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수학이조화되는가상의학문'유리알유희'처럼
정신이야만을이긴유토피아'카스탈리엔'처럼
현실의개인(정신)과사회(위계질서)도조화로울수있을까?
소설『유리알유희』는,개인의이름을앞세우는공명심은지우고‘공공의역할’로서의흔적만남기게된미래사회의어느시점에,그럼에도불구하고최상의예술이자철학인‘유리알유희’의명인으로이름이전해져내려오는전설적인물‘요제프크네히트’에게사적호기심과공적사명감을동시에느낀어느전기작가가,수백년에걸친자료와구술들을힘겹게추적해정리해낸일대기를소개하고있다.
서문에서유리알유희라는독특한예술(혹은학문)이어떠한인류사적배경속에서탄생했는지자세히설명된다.다음에‘마지스터루디(유희명인)’요제프크네히트의일대기가12세무렵부터죽음의순간까지평전의형식으로그려지고,이후에크네히트가학창시절에습작했다고알려진다수의시와3편의산문(이력서형식)이첨부되어있는데.소년요제프가제삶의행로를결정했던생각들이투명하게담겨진소중한자료라고판단했기에긴분량이지만그대로다실렸다.
종교(가톨릭)에반발해분리된이성이,극도로분화되자오히려신격화되고급기야두차례의세계대전으로치달았기에,파멸이후에찾은해결책이유리알유희였는데,수학부터명상까지모든것을끌어안는유리알유희로서도여전히불거지는대립과파괴의요소들앞에서위태롭기에‘유리알유희의최고명장’을새롭게조명해보자는것이이긴글의출발점이다.따라서내용이관념적이고방대해서이해하기가다소난해한데,구성의큰흐름을알고차분히읽어가다보면현재세계의문제까지정확하게짚어내는혜안에감탄하지않을수없다.
책속으로
존재를증명할수도없고존재할것같지도않은어떤것들은말로표현하는것이무엇보다어렵지만,그럼에도불구하고그것들을사람들의눈앞에제시하는일이반드시필요하다.경건하고양심적인사람들이그런것들을어느정도는존재하는것으로다룸으로써그것들이실제로탄생하고존재할가능성이조금더커진다.
---「서문」중에서
유희의기호와문법은일종의고도로발달된비밀언어이다.거기엔여러학문과예술들,특히수학과음악(경우에따라선음악학)이관련되어있으며,그비밀언어는거의모든학문의내용과결과를표현할수있고서로연결시킬수있다.유리알유희란따라서우리문화의모든내용과가치를가지고즐기는유희이다.마치예술의전성기에화가가팔레트위의색깔들로유희했듯이유리알유희는문화의모든내용과가치로유희하는것이다.인류가지식,고귀한사상,예술작품의영역에서창조적인시대에이룩해놓은것들,그이후학문적관찰의시기에개념화하고지적인소유물로만든것들,이모든어마어마한정신적가치의자산들을유리알유희자는오르간연주자가오르간을연주하듯연주한다.
---「서문」중에서
나쁜상태가목격되었다.기억의달인들이다른미덕없이도탁월하고눈부신유희를할수있었으며,참가자들은수많은상상들을빠르게연달아제시함으로써사람들을놀라게하고혼란스럽게할수있었던것이다.이제그러한화려한기술은점차엄격하게금지되었고,명상이유희의매우중요한구성요소가되었다.그렇다,명상이모든유희의관객과청중들에게가장중요한것이되었다.종교적인것으로의전환이었다.
---「서문」중에서
교회의감독을완전히극복하고국가의감독을부분적으로극복함으로써문예란시대후기에는정신이실제로전대미문의,정신자신도더이상감당할수없을만큼의‘자유’를누리게되었다.그러나스스로만들고스스로존중하는진정한법,새롭고진정한권위와정당성은여전히발견하지못한상태였다.(…)그들의교양놀이는단순히사랑스럽고의미없는유치한짓거리가아니라,풀리지않는문제들과두려움으로가득한몰락의예감앞에서두눈을질끈감고가능한한무해한환상세계로도망치려는깊은욕구에상응하는행위였다.(…)사람들은작품을읽어본적도없고읽을생각도해본적없는작가들에대한강연을들었으며,그것으로도모자라환등기로사진들을보기까지했다.그들은신문문예란에서와마찬가지로단절되고,원래의의미를상실한교양의가치들과단편적지식의홍수를헤쳐나갔다.
