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서 피어난 가장 따뜻한 온기!”
박채현의 동화집 『완일이와 완이』는 얼핏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디스토피아 혹은 SF적 미래를 배경으로 삼고 있는 듯 보입니다.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로봇들이 흔해지고, 아이들은 미세먼지를 피해 집에서 공부하며 학교에는 자신과 똑 닮은 ‘복제 로봇’을 보냅니다. 심지어 인간의 기억과 외모를 그대로 이어받은 정교한 생체 로봇(아이보그)이 쌍둥이로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 책이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차가운 과학 기술이 아닌, 역설적이게도 ‘가장 뜨거운 인간적인 온기’입니다.
작가는 수록된 이야기들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진짜와 가짜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감정 수업을 통해 겨우 질투를 배운 로봇 강아지 ‘루키’는 아픈 할머니와 진짜 강아지 '머루'를 위해 비를 맞으며 금지된 외출을 감행합니다. 나비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전원을 꺼버린 가람이의 복제 로봇 이야기를 통해서는 로봇이 인간보다 더 이타적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표제작인 「완일이와 완이」에서는 자신들이 죽은 소년의 대체품으로 만들어진 로봇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 앞에서도 서로의 손을 더 꽉 쥐며 “우린 친구고 가족”이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연대가 빛을 발합니다.
미래 사회를 다룬 작품들 외에 동물원 코끼리의 죽음을 다룬 「루디의 외출」이나, 송아지의 출산을 돕는 「오, 나의 샘물」 또한 맥락을 같이 합니다. 인공지능 카메라는 소의 이상 행동을 감지해 줄 수는 있지만, 차가운 우리 속에서 무서워하는 송아지를 직접 받아내고 품어줄 수는 없습니다. 생명을 돌보고 교감하는 일은 오롯이 체온을 가진 인간과 생명체들만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 동화집은 어린이 독자들에게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은 고독을 돌아보게 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과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 왜 중요한지를 스스로 깨닫게 만듭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독자들은 로봇 강아지 루키처럼, 쌍둥이 완일이와 완이처럼 가슴속에 뭉클하게 차오르는 진짜 ‘눈물’의 의미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작가의 말
세상은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요. 통신이 발달한 덕분에 멀리 있는 곳의 소식도 금세 알 수 있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는 아주 많은 사람과 함께 있어요. 하지만 친구는 몇이나 될까요?
가까이 있는 사람과도 마음을 터놓지 못할 때가 많아요. 무심코 한 말이 서로를 갈라놓기도 하지요. 편 가르는 마음 깊숙한 곳에는 내가 더 잘났다는 마음이 있어서 일 거예요. 사람이 동물보다 낫고, 우리나라 사람이 더 잘 났다는 마음이 우리를 갈라놓지요.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친구는 같이 놀잖아요.
“같이 놀자!”
이 말이 얼마나 반가운 소리인지 어린이들은 다 알 거예요. 맞아요. 같이 놀면 친구가 되는 거예요. 편 가르지 않고요. 로봇과는 친구가 될 수 없을까요? 고양이는요? 나비는요? 소는요?
맨발 걷기를 가끔 해요. 흙길 위에 개미가 지나가고, 지렁이도 지나가요. 개미가 지나간 길을 나도 지나가지요. 지렁이가 지나간 길을 나도 따라가지요. 신기하게도 맨발로 걷다 보니 개미와 지렁이가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발을 신고 걸을 때는 내가 조금 더 잘난 것 같았는데 말이에요. 맨발로 걷다 보니 개미와 지렁이와도 친구가 된 것 같았어요. 누가 깨끗하고 더러운 것도 없었어요. 친구가 되려면 같다고 여겨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나름의 마음이 있겠다.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인정받고 싶겠다.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귀한 대접을 받고 싶겠다.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어울려 지내고 싶겠다. 그런 마음을 동화에 담았어요.
진짜 강아지가 되고 싶은 로봇 강아지 루키, 친구들과 어울려 뛰놀고 싶은 찬이, 로봇이지만 존중받고 싶은 완일이와 완이, 자유롭게 살고 싶은 침팬지 루디, 소와 친구가 된 홍재, 전단 돌리는 아이 승재가 여러분과 친구가 되면 좋겠어요.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지만 우리는 천천히, 하루하루를 잘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말이 통하면 아이와 어른이 친구가 될 수 있듯이, 마음을 더 낮은 곳에, 걸음을 더 천천히 주변을 살펴봐요. 매일 새로운 친구를 사귀어 봐요.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같이 노~올~자!”
이렇게 외치기만 한다면요.
2026년 무지무지 더운 날에
개미와 지렁이와 친구가 된 박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