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돌 (오형록 시)

마중돌 (오형록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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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 시대 농부 시인의 ‘농사 시’
오형록 시집 『마중돌』
해남에서 해남문학회장, 시아문학회장으로 활동해온 오형록 시인이 시집 『마중돌』(문학들)을 펴냈다. 마중물은 작두샘에서 지하에 담긴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 위에 붓는 물을 말한다. 깊은 샘물을 마중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물이다. 마중물은 처음 한 번만 수고를 빌리면 종일토록 샘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마술을 부린다.
시인은 그 마중물에 빗대어“마중돌”을 권두시로 썼다. 눈길을 안전하게 가기 위해 화물차에 돌을 실은 체험을 시로 쓴 것이다.

눈이 무릎까지 쌓인 날은/큼지막한 돌 몇 개 트럭 짐칸에 싣는다//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오이 접목을 해야 한다//지긋이 가속을 붙여 빙판길을 지날 때/위험을 마중하며 또 하루를 열어가는/바윗돌//아직 아무도 지나지 않은 신비로운 하얀 길에/선명한 바퀴 자국을 남기며 앞으로 나아가는//마중돌(「마중돌」 전문)
저자

오형록

1962년전라남도해남군현산면고담리에서태어나2014년계간『열린시학』으로등단했다.시집『붉은심장의옹아리』,『오늘밤엔달도없습니다』,『꼭지따던날』,『희아리를도려내듯이』,『빛하나가내게로왔다』등을펴냈다.한국문인협회,전남문학회,해남문학회,목포문인협회회원이며2013년『시아문학』을발간하며비영리법인‘시아문학’회장을역임했다.평화주제문학작품상,시사문단문학상(본상)등다수의문학상을수상했다.2025년전남문화재단창작지원금수혜대상자로선정됐다.

목차

5시인의말

제1부
13마중돌
14고향으로돌아오다
16앙고라토끼
18장맛비
20지울수록떠오르는것들
21월동밭을갈아엎으며
22농사의맛
24우리는밀밭에앉았지
26콤바인이지나간다
28존재에대하여

제2부
33태풍매미
34하우스에새옷을입히며
36농심
38시집가던날
39고양이소전1
40고양이소전2
41도사리
42하우스로향하네
44농사꾼의하루
45바라기

제3부
49미황사괴불
50황소의눈물
51파랑새의노래
52우항리퇴적암
53목포항
54울돌목
55해남월동배추
56해남의특산품-고추를수확하며
57상상의재료-고추밭에서
58해남의특산품-친환경밀밭
60황소와나

제4부
65발자국
66혓바늘
67날개
68눈
70마음의촛불
71세월
72세월이그린명화
74복숭아
75호반산장-들풀작가회즉흥시
76보조개꽃-시아문학문학기행
77홍시
78벌을받았다
80어미의마음
82어떤설
84항문없는그릇

86해설낭만적리얼리스트가고향에서부르는21세기의농요農謠_김규성

출판사 서평

살다보면때로일련의고통이나과제가삶의의지와묘미를북돋아주는도우미역할을하기도한다.도시생활을청산하고시골집에내려와흙과땀으로점철된농부가스스로에게바치는권농가인이번시집은요소요소에서실천궁행하는마중돌의의미를부각시킨다.
그는서울에서표구기술자로일하다가결혼한뒤얼마안되어연로한어머니를모시기위해귀농했다.1990년2월이었다.“비지땀을쏟으며부농의꿈에젖어/함빡웃어도보며”(「고향으로돌아오다」)고향으로돌아왔지만숱한시행착오와난관은예견된수순이었다.“7만원하던토끼털값이/폭락하더니/사료값이하로내려가버린날/하늘이무너져도/그보다아프지는않았으리”(「앙고라토끼」)“몇번이고포기하고싶었지만/입술을깨물며/희망의끈을놓을수없었다”(「존재에대하여」)
그렇다고좌절하거나실의에매몰된다면그의시는한낱농사에실패해자격을상실한농부의넋두리에지나지않는다.화자는“다시는참외재배를하지않겠노라,다짐또다짐”해놓고도,이내“참외들이눈에뜨이게성장”(「농사의맛」)한자연의기적에취해온몸이파스투성이인아내와“마주보고웃는”다.혼곤한피로와실의속에서도스프링처럼털고일어나목마른밭에“스프링클러의세례(「시집가던날」)”를주는것이다.그것이고진감래를몸소실현하는참다운“농사의맛”이기때문이다.

