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만리 (이문길 시집)

허공만리 (이문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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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 걸음에 천리를 가는 시인의 마음, 허공만리의 길 위에서”
1939년 대구에서 태어나 평생 시의 언저리에서 침묵과 고요를 노래해 온 이문길 시인이 아흔을 앞두고 내놓은 열아홉 번째 시집, 『허공만리』.
“다시 마지막 시집을 낸다 / 시 같은 게 없어 / 미안하고 부끄럽다”로 시작하는 ‘시인의 말’처럼, 그는 자신의 언어마저 비워내며 끝내 시로 남는다.
이 시집에는 삶과 죽음, 생과 무생, 사랑과 이별, 그리고 시간의 허무가 한층 투명하게 녹아 있다.
‘산’, ‘구름’, ‘잠’, ‘돌’, ‘별’ 같은 일상의 사물과 자연은 그의 시 안에서 모두 생명을 얻고, 마침내 하나의 세계가 된다.
삶의 여정을 다함으로 겪은 시인이 남기는 맑은 목소리,
허공을 건너는 듯한 이문길 시의 마지막 숨결을 만날 수 있다.

“나는 모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매일 허공만리 길을
간 것이다.”
저자

이문길

저자:이문길
1939년대구출생
1959년서라벌예술대학문예창작과수료
1981년『허생의살구나무』를냄
1983년대구문학상수상
1998년《현대문학》등단
『떠리미』『날은저물고』『헛간』『보리곡식을걷을때의슬픔』『복개천』『초가삼간오막살이』등18권의시집과시선집『그리운집이여』,시·산문집『석남사도토리』,동시선집『눈물많은동화』를냈다.

목차

시인의말

산
옛날
허공만리
산
까치
이렇게편히
생과무생
구름
누가있노
마이산
섬
봄
섬
산
그림자
금
요괴
거울
당산나무
산꼭대기나무들
근린공원
………
소장터
아무리
남은땅
작심
나귀
이상한일
천고
물까치
단풍나무꽃
세월
산새
손목시계
나
고향
5월바람
르누와르
정처없이
호롱불
구름
잠
저승
넷이러라
비
사람
삽
바람
종교와예술
강아지
풀벌레
가을
물고기
하루
참새
별
조화
잠
떨어져야
달맞이꽃
희언
돌
장마
뒷골목에가면
마귀할멈
노아의방주
우리동네
잠안자고사는사람
산
십조의금법
두하늘
코스모스
나는
수부야

출판사 서평

허공을건너는시,허공으로돌아가는시-이문길『허공만리』

이문길시인의열아홉번째시집『허공만리』는한인간이생의끝자락에서남기는가장맑고고요한언어의기록이다.1939년대구에서태어나평생‘흙과산,그리고사람’의세계를그려온그는,이번시집에서마침내자신이걸어온길의끝에이르러“다시마지막시집을낸다/시같은게없어/미안하고부끄럽다”고고백한다.그러나그겸손한서두와달리,이시집은오히려시가사라진자리에서시가새로태어나는순간을보여준다.

『허공만리』는시인이걸어온삶의지형이자,그가떠나려는영혼의지도이다.‘산’,‘구름’,‘잠’,‘돌’,‘별’같은제목의시들이연이어등장하지만,그것들은단순한자연의이미지가아니라,존재의근원에대한물음으로이어진다.“나는모르고있었다/그러고보면/나는매일허공만리길을/간것이다”라는시구처럼,시인은자신이살아온모든날이사실은허공을건너는길이었다는깨달음에이른다.그길위에서그는생과무생의경계를묻고,삶과죽음을나누던모든구획을지워나간다.

이시집의가장깊은울림은비움과수용의시학에서비롯된다.‘생과무생’에서시인은“하늘은생인가,무생인가”라고묻고,“나는무생에서왔기에/와서도생을모르고산다”고답한다.여기서생명은어떤의지나욕망의결과가아니라,스스로의존재를자각하지못한채흘러가는‘허공의숨결’로그려진다.또한‘돌’,‘바람’,‘잠’등의시에서반복되는‘모르겠다’는말은체념이아니라,알수없음자체를껴안는깨달음의언어다.그는묻고,모른다고말하고,그모름속에서다시길을걷는다.

삶의동반자였던아내를떠나보낸뒤의시간또한『허공만리』의주요한정조를이룬다.‘삽’,‘손목시계’,‘조화’,‘단풍나무꽃’등에서그는상실을슬픔으로만받아들이지않는다.“아내가두고간손목시계/아내묘앞에앉아/집에돌아갈때되었는지들여다본다”라는구절처럼,그의애도는일상의사소한물건에깃든사랑의흔적을통해조용히이어진다.그사랑은눈물로마르지않고,오히려시간과사물속에스며들어삶의다른이름이된다.

『허공만리』는죽음을두려워하지않는시집이다.시인은‘저승’에서“저승문앞에서/누가나못들어오게하면/문앞에서자버리면된다”고말한다.이유머와담담함은시인의오랜연륜이빚어낸지혜이며,그가이미삶의고통을모두품은자만이가질수있는평화다.죽음을허무가아닌‘또다른삶의방편’으로바라보는그의시선은,이시대의독자들에게도잔잔한위로로다가온다.

결국『허공만리』는한시인이남긴유언과도같은책이다.그러나그것은끝을선언하는유언이아니라,존재의근원을향해열린문과같다.허공을향해날아가는새처럼,시인은이시집을통해말없이자신의길을완성한다.세상을오래바라본이의눈으로,그는다시묻는다.

“어떻게알겠는가/내가왜살고있는가를.”
그물음에답하지않은채,그는다만시를남긴다.
허공속으로스러지는그언어는,끝내우리모두의길위에서반짝인다.

시인의말

다시마지막시집을낸다
시같은게없어
미안하고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