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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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아름다운 인연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관계의 함정이 되기도 하는 ‘언니’라는 호칭.
… 피를 나눈 내 언니의 몸 속으로 들어가본다면?
한국문학의 다채로운 여성 서사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앤솔러지가 출간되었다. 다섯 명의 젊은 여성작가가 각기 다른 시선으로 빚어낸 ‘언니’들의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익숙하고 흥미진진하다. 이서수의 소설은 젠더로서의 여성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부조리한 여성의 현실을 되돌아보는가 하면 그로부터 성찰과 한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한정현은 격동의 시간 속 이름 없는 여성들의 삶을 생생히 재현하여 독자를 마치 그 시절로 타임슬립시킨 듯한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유일하게 판타지 요소를 접목한 박서련의 자매 이야기는 치명적인 사랑스러움과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을 것이다. 이주혜는 관계 속 상실과 위로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한때 이름을 바꾸며 서로의 삶을 응원했던 친구, 즉 서로에게 힘이 되었던 존재의 이야기를 그린다. 아밀은 차별과 모순에 대한 사려 깊은 목소리로 따뜻한 울림을 전하며 읽는 이의 마음에 오래도록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

이서수,한정현,박서련,이주혜,아밀

저자:이서수
2014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5·18문학상,젊은작가상,이효석문학상,황산벌청년문학상을수상했다.펴낸책으로장편소설『당신의4분33초』『헬프미시스터』,소설집『엄마를절에버리러』『젊은근희의행진』등이있다.

저자:한정현
2015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등단했다.오늘의작가상,젊은작가상,퀴어문학상,부마항쟁문학상을수상했다.소설집『소녀연예인이보나』『쿄쿄와쿄지』,장편소설『줄리아나도쿄』『나를마릴린먼로라고하자』등이있다.

저자:박서련
철원에서태어났다.한겨레문학상,젊은작가상,이상문학상우수상,SF어워드우수상등을수상했다.소설집『호르몬이그랬어』『당신엄마가당신보다잘하는게임』『나,나,
마들렌』등이있고장편소설로『체공녀강주룡』『마르타의일』『마법소녀은퇴합니다』등이있다.

저자:이주혜

2016년《창비》에서실시한창비신인소설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신동엽문학상을수상했다.소설집으로『그고양이의이름은길다』『누의자리』,장편소설『자두』『계절은짧고기억은영영』,산문집『눈물을심어본적이있는당신에게』와다수의역서가있다.

저자:아밀
소설가이자번역가,에세이스트로활동하고있다.대산청소년문학상동상을수상했으며,2018SF어워드중·단편소설부문우수상과2020SF어워드중·단편소설부문대
상을수상했다.소설집『로드킬』,장편소설『너라는이름의숲』,에세이『사랑,편지』등이있으며다수의역서가있다

목차


어느한시절이서수
그언니,사랑과야망한정현
둘중에하나박서련
순영,일월육일어때이주혜
나를다문화라불렀다아밀

출판사 서평

사랑과연대의호칭으로다가온사람들…
그때는몰랐던,관계의진실과비밀들에대하여.

이서수,「어느한시절」

읽다보면절로공감할수밖에없는우리에겐그런‘어느한시절’이있었지라고회상하게되는일이있다.이서수의「어느한시절」에등장하는엔빵언니는과거에도있고지금도여전히있는또다른우리의모습이아닐까생각해보게된다.동생들과있을때는무조건더치페이를하지만언니들과있을땐항상얻어먹는진희언니.윗세대와아랫세대의장점을골고루취하는사람들은비단어느한시절만의이야기는아닐것이다.하지만소설은거기에서끝나지않는다.

