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에 걸린 달

처마에 걸린 달

$18.07
Description
중국 4대 문학상 ‘준마상(骏马奖)’ 수상작
중국 소수민족문학의 가장 높은 성취
『처마에 걸린 달(檐上的月亮)』 한국어판 출간.
중국 이족(彝族) 출신 여성 작가 아웨이무이뤄(阿微木依萝)의 준마상(骏马奖) 산문 부문 수상 작품집 『처마에 걸린 달(檐上的月亮)』(이영남 역, 문학들)이 출간되었다. 준마상은 중국 소수민족문학의 가장 높은 수준을 대표하는 상이다. 아웨이무이뤄는 이 작품집을 통해 일약 중국 중견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에세이를 중심으로 장르적 성격이 혼재된 32편의 작품에는 작가의 실제 체험에서 비롯된 생생한 경험적 현실이 담겨 있다. 특히 1990년 전후로 진행된 개혁개방의 파고와 이주에 따른 두려움, 호기심 등이 공동체 사회 곳곳에 스며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극사실적인 묘사의 밀도 위에 상징과 은유를 얹어, 한 편의 산문을 읽는 동시에 성장소설 혹은 사소설을 읽는 듯한 긴장과 몰입을 만든다.
저자

아웨이무이뤄

阿微木依萝,1982~

중국쓰촨(四川)성량산(凉山)출신의이족(彝族)작가로,한족이름루샤오잉(卢少英)으로도활동하며중국작가협회회원이다.중학교1학년1학기를마치고중퇴한이후에,16세부터과일노점상,미용실보조,벽돌나르기,편직공장노동자등다양한일을하며청년기를보낸다.자신은이시기를'강호를떠돌던시절'이라한다.본격적인작가의길로들어선것은,30세전후인2011년무렵이다.작가의성장기와이때까지의자전적체험이『처마에걸린달(檐上的月亮)』의바탕을이룬다.
산문집:『처마에걸린달(檐上的月亮)』,『복도에내려앉은달빛(月光落在过道上)』,『이상주의자(理想主义者)』외.소설(중·단편):「양뿔호루라기(羊角口哨)」,「나의아버지왕불사(我的父亲王不死)」,「산에서나오다(出山)」,「개미인간(蚁人)」,「책속의사람(书中人)」외.수상:『처마에걸린달(檐上的月亮)』로제12회(2020년)전국소수민족문학창작준마상(骏马奖)산문부문수상.제10회쓰촨문학상특별상외지역·국가단위수상다수.

목차

저자서문 4


처마에걸린달(檐上的月亮) 9|낙엽(落叶) 38
샤오마와그의여인(小马哥和他的女人) 52|보부상삼인(走族三章) 61
거지(行乞者) 103|장인(手艺人) 109|파란모자(蓝帽子) 115
견마잡이(马前卒) 123|어머니(母亲) 129|허울뿐인사람(空壳子) 137
떠도는이족들(浪漫的彝人) 143|흙인형의옛이야기(泥人往事) 166
운명포식자:점술가(命运捕食者) 177|소리포식자:가수(声音捕食者) 183
한자포식자:작가(汉字捕食者) 187|공장포식자:직공(工厂捕食者) 194
파오마산(跑马山) 200|기차안의남자(火车上的男人) 208
인연(缘分) 225|이용원(理发店) 240|마음을감추고사는아이(隐心人) 247
셋집아줌마(房东太太) 258|숨어사는쥐(鼠隐) 266|가뭄든땅(旱地) 271
은자혹은음자(隐者或饮者) 304|모험가(冒险家) 310|야맹증(夜盲症) 316
실종자(失踪者) 322|라이더(骑手) 328|유목민(游牧者) 349
되돌아가는길(回头路) 355|그네위의낙엽(秋千上的落叶) 361

