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이라는 이정표를 과냥이라고 읽는다 (서재환 시집)

광양이라는 이정표를 과냥이라고 읽는다 (서재환 시집)

$14.00
Description
광양이라는 이정표를 과냥이라고 읽는다,
광양 진상 청암, 그렇게 휘휘 가다보면 소슬한 이정표가 보인다. 〈농부네텃밭〉 이정표가 가리키는 나지막한 언덕배기 차분한 바탕에 책이 자라고, 놀이가 자라고, 푸짐한 ‘과냥’의 맛이 펼쳐져 있다. 그 농부네텃밭 주인장 서재환 시인의 새 시집이다. 그가 30년 준비해온 과냥말, 글밭도서관 문 여는 때에 맞춰 내어놓은 과냥 사람들의 말글 생각 몸짓을 담은 책이다.

지역의 말말말 들이 서울말로 수렴되는 동안 무수한 곳곳의 생각들도 쓰러져왔다. 그 꼬락서니가 안타까워 지역신문 〈바리구봉〉에 담고 담았던 말들을 풀어 내놓는다. 그 35년 굽이로 자꾸자꾸 굽어진 이야기가 가을볕에 포근하다.
과냥을 둘러싸고 ‘반가운 님’들의 이야기, 세시 철 따라 피어나는 일들의 ‘새 아침’이며, 늘늘 수없는 고단을 무릅쓰고 봄을 여는 뭇 사람들 마음을 담는 ‘봄을 잘 달개야 가실이 푸진’ 그 마음이며, 들일의 순간순간을 무한 긍정으로 풀어내며 툭, ‘장마도 있어야 산당깨’라든가, 가을날 풍경을 자아내는 ‘가실 나들이’에, ‘항꾸내 가고 가면 항꾸내 개미진다’는 이치를 옹골지게 풀어내고 있다.

여름 가기 무섭게 겨울, 가을 자취 스러지기 전에 ‘항꾸내’ 그 농부네 텃밭에서 우리 저마다의 말, 저마다의 생각을 거둬 올려볼 일이다. 시인이 톡톡 툭툭 풀어낸 저마다의 ‘과냥’과 함께, 항꾸내.
저자

서재환

저자:서재환
평생을촌놈으로삼시롱도서관덕에관장소리를들음서알량헌자존심도지키고살아왔다.
촌에살다봉께늘쌍쓰는촌말들이천대받고사그라지는것이아까바서글로써서『오지게사는촌놈』(2023년)이라는책도맹그라보고했었는디,그전부터써논시들은미적기리다봉께아직도고방에쳐백히있는거시늘께름했었는디인자원을푼다.
서당도맹그라보고신문쪼가리도맹그라보고경운기도서관도끌고댕김서45년동안전디온텃밭도서관이나헌티는자존심이었고평생귀허디귀헌아그들속에서맘껏놀고남은찌끄레기가되었는디나야원도한도없제마는늘일구덕에서허덕이는건석들헌티는많이미안타.
고희연을대신해서진행한이작업이끝이아니라다시발동이걸리는시작이되기를바란다면노추가될랑가모르것는디나허고자분지서리다허고사는하리하리가참재미있다.
돈도베슬도못쌓고살아왔는디재미나게나살다가야제~!

목차

004-펴내는글

반가운님
014-과냥사람은…
016-광양사람글방을맹금서!
018-할머니의군담
020-아흔살할머니의군담
022-어느할머니의한평생
024-할무니는…
026-할아버지는
028-아부지의간섭
030-사랑하는각시에게
032-각시의치부책
034-정구지(精久持)꽃을보면서
036-설거지
038-반가운님
040-은행낭구와털이범
044-백학동사람들

새아침
046-새아침
047-고향
048-설맞이허는날
050-성묘길
052-정월대보름
055-나무꾼의일기
058-호박죽
061-짐장배추
063-뺑도리치기

봄을잘달개야가실이푸지제
066-삼동을전디는낭구들
069-어메~!봄땜시사람죽겄네~!
071-봄을잘달개야가실이푸지제
073-늘쌍찾아오는봄
075-봄은이판사판잉겨?
077-호박
079-칡

장마도있어야산당깨
084-못자리맹글기
086-보리서리해봤소?
090-모숭구기
092-땅헌티는거름이보약이여~!
094-고향에오는여름
097-더듬질허기
099-한여름날불청객쏘낙비
101-장마도있어야산당깨
103-연꽃
105-백중부처리

가실나들이
108-벌초가뭔줄아요?
111-벌초를험시롱~!
114-올개심니묵는날~!
116-갱조갯국
118-가실나들이
121-노랑조구한마리
123-전어한마리
125-달님

항꾸내가면될것을
128-귀빠진날
130-동태따라도는인생
132-대낭구짝수발타기
134-자징개
136-어찌사는것이…
139-이렇게사는것도…
142-사투리
143-살다보면
146-또하나의나
148-나이마흔이면불혹(不惑)이라는디…
150-하눌님!참말로몬참것네요!
154-사는것이좋아서산다네!
157-짜지말고사소
160-맨날맨날행복허고자부먼
162-백수가된내머리
164-개미있게살자
165-세상살이가참재밌다
166-텃밭도서관
168-담쟁이넝크렝이
169-초가한채맹글고봉깨
170-달!
172-항꾸내가면될것을