참외인공수분12일째./참외들이눈에뜨이게성장했다./여기저기달걀만하다./마주보고웃는다아내와나./하우스옆수풀에서새들도지저귄다./빈밭에서는까투리의속삭임이들려온다./구구구구애들아!이리오렴!/꿩꿩!장끼가놀랐는지푸드덕푸드덕날아오른다.(「농사의맛」)

오형록시인의시는고통을사유의통로로삼아자연친화적존재의의미를도출해내고이를생활화하는견자적리얼리티가요체를이룬다.요컨대,자연과마음이하나가되어시공의변화무쌍에담담하게적응하며그웅숭깊은묘미를음미하고자하는화자의내면세계가후반부에갈수록돋보인다.

“고요한호수에/눈먼바람이인다//어디서와/어디로가는걸까//(중략)//길을알아서/눈이내리는것은아닐것이다//칠흑같은어둠을뚫고/눈이내리고//내가가고/우리가걸어온길이묻힌다//호수는고요하고/다시눈먼바람이인다(「눈」)

“고요한호수”는인간의본성을가리킨다.그본성에번뇌와탐욕의상징인“눈먼바람”이이는것이인간의일상이다.그불청객이“어디서와어디로가는”지알수없지만그래도“호수는원래고요하다”는,다시말해본래의자아는한결같다는사실에이시의방점이찍혀있음을알수있다.
김규성시인은이번시집을해설에서오형록의시를“농사를천직으로생활화한서정적리얼리즘의진수”라고평했다.

일상과초현실세계는시적배경과주제의두축이다.다양한인간이다양한언어를매개로다채로운삶을영위하는인간사회에서,일상은인간을비롯한주변사물과의관계에따라수시로발생하는무수의문제점과과제를안겨준다.이는시인에게도불가피한시적과제로주어진다.그해결을위해시인들은일상을벗어나이상적초현실세계를지향하는데이에는비범한상상력과창조적에너지가요구된다.반면일상의구조속에서실존과본질을추구하며,사회적모순의개선을위해노력하기도한다.여기에서전자는일상의희로애락을시적메시지로담아내며,자연과이웃에대한정감을노래한다.또일상의소소한사건이나변화에주시하며그속에서삶의지혜와가치를구한다.후자는일상속의사회개혁을화두로비판적민주시민의목소리를대변하는실천적리얼리즘시나참여시형태의장르적특성을취한다.전자의성향을대표하는오형록의시는대자연속농촌을무대삼아농사를천직으로생활화한서정적리얼리즘의진수다.도시중심의언어와감각이지배하는시류속에서도지구의허파노릇을하는아마존숲처럼이런시인이버티고있기에서정시의물길은도도히흘러바다가썩지않게정화할것이다.(김규성시인)

오형록시인은1962년해남에서태어나2014년계간『열린시학』으로등단했다.시집『붉은심장의옹아리』,『오늘밤엔달도없습니다』,『꼭지따던날』,『희아리를도려내듯이』,『빛하나가내게로왔다』등을펴냈다.한국문인협회,전남문학회,해남문학회,목포문인협회회원이며2013년『시아문학』을발간하며비영리법인‘시아문학’회장을역임했다.평화주제문학작품상,시사문단문학상(본상)등다수의문학상을수상했다.2024년한국예술인복지재단창작지원금수혜대상자로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