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월드

스페이스 월드

$16.80
저자

오선영

저자:오선영
2013년〈부산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모두의내력』『호텔해운대』,산문집『나의다정하고씩씩한책장』등이있다.제9회평사리문학상대상,제10회요산김정한창작지원금,제22회부산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어니언마켓
카페인랩소디
발령의조건
안평
스페이스월드
아직오지않은말
유치보관함
임시보호자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오선영은멀리보는눈과깊이듣는귀와다정함이깃든손으로세상을감각한다.”
_김미월(소설가)

“장소에깃든인간의정서를섬세하게읽어낼줄아는작가”
_손홍규(소설가)

“판매중인게시글이없어요.”
균열하는도시의틈새에서감지되는것

「어니언마켓」은소도시학부모들의교육열을가상의중고거래앱‘어니언마켓’을통해풀어낸다.중고거래목록은이용자의생활과욕망을적나라하게보여주고,더불어신축과구축의격차,서울과지방의교육환경차이등을내포한다.「카페인랩소디」는부산출신청년민우가서울에취직하며겪는사건을그렸다.지방출신이라는낙인,생활비와사랑을저울질하는민우의내적갈등에서오늘날청년세대의불안과고단함이드러난다.「발령의조건」은부산으로발령이난부부가부산행열차안에서미래를그리는이야기이다.부산은서울보다집값이쌀것이라는기대는곧좌절로이어지고,도시간격차와지역의현실이생생하게드러난다.63빌딩과한강으로표현되는서울과낮은지붕집과비릿한냄새로표현되는부산이대조되며두사람의앞날을은은하게암시한다.

“물탱크들은유리구슬처럼반짝였다.바람이불자,수십개의유리구슬이부딪치며찰랑찰랑물소리를만들어냈다.물소리에서비릿한냄새가났다.코끝을자극하는그소리가,두사람의부산행을예고하는은밀한전주곡처럼들렸다.”_「발령의조건」에서

“할머니,밤마다집에서무슨소리가들려요.”
“집이숨쉬는소리.선주가와서집이살아났네.”
사라지는장소가우리에게전하는것
「안평」과「스페이스월드」는연작처럼읽힌다.「안평」은보증금사기를당한선주가친구아버지가투자목적으로사둔구옥에머무르며겪는일을통해재개발을둘러싼갈등을보여준다.원주민과외지인의대립에서‘집’은거주공간을넘어권력과투기의대상이된다.「스페이스월드」는곧사라질운명에처한장소에대한기억을탐색한다.안평에서함께자란은경과주현은학창시절함께가자고약속했던,일본의우주테마파크‘스페이스월드’에방문하지만,그곳은흔적도없이사라지고쇼핑몰이들어서있다.재개발을앞둔안평과사라진장소스페이스월드가중첩되며소멸하는장소들을돌아보게한다.

“나는찬란했던어느한시대가완전히허물어진광경을,광활한우주가차가운아스팔트바닥으로전락해버린실제를보고싶었다.괜한미련갖지말라고,냉혹한현실은나의작은기대나헛된희망으로바꿀수없다고,이제와서내가아쉬워한들안평을되돌릴순없을거라고.스스로에게다짐하듯말하고싶었다.”_「스페이스월드」에서

가족이란무엇인가
무너지는관계속에서다시묻는의미

「아직오지않은말」은군인아버지를둔진희의회고담이다.진희가한때자랑스럽게여겼던아버지가친구어머니와의성추문으로부끄러움과원망의대상이되지만,진실을마주하는과정을통해부녀관계는부끄러움과자부심,원망과이해가뒤엉킨복합적서사로전환된다.「유치보관함」은선천적으로영구치하나가없는미주의이야기에서출발한다.친구들과혈액형이야기를하다알게된충격적인사실-어머니가친모가아니라는사실-은‘가족이란무엇인가’라는근본적질문으로이어진다.가정을버리고떠난친아버지대신곁에남아미주를돌본건양어머니이기때문이다.이작품은혈연보다더강한돌봄의의미를새기며가족의정의를재고하도록만든다.「임시보호자」는가족제도의틈새에서발생하는돌봄을탐구한다.지역커뮤니티를통해친해진서영의사망소식을들은하진은홀로남은아이,현우를보호하려한다.법적으로연결된가족은서영을외면하고,경찰과공무원은서영의시신을어떻게처리할지만묻는다.이런상황에서현우를돌보는하진은혈연과제도를넘어선새로운가족의가능성을보여준다.

오선영이그려낸이야기들은안평의집들처럼생생하게숨쉰다.『스페이스월드』는“우리가어디에서살아왔는가”,“우리가어디에머물수있는가”라는질문을동시에던진다.고향과타향,머물고싶은곳과떠나고싶은곳,사라진장소와되살아나는장소사이에서인물들은갈등하고선택하며또다른이야기를빚어낸다.작가는이를통해장소에스민인간의정서를섬세히포착하고,우리를살아가게하는힘이무엇인지묻는다.나아가우리가살아가는공간이어떻게기억을품은장소가되고,마침내삶자체로변모하는지를보여준다.

잠들어있던집들이일제히숨을쉬기시작했다.빨간색슬레이트단층집이,파란대문집이,골목입구의무허가집이,정자옆의폐가들이단체로숨을들이마셨다,내뱉었다.푸흡,푸흡.벽들이부풀어오르고,마당의잡풀들이푸른잎이무성한나무로변했다.밤하늘의별들이폭죽처럼터졌다.사방이대낮같이환해졌다.고요하던마을에피가돌고,물이차오르는,안평安平이었다._「안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