나이'그'는특정인물을지칭하는평범한삼인칭이아니고,'나'를대신하는또하나의주체도아니며,단순히익명의화자를뜻하지도않는다.중성의'그'는모든주체가자신의자리를잃게되는사건이다.'내가말한다'고생각했던자리에서정작말하고있는것은누구에게도속하지않은언어이며,작가와등장인물과독자는모두그언어의움직임속에놓인다.
이러한바깥의경험은해방과개방만을의미하지않는다.자신을보호하던동일성과익숙한질서가무너지는일이기에바깥은불안과고통,위태로움을동반한다.그러나블랑쇼는바로그위태로운한계에서문학의가능성을발견한다.문학은세계를더욱안정적으로이해하게하는지식이아니라,세계가완전하게이해될수없다는사실을드러내는경험이라는것이다.그것은관습과규범이배제해온광기,죽음,침묵,부재와마주하게하고,인간과언어의경계가흔들리는자리로독자를이끈다.
블랑쇼의문학은현실을모사하는거울이기를거부한다.작품은세계의완결된이미지를보여주는대신이미지에균열을낸다.의미가확정되는순간다시의미를흔들고,말이완성되려는순간침묵과공백을불러들인다.글쓰기는작품의완성을끊임없이방해하는행위가된다.블랑쇼가말하는'무위'또는'작품의부재'는아무것도쓰지않는상태가아니라,작품이완결된사물로굳어지는것을거부하는끝없는운동이다.
서술하는목소리,그근원적인타자성에대하여『무한한대화』에서바깥의사유와함께주목해야할또하나의핵심개념은'서술하는목소리'이다.일반적으로이야기의목소리는작가나화자,등장인물가운데누군가에게속한다고생각된다.독자는누가말하는지를확인하고그목소리의관점과의도를파악함으로써이야기를이해한다.그러나블랑쇼가말하는서술하는목소리는그누구에게도완전한귀속을허락하지않는다.이목소리는실제로들리는음성도,인물의내면을표현하는심리적목소리도아니다.그것은쓰인단어들의뒤편에서들려오는침묵의소리이며,의미로완전하게환원되지않는웅얼거림이나메아리에가깝다.글을쓴작가도글을읽는독자도이목소리의주인이아니다.오히려작가와독자는모두이목소리에귀를기울이는동등한위치에놓인다.
블랑쇼에게읽는다는것은쓰인말뒤에서말하지않은채울리는목소리를'듣는'경험이다.이목소리는특정한진리를전달하거나하나의해석을보증하지않는다.그것은말이미처의미가되지못한채남긴잔향이며,문장의질서에포섭되지않는잔여이다.그래서서술하는목소리는때로여러인물의목소리를빌리지만,어느한인물과도동일시되지않는다.한사람의목소리처럼들리다가다른목소리로이동하고,때로는모두의목소리이면서도그누구의목소리도아닌웅성거림으로남는다.
이비인칭적목소리에는블랑쇼가사유한근원적인타자성이드러난다.타자는나와비슷한또하나의자아가아니다.내가이해하고분류하고소유할수있는대상도아니다.타자는나의인식과능력을넘어서는존재이며,나와의사이에지울수없는거리를간직한다.블랑쇼에게진정한관계는이거리를없애고타자를나와동일한기준으로이해하는데서성립하지않는다.오히려타자가끝내알수없는존재로남아있음을받아들이는데서시작된다.따라서'무한한대화'는타자와완전한이해에도달하는대화가아니다.말하는자와듣는자는서로에게다가가지만하나로합쳐지지않으며,질문과응답은언제나조금씩어긋난다.그어긋남과간격을제거하지않는것이야말로타자를존중하는방식이다.블랑쇼의대화는합의와통일을목표로하지않고,서로다른존재사이의무한한거리를유지하면서도관계를포기하지않는윤리적말하기를모색한다.
서술하는목소리역시이러한타자의목소리이다.그것은자아가억압하거나배제했던낯선목소리이며,언어와사회의질서에편입되지못한웅얼거림이다.이목소리는말의주체가자신의동일성을확신하지못하게하고,작품이하나의의미로닫히는것을방해한다.그러나바로그때문에텍스트는여러독서와해석을향해열릴수있다.작가의의도에서벗어난울림,시대와장소에따라달라지는의미,심지어오독과실패의가능성까지받아들이며작품은계속해서다른독자에게도달한다.
『무한한대화』는독자에게확고한진리나완성된체계를건네는대신,사유가멈추는지점에서다시질문을시작하도록한다.우리가당연하게여겨온주체,언어,작품,독서,타자와의관계가얼마나불안정한토대위에놓여있는지를보여준다.그리고이해할수없는것을섣불리이해한것으로만들지않고,말할수없는것의침묵에귀를기울이는법을요청한다.오늘날우리는모든것을빠르게설명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