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맨션

낙원맨션

$15.50
Description
“기억의 조각들은
골목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다”

저자

방우리

저자:방우리
전북특별자치도전주출생.2014년단편소설「이사」로‘제2회김승옥문학상’신인상대상을수상했다.소설을비롯해다양한글을쓰며살고있다.

목차

이사
창문을여는일
물왕멀
낙원맨션
최소화의순간
행갈이
ㅂ의유실

해설:필연적사건에대한고찰_소유정(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부재하지만존재하는
잊히고잃어버린것들

방우리작가의첫소설집『낙원맨션』이출간되었다.수록작「이사」로2014년제2회김승옥문학상신인상대상을수상한후다양한활동을펼치며쌓은경험을바탕으로다채로운작품을쓰고있다.표제작「낙원맨션」을비롯한수록작「이사」「창문을여는일」「물왕멀」「최소화의순간」「행갈이」「ㅂ의유실」은“글을끌고오는길이차근차근하면서매몰차다”라는윤성희소설가의김승옥문학상심사평처럼섬세한문장과결말까지이르는견고한힘으로어떤사건이나징후에따른인물들의정서적흐름을다루고있다.특히변화직전의기미와변화직후의여운,여파등인물들이변화를감각하는방식과감정선에주목하는데,이는세상을이해하기위한작가만의노력이기도하다.

『낙원맨션』을관통하는키워드는‘상실’이다.일상에서서서히또는느닷없이갑자기마주하는상실의순간은죽음과부재의경계에서더욱명확해진다.문학평론가소유정이“이소설집에서발견되는상실은누군가의죽음에서비롯되는것이기도하지만잊히거나잃어버리게된다는단어의본래의미와도연관된다”라고한바와같이방우리작가는잃어버리고사라져버린시공간에서존재의흔적을찾는과정을담담히그리며그의미를되묻는다.

정서적,시간적흐름을가르는경계
“유리문을넘을수있는사람은안에남았고
유리문을넘을수없는사람은밖에남았다”

방우리작가는현대인의내면에깊숙이자리한공허감,불안,단절감,고립감등의보편적인정서를섬세한언어로그려내는데,그대표적인작품이김승옥문학상신인상대상을받은「이사」다.옆집아이수아의부탁으로엉겁결에맡은개를잃어버리는사건을계기로부부사이에미묘한갈등과균열이생긴다.그동안남자가유예라고이름붙이고제멋대로일시정지버튼을눌러놓았던시간이걷잡을수없이빠르게흐르면서현실과마주한남자는자신이생각했던것과는달리미세하게틈이벌어지고있었음을깨닫는다.이를작가는냄새와경계로그징후를보여준다.

“그밤내내남자는아내에게서어떤냄새를맡았다.평소아내몸에서풍기던달달하고진득한체취와는달랐다.다른냄새와뒤섞인냄새는아니었다.아내의체취의결정적요소였던무엇을한꺼풀벗겨낸듯한냄새였다.아내는자신의일부를어느곳인가에덜어내고돌아온것이분명했다.”_20쪽

이러한징후는「창문을여는일」에서도나타난다.내가사무실자리에앉아가장먼저하는일은창을여는일이다.그때세상과나를경계짓는또다른창,두눈도함께연다.창밖의한연인을보며상상하면서그들의이야기에멋대로끼어든다.「창문을여는일」은안과밖을가르는창에빗대어보이지않는벽을사이에두고살아가는현대인의단절감을묘파한다.

잊히고사라진공간,기억의진실
“앉아서올려다보면보이는데,일어나면사라지는풍경
일어나면보이는데,앉으면없어지는풍경”

한편으로「창문을여는일」은사무실과아파트공터가이야기의주무대인만큼장소성이두드러지는데,이는「물왕멀」과「낙원맨션」도마찬가지다.「물왕멀」은1960년대에형성된성매매집결지미림촌을배경으로한다.도시재생사업으로낯선냄새를풍기며이방인들이들어오기시작하면서마을이조금씩바뀌기시작한다.하지만마을은그이전부터“끊임없이무언가다른곳이되어가고있었”다.그렇게사라져가는마을의현재모습을기록하기위해미림촌에정착한화자인나의시선을통해한지역의사람과삶을이해하는동시에,도시의변화에대한고민과성찰을담아내고있다.

어차피어떤기억도완벽한진실이아니다.기억도글자처럼변형되기때문이다.완벽한기억의판을완성하기위해서는칸마다정확한기억을정확한자리에끼워맞추어야하는데,기억할때마다크기도,모양도달라지는것이기억의속성이었다._102쪽

「낙원맨션」의계단이라는공간은기억속의장소낙원맨션으로이어진다.낙원맨션은화자인지나가아홉해동안살며계단오르내리기방법을터득했던곳이다.위층과아래층을나누는벽이없는가장평등한곳,하지만하나의난간으로이어진곳인계단은지나에게매우특별한공간이기도하다.기억의연속성을매개하는역할을하는것이다.과거의기억이진실이아닐지라도“각자가선택한진실을진짜진실이라믿고살아가”게하는것이다.불완전한기억의진실에대한진실과선택한진실에대한삶의방식에대해고찰하게한다.

“무언가를잃어버렸다는느낌은여전했다
실체없는상실감까지서랍속에봉하지는못했다”

특별히불행해서불운을겪는것이아니다.누구에게나닥칠수있는운수다.「최소화의순간」은평범한가족이교통사고,실직,실명등사소한불운을겪는이야기를그리고있다.등장인물근수와선혜를통해누구나겪을수있는불운을겪는가족의이야기를담담하게풀어내며“차근차근무언가를하나씩잃어버”리고최소한의것들만남았을때그것을삶이라고할수있는지삶의의미를되짚어본다.

사전적의미로“어떤현상이나실체가없어졌거나지나간뒤에남은자국이나자취”를뜻하는흔적은이미상실을내포하고있다.존재해야할것이존재하지않기에.이러한상실의흔적은「행갈이」「ㅂ의유실」에서도드러난다.「행갈이」의등장인물현수는“무엇을잃어버린것인지몰라무엇을찾아야하는지도알수”없는,즉존재하지만부재하는,부재하지만존재하는것에대한흔적과의미에대해생각한다.
「ㅂ의유실」에서나는ㅂ이라는글자가사라짐으로써자신의언어체계가금이가고자신이속해있는세상이무너지고나서야버리고싶고떠나고싶은모든것이자신을지탱해주었음을깨닫는다.그중에는“저채도저명도인간”으로누구의눈에도띄지않아사라질수조차없었던병도있었다.병의유일한동생이자세탁소집막내인정인나는ㅂ을되찾고병이라는글자가병이라는사람의총체임을깨닫는다.이에대해문학평론가소유정은“정에게병은가족으로서도,이해하고싶은한사람으로서도결코배제할수없는존재로유효”하고애증섞인감정으로점철된아이러니한정자신을돌아보려는시도라고해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