-“나보다먼저내리는언니가하차벨을누르더니주머니에서카드를꺼내손에쥐었다.언니에게대신태그해줄테니카드를달라고말했다.나는그런챙김이좋았다.특별히큰이득을얻는것도아니고손해를보는것도아닌선에서서로베풀고받는작은챙김이.그런것이라면얼마든지할수있었다.그런데언니가괜찮다며손을저었다.어려운것도아닌데,뭘.나는팔을뻗어단말기에언니의카드를태그해주었다.언니가주머니에서버터스카치캔디를꺼내더니내손에쥐여주며말했다.아나.”_p.49

한정현,「그언니,사랑과야망」

오래전‘사랑과야망’이라는드라마가있었다.돌이켜보면그작가의드라마에등장하는여주인공들은모두가똑똑했다.아무리가부장제라해도남편에게할말다하고대가족밥상머리에서도꼬박꼬박입바른소리를하는어머니가있었다.그래서더그드라마의인기가높았다.이소설은드라마〈사랑과야망〉과는관계가없다.지방신문기자로근무하는이선이사쿠라다방미쓰윤이들려준이야기를기사로쓰면서겪게되는수난에관한이야기다.그런데미쓰윤이감쪽같이사라졌다고한다.광주사태를취재하던여기자가사라졌다고말해주었던미쓰윤이.

-“80년에사라진그애는다시안돌아올거니까.그때돌아오지못한사람들은,이제돌아오지못하니까.이선은퍼뜩사장의얼굴을한번바라봤다.여태이선이알던그얼굴이아니었다.〈사랑과야망〉은드라마에서만하자,응?그러고사장은그뒤로광주에한동안돌아오지않았다.돌아오지않은건사장뿐아니었다.미쓰윤을다시봤다는사람또한없었다.나만남은건가,이곳광주엔?”_p79

박서련,「둘중에하나」

내가온마음을다해좋아하는것과나자신과둘중하나를선택하라면무엇을택해야할까.평창고택친척의장례식에와서우연히마주친양복입은젊은남자,흰와이셔츠에검은정장차림의잘생긴남자를본나는그를‘피아노남자’유령이라고상상한다.그런데그는언니와잘아는사이같다.일주일이지난후언니는그피아노남자를집에데려와내과외선생으로소개한다.과외가끝난후나는곧장이모할머니댁을찾아갔다.좋아하는남자가생기면나는언제나이모할머니를찾아가곤했다.그리고다짜고짜언니와나를바꿔달라고졸랐다.두사람이사귀는지알고싶어졌기때문이다.남을빙의시킬수있는특별한능력이있는이모할머니에게그것은어려운부탁이아니었다.할머니는웃음을참지못하고말했다.

-“누구든자매랑엮이면동생을더좋아하게되어있어.지나가는사람들붙들고물어봐도열에아홉은그렇게말할게다.”
정언쌤은,그런사람,아니면,어떡해요.더어리다고,좋아하는,그런사람,아닐걸요.정언쌤은.
“글쎄그건어려서가아니라,살아보니왠지그래서그렇다고하는거야.정말그총각이너희언니를좋아하는걸로밝혀지면그때가서바꿔주마.”
역시그렇죠,이모할머니는할수있죠?소리내서말하지않았는데도할머니는내마음을읽은듯이고개를끄덕였다.-p117

이주혜,「순영,일월육일어때」

굳건할줄알았던하나의세계가붕괴했다.바로내가‘언니’라고부르고싶었던존경해마지않던한친구에관한이야기다.대학에입학해인기없는동아리‘함읽세(함께읽는세계)’에서순영과나는처음만났다.원래내본명은차영순이었고순영의원래이름은홍은수였다.함읽세첫날각자가명을지으라는선배들의주문에우리는서로의이름을가져다가바꿔부르기시작했다.마르크스와엥겔스를읽었던동기들이학회를떠나자순영과나는함읽세의커리큘럼을바꿔시몬드보부아르와마거릿생어의전기를찾아읽었다.나혜석과김명순,윤심덕에관한자료를찾아도서관을뒤졌다.함읽세는어느덧여학생들사이에서가장인기있는학회가되었다.

