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은 흘긴 눈 (양장본 Hardcover)

그립은 흘긴 눈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현진건, 두 얼굴의 연애소설 - 사회와 제도에 부딪힌 사랑, 그리고 언어 속에 남은 사랑
니케북스 ‘불멸의 연애’ 시리즈 첫 권 출간!
니케북스 문학선 《불멸의 연애》 시리즈의 첫 번째 책 현진건의 〈희생화〉와 〈그립은 흘긴 눈〉은 한국 근대문학 속에서 ‘연애소설’이 어떤 의미로 자리 잡았는지를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두 작품은 모두 사랑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하나는 제도와 사회 앞에서 좌절된 사랑을, 다른 하나는 내면의 갈등과 언어로 남겨진 사랑을 다루며, 한국 문학이 근대적 전환기에 맞닥뜨린 두 가지 길을 상징한다.
〈희생화〉는 1920년 11월 발표된 현진건의 데뷔작이다. 신식 교육을 받은 청년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은 자유연애를 꿈꾸지만, 봉건적 가문의 권위와 질서에 가로막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다. 청년은 사랑을 개인의 권리이자 인간 본질의 감정으로 이해했지만, 결국 여인이 관습에 의해 희생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작품의 사실적 완성도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자유연애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문학의 장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희생화〉는 분명한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은 근대 청년 세대가 이상으로 삼았던 자유연애가 현실의 장벽 앞에서 어떻게 꺾이는지를 보여주며, 한국 문학사에서 본격 연애소설의 출발점으로 기록된다.
〈희생화〉의 인물들은 모두 사랑을 중심으로 성격이 드러난다. 청년은 신식 가치관의 대변자이며, 여인은 봉건 질서에 의해 희생되는 존재, 부모 세대는 낡은 권위의 상징이다. 결국 사랑을 지키려는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개인의 감정은 사회 제도의 강압 속에서 좌절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희생화〉는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근대적 가치와 전통 질서의 충돌을 드러낸 사회소설로 읽힌다.
반면, 〈그립은 흘긴 눈〉은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오랫동안 단순한 수필로 여겨져 문학적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시적 리듬과 언어의 음악성을 구현한 산문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이 작품은 사건이나 갈등 중심의 서사가 아니라, 놓쳐버린 사랑을 회상하며 남은 감정을 언어로 붙잡는 데 초점을 맞춘다. 화자는 사회적 제약보다 감정의 진정성에 몰두하며, 그리움의 대상은 실체적 인물이 아니라 부재의 이미지로만 나타난다. 작품 전체를 흐르는 것은 사랑에서 비롯된 추억, 상실, 그리고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의 정서다.
〈그립은 흘긴 눈〉은 사랑을 제도와 현실 속에서 좌절된 사건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사라진 사랑의 흔적을 내면의 서정으로 남기는 방식을 택한다. 이로써 현진건은 사랑의 감정을 단순히 사회 현실의 반영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언어적·미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끌어올린다. 이는 한국 문학이 사회 비판적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감정과 언어의 가능성을 실험한 이정표로 평가할 수 있다.
〈희생화〉와 〈그립은 흘긴 눈〉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한국 근대문학의 연애소설 지형을 확장했다. 하나는 사회와 제도의 벽 앞에서 무너진 사랑을, 다른 하나는 기억과 언어 속에서 되살아난 사랑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사랑은 단순히 개인의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시대와 제도, 사회와 개인, 현실과 내면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문학적 화두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

현진건

저자:현진건
현진건(玄鎭健,1900~1943)은일제강점기조선문단을대표하는사실주의소설가이자언론인으로,식민지현실을날카롭게포착한문학적성취와더불어민족적저항의식을실천한지식인이다.1900년대구에서개화파계열의집안에태어나일본도쿄세이조중학교에이어상하이후장대학등에서유학하며국제정세와민족문제에눈을떴다.이러한해외경험은그의문학관과민족의식형성에중요한토대를제공했다.1920년《개벽》에<희생화>를발표하며등단한이후<빈처>,<술권하는사회>,<운수좋은날>,<고향>등여러단편을통해폐색된식민지일상,궁핍과부조리에직면한소시민과지식인의삶을예리한구성과간결한문체로형상화했다.일제에끝까지저항했기때문에말년에는경제적어려움이극심했으나한결같이친일노선과거리를두고창작을이어갔으며,1943년지병으로별세했다.현실의비극을정면으로끌어와독자에게윤리적자각을환기하는그의단편들은한국근대단편소설형식의성숙을이끌었다고평가받는다.

목차

작가소개
희생화
데뷔작발표당시의감상
그립은흘긴눈
현진건에대한김동인의단평
작품해설

출판사 서평

왜지금현진건인가?

현진건은한국근대문학이사실주의로나아가는데이정표를세운작가다.그는낭만적감상주의에서출발해점차사회현실을냉철하게바라보며이를작품속에비판적으로담았다.
현진건의작품은절제된감정이특징이다.인물의침묵,말끝을흐리는대사,내면의독백같은장치는과장된감정을경계하면서도,독자에게깊은울림과윤리적성찰을남긴다.그는또한사랑,책임,죽음같은문제를도덕의잣대가아니라인간감정의진실성속에서탐구했다.이처럼현진건의작품은시대의현실을보여주는동시에,개인이감정과윤리속에서어떻게살아가야하는지에대한초월적인질문을던진다.

■시리즈소개
니케북스의‘불멸의연애’시리즈
이룰수없었기에시공을초월해살아남은얻은100년전사랑이야기

연애는시대마다다른얼굴을하고나타나지만,인간의가장보편적이고근원적인경험으로서문학속에서늘중요한위치를차지했다.니케북스‘불멸의연애시리즈’는고전과근대문학에담긴사랑의모습들을현대의독자와다시마주하게하기위해기획되었다.
이시리즈는연애를단순한낭만이나감정의발현으로한정하지않고,사회적제약,개인의욕망,자유와억압,행복과상처가교차하는장으로서조명한다.19~20세기의작가들이남긴사랑의서사는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한질문을던진다.우리는그속에서사랑의빛과그림자,그리고연애를둘러싼인간존재의복합성을발견하게될것이다.특히불확실한시대를살아가는독자들에게문학속불멸의사랑이야기를통해스스로의감정과관계를성찰할수있는기회가되었으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