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념과 미덕

정념과 미덕

$15.00
Description
세상과 인간에 대한 비범한 통찰, 다각적인 연애 감정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이 책에는 슬프고, 씁쓸하고, 어둡고, 회의적인 생각들이 담겨 있다. 직접 찾아보시길.” - 〈시향용 향기 혹은 떠돌이 광대들〉 에필로그 中 -

《마담 보바리》로 사실주의 문학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한 작가 플로베르는 이미 열 살 무렵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의 10대 시절 작품들을 묶어, 사후 《젊은 날의 글들Oeuvres de jeunesse》이 출간되었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들 중 〈정념과 미덕〉은 그가 열여섯 살, 〈시향용 향기 혹은 떠돌이 광대들〉은 열다섯 살에 쓴 작품이다. 성인 플로베르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어린 플로베르의 작품에서도 사실주의에 입각한 분석적 시각이 생생하게 작용하여, 독자는 등장인물 중 누구에게도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관찰자적 시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런 냉엄한 사실주의적 문체는 사람들이 흔히 ‘달콤함’이라는 일차원적인 시각으로 정의하는 연애 감정을 다양한 시각을 총동원하여 바라보게 하는 장치가 된다. 어린 플로베르가 바라보던 연애관 역시 성인 플로베르가 바라보던 연애관과 마찬가지로 비범한 통찰력을 반영한 무시무시하고 비관적인 세계관을 투영한다.
표제작 〈정념과 미덕〉은 남편에게 충실하고 자녀들을 극진히 아끼며 유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던 귀부인 마짜가 무도회장에서 만난 바람둥이 에르네스트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비극을 그린다. 마짜는 에르네스트와의 연애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지만 결국 에르네스트에게 버림받고 그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광기에 가까운 욕망과 집착으로 스스로 파멸해 간다. 이 얼개는 약 20년 후에 탄생할 대작 《마담 보바리》의 밑그림처럼 보인다.
〈시향용 향기 혹은 떠돌이 광대들〉은 극도로 추한 외모의 마르그리트와 요정처럼 아름답고 요염한 미녀 이자벨라다가 같은 남자를 사이에 두고 벌이게 되는 또 하나의 파멸적 비극이다. 부부인 페드리요와 마르그리트는 세 아이와 함께 곡예단을 꾸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가족들만의 조악한 잔재주로는 지독한 추위와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결국 다른 도시로 돈 벌 기회를 얻기 위해 이동하던 중, 또 다른 곡예사 가족 이장바르와 이자벨라다를 만나 서로 합동 곡예단을 꾸리게 된다. 너무도 젊고 아름다운 이자벨라다 덕분에 이 조합은 금세 호황을 누리게 되고 돈을 벌게 되지만, 페드리요와 이자벨라다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마르그리트는 파괴적인 광기와 분노, 질투에 휩싸이게 된다.
플로베르는 이 두 이야기에서 정념을 잘 다스리고 미덕과 도덕성을 지키며 사는 것이 바람직한 연애관이자 참인생이라는 도덕적 교훈을 설파하려고 한다거나, 사랑 앞에서 온몸을 불사른 인물들을 애틋해하거나 찬양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는 극단적인 형태의 연애 이야기 두 편을 예로 들어 복잡한 연애 감정이라는 영역을 집중적으로 뜯어보면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원적인 감정들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작용하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감정들에 죄의식을 느끼거나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가의 철학적 질문까지 독자 스스로 사유하기를 유도한다.
“이 책의 철학적 사상에 관해서는 설명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는 슬프고, 씁쓸하고, 어둡고, 회의적인 생각들이 담겨 있다. 직접 찾아보시길.”(이 책에 수록된 〈시향용 향기 혹은 떠돌이 광대들〉의 에필로그 中)

왜 지금 플로베르인가?
플로베르는 근대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문학사의 걸작으로 남은 《마담 보바리》 외에도 《살람보》, 《감정 교육》 등 사실주의 문학의 교과서적인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했다. 그의 작품 세계는 19세기 사실주의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사실주의라는 틀 안에 갇히지 않고 꾸준히 인간의 심리와 언어적 예술의 완결성을 동시에 추구하여 상징주의와 현대 소설의 길을 열어주었다. 플로베르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작가의 문장을 음미하는 일이 아니라, 문학이 어떻게 예술로서 스스로를 정립했는지를 목격하는 일과 같다.
저자