-“그애의말에따르면순영은나와연락이뜸했던고작몇개월사이에임신했고미국대학원에진학하기로한남자친구와결혼식을올리고함께유학을떠나기로했다.당연히임용고시준비는그만두었다.순영의친가는대구에서탄탄한사업체를운영하는부자이고남자는작은아파트한채말고딱히재산이랄게없는말단공무원집안인데,순영의아버지가재수시절부터그남자를사윗감으로점찍고두사람의교제를‘관리’했다고했다.미국유학과신혼생활에드는비용도전부순영의집에서대주기로했다.
아마순영의아버지는서울대에다니는사위가미국에서석박사학위를따고한국에서교수가되어자신을교수장인으로만들어주길바라는것같다고,순영과별로친한것같지않았던그애는말했다.”-p.155

아밀,「나를다문화라불렀다」

가까울수록알수없는것이사람의마음이다.무엇보다우리가존중하고지켜야할예의에대해생각해보게하는소설이다.현서와현주는인도네시아출신의어머니와한국인아버지사이에서태어난혼혈자매다.현서는현주보다피부색이더밝고이목구비가아빠쪽을닮아서전형적인한국인처럼생겼지만현주는그와정반대였다.소설가인현서는모처럼새로운소설을발표하는데,그것은그녀가이전에썼던소설과는여러모로차원이다른소설이었다.내용이다문화가정아동들이처한취약한상황과차별피해그리고학교폭력에관한이야기를소재로하고있었기때문이다.현주는이전에느낀적없었던분노에사로잡혔다.

-“한참생각하던현주는벌떡일어나서핸드폰을다시집어들었다.그러고자세를바로하고앉아SNS에들어갔다.글을적기시작했다.

장현서는학교폭력의피해자가아니라가해자다.오히려장현서가인기를힘입어나를따돌리고괴롭혔다.
가해자이면서피해자인척소설을쓰고돈을벌고인기를얻다니,정말가증스럽다.”
-p.178

저자의말

돌아보면모두어느한시절에불과하다고생각하곤했지만,꿈속에서나는시간의간극을잊고그들과한없이친밀해졌다.저절로다정해졌다.꿈은인과적인시간이사라지는공간이라는걸알면서도여러시절이겹쳐서내앞에하나의시간으로펼쳐지는광경은무척경이롭다.무엇도연연하지말고살자는마음은그런꿈을꾸고나면제법희미해진다.
사실잊히는것은없는지도모른다.나를형성하는결정적인것은그런일들인지도모른다.
-이서수

나는평범한사람들의이야기가하고싶었다.그러니까지극히,평범한여성들의이야기.성공도하고싶고,잘난체도하고싶고,가고싶은곳도있고,이루고싶은것도많은,
하지만자신의현실이그것에미치지않는다는것도잘아는,지극히평범한여성들의이야기.그들에게언니,동생이란이런속내를털어놓고덮어주고도와주는존재라고생각했다.그렇다면,이언니와동생들의80년대는어땠을까,이것은늘내게숙제같은일이다.
-한정현

마침표를찍고나서다시는거들떠보지않게되는소설이있고,나도모르게자꾸자꾸들여다보게되는소설이있다.잘썼는지못썼는지의문제가아닌것같다.내생각에자기가쓴소설을보고또보게되는심리는다음두마음의사이에있다.손에낀반지를보려고손등을연신하늘에치켜올려보게되는마음과생리혈이새진않았는지살피느라모가지를등뒤로홱돌리게하는마음.이중어떤마음에가까울지는모르지만「둘중에하나」도자꾸자꾸확인해보고싶은소설이었다.
-박서련

‘언니’라는호칭은,적어도내게는,늘수발신에오류가생기는기분이다.‘언니’라는말을들을때마다이명과도같은배음이깔리는데,그역시나만들을수있는전기신호다.그낯선음의토막들을주워모아소설을써보았다.어지러운오류들사이로누군가는나와같은신호음을들을수있지않을까,하는이상한믿음도품었더랬다.
-이주혜

과연누구에게글을쓸자격이있는지,그런자격은누가결정하는것인지에대해점점더많이생각하게됩니다.이소설은그런제고민들을바탕으로하는것입니다.부디이
소설이누군가에게결례가되지않았으면하지만,모든사람에게마냥편하게읽히기를바라지도않는걸보면제마음도참모순적인것같아요.모순을해결하지않고남겨두는마음으로,이만줄입니다
-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