---「서문」중에서
카스탈리엔외부사람들이자유직업에대해얘기할때는아마도그단어가아주진지하고심지어는격정적으로들리는모양이야.(…)자유는존재한다고하지만,그건직업선택이라는단하나의행위에국한되는거야.그다음엔자유도끝이야.대학에서공부할때이미의사와법률가와기술자는아주경직된교육과정을강요받는다네.그교육과정은일련의시험들로마무리되는데,그시험에합격하면그사람은면허장을받고이제,다시허울뿐인자유속에서,자신의직업을따라가게되는거야.그렇지만그사람은저급한힘의노예가된다네.성공,돈,야심,자신의명예욕에,그리고사람들이그에대해가질수도있고가지지않을수도있는호감에종속되는거야.
---「소명」중에서
궁극적인질서란,알고있는오류를모두치워버리는일이란가능하지않았다!우리는계속해서다시똑같은실수와싸워야하고,똑같은잡초를뽑아내야만했다!성격이뒷받침되지않는재능,위계질서가없는예술적기술.예전문예란시대에음악적삶을지배했던것들이,음악의부흥기에근절되고떨어져나갔던것들이벌써다시살아나싹을틔우고있었다.
---「소명」중에서
변화한음악의형상을그려보았다.선하나를그렸다.그리고그선으로부터비스듬하게빠른속도로멀어지며주기적인간격을두고옆선을그었다.그것은대략나뭇가지에규칙적으로매달려있는나뭇잎들을연상시켰다.그렇게생겨난그림은그를만족시키지못했다.그러나크네히트는한번더,또한번더그려보고싶은욕망을느꼈다.마지막으로그는유희의과정에서선을원이되도록둥글게그렸고,그선에서옆으로뻗어나가는선들을그렸다.화환의원에서꽃들이뻗어나가는것과비슷한모양이었다
---「소명」중에서
“아,모든것을다알수만있다면좋겠어요!신뢰할수있는가르침같은것이있으면좋겠어요!모든것이서로모순을불러일으키고,모든것이서로만나지않고비껴지나가고,그어디에도확실한것이없어요.모든것이이렇게도해석가능하고,또반대로도해석이가능해요.우리는전체세계역사를발전이나진보로해석할수도있고,그와똑같이그안에서몰락과무의미를볼수도있어요.진실이란도대체존재하지않는것일까요?진정하고도절대적으로유효한가르침은없는것일까요?”(…)“친애하는요제프,진실은있단다!그렇지만네가갈망하는‘가르침’은없어.절대적이고완전하고,그것하나로우리가모든것을알수있는그런가르침은존재하지않는단다.절대로완전한가르침을바라서는안된다네,친구.자기자신이완전해지길바라야지.신성(神性)은개념이나책들속이아니라자네안에존재하네.진실은배우는것이아니라살아가는것일세.투쟁을각오하게,요제프크네히트.내가보니,그투쟁은이미시작되었어.”
---「소명」중에서
우리‘카스탈리엔사람들은인공적으로양육된관상용새의삶을살고있다’는거지요.스스로먹을빵을벌지도못하고,삶의고충과투쟁을알지도못하며,노동과곤궁을통해우리가살아가는호사스러운삶의토대를제공해주는일부사람들에대해아무것도알지못하고,알려고도하지않는다는거예요.
---「발트첼」중에서
너는정신육성의편에,나는자연적인삶의편에서있어.우리의싸움에서너는자연적삶의위험을알아내고그것을겨냥하는법을배웠지.너의책무는정신적인육성없는소박하고자연적인삶이어떻게늪이될수있는지,어떻게동물적인것으로,또그것보다더뒤로물러설수밖에없는지를알려주는일이야.그리고나는순수하게정신위에세워진삶이얼마나대담하고위험하며,결국에는비생산적인것인지를끊임없이상기시켜야만하지.좋아,각자우위에있다고믿는것을방어하는거야.너에겐그게정신이고,나에겐자연이지.