귀스타브플로베르

저자:구스타브플로베르(GustaveFlaubert)
귀스타브플로베르(1821~1880)는19세기프랑스사실주의문학을대표하는작가다.프랑스북부도시루앙의의사집안에서태어난그는어린시절부터독서와글쓰기에몰두했고,소년시절몇몇단편소설을습작했다.이초기작품들에이미내면의불안,사회적규범에대한문제의식,감정의격랑에대한탐구가담겨있다.1857년발표한장편소설《마담보바리》는부르주아사회와개인욕망의충돌을사실적으로묘사하며당대의검열과기소까지불러일으켰다.그러나무죄판결을받은이후그는문학적명성을얻었고,이작품은사실주의문학의기념비적성취로자리잡았다.이후《살람보》,《감정교육》,《세가지이야기》등단편과장편을넘나드는작품활동으로인간욕망,역사적상상력,일상의미시적관찰을집요하게탐구했다.1880년《부바르와폐퀴셰》를집필하던도중뇌출혈로사망했다.

역자:윤미연
부산대학교불어불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프랑스캉대학교에서공부한뒤전문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구해줘》,《허기의간주곡》,《라가-보이지않는대륙에가까이다가가기》,《어느완벽한2개국어사용자의죽음》,《세상에서가장작은동물원》,《첫문장못쓰는남자》,《나쁜것들》,《파문》,《우리는함께늙어갈것이다》,《마지막숨결》,《사랑을막을수는없다》,《은밀하게나를사랑한남자》등을한국어로옮겼다.

목차


작가소개
정념과미덕
시향용향기혹은떠돌이광대들
옮긴이의글

출판사 서평

니케북스의‘불멸의연애’시리즈
이룰수없었기에시공을초월해살아남은얻은100년전사랑이야기

연애는시대마다다른얼굴을하고나타나지만,인간의가장보편적이고근원적인경험으로서문학속에서늘중요한위치를차지했다.니케북스‘불멸의연애시리즈’는고전과근대문학에담긴사랑의모습들을현대의독자와다시마주하게하기위해기획되었다.

이시리즈는연애를단순한낭만이나감정의발현으로한정하지않고,사회적제약,개인의욕망,자유와억압,행복과상처가교차하는장으로서조명한다.19~20세기의작가들이남긴사랑의서사는오늘날에도여전히유효한질문을던진다.우리는그속에서사랑의빛과그림자,그리고연애를둘러싼인간존재의복합성을발견하게될것이다.특히불확실한시대를살아가는독자들에게문학속불멸의사랑이야기를통해스스로의감정과관계를성찰할수있는기회가되었으면한다.


책속에서

그는책이나연극에나올법한그런대단한사람들과는거리가멀었다.그는감정이메마르긴했지만사리판단이분명한남자였고,무엇보다화학자였다.한편으로그는유혹의이론,그원칙과규칙들을속속들이꿰고있었다.정확하지만속된말로표현하자면그방면에재주가아주뛰어났다.소위유혹에능한남자는그런기술들로자신의목적을이루는법이다.
---p.11「정념과미덕」중에서

가련한마짜!그녀는처음으로자신이누군가를사랑하고있음을느꼈다.하지만그것이곧욕망이되고,집착으로이어지다가마침내는분노로변하게되리라는것을그녀는직감했다.그러나어리석고무지했던그녀는얼른그런예감을떨쳐버리고,행복한미래,평온한삶을머릿속에그리면서,정념이환희를안겨주고쾌락이행복을가져다주리라고생각했다.
---p.25「정념과미덕」중에서

