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이웃에 대한 애정과 공존의 노래
강미애 시집 『유모차를 미는 금자씨』
강미애 시집 『유모차를 미는 금자씨』
해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미애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유모차를 미는 금자씨』(문학들 刊)를 펴냈다. 표제작인 「유모차를 미는 금자씨」를 비롯해 “혼잣말로 구시렁대며 남편 흉을 보지만/누가 맞장구라도 치면/눈에 쌍심지를 켜고 남편을 감”싸는 “사이좋은 땅콩을 닮”은 “칠십 년을 함께했다는 노화댁 아주머니”(「거리 두기 2」)도 있다.
퇴직하기 전 “고향 근처/여동생이 사는 동네에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시작했는데 “미처 눈도 감지 못하고”(「그 남자」) 갑자기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뒤 홀로 남겨진 그도 있다. 작은 벌레와 김장 배추를 나눠먹는 “도시에서 내려온 씩씩한 그녀”(「병영, 한옥에 빠진 그녀」)와 “열 살이나 어린 베트남 색시”를 둔 “결혼 오 년차”(「동만씨의 요즘」) 동만씨, “마을에서 쌈닭이라”(「황 노인」) 불리는 황 노인, “요즘 들어 건망증이 더 심해졌다는 그녀”(「내겐 너무 두려운 그녀」) 들도 있다.
시인이 시 속에 한 폭의 그림처럼 오롯이 들여놓은 사람들의 풍경은 무채색인 듯하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짙게 배어 있다. 이웃에 대한 이러한 저자의 애정에는 타인과의 공감에서 비롯되는 따뜻한 이타적인 마음도 내포되어 있다.
백 년은 족히 넘게
마을 입구를 지키며 살아온
팽나무 두 그루
굵은 밑동과 구불구불 휘어진 가지들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렸다
물오른 가지마다 초록의 잎들
앞다투어 펴지고
풍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기 시작했다
김 씨 할아버지, 여전히 읍내 나간 마나님 기다리며
그늘 밑을 서성댈 것이고
노화댁 아주머니, 유모차 밀고 밭에 가는 길
허리 펴고 잠시 쉬다 가겠지
올여름에도
수박을 쪼개 나누고, 옥수수와 감자
모깃불 피우며 늦은 밤까지 수런대겠지
사람들 오다가다 발길을 멈추고
나무 밑에 앉아 지난밤의 안부도 묻고
망쳐버린 농사 이야기도 나누는 곳
오월
팽나무, 넓게 그늘을 늘이고 있다
- 「팽나무 그늘」 전문
이 시는 ‘오월’이 보여주는 푸른 생명력을 통해 사람의 관계와 공동체의 연대감을 보여준다. 마을에는 “팽나무 두 그루”가 있다. 팽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백 년’이라는 마을의 역사와 함께해 온 상징물이다. “굵은 밑동과 구불구불 휘어진 가지들”이 그 세월의 흔적을 잘 드러낸다. “물오른 가지마다 초록의 잎들/앞다투어 펴지고/풍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기 시작”하면, 이 그늘 아래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읍내 나간 마나님 기다리”는 “김 씨 할아버지”도 있고, “유모차 밀고 밭에 가는” “노화댁 아주머니”도 있다. 여름밤이면 그늘 밑에 모여 모깃불도 피우고 수박과 옥수수, 감자를 나누어 먹으며 수런거릴 것이다. “사람들 오다가다 발길을 멈추고/나무 밑에 앉아 지난밤의 안부도 묻고/망쳐버린 농사 이야기도 나누는 곳”이 바로 팽나무 그늘 밑이다.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은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나간다.
강 시인은 삶과 시를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는다. 터전에서 만나는 사물과 사람 그리고 삶의 단면들을 함께 들여다보고 공감하고자 한다. 시인의 경험에서 오는 구체성이 시적 사유의 자장을 넓혀 이미지를 명징하게 하기 때문에 시집 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풍경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듯 낯설게 다가온다. 삶에 대한 신뢰와 믿음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함께하고자 하는 공존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 그의 시이다.
