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초판본)(191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크눌프 삶의 세 가지 이야기)

크눌프(초판본)(191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크눌프 삶의 세 가지 이야기)

$5.41
Description
‘이 친구 크눌프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오!
질책도 동정도 말고, 그저 무해하고 자유로운 삶으로 바라봐 주오!’

고독한 한 방랑자의 삶을 통해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우고
유능·무능으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소설 《크눌프》
《데미안》 《유리알 유희》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만 헤세의 중기 대표작

주인공 크눌프는 어린 시절 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떠나서 한참을 떠돌다가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길이다. 명문 라틴어 학교에 다니던 모범생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 궁금하고 안타까웠던 옛 친구들은, 여전히 자유와 낭만을 간직한 크눌프의 방문을 반기면서도, 자신들의 안정적인 직장과 가정을 크눌프에게 과시하려고 한다. 크눌프 역시 친구들이 짊어진 무거운 의무감을 거부하면서도 때때로 자신의 삶이 한심하게 느껴져 고민한다. 더구나 지금은 그의 앞으로 ‘자유로운 방랑’의 대가로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펑펑 눈 내리는 산길에서 크눌프는 신에게 자신의 삶에 대체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따져 묻는데…….

고독한 한 방랑자의 삶을 묘사한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소설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를 치열하게 고민하던 ‘젊은 헤세’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8년에 걸쳐서 완성되어(1908년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1913년 〈이른 봄〉, 1914년 〈종말〉) 1915년에 ‘크눌프 삶의 세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크눌프》로 출간되었다. 《데미안》 발표 전까지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뒀던 작품일 만큼, 철학적인 내용이지만 가볍고 경쾌하게 읽히는 매력이 크다.

작가는 일상적인 삶에 나름대로 적응하여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과, 그 세계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그렇다고 바깥 세계로 완전히 떠나지도 못한 채, 그 주위를 빙빙 돌면서 방랑자로 살아가는 인물인 크눌프의 모습을 극명하게 대조시키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떤 삶이 더 나은가? 크눌프는 자유로운 인간인가, 그냥 사회의 패배자이자 방황하는 슬픈 인간인가? 작가는 어느 쪽의 삶이 더 낫다거나 더 옳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 다만 그는 훗날 한 독자에게 보낸 편지(1935)에 이렇게 썼다. ‘유용’한 인간은 아니어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라면 사회 속에서 그의 ‘자리’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연약하고 쓸모없다고 ‘판단’해 버리지 말고 그냥 ‘사랑’하라고 말이다.
저자

헤르만헤세

저자:헤르만헤세HermannHesse.1877-1962
1877년7월2일독일에서태어났다.독실한가정환경에서자라규율이엄격한수도원기숙학교에입학했는데,“시인이되지않으면아무것도되지않겠다”고말할정도로자아가강했던헤세는적응하지못해서학교를도망친다(《수레바퀴아래서》).이후자살기도,전학,자퇴,시계부품공장수습공을거쳐서점에서일하게되는데,그곳에서쓴시집《낭만적인노래들》이릴케의인정을받는다.결혼후여행을자주다니는데특히부모님이선교활동을했던인도에갔다가큰충격을받는다(《싯다르타》).제1차세계대전이발발하고독일에서배신자로낙인찍히는충격외에도아내와아들의병,아버지의죽음까지겹치며신경쇠약에걸리자〈크눌프〉,〈회오리바람〉,〈청춘은아름다워〉등자전적단편들을쏟아냈고,이후스위스로이주해서《데미안》,《클링조어의마지막여름》,《황야의이리》,《나르치스와골드문트》등을썼으며,우울증과신경쇠약치료를위해시작했던그림그리기와정원가꾸기를평생즐겼다.1946년《유리알유희》로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평생구도자적인삶을살았고작품에자전적요소가많이배어나는것이특징이다.

역자:두행숙
서강대학교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고,독일뒤셀도르프대학교에서독일문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그후서강대,명지전문대,한국교원대,충북대,중앙대등에서독일문학,독일문화,철학을강의했다.현재는번역과저술에전념하고있다.
《정원일의즐거움(헤르만헤세수필집)》,《인생을보는지혜》,《헤세,내영혼의작은새》,《젊은베르테르의슬픔》,《꿈꾸는책들의도시》,《헤겔의미학강의》,《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오레스테이아》,《안티크리스트》,헤세의시선집(《봄》,《여름》,《가을》,《겨울》)등을번역했다.

