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에 숨겨 두었다

그림자 속에 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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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내면의 성자’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의 시
홍관희 시집 『그림자 속에 숨겨 두었다』
개고리가 필요 없다//온종일/자발적으로 끌려다닌다”(「스마트폰」)

홍관희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그림자 속에 숨겨 두었다』(문학들)를 펴냈다. 성자라는 말이 보통명사라면 이 시집의 화자를 ‘내면의 성자’라고 불러도 좋겠다. 읽을수록 마음이 고요해지고 따스해지는 시집이다. 세상에 대한 경건함, 나 아닌 타자에 대한 배려가 넘친다. 그 경건함과 배려는 낮은 자세로 자신의 욕망을 비우려는 자세에서 온다. 각박한 세상, 일상에 쫓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안을 주는 시편이다.
저자

홍관희

광주송정리에서태어났다.곡절깊은가족사가있는14살까까머리소년은중학교진학을미룬채어머니가끄는연탄수레를밀며학비를마련해야했다.까만연탄을나르고쟁이면서소년공은자연스럽게시인이되어갔다.1982년『한국시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그대가슴부르고싶다』(필명홍처연),『홀로무엇을하리』,『사랑1그램』이있다.30년간다니던KT를나와지금은나주시남평드들강징검다리위에서시어를낚으며운영하는북카페'강물위에쓴시'에서지역문화운동을펼치고있다.한국작가회의회원이다.

목차

5시인의말


제1부너를닮은꽃은언제나강너머에있었다
13키작은나무
14나무는그런데
15너를닮은꽃
16더도말고덜도말고
18둥근선물
20생의집한채
22어머니의눈병
24대학로에서별을바라보는방법
26그림자2
27다된다고말을했는데
28나사를조이다가
29젖꼭지
30출렁이는두개의섬
32절경-그녀를사랑하는방법7
33돌담

제2부누구는종소리를쇳소리로만듣고누구는말로도들었다
37자유
38성호를긋다
39착한사마리아인의손
40종소리1
42종소리2
45종지기
46신부님의오른쪽
48생각의끝너머가기도이다
50비문碑文
52탑을쌓는사람
54운주사와불1
55운주사와불2
56운주사와불3
58운주사와불4-아직은면천面天기도중
61운주사일주문
62열린문은열수가없다
63문을내며나는새
64봉안당문

제3부여기에서도그곳을살았다
69길을묻는습한저녁
71여기에서도그곳을살았다
74송정리9-두개의사선
76송정리10-극락강
7816년-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는한가지방법
80뒤척이는옆잠
82아부지의게걸음
85일벌의침한방
86폐품이면몰라도
88종량제봉투
89텀블러
90어떤의자
92걷는새들
94낮달맞이꽃
96돌아오지않는꿀벌
98이면지-A4
100승화원풍경

제4부내일이되어도모레가되어도집에도착하지못할것이다
105제자리로돌아갈수없는계절
107스마트폰
108잘안들립니다
110숫자를세지않는새
111없는세계로돌아가는새
112낙화의순간
113나를평사리로끌고가다시피한시
116강물위에쓴시4-신부님의창窓
118강물위에쓴시5-세밑,드들강에서
120강물위에쓴시6-눈물의애상곡
122원고에도없는말
123동그라미
124산지기
126집으로돌아오는길


129해설비문碑文과도강渡江그리고시의탄생_박수연

출판사 서평

키작은내가/곁에있는키가큰너희를/날마다/내그림자감옥에가두지않는것만으로도/위로가된다//키가작아서다행이다(「키작은나무」)
창공을나는새들이/숫자를세는것을본적이없다//숫자를센만큼/날개가무거워진다는것을/알아차린모양이다//숫자만좀멀리해도/더가볍게살수가있다(「숫자를세지않는새」)

우리가무시로만나는풍경은시인의눈을통해아주특별한순간으로승화한다.꽃잎이떨어지는순간을“꽃의일생”이몰린“가장긴시간”이라고노래한「낙화의순간」을보자.아무렇지않거나늘그렇다고대해온풍경이그순간이아니면안될절체절명의순간으로되살아난다.

