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지 않는 것들 (정강철 산문집)

기억나지 않는 것들 (정강철 산문집)

$18.76
Description
격랑의 시대를 함께 건너온 세대
‘이름 없는 자’들의 기록
“기억나지 않는 것들까지 쓰지 못했다. 감출 수 없는 진실이나 소중했던 가치는 오히려 기억나지 않는 것들에 묻혀 있을지 모르겠다.”(「책머리」)

중견 소설가 정강철 씨가 산문집 『기억나지 않는 것들』(문학들 刊)을 펴냈다.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글쓰기의 한계를 고백하며 진실이나 가치는 오히려 기억 너머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고백에는 여러 복선이 깔려 있다.
고교 3학년 때 1980년 5·18을 겪었고, 군부독재와 싸우며 대학을 다녔으며, 참교육 운동의 한복판에 서야 했던 세대. 하지만 중심에 있지 못하고 늘 주변을 떠돌고 만 것이 아닌가 하는 자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대. 이 책에는 격랑의 시대를 함께 건너왔으나 평범한 이웃으로 살아온 자들의 삶이 절제된 언어와 진지한 사유로 빛을 내고 있다.

“의지와 상관없이 격랑의 현대사 속으로 던져졌던 우리 세대가, 시대의 강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그가 남긴 기록을 통해 되돌아본다.”(정채웅 변호사,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 대표)

“사연이 세태를 향할 때 그의 문장은 추상처럼 엄하다. 그 사연이 자신을 향할 때 그는 냉정할 정도로 자조적이고 자성적이다.”(김형중 문학평론가, 조선대 교수)
저자

정강철

전남영광에서태어났다.1987년<오월문학상>에「타히티의신앙」,1989년《광주일보》신춘문예에「암행」,1993년『문학사상』신인상에「거인의반쪽귀」가당선되어문단에이름을올린뒤,줄곧사회성짙은소재와부조리한현실에서소외된인간의모습을생생하게그려왔다.국내최초로중국텐진조선족삶의현장을배경으로한장편소설『신·열하일기』를발표했고,무명독립영화인의애환을담은『외등은작고외롭다』를《전남일보》에연재했다.한국문화예술위3천만원현상공모당선작『블라인드스쿨』을통해서로다른교육주체의다양한시선으로오늘날교육현실을들여다봤으며,「바다가우는시간」으로<목포문학상>을수상했다.소설집『수양산그늘』은문화체육관광부'우수문학도서'로선정된바있고,출판문화산업진흥원'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으로출간한『원교』에서는조선고유의서체인동국진체를완성한명필이광사의비극적삶과치열한예술혼을,집요한고증과절제된문장으로살려냈다.고등학교국어교사로37년간모국어를가르치면서아이들에게인생을배웠다.

목차

책머리에5

1부빗물의온도,문장의습도

낙백落魄한친구와잠을자며11|봄꽃피는이유17|굿바이,원교22
아픈사람,송은명27|아침꽃을저녁에줍다30
보이는그림에담긴,보이지않는의미35|삼키는울음이더아프다40
배냇저고리45|세상에서가장깨끗한물51|파출소출입기약사54
좋은중독은없다63|그동안잊고있었던사랑의방식67
동녘이어떻게붉어졌는지74|우리안의이방인82|세상사풍선같구나88
행복의다른이름95|사상을가둘감옥은없다101|비온다106
금호타이어111|죽어도가기싫은곳116|운명이니까126
몹쓸,의기투합131


2부기억나지않는모든것

블라인드에감춰진질투의눈139|기억나지않는모든것147|첫잔153
극장전159|새해아침에165|세상이망가질수록쓸거리는많다168
휴간일174|문학동인유감178|봄날,기억의저편183
부끄러움,고백192|조르바처럼196|전업작가,박혜강202
미황사가는길211|소설속주인공에게217
실수투성이의어수룩한사람225|손에잡히는,오월문학232
휴가아닌휴가236|신춘문예당선공식243|흔한달걀찜레시피249
공원이발관253|산간에뜨는달맞으러,백제의돌담을나서다256


3부일탈도힘이된다

봄소풍263|만우절266|계절이바뀌듯271
벚꽃질무렵276|봄날,교실에서283|숙제없는세상292
벽해를바라보며295|남과여301|일탈도힘이된다307
수시마감날313|다짐317|좋은아침,이라니322
봄편지328|빗속,지리산에서334|야구가시민을위로하다338
장래희망은선생님345|레드아일랜드358|교단일기362
휴교령367|황토를추억하다371|첫눈의조건379

출판사 서평

이책의1부‘빗물의온도,문장의습도’는첫경험처럼인상적인기억들로엮였다.젊은혈기를참지못해친구와함께지리산종주를나섰다가눈보라가몰아치는어둠속에서비박(Biwak)한이야기,1919년10월26일오전9시30분에멈추어져있는하얼빈역의시계,인생의중요한순간마다어머니의손에의해세상밖으로나왔던배냇저고리에대한기억,형과누나들의글쓰는재주를어깨너머로훔쳐보며흉내내었던추억등이눈물자국처럼남아있다.

