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가스파르 (명학수 소설)

밤의 가스파르 (명학수 소설)

$10.00
Description
예상할 수 없는 희망과 준비할 수 없는 절망,
불확실함에 갇힌 ‘불안’을 마주하는 자세,
명학수의 세번째 소설집
“그건 그냥 일종의 예의 같은 거야. 모성이라든가, 그렇게 거창한 건 절대 아니고,
그저 나를 찾아준 고마운 손님에 대한 예의.”

“엉망인지 어떻게 아느냐고요?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다들 알잖아요.
알면서 모른 척하는 거죠.”

201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소설집 『나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말의 속도가 우리의 연애에 미친 영향』 등을 발표하며 “불안을 섬세하게, 과장하거나 섣불리 봉합하지 않으면서 바라보는”(소설가 이기호)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두 편을 모은 이번 소설집에서도 작가는 “사뭇 진지한 문체로, 겉으로 말하지 못한 불확실함과 불안을 능히 숨”기며(「해설」) ‘불안’을 좇는다. 에둘러 풀어내는 서사는 독자에게 작가가 주시한 ‘불안’을 서서히 마주하게 하며 ‘무탈’에 대한 소망을 함께 기도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든다.

이미 지나온 길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나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방향으로 걸음을 뗀다. 마치 파란만장한 서사의 당연한 결말처럼. _「작가의 말」에서

두 편의 텍스트가 형상화하는 세계가 임신과 방화라는 극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조금의 치명상도 없이 무던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명학수의 인물들이 세계의 파괴자가 아니라 동조자(sympathizer)이기 때문이다. _「해설」에서
선정내역
ㆍ2024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 소설
저자

명학수

2018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등단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소설집『나는친구네집에놀러갔다』『말의속도가우리의연애에미친영향』등이있다.

목차

손님
밤의가스파르

해설:동조자의사랑-사랑해마지않는나의파괴자에게_전승민(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불확실의그늘,‘불안’

「손님」은생각도못한임신앞에놓인커플의‘불안’을그린다.재택으로출판사외주일을하는해미와남에게인정받을만한배역한번못해본5년차연극배우‘나’는“단지사랑”하기때문에동거를선택한다.임신과출산은그들의관심사가아니었으나어느날그들에게‘손님’이찾아든다.고등학교때부터우울과불안에시달렸던해미는원하는문예창작과진학했음에도상황은나아지지않고부의폭력에무너지며정신병원에입원을결정할만큼극단의모습까지보였다.오랜시간우울증을앓았고정신과약물까지복용해온해미는‘좋은엄마’는자신에게는가능하지않은자리라는생각에다니던정신과에서임신중지에필요한소견서를받아들고나온다.심한입덧으로며칠째아무것도먹지못한해미를데리고‘나’는이음식점저음식점돌아다니며그녀의‘불안’을함께한다.해미는“우리가원하지않는길로들어섰”고“문제는이길의끝에무엇이있는지”모른다는불안감에이별을통보한다.하지만‘나’는“목소리를높이지도않”고“지나치다싶을만큼차분”한말투로거절한다.그리고우는그녀앞에냅킨을놓아준다.‘나’는“문득궁금해졌다.그안에무엇이있는지.그래픽이나초음파사진과는다른실감을,과학으로아무리정밀하게들여다보아도알수없는그너머의존재감”을확인하고싶어진다.해미의배위에손을얹는다.

“편안해.”
그걸뭐라고표현할수있을까?이세상의언어로는설명되지않는느낌이존재한다는걸나는그때처음알았다.감정이나느낌이아닐수도있다.어쩌면아무것도아니었는지도모른다._「손님」에서

「밤의가스파르」에서9급지방직공무원교육행정직인홍주는남자고등학교의교육행정실에서근무한다.공문을확인해전달하고새로올라온구매요청을확인해주문하고품목과수량과금액을신중하게처리하는“누구나할수있는일이고누가해도상관없는일”을매일반복한다.“생산성,가치,보람”보다는“일을위한일”들이다.그러던어느날학교도서관의“문제의심각성을지적하고개선을요구”하는무리가생긴다.그들은“여러고등학교와시청과교육청에지속적으로전화를걸어항의”를한다.그들의여러요구중에행정실직원들이관심을갖는것은아직도30년전에출판된세계문학전집이서고에꽂혀있다거나책의종류도너무한정적이라는등의지적보다“기본운영비중에서3퍼센트이상은자료구입비로지출하라는게교육부권고사항인데,그거지키는학교없”으니“당장감사”하라는항의다.행정실장은“우리업무아니니까교무실로연락하도록똑부러지게전달하라”는대응책을내놓는다.홍주는도서관형광등을교체해달라는한학생의요구를받고도서관을찾는다.도서관에서자원봉사를하고있다는학생은전문사서선생님이언제오시는지를묻는다.홍주로서는아는바도없고권한도없는질문이다.전기를아끼라며접수대만불을켜라는학교의지침에따라학생은접수대만불을켜고앉아책을읽는다.차석은급식에나오는김치의맛이영이상하다며중국산을섞는게아닌지의심하고,교무부장은이번에새로대량구매한수성펜의필기감이왜이모양이냐고화이트보드위에써보이며불만을늘어놓고,양선생님은“입닫고눈감고귀막고할일만하”는자신의장기근속의비결을말해주며딸기맛사탕을건네는일상이이어진다.
그리고며칠후학교도서관에불을지르겠다는전화가온다.학교의해결책은도서관에비치할소화기두대.그들의전화는다음날에도온다.그다음날에도오고,또그다음날에도,매일계속걸려온다.그들이주장하는내용은똑같다.“당신들은구제불능이다.그러니벌을받아마땅하다.곧불을지르겠다.”홍주는전화를피한다.통화를하면그들을야단치며화를낼것같다.홍주는그러고싶지않다.홍주가소화기를들고도서관은찾았을때여전히그곳에서『밤의가스파르』을읽고있는남학생을만난다.남학생은홍주의손에들린소화기를바라보며“그들은책과도서관을좋아하잖아요.그런데어떻게그런짓을하겠어요?안그래요?”라고반문하지만홍주는생각이다르다.홍주가생각하기에그들의분노는단지도서관의책때문만은아니었다.그리고며칠뒤도서관에화재가발생한다.혼자어두침침한도서관에서『밤의가스파르』를읽던남학생은자취를감춘다.

세계의항상성을지키는수호자들

일곱편의소설을미완으로가지고있는해미는글을쓰기시작했다고‘나’에게말한다.학교도서관방화는다행히책상과의자몇개가탔고교실쪽벽면의마감재가그을린정도로끝난다.해미나홍주의격렬한‘불안’이극단적이고폭력적인결과로이어지지않은것은그들의‘불안’에‘무탈’을소망하는작가의마음을조심스럽게얹은탓인듯하다.예상할수없고준비할수없는불확실성이낳은‘불안’을마주하는작가의마음이고스란히전해진다.

‘나’(「손님」)와홍주는흔들리는세계를안정화하고자애쓴다.딸기맛사탕을입안에서굴리는홍주,학교도서관들의실태를바꾸고싶지만책을너무나사랑하기때문에차마책을태우지못하는가스파르는세계의항상성을지키는수호자들이다.눈앞의타자를온몸으로사랑해마지않는이들에의해세계는결코유의미하게파괴되지않는다._「해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