목차


이른봄
크눌프에대한나의회상
종말

작품해설:이친구,크눌프를있는모습그대로사랑해주오!
헤르만헤세의삶과작품에대하여
헤르만헤세연보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인생에서단지관찰자이상을바라지않는이친구.그것을과욕이라고해야할지겸허한것이라고해야할지로트푸스는알수가없었다.열심히일해서기반을닦아나간사람이사실여러면에서그보다나을것이다.그러나그대신결코그와같은부드럽고아름다운손을가질수없고,가볍고산뜻한걸음으로걸어다닐수도없을것이다._‘이른봄’37-38쪽

“사람은누구나영혼을가지고있고,다른사람의영혼과혼동될수없네.두사람은서로를향해걸어갈수있고,함께이야기할수있고,또한서로가까이앉을수있지.그러나두영혼은꽃과같아서각각자신의장소에뿌리를박고있기때문에서로가까이할수없는것일세.만약서로가까이가려면자신의뿌리를벗어나야하겠지만,바로그것은불가능한일이니까.꽃들이자기의향기나씨에좋아하는마음을담아상대에게보낼수는있으나,씨를적당한곳에가게하는것은꽃이할수있는일이아니라바람이하는일이지.바람은자기가가고싶은대로,가고싶은곳으로마음대로오갈수있으니말일세.”_‘크눌프에대한나의회상’92쪽

이공인수첩에증명된삶은사실크눌프자신이스스로꾸며낸것으로,마치이런생활을한것처럼보이려고수백가지의기술을동원해서위태롭게허구의삶을유지해오고있었다.(...)사람들은마치화목한가정집에서귀여운고양이를가족의일원으로받아들이듯그를너그럽고참을성있게받아주었다.마치고양이가부지런하지만어렵게사는사람들틈에서아무걱정없이우아하게,하는일없이도신사처럼당당하게행동하듯그도그렇게지냈다._‘이른봄’19~20쪽

가정이나결혼의행복에대해제법과시하던피혁공로트푸스의말을좀경멸하고싶은생각이들었다.누가자기의행복이나미덕에대해자랑하며크게떠들어보았자대개는사실과다르더라고그는생각하고있었다.양복수선가게주인이한때가졌던신앙심역시마찬가지였다.다른사람의어리석은일을보고웃거나동정할수는있을지모른다.그러나각자자기스스로가는길은참견하지말고그대로둬야하는것이다._‘이른봄’,60쪽

“나는밤하늘에펼쳐지는불꽃놀이를볼때면그보다더아름다운것이없다고생각하네.캄캄한밤에공중으로치솟아올라가는푸른색과초록색의불꽃들이가장아름다워질무렵에그만작은포물선을그리며금세꺼져버리는광경말이야.그런것을보고있으면기쁘면서도동시에불안을느끼는거야.기쁨과불안은서로붙어다니는것이기때문에,지속되기보다는순간적일수록아름답게느껴지는거야.안그런가?”(…)
나는무슨말을덧붙여야할지몰랐다.나는인간관계에는어떤상황에서든고통이숨어있음을미처체험하지못한때였다.또한사람들이서로아무리친밀한관계를맺어도그사이에는언제나심연이열려있어서오직애정만이,그것도시시각각으로비상가교를통해서만그사이를오고갈수있다는것을경험해보지못한때였다._‘크눌프에대한나의회상’81쪽

“심사숙고해보았자아무가치도없는일이야.사람은생각하는대로행동하는게아니니까.사실은전혀깊이생각해보지않고마음내키는대로자기의길을한걸음씩걸어가지.우정이니사랑이니하는것도그럴거야.결국사람은각자오직자신을위해서자기의세계를갖는것이지다른사람과그것을공유할수없다는것이네.”_‘크눌프에대한나의회상’83쪽

“내가말하는것은,진리라고생각되는것을발견하면,나도또한그것을따라가겠다는것이네.”
“그래,그렇다고하지!그러나사실자네는매일한가지지혜를발견했더라도이튿날이면그걸내버리고결코다시지혜로여기지않았잖은가?”_‘크눌프에대한나의회상’96쪽

“왜저는그모든것에서아무것도배우지못하고진실한인간이되지못했을까요?그럴시간이충분히있었을텐데요.”(…)
“탄식한들무슨소용있겠는가?모든것이제대로올바르게되어갔으며,아무것도달리될수는없었다는것을그대는정말로깨닫지못하는가?그래,그대는지금쯤어엿한신사가되거나공장의주인이되어,처자식을거느리고저녁에는여유롭게주간지를읽는처지가되고싶은가?그런신분이되었다해도자네는곧장다시뛰쳐나와숲속에서여우들과함께자거나새덫을놓거나도마뱀을길들이고있을것이아닌가?
보라!나는그대의있는모습그대로가필요했다.나의이름으로그대는방랑하였고,정착해서사는사람들에게매번다시‘자유’에대한그리움을조금불러일으켰다.나의이름으로그대는어리석은일을하면서사람들의웃음거리가되었다.다시말하면바로나자신이그대안에서웃음거리가되기도하고사랑받기도한것이다.그러니그대는나의아들이요,나의형제이며,나의분신이다.그대가맛보고경험한모든것은모두,바로그대안에서내가그대와함께했다.”_‘종말’155-15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