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조직 이야기 (낯익은 장면의 다른 시선)

영화 속 조직 이야기 (낯익은 장면의 다른 시선)

$22.00
Description
프롤로그-왜 영화와 조직인가

우리는 종종 ‘그 영화 봤어?’ 혹은 ‘무슨 영화 좋아해?’라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이 짧은 한마디로 낯설고 어색한 상황은 금세 풀리고, 서로 간의 거리는 조금씩 좁혀진다. 인상 깊었던 장면에 공감하게 되면 대화는 더욱 깊어진다. 이처럼 영화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자연스러운 소통의 언어이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한 대화의 소재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경험과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창이기도 하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문득 이런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이 영화 속 이야기는 현실일까, 아니면 상상일까.
영화가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단정하는 순간 상상의 세계는 좁아지고, 반대로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라고 치부하는 순간 그 안에 담긴 현실을 놓치게 된다. 이처럼 영화는 언제나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우리를 세워둔다. 그곳에서 우리는 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고,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경계에서 영화와 조직을 연결하려는 시도이다. 영화와 조직이라는 언뜻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세계가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론을 딱딱하게 설명하기보다 영화라는 렌즈를 통해 조직의 숨겨진 원리와 사람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조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또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영화에는 어떤 형태로든 ‘조직’이 등장한다. 특히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은 영화 대부분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조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회사, 정부, 군대, 학교처럼 눈에 보이는 조직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권력과 관계의 질서 역시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재현된다. 우리가 흥미롭게 보아 온 수많은 영화 이야기는 결국 조직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생각해 보려는 것이다.

영화를 통해 조직을 바라보려고 한 것은 영화가 가진 매력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매력은 현실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는 데 있다. 오히려 현실을 비틀고, 과장하며, 때로는 극단으로 밀어붙임으로써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장면들을 낯설게 만든다. 영화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으면서 우리로 하여금 ‘다시 보게’ 만들고, 우리가 일상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현실을 선명하게 비춰준다.

영화의 더 큰 매력은, 현실과 세상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포착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변화하는 조직의 모습과 그 이면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역사와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아내며, 개인주의가 확산하면서 달라지는 기존 조직의 해체나 위기 상황도 숨기지 않고 재현한다. 나아가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의 형상들을 수년 또는 수십 년을 앞서 생생하게 포착하기도 한다.

영화의 이런 매력들은 우리로 하여금 조직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조직의 본질과 실체를 깊이 들여다보고 질문하게 된다. 조직은 따뜻한 둥지인가, 가혹한 감옥인가. 삶의 터전인가, 혹은 삶의 굴레인가. 조직은 개인을 어떻게 지배하고, 개인은 조직을 어떻게 지배하는가. 궁극적으로 ‘과연 조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른다.

이러한 질문들을 바탕으로 이 책은 장별로 다양한 조직들을 살펴본다. 시대와 세대를 대표하는 스물여섯 편의 작품들을 통해 조직의 모습과 변화의 방향을 함께 읽어보려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큰 흐름에 따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장에서는 조직의 개념과 양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그 변화는 조직의 균열이나 해체를 시사한다. 영화 「대부」와 「내부자들」을 보고 조직에서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를 살펴보고, 다가온 조직 위기의 현실을 살펴본다.

