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너 자선 단편집 1

포크너 자선 단편집 1

$22.00
Description
미국 문학이 남긴 가장 깊은 어둠과 가장 고요한 빛
“과거는 결코 죽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나간 일조차 아니다.”
2008년 대선 경선 당시 버락 오바마는 포크너의 말을 인용하며 더 완전한 ‘연합’을 이루자고 미국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시를 가장 높은 문학으로 간주한 포크너는 이 책 『포크너 자선 단편집』으로 결코 죽지 않는 과거가 되풀이되는 현재, 말해지지 않은 진실, 그리고 끝내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사랑, 인간의 존재의 지층을 고요하면서도 무시무시하게 파고든다. 『포크너 자선 단편집』은 20세기 미국 문학을 넘어 세계 문학의 거인 중 하나로 평가받는 윌리엄 포크너가 직접 고른 단편들을 모은 선집이다. 그의 단편 세계를 총결산한 이 책은 1951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했고 포크너 자신도 결과물에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자신의 단편의 정수를 응축하고자 했던 이 책은 포크너에게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미학적 결정체이자 내면적 서사의 결산이라 할 수 있다.
저자

윌리엄포크너

저자:윌리엄포크너(WilliamFaulkner,1897~1962)
서사와문체,인간존재에대한근원적질문을통해세계문학사의지형을바꾼20세기를대표하는소설가중한명.미국남부의신화적공간인요크나파토파를배경으로독자적인서사우주를구축했으며,인간의죄의식,역사,시간,정체성을끊임없이해체하고재구성했다.1897년미국미시시피주뉴올버니에서태어난포크너는옥스퍼드에서성장했다.어린시절부터문학과미술에관심을가졌으며,윌리엄셰익스피어,조지프콘래드,제임스조이스,셀린,도스토옙스키,톨스토이의영향을받았다.1차대전당시캐나다공군에지원했으나실전에는투입되지않았다.전쟁이후고향으로돌아와우체국직원,대학행정직원,작사가,시인등다양한일을하며글을쓰기시작했다.1929년발표한장편『소리와분노』는포크너문학의전환점을이룬작품으로몰락하는남부사회의내면을심층적으로그려냈다.이후『내가죽어누워있을때』,『압살롬,압살롬!』등에서더욱급진적인서사실험을이어나갔다.
포크너는허구의남부군郡인요크나파토파를창조해이지역의인물과사건,역사와신화를바탕으로19편의장편소설과다수의단편을엮어‘하나의문학적우주’를건설했다.그의세계에는과거남부의영광과노예제의그림자,전쟁의상처,백인과흑인의갈등,빈곤과몰락의현실이교차하며,이모든것이언어와시간,의식의실험속에서구현된다.그의분열된화자,중첩된시점,복잡한문체는난해하다고평가되지만,이는단순한기교가아니라인간경험의본질에접근하기위한구조적시도였다.1949년“심오하고독창적인예술적기교를통해인간의영혼을탐구했다”는선정이유와함께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수상연설에서그는“작가는사랑,명예,긍지,연민,희생,인내-그런것들을쓰지않으면아무것도쓰지않는것이다”라는유명한말을남겼다.이후1951년에는자신이직접선별하여여섯개의주제로분류한『포크너자선단편집CollectedStoriesofWilliamFaulkner』으로전미도서상을수상했다.100편에이르는단편중포크너가42편을추려낸이단편집은장편소설속서사구조와미시적현실묘사를압축해낸포크너문학의정수이자,요크나파토파라는가상의세계를바탕으로구성된근대미국인의기억과무의식의지도이다.그는이단편들안에서폐허와침묵,전쟁과인종,여성과고통,폭력과슬픔을주제로남부사회의해체과정을치열하게추적한다.독립된작품이면서도포크너의장편들과유기적으로연결되어있는이단편들은,그의문학적실험이단지형식에그치지않고미국역사와인간조건에대한총체적인증언이었다는사실을증명한다.포크너는프랑스실존주의자들로부터인간존재의복잡성을문학적으로형상화한작가로평가받았고,라틴아메리카의마르케스,바르가스요사,카를로스푸엔테스는모두그를“자신들의문학적아버지”로언급했다.일본의오에겐자부로,중국의모옌등도포크너의영향아래자신들의고향과가족의이야기를문학화할수있었다고말한다.1962년,미시시피옥스퍼드에서세상을떠난그는미국남부의역사와상처를하나의신화로바꿔놓은작가”로남았다.그의작품은지금도여전히새로운독자와비평가를불러들이며,언어와인간존재,그리고서사라는개념그자체를묻는문학적사유의지평을넓히고있다.

역자:조호근
서울대학교생명과학부를졸업하고과학서및SF,판타지,호러장르번역을주로해왔다.옮긴책으로『나방의눈보라』『레이시즘』『물리는어떻게진화했는가』『아마겟돈』『물리와철학』『장르라고부르면대답함』『도매가로기억을팝니다』『컴퓨터커넥션』『타임십』『런던의강들』『몬터규로즈제임스』『모나』『레이브래드버리』『마이너리티리포트』등이있다

목차


윌리엄포크너노벨상수상연설
작품해제

Ⅰ시골
불타오른헛간
주님의지붕널
키큰남자들
어느곰사냥
두병사
스러지지않으리

Ⅱ마을
에밀리를위한장미한송이
머리카락
황동켄타우로스
메마른9월
죽음의매달리기
엘리
윌리삼촌
마당의노새
그또한괜찮으리라
그저녁의태양

Ⅲ야생
붉은잎사귀
정의하나
어떤구애
로!