나는왜소설을쓰고있나.그럴때마다들었던회의는깊었다.글은왜쓰는가,존재의서슬퍼런확인이라는팻말을걸었다면그거야자신의작업을미화시킬수있는방편일수는있겠지만쓰지않고서는견디지못하겠다는그래서글을쓰는행위가무슨업보나운명쯤으로내세우고자하는치장이기엔,그간의나의세월은한심하기그지없는것이었다.……긍정과타협보다는투쟁의길을걸어야하는데,소설쓰는시간을만들기위해취미생활도거두고술도마시지말아야했는데과연나는그렇게살아왔나?
-「동녘이어떻게붉어졌는지」부분

2부‘기억나지않는모든것’은군대시절에만났던경기도안양출신의선임병이야기로부터시작된다.선임병의친구는시를쓰고있었는데,그가바로기형도시인이었다.“사랑은가도옛날은남는다”던박인환의시도머무르고있다.한자외워쓰기를못해아버지께혼쭐이났던기억.엄정한한자교육이었지만그것이평생에걸쳐먹고살수있는자산이될줄,그시절의저자는몰랐다.이제는“옛날처럼무섭지않은아버지가슬프”고“어머니의굽은등허리가가엽”다.
제대로기억하고있으나한사코잊고싶은기억도있다.벚꽃이파리날리던봄날,저자는광주서석고등학교3학년이었다.몽매한나이였으나세상이뒤숭숭한것은알았다.그날은일요일이었다.무슨바람이불었는지친구와함께시외버스를타고정읍내장산으로놀러를갔었다.그리고해질무렵광주로돌아왔는데,멀리군용트럭과군인들이보였다.5월18일이었다.그날부터광주는소문으로감금된도시가되었다.

오월광주로부터자유로운자누구랴.스물을앞둔고3시절,미완의나이에겪었던오월의경험이평생을이끌었다.어두운기억의저편에서음울한음각으로새겨져있다가시도때도없이살아나는오월.그로부터오랜세월이흘렀다.그러는동안,모두그랬다.저마다직장이나일터에서불의와타협하지않고불편부당함을거부하며기득권과맞서싸웠다.편안한길은외면하고험지를전전하며,손해도보고불이익도당하며그렇게나이를먹어갔다.그랬어도후회하지않았을삶을,그해오월이가르쳐주었다.오월은스승이었다.그렇게살아왔으니,앞으로도그렇게살아가라.오월은등불이었고정신이었으며우리삶의방향타였다.우리는그렇게오월을보며살아갈것이다.
-「봄날,기억의저편」부분

저자가고등학교국어교사로37년간아이들을가르쳤다는사실또한잊힐수없다.3부「일탈도힘이된다」는수능을앞두고있는고3학생들의봄소풍이야기로시작된다.봄소풍장소를택함에있어담임교사의욕심과아이들의선호가맞부딪힌다.“봄날의산천에속절없이피어있는이팝나무꽃이파리가열아홉살청춘들가슴을넘보며살포시내려앉”는일은이제두번다시볼수없을지도모른다.

운명은결정되어있지않으며성취는개척하는사람의몫이다.날마다쉽게걸어다니는길은처음부터닦인길이아니었다.많은사람이같은길을걷다보니길이된것이다.남이걷지않은길을떠올려보고,전인미답의새로운길을개척해나가는사람이큰일을한다.자신이꾸는꿈이남과다를수록그가치는커질수밖에없다.남들이걷는길을벗어나는것에는일탈도있다.자제하고속박하는힘을버리고한번쯤일탈하고싶은충동을깃발처럼내걸고싶은학생이있다면,불치병으로도지기전에일탈해보는것도힘이될수있다고말해주고싶다.지난날내가썼던장편소설『블라인드스쿨』에서고3학생‘신화’가등장하는데,주인공의목소리인소설의첫문장은이렇다.“나는오늘학교에가지않았다.”
「일탈도힘이된다」부분
정강철소설가는전남영광에서태어났다.1987년〈오월문학상〉에「타히티의신앙」,1989년《광주일보》신춘문예에「암행」,1993년『문학사상』신인상에「거인의반쪽귀」가당선되어문단에이름을올린뒤,줄곧사회성짙은소재와부조리한현실에서소외된인간의모습을생생하게그려왔다.국내최초로중국텐진조선족삶의현장을배경으로한장편소설『신·열하일기』를발표했고,무명독립영화인의애환을담은『외등은작고외롭다』를《전남일보》에연재했다.한국문화예술위3천만원현상공모당선작『블라인드스쿨』을통해서로다른교육주체의다양한시선으로오늘날교육현실을들여다봤으며,「바다가우는시간」으로〈목포문학상〉을수상했다.소설집『수양산그늘』은문화체육관광부‘우수문학도서’로선정된바있고,출판문화산업진흥원‘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으로출간한『원교』에서는조선고유의서체인동국진체를완성한명필이광사의비극적삶과치열한예술혼을,집요한고증과절제된문장으로살려냈다.고등학교국어교사로37년간모국어를가르치면서아이들에게인생을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