제2장과 제3장은 다수 개인과 일인 리더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인간의 동기는 과학이 아니며, 진정한 리더십은 리더십이 없는 것이라는 도전적 과제를 던진다. 고전 영화 「모던 타임스」를 통해 공장 같은 조직 생활의 비애를 이야기하고, 「링컨」과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며 사람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지 묻는다.
제4장과 제5장은 권력의 본질은 결정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권력과 결정의 작동 방식을 알아보고자 한다. 「폴란드 1943」을 통해 권력과 복종이란 무엇인지,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통해 어떻게 다수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결국 권력과 결정이 어떻게 이
루어지는지 그 과정에 대해 자문한다.
제6장과 제7장은 조직 내부의 갈등과 팀의 역동성을 다룬다. 「남한산성」에서 갈등의 현실과 결과를 보게 되고, 「암살」에서 역동적 팀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갈등이 어떻게 협력의 기회가 될 수 있는지, 작은 팀이 어떻게 큰일을 해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제8장과 제9장은 둥지를 떠난 탈조직의 자유에 대해 살펴본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부터 관료제의 형식주의에 희생된 인간의 비극적 결말을 보게 되고, 「빅 쇼트」를 통해 조직의 민첩성을 살펴본다. 「머니볼」 조직의 생존 전략을 통해, 조직 내부 역량과 환경 대응 역량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제10장과 제11장에서는 변화와 혁신은 현실적인 아픔을 상기하며, 명품 조직은 문화가 만든다는 뜻을 되새겨 본다.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의 혁신 의지와 방식을 배우고, 「인턴」을 통해 새로운 문화의 창출을 구상한다.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 어떤 문화에서 구성원들이 행복하고 성과가 높을 것인지 질문한다.

제12장과 제13장에서 다루는 마지막 주제는 미래 조직의 양상이다. 2020년에 개봉한 새 「레미제라블」과 「조커」를 이야기하며 일탈한 개인과 집단들이 만든 새로운 세계와 마주한다. 「월·E」와 「더 크리에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 조직을 그린다. 전통적 조직은 어떤 위기를 맞고 있는지, 인간은 인공지능과 어떻게 공존하게 될 것인지 질문한다.

이 책이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만의 대안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각과 지혜를 열어주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영화를 통해 조직의 현실과 미래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각 장에서는 주제와 영화를 개별적으로 연결해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의미는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서로 다른 영화로 같은 주제를 다시 읽고, 같은 영화를 다른 주제로 교차해 해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그것들은 서로 얽혀 있으며, 함께 읽힐 때 더 선명해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지난 10여 년간 전공과목으로 영화를 통해 조직 이론을 가르쳐 왔다. 이번 학기부터는 ‘영화 속 조직의 이해’라는 이름으로 수업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팀 토론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나누는 교양 수업이다. 의외로 학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자유롭게 영화를 선정하고 그 속의 조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흥미와 성취를 경험하는 듯하다.
이 책은 조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조직을 이끄는 분들은 자신의 조직을 성찰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특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면 더욱 좋겠다.
아울러 이 책에서 다루지 못한 더 많은 영화를 접해보기를 권한다. 과거의 명작부터 최신 영화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시공간을 넘어 공존하는 영상 시대다. 그 영화들 속에서 다양한 조직의 모습과 그 이면을 새롭게 읽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조직의 관점에서 영화를 바라보려는 첫 시도인 만큼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조언과 비판을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2026년 여름
이창길
저자

이창길

이창길

세종대학교행정학과교수이자조직학자이다.행정고시에합격하여공직생활후20여년동안조직이론의연구와강의에전념하고있다.미국코넬대학교에서조직학박사학위를취득하였고,정부조직의관리와개편과정에참여하였다.
한국조직학회회장을역임하였고,조직의인간적가치와공공성을탐구하는연구를지속하고있다.특히미래세대에적합한새로운조직의모습을모색하며조직이론의지평을확장하는데관심을두고있다.
최근에는조직이론의인문학적접근을시도하며,영화를통해조직을이해하고해석하는새로운학문적가능성을탐구하고있다.교양과목「영화속조직의이해」를강의하며영화조직학의정립과발전을위한연구를이어가고있다.
주요저서로는『정부를바꿔라』(2015,공저),『대한민국공무원,그들은누구인가』(2018,공저),『대한민국인사혁명』(2020),『인적자원행정론』(2022),『조직학의주요이론』(2024,편저)등이있으며,다수의논문과저술을발표하였다.