강 시인은 2019년 월간 『창조문예』 신인상 수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한 잎 한 잎 켜켜이 감추었던』이 있다.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창작지원금 수혜 대상자로 선정됐다.
퇴직하기 전 “고향 근처/여동생이 사는 동네에 집을 짓고” 전원생활을 시작했는데 “미처 눈도 감지 못하고”(「그 남자」) 갑자기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 뒤 홀로 남겨진 그도 있다. 작은 벌레와 김장 배추를 나눠먹는 “도시에서 내려온 씩씩한 그녀”(「병영, 한옥에 빠진 그녀」)와 “열 살이나 어린 베트남 색시”를 둔 “결혼 오 년차”(「동만씨의 요즘」) 동만씨, “마을에서 쌈닭이라”(「황 노인」) 불리는 황 노인, “요즘 들어 건망증이 더 심해졌다는 그녀”(「내겐 너무 두려운 그녀」) 들도 있다.
시인이 시 속에 한 폭의 그림처럼 오롯이 들여놓은 사람들의 풍경은 무채색인 듯하면서도 각각의 개성이 짙게 배어 있다. 이웃에 대한 이러한 저자의 애정에는 타인과의 공감에서 비롯되는 따뜻한 이타적인 마음도 내포되어 있다.
백 년은 족히 넘게
마을 입구를 지키며 살아온
팽나무 두 그루
굵은 밑동과 구불구불 휘어진 가지들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렸다
물오른 가지마다 초록의 잎들
앞다투어 펴지고
풍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기 시작했다
김 씨 할아버지, 여전히 읍내 나간 마나님 기다리며
그늘 밑을 서성댈 것이고
노화댁 아주머니, 유모차 밀고 밭에 가는 길
허리 펴고 잠시 쉬다 가겠지
올여름에도
수박을 쪼개 나누고, 옥수수와 감자
모깃불 피우며 늦은 밤까지 수런대겠지
사람들 오다가다 발길을 멈추고
나무 밑에 앉아 지난밤의 안부도 묻고
망쳐버린 농사 이야기도 나누는 곳
오월
팽나무, 넓게 그늘을 늘이고 있다
- 「팽나무 그늘」 전문
이 시는 ‘오월’이 보여주는 푸른 생명력을 통해 사람의 관계와 공동체의 연대감을 보여준다. 마을에는 “팽나무 두 그루”가 있다. 팽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백 년’이라는 마을의 역사와 함께해 온 상징물이다. “굵은 밑동과 구불구불 휘어진 가지들”이 그 세월의 흔적을 잘 드러낸다. “물오른 가지마다 초록의 잎들/앞다투어 펴지고/풍성한 잎으로 그늘을 만들기 시작”하면, 이 그늘 아래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읍내 나간 마나님 기다리”는 “김 씨 할아버지”도 있고, “유모차 밀고 밭에 가는” “노화댁 아주머니”도 있다. 여름밤이면 그늘 밑에 모여 모깃불도 피우고 수박과 옥수수, 감자를 나누어 먹으며 수런거릴 것이다. “사람들 오다가다 발길을 멈추고/나무 밑에 앉아 지난밤의 안부도 묻고/망쳐버린 농사 이야기도 나누는 곳”이 바로 팽나무 그늘 밑이다.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은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며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 나간다.
강 시인은 삶과 시를 분리하여 생각하지 않는다. 터전에서 만나는 사물과 사람 그리고 삶의 단면들을 함께 들여다보고 공감하고자 한다. 시인의 경험에서 오는 구체성이 시적 사유의 자장을 넓혀 이미지를 명징하게 하기 때문에 시집 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풍경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듯 낯설게 다가온다. 삶에 대한 신뢰와 믿음 그리고 애정을 가지고 함께하고자 하는 공존의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 것이 그의 시이다.
강 시인은 2019년 월간 『창조문예』 신인상 수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한 잎 한 잎 켜켜이 감추었던』이 있다. 2024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창작지원금 수혜 대상자로 선정됐다.
유모차를 미는 금자씨 (강미애 시집 | 반양장)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