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간섭을 기록하네요 (오늘의 시인 11인 앤솔러지 시집)

지구의 간섭을 기록하네요 (오늘의 시인 11인 앤솔러지 시집)

$13.00
Description
아마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빈자리를 헤아리는 목소리

시간에 마모되는 순간을 받아쓰는
시인 열한 명의 선연한 다성악
시인 열한 명의 시를 묶은 앤솔러지 『지구의 간섭을 기록하네요』가 교유서가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경기도 예술인이 창작과 발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시행되는 경기문화재단 사업에 선정된 시들을 모았다. “지구의 간섭을 기록”(「상담실」)하는 것처럼 시인 열한 명이 티끌세상의 이곳저곳에 편재한 단어들을 모아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시간에 마모되며 어쩌면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르는 순간이 그들의 기록으로 되살아난다. 권승섭, 권현지, 김안, 김안녕, 김춘리, 박해람, 반칠환, 임지은, 주민현, 하린, 진순분이 만들어낸 세계는 현실과 닮았으면서도 독창적이다. 고유하면서도 저마다 다른 목소리가 모여 “경이로운 차이들의 시학”을 자아낸다. “아마도 아무도 없는”(「아마도라는 이름의 섬」) 곳에서 빈자리를 헤아리는 목소리들이 층층이 쌓여 선연한 다성악을 구성하는 것이다.

고유한 음역대로 펼쳐지는 무수한 세계
시인 열한 명이 자아내는 경이로운 차이들의 시학
선정 및 수상내역
★ 2024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 시
저자

권승섭외

2023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

목차

권승섭
영원성
유예
새소식
푸른집

권현지
이글루를찾아서
폭설주의보
나탈리의세계
용서

김안
꽃무릇
Pedrolino
파지(把持)
미메시스

김안녕
미지의세계
이어달리기
오늘의요리는볼락구이
우울한춤

김춘리
둘러대는것들의길이는멀다
꼭지
러버덕레이스
그리팅맨

박해람
철봉냄새
탁자
문상
비현실
13층

반칠환
식물의사생활
호모니르바나스
대륙산불을끄는법
화장터풍경

임지은
마이크테스트
요일이오는순서
엽록소
다른생각

주민현
네영혼이비닐봉지처럼날아간다
숨은개들의영혼조각을찾아서
존말코비치가되기로했다
컵에관한한
아마도라는이름의섬

하린
마을버스
상담실
관종
녹슨태엽
한정판

시조_
진순분
숲을켜는화법
궁평항·2
초승달과그믐달사이
간격또는밀착
난분분하다

해설│경이로운차이들의시학_고영직(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시인열한명은저마다다른음역대를보여주며다성악(多聲樂)의세계를우리앞에펼쳐놓는다.시인들은저마다아무도모르는길을가고있지만,지금여기사람들의마음생태학,사회생태학그리고자연생태학의안녕과‘지탱가능성’을묻는시적상상력을한껏발휘하는것으로보인다.
_고영직(문학평론가)

이앤솔러지시집의해설을쓴문학평론가고영직은“독일어에서‘보살피다’라는단어는‘아름답다(schön)’에서나왔다고”말한다.아름다움은보살피는마음에있다는뜻일것이다.그러나그는이말의의미가오늘날에도유효한지묻는다.무언가를보살피는마음이빛바랜다면아름다움도사그라들지도모른다.한편여기엔반작용이있다.세상이점점다르게바뀐다면오히려그현실에는세상곳곳에있는사소하지만소중한것들을헤아리는시인이필요하다.

우리는내안의마음을잘알지못할뿐아니라,지금여기에서살아가는사람들의마음생태학또한충분히탐사하지못했다.특히마음생태학을비롯해사회생태학그리고자연생태학을탐사하려는시들이계속쓰여야하는이유가여기에있을것이다._해설「경이로운차이들의시학」에서

무수한가능성과보살피는마음이만나는곳에시의자리가있을것이다.그곳에서는“손을잃은손목이온기를찾고있”(「유예」)고아이들이“즐겁게미끄러질낙화를꿈꾼다”(「이글루를찾아서」).누군가는“발이없어도망칠수없”(「파지把持」고“나를태우고갈/미지”(「미지의세계」)를기다린다.“왕복은아주가끔일어”(「둘러대는것들의길이는멀다」)나는장소이면서“최대한죽은이의말투로”(「문상」)인사를나누는사람들이사는곳이다.“거실한가운데산불이번”(「대륙산불을끄는법」)지는일처럼눈에보이는상황과머릿속일이뒤엉키는상황도생기는데“출구와입구가따로없는”(「마이크테스트」)곳이기에누구도놀라지않는다.“산능선노을내려와딸깍,어스름”(「숲을켜는화법」)을켜면세상이먹빛벨벳으로옷을갈아입고고요해진다.아무도모르는길로가득한그세계는수많은단어가가득한또다른다음날로이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