집으로돌아온그녀는자신이아주오래떠나있었던것처럼느꼈다.그만큼아주짧은시간동안많은고통과슬픔을겪었다.그녀는눈물을흘리면서,그날여정에서보고들었던전부를끊임없이다시떠올리며온밤을지새웠다.자신이거쳐온마을들,자기가지나온그모든길이눈앞에보였다.그녀는자신이여전히방파제위에서바다와멀어져가는돛을바라보고있는것만같았다.사람들이축제의상을입고행복한미소를짓고있던결혼식도떠올랐다.포석이깔린도로위를굴러가던자신의마차소리도들렸고,자신의발아래우르릉거리며튀어오르던파도소리도들렸다.
---pp.56-57「정념과미덕」중에서

아!여자들!여자들!그녀는마음깊이여자들을증오했다.특히젊고아름다운여자들을.어떤공연장이나무도회에서샹들리에와촛불의불빛아래물결처럼흔들리는목선,레이스와다이아몬드가박힌목걸이를드러낸여자들.남자들은서둘러그녀들의미소에미소로화답하고아첨하며찬사를보낸다.그녀는그런여자들의옷과자수놓인하늘거리는천들을구겨버리고싶었고,그사랑스러운얼굴들에침을뱉고싶었으며,그렇게차갑고그렇게자긍심넘치는낯짝들을진흙탕속에처박고싶었다.
---p.63「정념과미덕」중에서

인간과함께태어나‘존재하지않음’에도계속존재하며,철학과인간들이그의존재를부정하기위해온갖궤변으로열변을토하는모습을보며잔인한웃음을짓는한편,마치말라붙은두개골로저글링을하는거인처럼그들모두를강철같은손아귀로주무르면서모든시대와모든제국앞에사라지지않고당당히맞서왔던신,잘못은바로그에게있다!
---p.98「시향용향기혹은떠돌이광대들」중에서

아!제발,제발날좀도와줘,페드리요!”
그녀는붉고앙상한두팔로그를감쌌다.누더기를걸친추한여자가마치본능처럼자신을밀어내는그남자를그토록사랑스럽게끌어안는모습,그비참함과다정함,그것은참으로흉측하면서도숭고한광경이었다.
“자,”페드리요가말했다.“내일아이들을데리고광장으로가.갈때내바이올린도가져가고.그리고무슨수를써서라도빵을구해와.”
---p.114「시향용향기혹은떠돌이광대들」중에서

광장의돌바닥위에펼쳐놓은양탄자와다름없어보이는그녀의괴상한옷차림,구멍난외투에분홍색스타킹,그녀의빨간머리카락과머리에꽂힌시든꽃들은기이하고우스꽝스러웠다.누군가던지는말이들려왔다.“정말못생겼군!”그리고그들은웃으며지나가버렸다.
---p.122「시향용향기혹은떠돌이광대들」중에서

아!문제는젊고아름다운이자벨라다였다.그녀는스무살이었다.그녀는이가하얗고,눈은초롱초롱하고,머리칼은흑단처럼까맣고,허리는잘록하고,발은앙증맞았다.반면에마르그리트는못생긴데다나이는마흔살이었고,잿빛눈에빨강머리,절구통처럼두루뭉술한허리에발은넙데데했다.둘중하나는아내였고,다른하나는연인이었다.
---p.148「시향용향기혹은떠돌이광대들」중에서

“나한테뭘어떻게해서가아니야,그냥난당신이싫어.아까당신이곡예하는모습을보면서난당신의그파란드레스에진흙을집어던지고싶었어,머리끄덩이를잡아당기고,가슴을때려서멍이들게하고싶었다고!나도알아,당신은나한테아무런잘못도하지않았고,어쩌면다른누구보다나
은여자일지도모르지.하지만어쨌든난당신이마음에안들어.당신한테불행이닥쳤으면좋겠어.다른이유는없어,그냥내마음이그래.”
---pp.164-165「시향용향기혹은떠돌이광대들」중에서

“왜이러냐고?난질투하고있어!아!당신은그런적이한번도없지,당신은!내가왜이러냐고?어쩌면난미쳐버린건지도몰라,난아무것도모르겠어,하지만난그여자가미워,그리고당신을사랑해!”
---p.177「시향용향기혹은떠돌이광대들」중에서