해설인간에대한애정과세대를이어가는삶의숨결염창권 374

출판사 서평

유년의기억과공동체의서사
표제작「처마에걸린달」은“유년기의기억을향토적서정과상징으로풀어낸기억의서사”다.“머리카락(发)-할머니,눈(眼)-큰어머니,코(鼻)-셋째숙모,입(嘴)-진씨네할머니,귀(耳)-큰아버지,허리(腰)-비투네어머니,어깨(肩)-어머니”등신체적상징을나타내는일곱개의단어를중심으로자의식이강한소녀를둘러싼유년기의기억과사람들을불러낸다.
각인물의신체성을드러내는단어를상징으로하여,개인적인신체적결함을비롯하여생활의끈기,지참금·도피혼·납치혼등이족결혼풍습,그리고가족관계에서오는갈등을비롯한생활사의풍속들이파노라마처럼펼쳐진다.소녀의자의식과성장의내력은단지개인의역정이아니라,정체성의원형으로서공동체삶의구조로확장된다.뒤에이어지는「낙엽」은최초의마을이주자인넷째삼촌의가계를통해회고하는‘떠도는이족들’의현재이자자화상이다.

나는원래고향을떠난삼촌을원망했었다.만약고향에서열심히농사를지었다면사촌동생의공부뒷바라지는할수있지않았을까.하지만내자신의신세를생각하고는침묵하고말았다.
벽돌공장에온뒤로사촌동생은작은소처럼억척같이일했다.그의머리는언제나먼지로가득했다.그는하루중대부분의시간을벽돌찍는작업장에서일했다.날마다출근할때면그는어른같았다.하지만바지뒷주머니에는울트라맨장난감을넣고다닌것을본순간나는사촌동생이14살밖에안되는소년이라는생각으로돌아왔다.
-「낙엽」중


척박한자연과산골마을인물들의일대기
「가뭄든땅」과「라이더」에는산골마을에서생을이어가는인간군상들의모습이드러난다.작가의고향으로유추되는공간중에서마오포는가장구체적인지명으로,“처마에걸린달”과같은고산지대(高山地带)생존환경에서의노동과생활상을묘파하고있다.특히자연환경에서오는고통과이에서비롯된산골마을의공동체적삶에서탈출하고자하는욕망이적나라하게묘사되고있다.

이곳에서살면돈이많을필요는없다.하지만너무가난하게살다보면삶이그대의살가죽을벗기거나한줌의재로만들어버린다.그렇게되지않으려면차이빙(菜饼,야채전병)선생처럼라이더(骑手,배달기수)로살아야한다.
-「라이더」중

비투네어머니는젊었을때라오까오산(老高山)에서살았다.그곳여자들은모두물을머리에이고날랐는데소처럼머리에멜빵줄을걸었고그뒤에물통이달려있었다.산길이험하고미끄러워걸을때면발가락으로땅을꼭잡아야했기에그녀의발가락은목수가처마도리에박는고리못처럼변형되어있었다.
-「처마에걸린달」중

척박한자연환경에서오는고통과이에서비롯된인간적불화를겪으며“전에떠났던사람들보다더결연”하게다시사람들이떠나는와중에도“조상들의강한의지가이들의뼛속에깃들어있는것”처럼제자리에뿌리박힌사람들도있다.

어둠속에서유령처럼풀을짊어지고돌아오는여인들은낮은소리로노래를불렀다.달빛이이들이짊어진풀잎위에떨어졌다.그외에도이들의발끝도비췄는데사람들은자기발끝만보면서걸었다.이들의얼굴은풀더미에가려보이지않는다.가까이다가가도달빛에물들어희미해진땀몇방울만눈에띈다.어쩌면그건땀이아닌이들의눈물이었을것이다.여인들은밤에주로눈물을흘린다.이런눈물은마음먹기에따라참을수도있다.
-「가뭄든땅」

이들은산골의공중에불어온바람을타고운명적으로이곳에뿌려진씨앗과도같다.세대를거듭하며종족의삶을이어온것은조상에대한존중이며그자체로서삶의가치를누리거나증명하는일이었을것이다.


떠도는이족(彝族)들의현대사
「보부상삼인」,「이용원」,「떠도는이족들」,「유목민」은작가가거쳐온삶의역정을따라노점상–비숙련(보조공)–숙련공의과정을현실의질감으로기록한다.아웨이무이뤄는16세이후보부상이나농민공으로10여년을떠돌다가글을쓰기시작했는데,그시절의경험들이생생하게펼쳐진다.불시에찾아든고향친구“즈가(子嘎)”와신혼인그의아내이뉴(依妞)의이야기에서작가는교육과언어의장벽,문식성(literacy)의획득여부가개인의생존가능성을가른다는사실을전한다.