출판사 서평

『포크너자선단편집』은전체6부로구성되어있으며,포크너는작품의선별과각부의제목과작품의배치에까지스스로편집자가되어개입했다.포크너의대표작이자미국문학의고전으로자리잡은「에밀리를위한장미한송이」,인간의양심과계급충돌을날카롭게파고든「불타오른헛간」,인종차별의폭력을응시한「메마른9월」,그리고기억과죽음을교차편집하듯구성한「그저녁의태양」등은모두그의미학과윤리,그리고언어실험이극단에다다른지점에서쓰인작품들이다.이단편들의중심무대는그의장편소설들과마찬가지로대부분남부미국가상의지역인요크나파토파카운티를중심으로펼쳐진다.요크나파토파는남북전쟁과인종차별,경제적몰락과종교적죄의식이뒤엉킨,미국문학사상가장정교하게구축된신화적공간이다.포크너는이공간을통해미국이라는국가의가장어두운과거,그비극의진흙탕위에서도인간이여전히사랑하고싸우고,증오하고용서받기를원하는존재임을이야기하고있다.

사르트르가말했듯이“포크너의시간은직선이아니라축적되고병렬적으로뒤섞이는실존적구조를보여주고우리는그를통해존재의미끄러짐과반복을배운다.”포크너의단편들은종종시간과인과의법칙을벗어난다.이야기의결말은이미시작에서드러나기도하고,대화의화자가누구인지중반이후에제시되기도한다.과거는현재와병렬적으로뒤섞이며,인물들의기억과목소리는중첩되어과거와현재를유령처럼헤맨다.이모든기법은독자에게단순한줄거리파악이상의체험을선사한다.독자는이야기의구조속을지나가는게아니라,그속에머무르는존재가된다.포크너는철학적개념없이혼란스러운일상의언어로인간의운명과죄,사랑과증오,패배와자존을이야기했고,그문장은성서의리듬처럼무겁고아름다우며,때로는증인의말처럼단호하고망설임없이던져진다.

포크너는요크나파토파가상징하는‘미국남부’를단순히패배하고과거의인습에얽매인지역의이름이아니라하나의존재론적장소로변모시켰다.그곳은패배자들의공간이자,문명과야만의경계선이며,인간조건의실험실이다.우리에게도시각적으로익숙한미국의화려한도시와산업지대,압도적인자연의풍광이아니라미디어가잘보여주지않는그퇴락한남부의풍경안에자리한인간들은미국이라는이름과어울리지않는듯한낯설음을보여준다.그세계를그린포크너의이야기들이보편적인인간실존의서사로승화된것은맬컴카울리의말대로포크너의작품들이아메리카의신화와상처의핵심을다루고있기때문이다.남북전쟁과인종갈등을주축으로한그세계는진보의대열에서탈락한변방의특이한이야기들이결코아니라21세기미국사회에서도여전히저류에강하게흐르고있는북아메리카대륙의가장깊은상처다.그상처는흑인들의힘이강해진지금더강력한형태의투쟁으로그사회내에서전개되고있다.하지만포크너는어떠한판단도내리지않고남부의풍경을보여준다.과거와현재의중첩속에서인간은어리석음과회한의경연을펼치지만,그것이향하는끝은늘보편적인인간존재의내면이다.

포크너는노벨문학상수상연설에서문학은삶의비탄과인간정신의노력을다루어야한다고했다.사랑과명예와동정과자부심과연민과희생같은인간의내면을다루는것이진정한문학이라고강조했다.그리고그러한인간의목소리가들리는한인간은불멸할것이라고했다.단순히분비샘에서나온이야기가아니라인간영혼과정신에서나온소설들을그는써왔다.『포크너자선단편집』은소설이무엇이될수있는가에대한질문의끝에서쓰인단편들이다.이책은단지과거의문학적유산을돌아보는책이아니다.이단편들은지금도여전히유효한질문들을던진다.우리가타인의고통을어떻게이해할수있는가,죄란무엇이고용서란가능한가,말하지않는것들은어떻게기억되는가,존재는무엇으로이어지는가.그리고포크너는이질문들을철학의언어가아니라이야기의구조,시점의흔들림,음성과침묵의간극을통해묻는다.

이책은포크너를처음접하는독자에게는가장적절한입문서이자,그의작품을사랑해온이들에게는요크나파토파신화를다시체험하게하는고전이다.잔혹하면서도아름답고,고요하면서도무너질듯긴장된언어로씌어진이단편들은문학이도달할수있는가장깊은어둠과가장고요한빛의순간들을담아낸다.그빛과어둠은비탄의침묵속에서,혹은사라진목소리의여운속에서,지금도여전히읽는이를기다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