---「발트첼」중에서
우리눈앞에서너무나복잡하고,오래되고,존경할만한,수세대에걸쳐천천히쌓아올려진유기체가꽃을피우고,그꽃속에이미몰락의씨앗이담기고,그리고의미있게구성된그구조물전체가가라앉고,퇴화하고,몰락을향해비틀거리며나아가기시작했어.(…)그럼에도불구하고언어의몰락과죽음이무(無)로이끌려간건아니라는것,언어의젊음과전성기와몰락이기억속에,그것에관한우리의지식과역사속에보존되고있다는것,또그언어가학문의기호와공식속에,또한유리알유희의비밀스러운표현들속에계속살아있고언제든다시구성될수있다는생각이스쳐지나간거야.(…)소나타에서이뤄지는모든장조에서단조로의전환이,신화나제식의모든변화가,모든고전적인예술의표현이진정한명상적관찰속에서보면바로세계비밀의내면으로이어지는직접적인길이라는것을나는그순간번쩍깨달은거야.그내면속들숨과날숨사이의,하늘과땅사이의,음과양사이의밀고당김속에서신성한일이완수되는거야.
---「자유연구시절」중에서
크네히트는플리니오와보낸시간동안에그빛나는대표로서의자리가얼마나많은책임과노력과내적인부담을대가로하는것인지를맛보았었다.사람들에대한권력을가지고있다는것,다른사람들앞에서번뜩이며눈에띈다는것은좋은일이며또무언가매혹적인것을가지고있었다.그러나동시에마력이자위험이기도했다.한없이작은예외를제외하고는모두훌륭하게시작했지만끔찍한종말을맞았던지배자와지도자와실력자와사령관들이세계역사를빈틈없이채우고있지않은가.그들모두는최소한전해지는바에따르면좋은목적을위해권력을쟁취하고자노력했지만,후에는권력에사로잡히고마취되어자기자신을위해권력을사랑하게되었다.자연이그에게부여한힘을위계질서에봉사하도록만듦으로써그힘을성스럽게하고유익하게만들어야만한다.이것은그에게항상자명했다.그러나그의힘들이가장잘봉사하고가장훌륭한결실을가져다줄수있는곳은어디인가?
---「자유연구시절」중에서
누가오는것이고누가가는것인지,누가이끌고누가따라가는지,그것이노인인지아니면소년인지알수가없게되었다.어떤때는소년이노인에게,권위있고품위있는자에게자신의존경과순종을보여주는것같았다.또어떤때는살짝앞서가는소년이,시작을뜻하는명랑한소년이,노인을봉사하고숭배하는후계자로만드는것같았다.(…)그가둘모두인순간이,명인이며동시에작은학생인순간이찾아왔다.그는둘모두라기보다는둘위에있었으며,이순환을,노인과젊은이가아무런결론없이서로쫓고쫓기는경주를만든사람이자,고안해낸사람이었고,동시에관찰자이기도했다.(…)의미심장하면서도동시에아무의미가없는명인과학생의순환,즉현명함은젊음을얻고자하고젊음은현명함을얻고자하는이끝없이달아오르는유희는카스탈리엔의상징이었다.그렇다.그것은늙음과젊음으로,낮과밤으로,양과음으로조각나끝없이흐르는삶의유희자체였다.---「마지스터루디」중에서
유리알유희또한자신의악마를내면에숨기고있습니다.유리알유희는공허한기술적완전함,예술적허영심에서나온자기만족,야망에가득한행위들로다른사람들에대한권력을얻고,그권력을악용하는것으로이어질수있어요.그러므로우리는지식교육외에다른교육을필요로하고,우리자신을교단의도덕에맡깁니다.이는정신적으로능동적인우리의삶을식물같은영혼의꿈을꾸는삶으로주저앉히기위한것이아니라,정반대로정신적으로최고의능력을발휘할수있도록하기위한것입니다.우리는활동적인삶으로부터명상적인삶으로도피해서는안되고,그반대도안됩니다.둘모두에자리를잡아야하며,둘모두와함께해야합니다.
---「재직기간」중에서
평생동안자기가다스리는사람들에대한불행한사랑으로괴로워하던군주들이있었어.군주들의마음은농부들과양치기들,수공업자들,학교선생님들과학생들에게가있었지만,그군주들은그런사람들을볼기회가거의없었어.군주들은항상장관들이나장교들에게둘러싸여있었고,그사람들이마치벽처럼군주들과민중들사이에서있었던거야.마지스터도그래.마지스터는사람들에게다가가길바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