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무늬 (반양장)

시간의 무늬 (반양장)

$12.00
Description
‘서로 기대야만 온전히 설 수 있는 생’
등단 후 27년 만의 첫 시집
장애선의 『시간의 무늬』
1998년 『사람의 깊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장애선 시인이 27년 만에 첫 시집 『시간의 무늬』(문학들)를 펴냈다. 시간의 무늬는 아무나 감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일상의 굴레에 순응해서는 어렵다. 촌각을 다투는 일상에서 잠시 한 호흡을 갈무리해야 한다.
장 시인은 오랜 세월 사물과 삶을 경험하고 응시하면서 반목과 갈등보다는 화해와 포용의 무늬를 발견하려 한다. “한 놈이 다른 한 놈을 껴안고 누울 때/비로소 한 손이 되는 간고등어”처럼 말이다.

갈맷빛 등때기 물빛으로 치장하여/바닷새 입질에 온전히 제 살점 아껴/짜지도 싱겁지도 않게/짭조름 고소한 간이 배고/한 놈이 다른 한 놈을 껴안고 누울 때/비로소 한 손이 되는 간고등어.(「간고등어 한 손」)

그의 시적 어조가 잔잔하고 섬세한 것은 그의 성품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이러한 시간의 거리가 작용하기 때문인 듯하다. 「등나무를 보며」라는 시에서 “기둥을 감아 오르는 등나무”는 “낮술에 취해 길가에 누운 사내”와 “옷자락을 당기는 젊은 아낙”의 무참한 현실과 오버랩된다. ‘갈등’의 상황이다. 하지만 시인은 그 욕망과 쟁투 같은 현실 너머 화해의 세계를 본다. “서로 의지하고 기대야만/온전히 설 수 있는 생”은 눈물 “그렁그렁 보랏빛 환한 등꽃”과 같다.

여름 뙤약볕 아래 더듬더듬 촉수 뻗어/굽은 줄기 타고 서로를 결박한 채/기둥을 감아 오르는 등나무/낮술에 취해 길가에 누운 사내/옷자락을 당기는 젊은 아낙/서로 의지하고 기대야만/온전히 설 수 있는 생生/그렁그렁 보랏빛 환한 등꽃 내걸고(「등나무를 보며」)

‘시간의 무늬’는 시를 다듬고 또 다듬어가는 물리적인 시간에 인생을 멀리 돌아온 연륜이 더해져 탄생한 시집이다. 세공하다 보니 개인사와 가족사를 넘나드는 굴곡진 삶의 희로애락도 말 없는 결정이 되어 반질반질 윤이 난다.
농로에서 함께 일하던 영감은 멀리서 달려오는 차를 보고 “할멈의 허리춤 잽싸게 낚아채/안으로 당기”(「가을 풍경」)고, 한여름 무더위에 지쳐 잠든 가장의 짐은 새우등에 비유된다. “등 굽은 새우 소금 위에 올려놓고/군침 흘리며 살을 발라먹던/여름날의 푸르른 밤” “계속되는 열대야에 지쳐/거실에 웅크리고 잠들어버린/발갛게 익은 새우 굽은 등”(「새우」)
시간에 역사가 얹힐수록 서사의 폭도 깊고 넓어진다. 저자 세대들이 경험한 마을 공동체나 역사적 상처의 무늬가 기억의 회랑 가득 출렁거린다. 어머니,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사에서 이웃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삶이 후미진 시골 “시간에 무늬를 그리는 한낮의 대합실”처럼 젖어온다. 그곳에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의 눈물과 회한이 스며든다. 거부할 수 없는 것은 시인이나 시를 읽는 우리나 각자가 몸담고 있는 시간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서글픔이다. “와온 바다/비 내리고/그대가 매어 놓은/멀리서 출렁이는 배/한 척/밧줄 끊고 달아날 수 없는/쓸쓸한 저녁”(「와온(臥溫)에서」)
저자

장애선

전남강진에서태어나조선대국문과와전남대대학원국문과를졸업했다.1998년『사람의깊이』에작품을발표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한국작가회의회원이다.

목차

5시인의말

제1부
13문저리
14가을풍경
15바닷가마을풍경
16간고등어한손
18명리命理에부쳐
20명태
22벌초하러가는길
24새우
25神의선물
26발가락을보며
28우리의봄날꽃은언제필까요
30회색빛神발
32버스를기다리며
33등나무를보며
34와온臥溫에서

제2부
37엄마라는그이름
38강진康津
40검정
42나똥!!싸!!
43세상에나울엄니
44황사바람부는날이면
46눈내리는날
48하늘에계신울아부지
50이상한가족모임
52관음죽
54그여자는둥그렇다
56전어밤젓
57그해겨울
58막다른골목에길이환하다
59거룩한한컷

제3부
63참회록
64손톱을깎아야겠다
65무서운것이많아졌다
66퇴근길
67하수구를뚫으며
68꽃게밥상
70곶감을말리며
72서울가는길
73구부러진곡선에세들어산다
74두드러기를추억함
75참깨밭에서
76꽃이진자리에꽃이피었다
78시를쓰다가
80좌판에누워
81조문

제4부
85걸레
86직립보행
88도다리매운탕
90앞집총각해병대
93입춘
94우리들의블루스
96유월
98진순이
100멸치
102상냥한그녀의모국어
104혜정이
106저녁노을
107절골풍경
108자화상
109기다림


113해설시적경로를통한삶의오롯한회상들_박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