목차

차례

프롤로그왜영화와조직인가
감사의글

제1장조직은왜흔들리는가-영화속조직의균열
내부자들×대부×레미제라블(2020)
‘조직사회’의위험한질주
영화속의카르텔과마피아
탈조직사회를위한대안은?
포스트모던사회,위기의조직
새「레미제라블」,조직을해체하다

제2장인간의동기는과학이아니다
모던타임스×링컨
찰리채플린이본공장관료제
현대조직관리자들의유혹
인간은조직의부품인가
테일러인가?찰리인가?
영화속링컨대통령의‘호메오스타시스’
‘사람’중심조직은성공할까
‘떠돌이’찰리의춤과꿈

제3장진정한리더십은리더십이없다
대부×죽은시인의사회
대부콜레오네의카리스마
카리스마인가?민주주의인가?
리더는태어나는것인가
키팅선생님의리더십철학
대부키팅과교사콜레오네,성공할까
똑똑한부하와무능한리더
키팅과콜레오네,진정한리더는?

제4장복종없는권력은실패한다
폴란드1943×어퓨굿맨×서울의봄
영화속폴란드의여름
조직내권력,어떻게사용할까?
명령‘코드레드’에반격을날리다
스탠리밀그램,복종을실험하다
서울의봄은왜핏빛이었나

제5장결정은외롭지않아야한다
더포스트×12명의성난사람들
캐서린회장의고독한결단
열두명의성난배심원들
조직의핵심은결정이다
합리적결정,가능한일인가?
명장의결단인가?군중의지혜인가?

제6장갈등은곧협력의기회이다
남한산성×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
최명길과김상헌,갈등의씨앗
갈등은왜극단으로치닫는가?
프라다를입은악마였다
신뢰가갈등을해결할까
협상은과학인가,예술인가
우리는왜협상에미숙한가
조직관리자는곧중재자다

제7장작은팀이큰산을뚫는다
암살×탑건:매버릭
암살팀,단단하게뭉쳤다
탑건팀,타깃을적중하다
김원봉과매버릭,최강팀을이끌다
팀은어떻게형성되는가?
팀오브팀스(teamofteams)를위하여
인간과AI가한팀이되다

제8장탈조직의자유가조직을살린다
나,다니엘블레이크×빅쇼트
다니엘이체험한관료제
베버,몸젠,마르크스가제기한문제들
「빅쇼트」펀드회사의탈관료제
고체조직인가?액체조직인가?
다니엘과바움의최후선택

제9장둥지를떠난새가성공한다
포드v페라리×머니볼
아이아코카가보는엔초페라리
우리조직은생존할것인가소멸할것인가
‘머니볼’이살아남은이유
동종업계는동형으로움직인다?
적소를찾아라
비디오가게는왜사라졌나
10년후포드는어떻게될까?

제10장변화는아름다운구호가아니다
뛰는백수나는건달×명량
백수와건달은어디에도있다
여자친구,사표를쓰다
거북선을태워버린이순신
혁신,최대의적은두려움
혁신의단칼,약인가?독인가?
파괴적혁신을위하여

제11장명품조직은문화가만든다
겅호×인턴
미국공장의아침체조
오우치가말한문화충돌
신세대CEO와시니어인턴
우리조직은어떤문화인가
우리의문화는진정변하고있나
꼰대와루니튠즈(looneytunes)
건강한나무는비옥한토양에서자란다

제12장외로운늑대들의반란이시작되다
레미제라블(2012)×레미제라블(2020)×조커
레미제라블,계몽의상징인가
새「레미제라블」의무질서한뒷골목
외로운늑대‘조커’의반격
카오스의세계,현실인가?
포스트모던조직,해체하는가
미래는유토피아인가디스토피아인가

제13장비이성의시대,미래조직을탐하다
월·E×더크리에이터
「월·E」의선장,인간의미래인가
인간과AI의전쟁,승자는누구인가
멋진‘신세계’와‘빅브라더스’
비이성과역설의시대
AI는인간을지배할것인가

에필로그-영화조직학,그첫걸음을떼다
에필로그의프롤로그
왜우리는영화를통해현실을이해하려하는가
영화적상상속에담긴아름다움(美)이란무엇인가
영화와사회는어떤관계를맺고있는가
영화속조직을어떻게이해하고해석할것인가
영화와조직의학문적융합,그첫걸음을떼다


참고문헌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