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가 사는 집

지은이가 사는 집

$13.00
Description
임은자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지은이가 사는 집』은 일상의 작은 움직임과 마음의 파문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포착하는 임은자 시인의 신작이다. 도토리가 용기를 내 “뛰어” 내리기를 응원하는 순간부터(「용기 내」) 마음이 동그래지는 경험(「사각사각」), “내가 밟고 있는 건 나무뿌리, 그리고 엄마”라는 발견으로 이어지는 깊은 울림까지, 시집 전편에는 어린이의 감각과 어른의 시선이 다정하게 겹쳐 있다.
4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도토리의 용기’, ‘상자 속의 상상’, ‘두근거리는 마음의 북소리’, ‘마음에 심은 콩’이라는 네 개의 세계를 펼쳐 보이며, 아이가 스스로를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특히 “난 내가 나인 게 자랑이에요”(「자랑」)라는 시구는 어린 독자에게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힘을 선물하고, “빛은 어둠 속에서 더 빛난다”(「빛」)는 문장은 어른 독자에게도 오래 머무는 위로를 건넨다.
일상의 사물과 장면은 이 책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말을 건다. 의자는 무릎이 되어 어린 시절의 그리움을 품고, 제라늄은 “저 혼자 봄을 낳는” 기적을 보여 준다. 그리고 시인은 우리 삶 깊숙한 곳에서 묵묵히 버텨 준 ‘껍데기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껍데기에게」).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잔잔한 미소와 긴 여운을 남기는 시집이다.
저자

임은자

『시력검사』를쓰고아이들과윙크했어요.
『지은이가사는집』에여러분을초대합니다.

blog.naver.com/silviad

목차

시인의말_

1부뛰어,도토리야

용기내/지은집/요요
먹는다이어트/비오는날
음식을주문할때/알람이우는이유
양심/사과/일매미
사라진그림자/봉숭아물

2부여기상자하나가있어

이건상자야/사각사각/미안해
체리할머니/손톱달/오마이같
말하지않아도알아/빛
작품번호10/제라늄
깜빡깜빡짝짝/의자

3부두둥,두둥

철봉/굳은결심/식구라면서
북소리/응원해/할머니는부름을담당하시지
자랑/안보이는거울/내가밟고있는건
나눠먹다/등긁기/어미
껍데기에게

4부내마음에심은콩

이런책임/자동세차장/끈
석류의무게/토끼빵
핸드폰과쓰레기통과바지와자동차와빨강이란단어를넣고엄마가쓴시.
제목은쓰레기통/홍시/콩
할머니집에는/소금쟁이/어묵은오뎅맛이안나
감사합니다/새가꿈꾸는시간

출판사 서평

임은자시인의두번째동시집『지은이가사는집』은일상의풍경과감정의미세한결을포착해,그안에서자라는‘마음의씨앗’을섬세하게보여주는작품집이다.첫동시집에서특유의위트와따뜻함으로독자의시선을사로잡았다면,이번시집에서는한층깊어진사유와더정교해진언어감각을확인할수있다.아이의언어로말하지만아이의시선만을고집하지않고,어른의마음도함께품어내는넉넉한시의집이펼쳐진다.
시인은이책에서사물과마음,기억과감정,관계와성장으로이어지는다채로운장면을네개의묶음안에배치한다.1부에서는조그만존재들이스스로를믿고세상으로나아가는‘첫걸음’의감정을다룬다.꼭대기에서떨어질까망설이는도토리에게“뛸수있다”고조용히응원하는시「용기내」는작고연약한존재에게건네는부드러운격려다.“먹이말고싹이될수도있어”라는마지막행은도토리가세상에떨어져새로운가능성을품게되듯,우리역시두려움속에서새로운싹을틔울수있음을말한다.또「지은집」에서는‘짓다’라는말의확장을통해‘집’이라는개념을새롭게읽어낸다.밥을짓고,글을짓고,미소를짓는사람들이사는곳이바로집이라는발상은어린이독자에게는신선함을,어른독자에게는잊었던감각을다시일깨운다.
2부의시들은일상속물건과상황을통해마음의모양을비춰보는작품으로가득하다.「사각사각」에서는‘쓰는행위’를통해마음이“사각사각이던마음이동글동글”해지는경험을표현하며,글쓰기와마음의정리가같은결에놓여있음을보여준다.「말하지않아도알아」에서는말대신뒤통수를‘툭’치는아이들의세계를한편의작은드라마처럼펼쳐보이는데,이행동하나에우정과미안함,감사가모두담겨있다.이러한표현들은시인이어린이의몸짓과감정을얼마나섬세하게관찰하는지잘드러낸다.
3부로넘어가면관계의무게와따뜻함이진하게스며난작품들이중심을이룬다.“난내가나인게자랑”이라는「자랑」의명료한진술은어린독자에게는자신감을,어른독자에게는잊고지낸자기긍정의힘을떠올리게한다.「내가밟고있는건」에서는발아래있는나뭇가지가사실은뿌리였다는깨달음이,곧‘엄마가나를떠받치고있다’는감각으로연결된다.단순한관찰을통해깊은정서를퍼올리는시인의역량이돋보이는대목이다.
지은이가사는집-임은자동시집
4부에서는시인의사유가가장깊고너른방향으로뻗어나간다.「자동세차장」은외부의먼지와마음의먼지를같은결로바라보며,숲을한바퀴도는행위만으로도마음이‘깨끗해지는’과정을유머러스하게그린다.「껍데기에게」에서는세상사람들이알맹이만칭찬하는동안묵묵히그곳을지켜준‘껍데기들’에게감사의인사를건네며,존재의본질과역할의의미를다시묻는다.이러한사유는어린이독자에게는‘다르게보기’를,어른독자에게는‘다시바라보기’를가능하게한다.
전체를관통하는정서는‘작지만단단한마음의성장’이다.시인은휘황찬란한사건을보여주지않는다.대신일상에서흔히지나칠법한장면-도토리,상자,의자,가스밸브,제라늄,숫자키패드,봉숭아-에시적숨결을불어넣어독자가그안에숨어있던감정과의미를발견하도록이끈다.그과정에서독자는자연스럽게‘내마음이사는집’을돌아보고,소중한사람과의관계를떠올리고,잊고있던다정함을되찾게된다.
『지은이가사는집』은아이에게는세상을새롭게바라보는눈을,어른에게는잊었던감정의결을돌려주는시집이다.조용하지만단단하고,사소하지만깊은울림을전하며,누구나편안히머물수있는시인의‘집’으로독자를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