“나도말하고싶어.하지만나는한어를모르고,보똥(东/通)화도못한단말이야.”이뉴는이족말로나한테설명했다.
나는그녀를탓할생각이없었다.

편직기를다루는일은육체노동이었다.하지만힘만있다고할수있는일도아니다.도면도볼줄알아야하고,바늘의개수도알아야하며,표기할줄도알아야했다.하지만이뉴는이런걸몰랐다.산수실력이라해봤자머릿수건안에보관하고있는153위안2지아오를셀수있는정도였다.
-「떠도는이족들」중

소통되지않는슬픔은,이들을궁지에몰고사회적적응을더욱어렵게만든다.준비되지않은상태로의노동력은값싼일거리로몰릴수밖에없다.이들에게있어“떠돎”은단순한이동이아니라사회적진입과배제의드라마다.
「유목민」은떠돌이생활을회고하는지점으로,인간인이상모두가“유목민”이라는보편적진리를들추어낸다.작가의나이30대초‧중반으로짐작되는이시기에,남편은수시로귀향에대한원망을내비친다.그리고작가의내부에서도고향에대한향수가짙게드리워져있다.

이곳에살기시작한이듬해부터많은글을썼다.이글들이다른사람들에게는아무런가치가없을지모르지만,내게는삶의여정이었으며반평생을유목하며남기는발자취이다.

나의반평생을되돌아보면공장의작업라인과이용원그리고니트공장의풀기어려운실타래앞에서많은시간을보냈다.나는퉁샹(桐乡),우전(乌镇),푸양(富阳),저우치왠(洲泉)등을종종머릿속에떠올려본다.그지역은다른사람들의고향이었다.그럼에도나는타인의고향을자주그리워한다.내가떠나기아쉬워했던곳들이타인들의고향이었으니,곧타향이나의고향이었던셈이다.
-「유목민」중


주술적리얼리즘:일상속의환몽(幻夢)
라틴아메리카문학의특징중하나를마술적리얼리즘이라했을때,이를동양적세계관의입장에서해석한다면주술적리얼리즘이라는용어가적합하겠다.작가의작품속에헤르만헤세,프란츠카프카등의독서흔적이보이는데,이부분에서는카프카의영향이크다고볼수있다.

울고있던남자의어깨는어느새차창에가려진그림자에묻혔다.그몸의반은등불에노출되었고,다른반쪽은차창에바짝붙이고있었는데그부분이검은사막처럼느껴진다.그검은색은창밖의어두움과뒤엉켜하나가되면서마치근친(近亲)사이처럼보인다.
-「기차안의남자」

나는물론,나자신을속이고싶었다.나는친구가그렇게갑자기말끔하게죽었다는사실을믿을수없었다.……다시친구를보니,그는두발로걷는게아니라땅에누운채미끄러지듯움직이는것처럼보였다.
-「되돌아가는길」

일상의기묘하고섬뜩한장면들이다.“울고있던남자”는반쯤정신이나간사람이자이미죽은사람일수있다.「되돌아가는길」에서는죽었다고들었던그가찾아왔다.살아있는그가온것인지,죽은뒤에그의혼이찾아온것인지알수없다.우리는환몽속에살면서일상이라여기는지,일상자체가환몽인지알수없다.
야맹증(夜盲症)」,「실종자(失踪者)」는극적(剧的)인플롯을가지고있다.연극무대처럼거미줄이처진어두운복도를지나서다시만난야맹증을앓는두남녀,연립주택의복도에서열쇠구멍으로들여다보는시선과실종자그리고스스로가실종상태인줄을모르는복도에모여있는사람들,작가는우의(寓意)적인방법으로고독한실존자들이야기하는기묘한상황을극화하여보여준다.「실종자」에나오는남편의기묘한모습은아웨이무이뤄버전으로또다른모습의‘그레고르잠자’이다.


이번『처마에걸린달』한국어판은현광시(广西)사범대학외국어학원조선어과정교수로활동하고있는이영남씨가번역하였고,2025년봄부터염창권문학평론가의교정·윤문,문화적보완을거치며완성되었다.중국어(고립어)와한국어(교착어)라는언어적차이속에서원문의문체효과를손상하지않기위한세심한협업이이어졌고,그결과『처마에걸린달』은중국소수민족공동체의삶과현대도시노동의풍경,그리고문학적아우라를머금은작품으로한국독자들에게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