나무와꽃이/잡고있던손을놓는순간이//꽃에게는/가장긴시간이다//꽃의일생이몰려있다(「낙화의순간」)

홍관희는‘꽃잎’의난분분이전순간,세계의모든관계가절단되는한순간을바라본다.꽃잎은자신의온힘으로하늘안에매달려있었을터이다.“잡고있던손을놓는순간”을위해꽃이일생을살아왔다는사실이야말로여러시인들이낙화라는사건에특별히주목한이유일것이다.홍관희가꽃잎보다절단의순간을볼때,꽃잎이나무로부터풀려나허공으로날아가는절단으로존재의온생애를집약할때,그순간이바로지상에살아온모든존재의문턱일것이다.(박수연평론가)

꽃잎의화려함보다도꽃과나무라는존재의근원을파고드는직관은시적대상을‘나’를통해바라보지않고‘너’자체로인지하려는낮은자세에서왔다.이러한태도는태생적으로시인의품성에서비롯됐겠지만,살아오면서겪은낮은자리의경험과깨달음에서왔을것으로짐작된다.
광주송정리에서태어난그는중학교진학을미룬채어머니가끄는연탄수레를밀며학비를마련했다고한다.까만연탄을나르고쟁이면서소년공은자연스럽게시인이되어갔다.그때어린소년공의가슴에송정리원동성당의종소리가깊이스민것을그는반백년이지난뒤에야알았다.

“종소리는새의날개나구름을타고바람을저어아스라이날아가기도하지만대개는상처와결핍에포박된채하루하루를견딤과버팀으로건너는사람들속으로들어가함께살았다”
“혼돈의세상이계속되었다누구는종소리를쇳소리로만듣고누구는말로도들었다종소리가사람을통해닿고자하는궁극은사랑이었다”
“종소리는어디에도있지만스스로알아듣지못하면어디에도없다는것을광주가톨릭대학교정문을나설때들려온종소리를통해알게되었다땡!땡!땡!”(「종소리1」)

종소리의근원과궁극은“사랑이었다”,그러니까홍시인의시는한마디로사랑노래라할수있다.낮아지고배려하고헌신하며근원과궁극의이치에닿고자하는수도자의그것과다르지않다.그가다니는남평성당신부님의강론에서얻은시「생각의끝너머가기도이다」는제목만으로도수도자의분위기를물씬풍긴다.

성당에서만그런게아니다/생각의끝너머로들어가서/오래도록나오지않을때는/자기안에있는그어떤세계도/기도로바뀌지않는게없다(「생각의끝너머가기도이다」)

오늘도시인은한없이낮아지면서강을건넌다.그가강을건너는것은‘너를닮은꽃’이강너머에있기때문이고,오늘도내일도강을건너는것은건너고또건너도‘너’는강너머에있기때문이다.

강을건너기전에는/강은한번만건너는것인줄알았다//너를닮은꽃은언제나/강너머에있었다(「너를닮은꽃」)

홍시인은1982년『한국시학』으로등단하여‘녹색시’동인으로활동하면서첫시집『우리는핵없는세상에서살고싶다』를펴낸이후지금까지『그대가슴부르고싶다』,『홀로무엇을하리』,『사랑1그램』을펴냈다.전남나주시남평드들강변에서북카페‘강물위에쓴시’를운영하면서지역문화운동을펼치고있다.
시집의제목이된“그림자속에숨겨두었다”는그것,그길은생의근원혹은비밀에대한비유에다름아니다.‘시인의말’에서그는“더도말고덜도말고조금은배가고픈듯하게”“밥도마음도관계도시도,넘치지않게”라고썼다.‘시인의말’이자‘수도자의말’이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