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비행

야간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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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간의 목숨이 무엇보다 소중하다 해도,
우리는 늘 인간의 목숨보다 더 값진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나요.
대체 그건 뭘까요?”
-작중 ‘리비에르’의 말

보이지 않는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
프랑스 작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소설 야간 비행은 1930년대 남미 항공우편 노선을 배경으로, 인간이 감당해야 할 선택의 무게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항공 기술이 아직 완전하지 않았던 시기, 어둠과 폭풍을 가로지르며 편지를 나르던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모험을 넘어 존재의 조건을 되묻는 서사로 확장된다.
소설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기지에서 모든 노선을 총괄하는 리비에르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그는 각지에서 출발한 비행기들의 위치를 확인하며, 정해진 시간 안에 우편을 연결해야 하는 임무를 지휘한다. 한 편의 지연은 전체 흐름을 흔든다. 그에게 비행은 개별 조종사의 일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이어 주는 하나의 체계다.
그 질서를 시험하듯, 파타고니아 노선을 맡은 조종사 파비앵은 밤하늘에서 거대한 폭풍과 맞닥뜨린다. 별빛조차 사라진 구름 속에서 그는 방향을 잃고, 계기판과 무선 신호에 의지한 채 비행을 이어 간다. 기지에서는 그의 위치를 더 이상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짧은 교신만이 그가 아직 비행 중임을 알려 준다.
리비에르는 상황을 보고받는다. 기상은 악화되고 다른 노선의 항공기들도 위험에 놓일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운항 중단을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지금 멈춘다면 어렵게 구축한 항공우편 체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판단은 때로 비정하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단순한 효율이 아니라 무너져서는 안 되는 질서를 유지하려는 강철같은 의지가 놓여 있다.
저자

앙투안드생텍쥐페리

앙투안드생텍쥐페리(1900~1944)는작가이자비행사로,인간정신의고귀함과책임,연대의가치를탐구한20세기프랑스문학의상징적인물이다.1900년6월프랑스리옹의귀족가문에서태어난그는어린시절부터하늘과기계에남다른애정을보였다.군대에복무하며비행기조종기술을익혔고,이후민간항공회사의항공우편비행사로서사막과바다,혹독한기상속에서극한의경험을쌓았다.이러한비행체험은영감의원천이되어《야간비행》,《남방우편기》등에서인간의고독과책임,용기에대해성찰하는서사로재탄생했다.생텍쥐페리가직접그린삽화가수록된대표작《어린왕자》는단순한우화를넘어삶의의미와사랑,타자와의관계를묻는철학적작품으로,전세계독자에게시대를초월한감동을주어20세기이후가장널리읽힌문학작품가운데하나로자리잡았다.그는제2차세계대전이발발하자자유프랑스군에합류해정찰비행임무를수행했고,1944년지중해상공에서비행중실종되었다.마지막순간까지비행에대한사랑과인류에대한신념을잃지않았던그는,누구보다치열하게세계를바라보고인간의존엄을기록한작가였다.

목차

작가소개
머리말
야간비행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고독속에서완수되는한사람의결단
한편파비앵의비행은점점더깊은어둠속으로들어간다.연료는줄어들고,탈출할경로는보이지않는다.그는되돌아갈수도멈출수도없는상황에서끝까지비행을이어간다.그에게남은것은외부의명령이아니라스스로의판단뿐이다.이항로는점차세계와단절된채,오직자기존재와마주하는시간으로변한다.
지상에서는또다른시간이흐른다.그의아내는귀환을기다리며밤을견딘다.그녀에게비행은영웅적인사건이아니라,언제든삶을뒤흔들수있는현실이다.이장면은하늘위의결단과지상의일상이교차하는지점을드러내며,한사람의선택이타인의삶에남기는흔적을조용히보여준다.
이처럼소설은두인물을통해서로다른차원의책임을대비시킨다.리비에르는판단의자리에서결정을내리고,파비앵은그결정을자신의몸으로통과한다.하나는질서를유지하기위해선택하고,다른하나는그선택을끝까지수행한다.
이이야기에서중요한것은결과보다태도다.무엇이성공했는가보다,어떤기준으로행동했는가가더본질적인문제로남는다.생텍쥐페리는이를통해책임을도덕적규범이아니라,인간이세계와관계를맺는방식으로제시한다.
또한《야간비행》은인간이왜위험을감수하는지를묻는다.작품속인물들은보상을기대하지않는다.그들을움직이는것은각자가맡은역할과그것이타인과이어져있다는인식이다.작가특유의절제된문체역시이러한긴장을강화한다.감정을직접설명하지않고상황만을제시하는방식은독자로하여금인물의내면을스스로해석하게만든다.밤하늘이라는제한된공간은이러한문체와결합해,고요하면서도압도적인긴장을만들어낸다.

왜지금생텍쥐페리인가?
앙투안드생텍쥐페리의작품은인간의존엄과책임,그리고타인과의연결을일관되게탐구해왔다.그는한개인의선택이다른이들의삶과어떻게이어지는지를집요하게그려낸작가였다.오늘날우리는성과와효율을중심으로움직인다.그러나《야간비행》은질문의방향을바꾼다.얼마나빠르게도달했는가가아니라,어떤기준으로선택했는가를묻는다.
이작품이지금다시읽혀야하는이유도여기에있다.관계가느슨해지고개인화가심화된시대에,생텍쥐페리는보이지않는연결의의미를환기한다.그의인물들은서로를직접마주하지않더라도,같은구조속에서서로의삶을지탱한다.결국이작품은하나의조용한메시지로귀결된다.인간은혼자존재하지않으며,각자의선택은타인의삶과이어져있다는사실.지금생텍쥐페리를읽는다는것은,그오래된진실을다시확인하는일이다.


■시리즈소개
니케북스문학큐레이션
니케북스문학큐레이션은‘단숨에읽는손안의고전’을지향합니다.고전을통해오늘을이해하고,오늘의감각으로고전을새롭게만나는경험이되길희망합니다.
이기획은큐레이션이라는이름에걸맞게서로다른주제아래작품을선별한하위시리즈들로구성되어있습니다.시대를초월해독자들의사랑을받는고전의깊이는놓치지않되부담없이펼칠수있는만듦새까지고려했습니다.니케북스는오래된이야기들이다시살아나는순간을독자와함께만들어가고자합니다.

니케북스의‘실존과경계’시리즈
불확실한시대를사는현대인에게20세기문학이답하다

니케북스20세기문학선‘실존과경계’는20세기문학이던진근본적인질문에주목한다.이시대의문학은인간존재의불안과자유,고독과책임이라는실존의문제를전면에드러냈다.삶과죽음,자아와타자,현실과환상의경계에서탄생한이작품들은문학이감당해야할저마다의몫을지고있다.
내면의독백과사회를향한목소리가한권의책으로만들어질때,문학은개인과세계를연결하는통로가된다.여기실린작품들은시간이흐르며퇴색되는그저그런고전이아니라,지금우리에게말을거는살아있는문학이다.삶을감각하게하고,질문을유예하지않으며,우리안의경계를흔든다.서사보다질문에,해답보다모순에집중한20세기문학의통찰이여전히유효한이유다.각언어권전문번역가들의원문에충실한번역과21세기의시선으로풀어낸역자해설은독자와작품의거리를좁혀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