출판사 서평

과냥사람은~

참세월잘간다.
어려서어른들이세월가는것이쏜살같다는소리를하면무슨소린가했었는데이제조금씩이해가되어간다.
1981년제대를하고농촌생활을시작하면서당시만해도농촌계몽운동으로독서운동이한창이던시절이라다른마을에서모두하는마을도서관이없다는사실이자존심상해서시작했는데거기에다가남에게지기싫어하는고집까지보태지고보다나은도서관을운영해야겠다는옹고집까지더해져서오늘까지오게된것이었다.
남다른도서관을만들어보겠다고오토바이랑경운기이동도서관도만들고지역신문도만들며아이들하고살아온세월이어느덧45년,
내고집덕분에초등학교4학년부터중학교마칠때까지신문배달을했던내아이들이나10년이넘도록우유배달을하며내고집의뒷바라지를해준내아내는참으로많은고생을했고할머니랑어머니아버지까지힘들게살았지만그덕분에나는원없이하고싶은일다하고살았다.
물론많은분들의도움이있었기에버텨온것이었지만고정된도움없이도서관이라는돈먹는하마를평생키우는것은참어려운일이었다.
말로다표현할수없이힘든시기도많았지만그래도지금까지잘버티어왔으니그나마견딜만한어려움이었던모양이다.
70대는시속70킬로미터로간다던데그것이아쉽거나조바심나는것이아니라30~40킬로미터로달릴때만들어놓은글들을여태껏서랍속에담고만있다는것이안타까워서때늦은작업을해본다.
35년쯤전에바구리봉이라는지역신문을만들면서지역언어를보존해보겠다는생각에서제대로시어에맞지도않은단어들을끌어다가억지로시를만들며연재를했었다.
참으로무식하면용감하다는말이딱맞는행위였는데지역신문이었기에진상사람들에게만내보이는일이었으니신문에는연재를했지만“시는표준말로써야합니다!”하던어느작가의말이귀에꽂혀서평생밖으로는내보이지못하고살았었고감히책으로엮을생각을못하고살았었다.
그런데때늦게오래된바구리봉신문을챙겨봐주시는분들도있고이제체면차리고할나이도지나고하니낯이두꺼워져서까짓거원이나풀고가자하는심정으로글을모아보았다.
35년전부터써온글이니당연히시대감각도맞지않을것이고나이들어새로쓴글이라해도또번개처럼바뀌어가는세월에맞지않을터이니그저자기만족으로만드는책이라고해도할말이없지만촌놈나이70이되니총기도떨어지고기억력도떨어지니더이상은미룰수없다는생각에용기를내본다.
예전에는100년쯤지나야호랑이담배피우던시절이야기가되었었지만지금은20~30년만지나면전설이되고마는세상이니이이야기를제대로알아볼사람이얼마나남았을것인지모르겠지만어르신소리가제일듣기싫은노인네의푸념으로알고곱게봐주시기를바란다!


추천사

광양사람들은광양을과냥이라말한다.남원과강원도가섞여있는듯한말씨,끝이버선코처럼치켜올랐다슬쩍비틀거리며내려가는억양도독특하다.안타깝다.지역마다재미있는다양하고고유한언어들이사투리라는누명을쓴채업신여기며사라져가고있다.
누군가는사명감처럼지켜나가야한다.여기과냥말로시를쓴이가있다.경운기를개조해서이동식도서관을만들어운영하기도,<농부네텃밭도서관>을만들어도서관과함께생활속의놀이문화,잊혀가는민속놀이보존등에앞장서며지금껏운영해오고있는,그의첫산문집제목이기도한『오지게사는촌놈』의,제대로촌스러운시집을읽으며농부서재환형과그의아내안동떡의삶이떠올라미소짓는다.
―시인박남준

이시집은과냥(광양)사람서재환의인생노정기(路程記)다.위,아래로이어지는가계의일원으로서,땅과함께호흡하는농부로서,수십년간아이들의놀이터역할을한도서관관장으로서,무엇보다안동사람‘귀순’이라는한여인의반쪽으로서사랑과슬픔을보듬고살아낸진실한이야기다.여기에힘줄센‘과냥’말은진정성을더한다.
그가만난수십성상의계절은그의뼈대가되었으며,절기따라땅에기대어심고가꾸고거두고갈무리하는노동은그의피와살이되었다.농사,민속,풍속이아름다운공동체는그의숨결이되었다.이와같은삶의조건과방식은지금까지살아온삶도그렇지만앞으로도살아갈그의삶의근간이된다.이시집이여실히보여주고있다.
이시집에는과냥말‘항꾸내’가자주나온다.무엇이든함께하자는말인데참으로아름다운말이아닐수없다.과냥하고도진상,진상하고도청암‘농부네텃밭’에는아직도유효한말이다.내가지금도문득문득그의집에불쑥들러그와그의아내가차려내는주안상붙들고한사나흘묵새기고싶은마음이드는것도다그이유에있다.
―시인안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